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 리테일 비즈니스, 소비자의 욕망을 읽다
석혜탁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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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비즈니스의 대부분은 '유통'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통이란 무엇일까. 유통은 사전적으로 '상품 따위가 생산자에서 소비자, 수용자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단계에서 교환되고 분배되는 활동'이자 '생산과 소비를 이어주는 중간기능으로, 생산품의 사회적 이동에 관계되는 모든 경제활동'으로 정의된다. - 들어가며' 중에서

 

 

우리의 일상은 유통으로 연결된다

 

이 책의 저자 석혜탁은 본명이 아닌 필명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 인턴기자를 거쳐 YTN 기자로 합격, 현재는 대기업에서 일하며 경영 칼럼니스트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경영경제 연구공간 '비즈코노미'의 대표로서 집필과 강연을 병행한다.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유통산업을 중심으로 한 '리테일 트렌드'인데, 이는 비즈니스의 대부분이 '유통'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매일경제신문>에 '만사유통'이라는 주제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 따른 것인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결국 리테일 비즈니스가 가장 중요한 산업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그의 문제의식이 집약되어 탄생한 셈이다. 리테일 비즈니스 현장의 각계각층 인사들을 취재했고, 매우 실질적인 비즈니스 트렌드 분석을 실행했다.

 

어려운 학술용어나 전문용어를 걷어내고 한자어 '유통流通'을 살펴보면 우리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상품이나 서비스가 흐르고流 통하는通 활동이라는 개념이니까. 책은 이제 사야 할 물건이 있어서 쇼핑몰을 찾는 시대가 지났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레저핑', '쇼캉스'란 신종 합성어처럼, 물건을 사고파는 것에서 벗어나 힐링과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종합적인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건만 잔뜩 쌓아놓은 그저그런 과거의 쇼핑몰은 이제 인기가 없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쇼핑몰에서 운동을 하고 학습을 하며 공연을 보고 또 휴식을 취한다. 그래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제품을 팔고 싶어하던 쇼핑몰이 진작 이런 트렌드를 감지感知, '고객만족'이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다른 방식과 해법으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유통업의 '신풍속도'인 셈이다.

 

 

 

 

거대 쇼핑몰의 탄생

 

미국 최초의 현대적 실내 쇼핑몰은 미네소타주의 사우스데일 센터인데, 이곳은 문을 연 지 이미 60여 년이 지났다. 이 쇼핑몰은 오스트리아 출신 건축가 빅터 그루엔의 손에 의해 탄생했었다. 이후 그루엔은 미국 전역에 수십 차례 넘게 백화점을 설계했으며, 그는 이런 상점을 '상거래용 기계'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런데, 소비 자본주의의 상징적 공간을 만들어낸 그루엔이 사회주의자였다는 점은 퍽 흥미롭다. 사회주의자로서 쇼핑몰을 이웃들을 위한 모임장소로 설계하고자 구상했던 것이다. 그는 당시 좌익 성향의 유대인 지식인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나치가 유럽 곳곳으로 힘을 뻗치자 신변의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도피했다.

 

그의 설계는 세계 도처에 복제되었다. 그래서 말콤 글래드웰은 그루엔을 20세기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로 꼽았다. 1950년 대의 미국은 소비 붐이 일어나는 시기였다. 쇼핑몰이 '번화가보다도 더 번화가 같다'고 평가받더니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미국인들이 일터 외엔 쇼핑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북미 지역에서 쇼핑은 TV 시청 다음으로 중요한 문화활동이 되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스타필드,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은 현재 유통의 대세로 떠올랐다.

 

 

미용, 건강 부문을 특화한 유통업태

 

미국에서는 20세기 초에 드러그스토어가 탄생한다. 이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구매할 수 있는 의약품, 화장품, 그리고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는 소매 잡화점이다. 1901년 미국은 시카고에 현재와 같은 형태의 드러그스토어가 처음 오픈했으며, 일본도 1987년 도쿄에 드러그스토어 1호점이 등장했다. 그런데, 이 업태는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형태로 자리잡았다. 바로 H&B 스토어다.

 

미용과 건강 부문이 특화되어 차별성을 갖춘 이 매장의 주고객은 10대 후반에서 30대까지다. 그래서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 유흥가, 주거밀집지역에 출점, 화장품과 샴푸 등 비식품 상품군이 전체 상품의 60%를 차지한다. 기존의 편의점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고객들이 주로 이 매장을 이용한다. 그래서 여성 고객의 비중이 높다.

 

국내 H&B 스토어의 성장은 네 가지 키워드로 분석할 수 있다. 여성(female), 편리성(convenience), 체험(experience), 불황(recession)이 바로 그것이다. 주고객층인 '여성'들이 건강과 미용에 갖는 관심, 원스톱 쇼핑이 주는 '편리성', 셀프 셀렉션 형식과 테스터 공간을 통한 상품 비교 '체험', '불황'으로 인해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게 된 현상 등이 맞물린 것이다.

 

 

17억 무슬림을 향한 구애求愛

 

무슬림을 향한 유통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들의 소비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아 제한을 두지 않는 이슬람 가정과 사회문화를 고려할 때 향후 그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무슬림 관광객은 약 98만 명으로 2015년(74만 명)보다 무려 33%가 증가한 수치이다. 그리고 한국 방문 관광객 중 무슬림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증가세를 띈다.

 

롯데백화점은 에비뉴엘 잠실점에 무슬림 고객을 위한 15평 규모의 기도실을 설치했다. 하루에 5회 메카를 향해 기도해야 하는 무슬림 쇼핑객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여기엔 경전인 코란의 비치는 물론이고, 예배 카펫과 기도 전 손발을 깨끗하게 씻을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하고 있다. 게다가 남성과 여성의 기도실을 따로 분리 운영하고 있다.

 

대체로 우리들은 무슬림하면 중동을 떠올린다. 정확히 구분하자면 무슬림과 아랍인은 같은 말이 아니다. 아랍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랍인인데, 전체 무슬림의 약 20%를 차지한다. 무슬림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다. 비록 한국인일지라도 이슬람교를 믿는다면 이 사람은 바로 무슬림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슬람교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아시아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그 다음이 인도이다.

 

그런데, 왜 무슬림을 주목하느냐 하면 이들은 먹고 사용하는 것을 율법에 정해놓고 있기에 이를 판매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무슬림들은 이슬림식으로 도살된 신선한 고기만 먹는다. '할랄'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일습에 목숨을 끊어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한 소, 양, 닭고기는 할랄에 속한다. 세계적으로 할랄 시장은 급성장 추세인데, 2021년엔 2조 7천억 달러 규모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반해 고양이, 개, 잔인하게 도축한 고기는 '하람(금지된 것)'으로 분류하기에 절대 먹지 않는다.

 

농심~ '할랄신라면'(돼지고기를 사용 않는다)

대상그룹~ '할랄 인증' 마요네즈(인도네시아 시장점유율 40%)

 

따라서, 맹목적인 이슬람포비아(Islamophobia)도 경계해야 한다. 이슬람포비아는 '이슬람 공포증+혐오증'의 합성어로, 심리적으로는 혐오증에 무게중심이 더 실리는 경우가 많다. 테러리즘은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전체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편협한 태도는 옳지 못하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부정적 이미지의 테러리스트 낙인은 미국의 반反 이슬람 미디어가 쏟아낸 보도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운 노년의 니즈를 파악하라

 

나이 든다는 것은 세월이 흘러 저절로 나이를 먹으면서 노화가 된다는 현상이다.  그래서 다소 초라하고 슬픈 감정을 초래한다. 자신의 신체가 쇠약해지고, 현직에서 은퇴해야 하며, 나아가서는 죽음과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과 맞닥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인식에 변화가 생겨났다. 멋지고 당당하게 나이 들 수 있다는 믿음, 바로 '비엥 비에이르(만족스럽게 나이 들기)'이다. 

 

'찬란한 미래'는 젊은 세대만 전유하는 것이 아니다. '비엥 비에이르'를 외치는 노인들의 멋진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이것이 요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존재미학이다. 앞으로 '비엥 비에이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경제력을 갖췄음에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역시 느끼고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지갑을 여는 명분과 이유를 의식하며 소비활동을 한다. 요실금 전용 언더웨어의 인기가 이런 흐름을 대변한다.

 

 

쇼핑 시간을 극대화하라

 

최근 쇼핑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식음료와 엔터테인먼트다. 롯데월드몰의 5층과 6층엔 테마 식당가와 영화관이 있다. 식당가와 영화관은 목적 지향성이 강하다. 즉 그냥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방문의 목적이 분명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곳은 늘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이다. 식사를 하기 전후, 영화를 보기 전후의 고객들은 아래층에 내려가 쇼핑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롯데뤙드몰은 위층의 집객 효과를 아래층까지 확산시켜 쇼핑몰 전체의 매출을 상승시킨다.  이런 샤워 효과를 고려해 MD를 구성했다. 롯데월드몰 각 층에 숨어 있는 '쇼핑의 과학'은 그 모습은 각기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고객 만족'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라면 고객 중심의 디자인과 콘텐츠를 다채롭게 선보일 수 있도록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면밀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

 

마케팅 담당자라면 스포테인먼트 시설과 식음료 공간의 연계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이동할 있도록 하는 게 포인트다. 스포테인먼트 티켓 소지자에게 식음료 할인 혜택을 주거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인기 메뉴를 찍은 사진을 인증하면 스포테인먼트 입장권 할인을 해주는 등 다양하고 기발한 연계 프로모션을 구상해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욕망을 읽어라

 

바야흐로 쇼핑은 과학이다. 책은 소비자의 욕망을 읽어야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불황과 불확실의 시대일수록 유통의 최종단계인 쇼핑이 더욱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대형 유통업체들이 고객들의 쇼핑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고 이를 철저히 연구해서 콘텐츠화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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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 교수의 조선 산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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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필자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역사가 단지 과거의 옛 이야기로만 흘러가고, 현재에 되살아나지 못하면 그 역사는 의미를 갖지 못한다. 역사 속 인물들의 행적과 사건의 과정들이 현재 속에서 되살아나 새로운 방향과 의미를 제시해 줄 때 역사의 힘은 빛을 발하는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역사는 현재에 다가오는 역사일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이 책은 민초들의 생활상부터 왕실의 암투에 이르기까지 미시사와 거시사를 아우르는 다양한 내용들과 그것이 지니는 현재적 의미까지 담으려고 노력했다. 즉 선비들의 육아일기, 선조들의 설 풍속과 무더위를 피하는 방법, 한강의 얼음, 바둑 이야기, 살인 코끼리에 대한 대응, 남한산성에서의 주화파와 척화파의 갈등, 반정의 단서를 제공한 국정 농단 여인들, 세종 시대의 국민투표 등에서 이를 느껴볼 수 있다.

 

책의 저자 신병주현재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역사 대중화에 관심을 두어 2013~2014년 팟캐스트 방송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고정 패널로 활동했으며, KBS 1 TV에서 <역사저널 그날>을 진행했다. 또 KBS의 <역사추리>, <TV조선왕조실록>, <역사스페셜>, EBS의 <역사극장> 등의 자문을 맡기도 했다.

 

현재 궁능 활용 심의위원, 인문학대중화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KBS 1 라디오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과 EBS 라디오 <신병주의 이야기가 있는 역사여행>을 매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왕으로 산다는 것>, <조선과 만나는 법>, <조선평전>, <조선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 <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 <조선후기를 움직인 사건들>,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 <이지함 평전> 등이 있다.

 

우리들은 조선시대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왕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왕정 시대이기에 아마도 그때는 지금보다 고지식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조선을 잘 모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세종은 새로운 세법의 적용을 위해 독단적인 지시가 아니라 모든 백성들의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음이 이를 대변한다. 어쩌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민생을 우선으로 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조선 역사의 전문가답게 기록물과 문화재를 통해 당시를 살피고, 사건 현장과 유물들을 짚어가면서 우리들에게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청계천 광통교廣通橋

 

1394년 10월, 한양漢陽(현재의 서울)이 조선의 도읍지로 결정된 데는 그만큼 이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하여 지역을 통합하기에 좋다는 점, 도성의 동서남북 외곽에 낙산, 인왕산, 목멱산(남산), 북악산 네 개 산이 둘러싸고 있어서 이들 산을 연결하면 도성의 방어에 매우 유리하다는 점, 한양은 북한강과 남한강으로 이어지는 내륙의 수운과 서해를 통해 한강이 연결되는 해상 교통의 요지라는 점이 수도로 선정될 수 있었던 주요 이유였다.

 

그렇다고 전혀 문제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네 개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집중적으로 도심을 관통하는 바람에 홍수 시에는 도성 안 전체가 잠길 수밖에 없었다. 즉 청계천에 모인 물들이 남산에 막혀 바로 한강으로 유출되지 못함에 따라 비가 많이 오면 청계천이 범람하는 통에 홍수로 인한 몸살을 피해 나갈 수 없었다. 이를 해결코자 1406년 태종은 도성을 관통하는 개천의 조성 작업을 착수, 1412년 마침내 청계천 공사를 완료했던 것이다.

 

그런데, 청계천 공사를 완료하면서 기존의 흙다리나 나무다리 대신에 돌다리를 만들었다. 이 돌다리 가운데 바로 광통교가 있었다. 이 유적지에는 깊은 사연이 있다. 태종 이방원의 아버지 태조 이성계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던 신덕왕후 강씨(태조의 계비繼妃)는 정도전 등을 앞세워 자신이 낳은 아들 방석을 후계자로 삼을 계획을 획책했다. 이에 이방원은 1398년 제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방석과 정도전 등을 제거, 1400년 제2차 왕자의 난을 거쳐 스스로 왕위에 올랐던 것이다.

 

1396년 계비 강씨가 죽자 태조 이성계는 그녀를 신덕왕후에 봉하고 왕릉도 경복궁에서 잘 보이는 곳에 조성, 정릉貞陵이라 불렀다. 이후 왕이 된 이방원은 아버지가 죽자 정릉을 파괴하고 이를 이전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1409년, 마침내 정릉은 도성 밖 양주지방(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현재의 정릉)으로 이전했던 것이다. 1410년 8월 청계천의 흙으로 만든 광통교가 홍수로 붕괴되자 정릉의 병풍석屛風石과 신장석神將石을 광통교 복구에 사용, 이후 백성들이 이를 밟고 다니게 만들었다. 인간의 증오심이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김정호는 왜 평생을 지도 제작에 올인했을까? 이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는 오직 그의 열정 때문이었다. 그가 살았던 조선후기에는 상업이 발달함에 따라 상인들에게는 전국을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했던 때이다. 실제 대동여지도는 접었다 펼 수 있는 절첩식 형태였기에 상인들이 휴대하기엔 무척 편리했다.

 

1책에서부터 22책에 이르는 책자가 모두 펼쳐지면 우리나라 전도全圖가 되는 형태였다. 축적은 약 16만분의 1로 각 책은 세로 30센티미터, 가로 20센티미터의 크기인데, 8폭으로 접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전체를 펼치면 세로 6.7미터, 가로 3.3미터의 사이즈로 실로 방대한 크기이다.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것은 널리 보급코자 이를 목판까지 새겼다는 사실이다. 대동여지도에 각 고을의 거리를 10리마다 표시한 것이나 역이나 원 등 상업과 관련된 정보가 자세한 것도 상인용임을 나타내고 있으며, 목판은 지도의 수요가 많았음을 보여준다. 오직 고산자의 발과 열정으로 탄생한 대동여지도의 가치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선비의 육아일기

 

계절의 여왕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이 때에 어울리는 무척 인상적인 기록물이 있다. 바로 600년 전에 선비 이문건에 의해 쓰여진 <양아록養兒錄>인데, 이는 현존하는 유일한 할아버지 양육 일기다. 흥미롭게도 아들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손자에 대한 기록물이라는 사실이다. 저자 이문건은 중종 때 과거에 합격했지만, 명종 때 외척정치가 시작되어 경상도 성주로 유배를 가게 되었다. 그의 자식 대부분은 천연두 등으로 일찍 죽고 유일하게 장성한 둘째 아들도 어릴 적의 열병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있었다.

 

이런 모자란 아들을 교육시키려고 무척 애를 썼지만 아들은 아버지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희망이자 복이 바로 손자을 얻은 것이었다. 나이 58에 2대 독자인 손자 수봉에게 그는 온통 관심을 집중했다. 이에 아이가 차츰 일어서고, 이빨이 나고, 걷기 시작하는모습 모두를 생생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노년에 귀양살이까지 하는 그는 오직 손자 돌보는 것으로 고독을 이겨낸 셈이다.

 

"아이가 장성하여 이것을 보게 되면 아마 글로나마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양육 일기의 곳곳에서 조선시대 생활사의 모습을 읽을 수가 있는 학술적 가치가 있다. 할아버지의 손자에 대한 애정과 엄한 교육 방법, 여종의 아이 젖 주기, 유아 사망의 최대 주범이었던 천연두, 단오의 그네놀이, 지금 보다 현저히 낮은 아이들의 음주 문화 등은 <양아록>이 단순한 양육 일기가 아니라, 조선시대 역사 사료로서의 가치까지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에도 국민투표가 있었다

 

왕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조선시대에 세종이 모든 백성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토지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새로운 세법인 '공법貢法'을 추진하면서 세종은 최종적으로 백성들의 찬반 의견을 묻고자 했다. 투표 3년 전인 1427년 세종은 창덕궁 인정전에 나가 과거시험 문제를 내면서 공법에 대한 견해를 묻는 등 세법을 확정하기 전에 미리 분위기를 조성해갔다. 조령모개 식으로 정권이 바뀌면 마음대로 부동산 관련법을 개정하는 현재의 정부에 비하면 이 얼마나 민생 정치인가 말이다.

 

1430년 3월 5일부터 8월 10일까지 장장 5개월 간에 걸쳐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국민투표가 실시되었다. 이는 <세종실록>의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정부 육조와, 각 관사와, 서울 안의 전함前銜 각 품관과, 각 도의 감사 수령 및 품관으로부터 여염閭閻의 세민細民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부可否를 물어 아뢰게 하라"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세종은 "백성이 좋지 않다면 이를 시행할 수 없다"는 근본을 밝히면서 농작물의 작황을 조사할 때 공정성을 잃은 경우가 많았고, 간사한 아전들이 잔꾀를 부려 부자들은 이롭게 한 반면 빈자들을 괴롭히고 있음을 우려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각 도道의 보고가 도착하면 공법의 편의 여부와 폐해를 구제하는 등의 일을 관리들이 깊게 논의해 결과를 보고하라고 주문한다.

 

 

조선시대는 고리타분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책은 관료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유급휴가를 도입했고, 조선의 법전 <경국대전>에는 과거시험의 합격에 관해 지역별로 그 수를 명시함으로써 현재의 공공기관 지역별 인재 할당제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영조시대엔 나라에 충절을 지킨 후손들을 특별 채용하는 시험인 '충량과忠良科'를 실시하기도 했음을 소개한다. 이만하면 '조선은 고지식한 왕조였다'는 우리들의 선입견이 틀렸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이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조선의 역사 현장으로 발걸음하기를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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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할 것인가 - 쫓기지 않고 시간을 지배하는 타이밍의 과학적 비밀
다니엘 핑크 지음, 이경남 옮김 / 알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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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타이밍에 관한 책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문제는 우리가 타이밍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우리의 삶은 ‘언제when’라는 결정의 끊임없는 연속이다. 언제 직장을 바꿀지, 언제 안 좋은 소식을 전할지, 언제 수업 일정을 정할지, 언제 결혼생활을 청산할지, 언제 마라톤을 할지, 언제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할지 등등…. 그러나 이런 결정들은 직관과 억측들로 난무하기 십상이다. 나는 책을 통해 타이밍이 과학이라는 사실을 입증해보일 것이다. 타이밍의 과학은 인간의 조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꿰뚫어보고 더 영리하게 일하고 더 잘 살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다면적이고 다방면에 걸친 최신의 학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타이밍은 과학이다

 

책의 저자 다니엘 핑크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래학자다. 그는 사회변화를 예측하고, 심리학과 과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결과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명징하게 제시해왔다. 특히 사회 구조 변화를 주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의 변화에 천착하여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게 될 것인지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또 뉴웨이브 경제 잡지 〈패스트 컴퍼니〉의 기고가 겸 편집위원으로 일했으며,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수석 연설문 작성자로 백악관에서 일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워싱턴 먼슬리〉,〈뉴 리퍼블릭〉등에 경제, 기술, 노동에 관한 기사와 평론 및 서평을 기고하기도 했다. 현재는 프리 에이전트의 삶을 영위하면서 경제변화와 기업전략, 미래 트렌드 등을 주제로 전세계 기업체, 대학, 기관 등에서 활발한 강의를 하고 있다.

 

책은 타이밍이 과학이라는 사실을 입증해보인다. 사실 우리들의 삶은 '언제'라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타이밍에 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다. 언제 직장을 바꿔야 할지, 언제 결혼을 할지, 언제 결혼생활을 청산해야 할지, 언제 안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할지, 언제 마라톤을 할지, 언제 창업을 해야 할지 등등처럼 결정을 내랴야 할 순간들이 정말 많다.

 

이처럼 선택은 바로 타이밍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 독일 U보트에 의한 루시타니아 호 피격침 사건을 한 예로 들고 있다. 약 1,200명의 승객이 수장된 이 대형 침몰 사고는 단순히 독일의 공격에 의한 사고인지, 아니면 터너 선장의 결정 오류에 의한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 사고에서 미국인 승객 141명 중 123명이 사망함으로써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100년 동안 수없이 거론된 이 사고의 의혹이 만들어 낸 억측보다는 터너 선장의 몇 가지 잘못된 결정과 그 결정 시점이 하필 오후였기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의견을 제시한다.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많은 분야의 과학을 섭렵한다. 먼저 고대 이집트의 해시계부터 16세기 유럽의 기계식 시계를 거쳐 19세기에 나온 표준시간대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역사를 더듬어보면서 우리들이 그저 당연시 여기는 시간의 단위가 실제로는 우리 조상들이 시간을 가두기 위해 세운 울타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지력은 하루 동안 어떻게 변화할까?

 

100여 년 전부터 많은 과학자들이 기분과 성취도의 상관관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측정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무의미하게 나열된 단어를 외우고 기억하게 하는 실험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력이 밤보다 아침에 더 좋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이 분야에서 선구적 업적을 세웠다. 이후로도 여러 사람들이 여러 분야에서 두뇌 활동을 탐구해서 세 가지 핵심적 결론을 이끌어냈다.

 

첫째, 우리의 인식 능력은 하루라는 시간 단위 속에서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우리는 보통 16시간 정도 깨어있지만 그 시간에도 인식 능력은 계속 변하는데 그 기복은 규칙적이어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이 시간보다 저 시간에 더 똑똑해지고 더 두뇌회전이 빠르고 더 창의적이 된다.

 

둘째, 이런 하루의 기복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더 심하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이자 시간생물학자인 러셀 포스터에 따르면 하루 중 최고점과 최저점 사이에서 일어나는 성과의 변화는 음주운전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이상의 술을 마셨을 때 운전 기능의 변화에 비교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시간대에 따른 효과는 인식적 업무에 대한 실적에서 20퍼센트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셋째, 일하는 방식은 하는 일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영국의 심리학자 사이먼 포카드는 이렇게 말한다. "아마도 시간에 따른 성과의 차이를 밝히는 연구들이 제시하는 중요한 결론은 특정 과제를 수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 그 과제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점심 시간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어느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직장인 중 62퍼센트는 하루 종일 일하는 바로 그 장소에서 점심을 해치운다. 그래서 한 손에 스마트폰을, 다른 한 손에 짓무른 샌드위치를 입속에 우겨넣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를 '서글픈 책상머리 점심'이라고 명명했다. 이제는 우리들이 점심식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왜냐하면, 점심식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교육, 미디어 분야 등 서로 다른 11개 조직에서 일하는 직장인 8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6년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점심을 대충 해치우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사무실을 벗어나 밖에서 식사를 하는 직장인들은 나머지 하루 일과뿐 아니라 1년 내내 일로 인한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하고, 쉽게 지치지 않고 일에 더욱 의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점심시간은 건강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중요한 회복 장치다"

 

이 보고서를 위해 투입된 조사팀은 이렇게 말한다. 특히 정신적, 정서적으로 부담이 큰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에게 점심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이다. 특히, 소방대원처럼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는 직업의 경우 함께하는 점심은 팀워크를 높이는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장인들이여, 이젠 혼밥을 즐기지 말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담소를 나누면서 점심을 하는 게 어떻겠는가? 


점심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위력적인 점심 효과를 기대하려면 두 가지 핵심적인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자율성과 분리다. 자율성은 자신이 하는 일과 그 일을 하는 방법과 시간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통제력이 확보되어 있는 것으로, 특히 복잡한 업무에서 실적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복잡한 업무에서 잠깐 손을 떼는 시간이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점심시간에 무엇을 하느냐 못지않게 중요하다.

 

심리적으로도 일과 분리되어야 한다. 점심 식사 도중에 일을 생각하거나 심지어 사교적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행위는 오히려 피로도만 높일 따름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사무실 생각을 잠깐 지운다면 그 반대의 효과가 나타난다. 점심식사 시간이 길고 식사 장소가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오후 업무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그래서 어떤 회사는 사무실에서 점심을 떼우는 행위를 금지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몰랐던 낮잠의 중요성

낮잠은 최저점에 대한 영리한 대응으로 꼭 챙겨야 할 귀중한 휴식이다. 낮잠은 두 가지 중요한 혜택을 준다. 첫째, 인식적 성과를 향상시킨다. 둘째,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증진시킨다.


여러 면에서 낮잠은 우리 두뇌의 잠보니(Zamboni: 아이스링크의 표면을 고르게 하는 장비-옮긴이)이다. 낮잠은 하루를 보내면서 생긴 얼음판 위 흠 같은 정신적 상처를 말끔하게 없애준다. 잘 알려진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한 연구에 따르면 낮잠을 40분 정도 잔 우주인들은 반응시간이 34퍼센트 빨라지고 각성도가 두 배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연구에 따르면 오후의 낮잠은 두뇌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낮잠을 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보를 간직하는 시간이 더 길다. 낮잠을 자는 사람은 낮잠을 자지 않거나 그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하는 사람보다 복잡한 문제를 풀 확률이 두 배 높다. 낮잠은 단기기억력뿐 아니라 얼굴을 보고 이름을 떠올리는 것 같은 연상기억력도 높여준다. 낮잠이 두뇌에 미치는 전반적인 혜택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커진다. 낮잠에 관한 문헌을 개관한 어떤 학술 자료에 따르면 밤에 충분한 숙면을 취한 사람이라도 낮잠을 자면 기분이나 각성도나 인지수행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낮잠은 심지어 '몰입flow'의 강도를 증가시킨다. 몰입은 창의력의 강력한 원천이다. 

 

 

왜 결승점이 가까워지면 더 분발하게 될까

사회심리학자 애덤 알터할 허시필드는 조직위원회에 등록한 선수들의 나이를 보고 마라톤에 처음 참가하는 사람들 중 아홉수에 걸린 사람들이 무려 48퍼센트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중에서도 29살이 가장 많았다. 29살은 28살이나 30살보다 두 배 많았다. 한편 처음 마라톤에 참가하는 사람은 40대 초반에 줄어들다 49세에 갑자기 늘어난다. 49살은 한 살 더 많은 사람보다 마라톤에 도전하는 확률이 약 세 배 많았다.

 

더욱이 10년 구간의 마지막에 가까워지면 달리는 사람의 속도도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라톤에 여러 번 참가한 사람들의 기록은 29살과 39살 때가 2년 전이나 2년 뒤보다 더 좋았다.

 

10년 구간의 마지막에 나타나는 이런 분발 효과에 무슨 논리적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마라톤에 도전하는 과학자 모로조프스키는 "인생은 짧으니까요.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봅니다. 60살이 되기 전에 내 몸으로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 것뿐입니다"라고 말했다.

 

호주의 예술가 홍리 또한 어느 순간 나이 마일리지의 표시판이 눈에 들어와 생각을 전환했다면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30살이 가까워지자 29번째 해가 끝나기 전에 뭔가를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마지막 해를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이와같은 발전적인 도전 외에 '아홉수에 걸린 사람들의 자살률이 더 높다'거나 아내 몰래 바람피우는 성향이 더 높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즉 불륜 알선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에 접촉하는 사람들은 29살, 39살, 49살, 59살이 8명 중 1명 꼴이었으며, 이는 당초 예측했던 것보다 약 18퍼센트기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10년이 가까워진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서 변화를 촉구하려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타이밍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과거에 나는 점심시간 뒤의 휴식이나 낮잠이나 산책이 좋다고 믿었다. 이제 나는 그런 것들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과거에 나는 일터나 학교나 가정에서 잘못된 시작을 만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난 일에 대한 생각을 털어버리고 계속 전지노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다다시 시작하거나 함께 시작하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이라고 믿는다" - '마지막 결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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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의 장사법 - 그들은 어떻게 세월을 이기고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나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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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베어 물면 입 안에 한 시대가 들어오는 듯한 식당들이 있다. 맛이 있어 오래 남아 있는 식당, 그것을 우리는 노포(老鋪)라 부른다. 노포를 오래 취재하다 보니 어떤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다. 이른바 ‘살아남는 집의 이유’다. 물론 맛은 기본이다. 운도 따라야 한다. 그 외에 가장 중요한 건 한결같음이다. 사소할 것 같은 재료 손질, 오직 전래의 기법대로 내는 일품의 맛, 거기에 손님들의 호응으로 생겨난 기묘한 연대감 같은 것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 '프롤로그' 중에서



한국의 유명 노포老鋪들을 소개한다


책의 저자 박찬일은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먹고살려고 요리를 시작했다. 더도 말고 스파게티 레시피 3가지만 제대로 배워오자는 마음으로 이탈리아 유학을 떠나, 결국 이탈리아 음식 전문 요리사가 되어 2002년 귀국, 순 우리 재료로 만든 이탈리아 음식을 소개함으로써 유명인사가 되었다. 


글 쓰는 셰프이자 아름다운 글을 쓰는 문장가로도 유명한데, 저서로는 우리 곁에 남은 오래된 노포들의 맛과 철학을 소개한 <백년식당>, <미식가의 허기>,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뜨거운 한입>,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등이 있다. 맛과 글에 대한 강의와 함께 〈한겨레〉, 〈경향신문〉 등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 서교동과 광화문의 〈로칸다 몽로〉와 〈광화문국밥〉에서 일한다.


대한민국 외식업 성장사를 관통하며 살아온 그는 다시다와 미원, 식권, 회식, 가든, 맛집이란 용어가 유행했던 격변의 시대엔 기자로 살며 문화 전반을 취재했고, 요리사로 전업한 후엔 20년 가까이 주방에서 치열하게 요리했다. 장시간 변함없이 노포를 즐겨 찾았고, 그들의 '영광의 시대'를 기록하는 일에 애정을 가져왔다.

 

기자 시절엔 누군가를 섭외하고 인터뷰하는 일이 버거워 중도에 이 생활을 포기했던 그가 아이로니하게도 이 책을 위해 지난 3년간 중국집에서 갈빗집까지 취재 허가를 얻기 위해 삼고초려와 취중진담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애정과 끈질긴 노력으로 노포 식당 창업주들의 생생한 증언과 그들의 성공 비결을 한 권으로 엮어낼 수 있었다.


이 책은 기세氣勢, 일품一品, 그리고 지속持續 등 3부로 구성되었는데, 완전히 새로운 맛으로 판도를 뒤엎은 '명동돈가스'의 소개를 시작으로 최고의 재료를 사용해서 술꾼들의 배를 채워주는 '41번 포장마차'를 마지막으로 하는 총 26개의 유명 노포들을 등장시킨다. 이들 가게들이 어떻게 세월을 이기고 지금까지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는지 그 이유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전설의 곰탕집 하동관河東館


특별한 비법 없이 간결한 맛으로 승부하는 곰탕집 하동관, 이 가게는 '한국의 유명 노포 톱 5'에 들어가는 식당이다. 이 음식이 오랫동안 서울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은 가게라는 중요한 징표가 있다. 바로 하동관만의 독특한 주문법이다. 따로 주문표에 쓰여 있지 않아도 단골들은 알아서 식성대로 주문해서 먹는다.

 

이를테면 맛배기, 넌둥만둥, 스무 공 스물다섯 공, 깍국, 통닭, 냉수, 뜨겁게, 안 뜨겁게, 밥 따로, 민짜, 내포 빼고, 내포 많이, 기름 많이, 기름 빼고 등등, 메뉴는 오직 하나인데 이처럼 주문법은 각양각색이다. 이는 아마도 세계신기록이 아닐까 싶다. 반찬도 없는 간단한 곰탕 한 그릇에 이처럼 많은 주문이 가능하니 말이다.


"손님이 먼저 이런저런 식으로 해달라고 주문해요. 그러면 우리가 고민을 하지. 너무 길면 주문이 복잡하니까 짧게 불러야 할 것 아니우. 그래서 약칭을 만드는 거지. 직원들끼리 암호처럼. 근데 그걸 손님이 다 아는 거야"

 

맛배기는 밥을 약간 넣는 것(그만큼 고기가 적게 들어감)이고, 소 곱창은 스무 공이상의 주문이며, 깍국은 깍뚜기 국물을 뜻하는데 대부분의 주문자들이 느끼한 곰탕 맛을 중화시키려고 이를 주문한다. 여기서 통닭은 닭고기가 아니라 계란을 넣어달라는 요청이고, 냉수는 물이 아니라 소주 1잔을 달라는 주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고객들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잇는 이유는 70년째 서울 마장동 인근의 팔판정육점에서 가장 좋은 고기를 공수받아 재료로 사용하고 곰탕 5백 그릇이 소진되면 더 이상 장사를 안하고 문을 닫는다.



3대째 이어가는 정육점, 팔판정육점


"부친에게서 내가 사업을 샀어요. 물려받았냐고요? 아니에요. 돈 주고 샀어요.(웃음)" 


흔히 재벌가의 자식들은 큰 노력 없이 부모가 경영하는 회사에 임원으로 입사하기 때문에 소위 '금수저'로 불린다. 하지만 이 노포의 경우는 다르다. 철저한 사업 마인드로 중무장한 부친은 가게를 그냥 대물림하지 않았다. 물려줄 아들에게 액수를 매겨 돈을 가져오라고 했다. 진짜 장사꾼이아닌가 말이다. 한국의 재벌가도 이렇게 자식들을 교육시킨다면 어찌 '땅콩 회항'이나 '물벼락' 같은 이슈가 신문 지상에 낯 뜨겁게 등장하겠는가. 자식 교육은 모두 부모 탓이다.  


"1974년 1월 2일인가, 날짜도 안 잊어요. 일을 해보겠다고 어디 가서 쌀을 날랐어요. 힘이 좋아서 4천 원인가 받았어요. 꽤 큰 돈이었습니다. 돈을 벌어야겠다 생각했지요. 아버지한테 가게를 사기로 한 게 7월이에요. 저장된 고깃값은 다 드리고, 가게 시세는 절반으로 쳐서 샀어요"

 

모두 처가에서 빌린 돈이었다. 그 빚을 갚아야 했다. 


"내가 말이오, 1974년 7월 4일에 가게 인수하고 하루도 네 시간 넘게 자본 적이 없어요. 일주일에 서너 번은 한 시간 반밖에 못 잡니다. 고기는 트럭으로 밤에 들어와요. 그때부터 일하는 거요. 한번은 고기가 망가져서 생기는 손해를 제가 계산해봤어요, 연간 5천만 원입니다. 그러니 이 좁은 가겟방에서 대충 잠을 자는 거지요. 장사꾼은 그래야 해요. 희생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돈이 그냥 벌리나요"

 

그렇다. '노 페인 노 게인'이라는 서양 속담도 있듯이, 세상에 공짜 없고 땀 흘리지 않고 벌이가 생기지 않는다. 들어온 고기를 갈고기에 걸고 손질하고 나누고 여투는 일이 밤 새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다루는 소가 한때 하룻밤에 수십 마리씩 입고되었다니 그 노동의 강도가 짐작이 된다. 명절 때엔 한 번에 수십 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단다. 



서울 5대 냉면집, 을지면옥


의정부에서 시작한 평양면옥의 자제들이 서울에 터를 잡고 비슷한 계열의 냉면을 팔고 있다. 필동면옥, 을지면옥, 본가면옥이 바로 그것이다. 1969년 경기도 연천 전곡면에서 홍영남, 김경필 부부가 처음 시작한 냉면집이 1987년 의정부 현재의 자리로 옮긴 게 바로 의정부 평양면옥이다. 을지면옥의 안주인 홍정숙 씨의 고집 센 남편이 냉면을 배우기 시작했다. 

 

1년 넘게 새벽에 일어나 육수부터 끓이면서 냉면을 배웠다. 그렇게 해서 기술이 남편의 손으로 이전됐다. 더 놀라운 건 환갑을 한참 넘긴 그가 지금도 주방장을 한다는 사실이다. 주인은 대체로 카운터를 지키는 게 정설인데 이 노포는 부부가 모두 주방의 제대로 된 일꾼이자 주방장, 부주방장이다. 


"새벽 5시에 육수부터 끓이는데, 남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매일 메밀도 갈아야 하고" 

이 부부가 주무르고 사린 면이 얼마였을까. 한 번 집으면 정확한 그램이 딱 나온다. 찬물에 면을 헹궈 사리를 짓다 보니 손가락과 손목에 관절통을 앓고 있다.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다. 그래서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이 부부들은 걱정한다. 사리를 만들 때 물기를 꽉 눌러 짜지 않으면 육수에 물기가 들어가 맛이 덜해지기 때문이다.

 

 

서울식 불고기집, 한일관

 

"내가 스무 살에 입사해서 지금 일흔이 넘었어요. 50년이 넘었네.

가만있자, 1965년도 입사인가보다.(웃음)" 


김동월 고문의 말이다. 그이는 관리 업무를 하면서 홀 업무도 챙겼다. 50년 넘은 직원이 근무하는 식당이라니 입이 쩍 벌어진다. 현재 한일관의 본점은 압구정동에 있지만 시작은 종로였다. 과거 성을의 중심은 사대문 안이었고 그중에서도 핵은 바로 종로였다. 일제강점기엔 명동과 충무로가 돈 많은 일본인들에 의해 급부상하기도 했지만 종로는 조선인의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지역이었다. 전설적인 주먹 김두한이 활약하던 곳이다.   

"여기는 정년이 있어요. 일할 능력이 있고 잘하는 분들은 정년 이후에도 다녀요" 

칠십이 넘는 김동월, 곽명훈 두 고문이 아직도 1939년에 문을 연 한일관을 지킨다. 당시의 이름은 '화선옥'이었다. 관리와 홀 업무를 담당했던 김 고문과는 달리 곽 고문은 1979년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요리 고문이다. 오래 근속한 직원의 능력을 최대한 존중하고, 실제 업무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나이 칩십이 넘은 직원이 아직도 이 가게를 지키면서 서울식 불고기의 표준을 만들어낸 셈이다.


60년 전통의 중화요릿집, 신일반점 

저자가 처음 이 가게를 방문했을 때, 주인장은 마침 만두를 빚고 있었다. 만두가 서비스로 주는 요리가 되는 바람에 요즘 만두를 직접 만드는 중국집은 전국에서 손으로 셀 정도로 줄었다. 주인장인 임 옹은 여전히, 신일반점이 그의 사후死後에도 살아남을지 모르는 시절의 변화에도 무심하게 만두를 빚는다. 며느리 왕윤청 씨의 말이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빚는데, 여전히 제일 손 빠르고 잘 빚으세요. 이 만두, 정말 몇 번 그만두려고 했어요. '무슨 만두를 돈 받고 파느냐, 서비스 아니냐' 하는 손님들 인식 때문이지요. 그때마다 아버님은 웃으면서 아무 대꾸를 안 하십니다. 딱 한 번 말씀하셨는데, '그냥 해(계속 만들어 팔아)' 그게 전부였어요"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 한국 땅에 건너온 임 옹翁은 따지자면 화교 2세대쯤에 속한다. 그는 아직도 한국말이 서툴다. 1세대가 임오군란 이후, 2세대는 1920년대 이후부터 대한민국 정부수립 시기, 3세대는 1990년대 이후에 한국으로 건너온 화교(조선족이 중심이 된)로 구분했으니 말이다.


여수 연등천 포장마차촌의 명물, 41번집 

"긍께, 덕자더러 덕자 썬다고 물어봐싸"

그렇다. 이 아짐(아주머니의 사투리)의 함자가 박덕자 여사다. 덕자 씨가 덕자(전라도에서 큰 병어를 뜻하는 말)를 손질하는데 뭘 썰고 있느냐고 물으니 칼질하다 말고 큭큭, 웃으시는 게다. 덕자(병어)로 치자면, 군평선이와 함께 여수의 일미. 이 아짐이 덕자를 다루는 솜씨가 여간 예사롭지 않다.

 

연등천은 여수 둔덕동 뒤의 해발 470미터짜리 호랑산에서 발원하여 바다로 흘러드는 지방 하천이다. 한대 수량수량이 적당해 오염되기 전에는 포장마차의 불빛이 쫙 반사되면 문자 그대로 연등蓮燈이 피어난 것처럼 보였다. 그리하여 연등천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에 걸맞는 여수의 젖줄이었다. 


한 상이 깔린다. 어디 그럴싸한 안줏거리만 있는 게 아니라 전라도식 반찬들도 한 자리씩 한다. 잘 담근 열무김치는 입에 쩍쩍 붙고, 여수 특산의 돌게찜이며 가지무침, 제철인 꼴뚜기회에 생선조림도 한 접시다. 이렇게만 먹어도 장정 서넛이 입을 닫을 상차림인데, 이제부터 진짜 요리가 이어진다. 


"포장마차라고 우습게 보면 큰일 나제, 암.

우리 집이 어떤 집이여, 네가 청춘 묻은 집잉게"

 

 

 

 

한국의 유명 노포들을 현장 취재하다

 

저자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26곳의 노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점주들과 생생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매일 새벽 손으로 두부를 만들어내는 강릉토박이할머니 두부집의 사장은 이 동네의 제삿날이 비슷한 이유는 여운형 제자들이 빨갱이로 몰려서 그렇다는 소문을 들려주고, 부산 국제시장에서 해물전골로 유명한 바다집의 여사장은 일일이 해물을 손질하는 바람에 굵어진 손가락 마디가 저자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사연 없는 우리들의 인생사가 없는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오랜 전통을 지금까지 이어오는 노포들이야말로 알마나 많겠는가. 대대손손 계속 이어나가 한국도 일본 이상으로 100년이 족히 넘는 노포들이 전국에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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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처럼 달달한 문장과, 최갑수 여행작가처럼 강렬한 사진과, 유홍준 교수의 해박한 인문학, 역사학적 고찰들을 죄다 종합한, 그야말로 완벽한 여행책은 개뿔. 이 여행책, 천상천하 유아독존, 슈퍼 그뤠잇한 '얍실' 여행책이다. 그러니 여행의 낭만과 감상, 추억을 원하는 분들은 과감히 덮어주시라. 대신, 이책엔 극강의 간편 여행 노하우와 짠내투어 꿀팁들이 총망라돼있다. 말하자면 초간편, 초얍실, 초알뜰 여행의 결정판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가성비 최고의 여행 노하우

 

책의 저자 신익수는 매일경제 여행 및 레저전문기자로, '초간편(얍실한) 여행'과 '총알투어' 끝판왕이다. 누구나 1박 2일쯤은 돼야 한다며 말렸던 한라산 백록담도 엄홍길 대장과 함께 당일치기 총알여행을 다녀온 인물이다. 다양한 TV 방송과 라디오에 고정 출연해 '초간편 여행, 당일치기 테마 여행' 코스만 설파하며, 마치 '3분 요리' 같은 새로운 총알 투어의 지평을 열어젖히고 있다.

 

길기연 코레일관광개발 전 사장과, 전계욱 지역 축제 전문가와 함께 쓴 <Go! Go! 익사이팅 테마 열차>와 <국가 대표 지역 축제 28> 역시 초간편 총알 투어로 일궈 낸 역작(역시나, 자부한다). 아예 초간편 여행을 떠날 때 필요한 '얍스' 여행의 팁만 죄다 묶어서는 <닥치GO! 여행>, <닥치GO! 여행 시즌 2 해외여행 Tip 편>을 떡하니 펴내기도 했다. '준비 없이 떠나라, 이기적으로, 얍실하게'라는, 초간편 여행의 모든 것 을 담은 책이 <당일치기 총알여행>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얍실신공'으로 중무장한 책이 바로 <짠내투어>다.

 

책은 총 3 파트로 구성되었는데, 제1 파트는 '짠내투어'의 이론편으로 비즈니스석 공짜 탑승법, 비행기 연착 보상법, 여권 싸게 발급받는 팁 등이 소개된다. 제 2 파트는 국내투어 실전편으로 공짜 스테이 명소, 1000원짜리 열차 등을, 마지막인 제 3 파트는 해외투어 실전편으로 환율 핵이득 여행지, 하루 3만원에 할 수 있는 시티투어 등을 제안한다.

 

시간이 부족하고, 그리고 주머니도 얇은 사람이라면 쉽게 여행을 떠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여행이란 출발부터 돌아올 때까지 모두 돈과 시간으로 해결해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행을 낭만, 감상, 그리고 추억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떠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 당장 덮어야 한다. 반면에 적은 돈으로 짧은 시간 내에 일상으로 돌아오길 원하는 얍실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적격이다.

 

 

 

 

짠내 여행공식

 

"해외여행 출발일만 바꿔도 10만 원 번다!"

짠내투어 이론편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밑줄 좍좍 별표 2~3개씩 해놓으셔야 한다. 여기에 나온 짠내공식만 잘 외워도, 이 책 산 본전은 뽑는다. 짠내투어 초절정 고수들만 아는 마법의 공식. 잘만 활용하면 같은 여행에, 10만 원 이상씩 싸게 갈 수 있는 놀라운 꿀팁이 될 수 있다. 딱 네 가지다.

 

3,6,9 공식~ 여행 패키지 출발일은 3/6/9월(단, 예약은 1/4/7월)

일화 공식~ 여행 출발일은 일~화요일 사이

항일 공식~ 항공권이 싸지는 마법의 요일은 '일요일'

이월 공식~ 여행사 이벤트 당첨확률이 가장 높은 요일은 '월요일'

 

 

승무원들의 짠내 필살기

 

"항공사 승무원이 꼽은 꿀팁"


절대로 남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꿀팁이란 게 있다. 즉, 나만 알고 싶은 꿀팁이다. 최고의 여행고수로 불리는 항공사 승무원들에게도 그들만의 알뜰여행 필살기가 있다. 다음은 여행의 달인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꼽은 알짜 팁들이다.

 

 

여행사 뒤통수치기

 

여행사는 기업이다. 수익을 내야 한다. 당연히, 소비자 등치는 다양한 '함정'을 만들어 놓는다. 여기서 잠깐. 짠내팁 첫 번째 노하우, 들어간다. 이름하여 역공법. 그러니깐, 여행사들이 파 놓은 함정을 역이용하는 고수들의 그뤠잇한 팁이다. 그렇다고 리스크가 없는 게 아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말처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제대로 걸리면 슈퍼 그뤠잇한 혜택을 손에 쥔다는 얘기다.

 

연합상품도 OK~ 현지 가이드 소속 여행사는 동일하다

옵션여행, 오히려 즐긴다~ 버킷리스트 옵션은 무조건 선택

중견 여행사를 노린다~ 직판가이므로 동일코스에 10% 정도 싸다 

대리점 미투 상품도 굿~ 무늬만 같다면 싼 패키지라도 오케이

 

 

여행 취소 수수료를 물지 않는 팁

 

가끔 스튜핏한 경우가 생긴다. 예컨대 지진 같은 천재지변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잡아놓은 해외여행, 취소를 해야 하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다. 항공이나 여행은 출발을 앞두고 취소를 하게 되면 취소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보통 1인당 200~300만 원까지 하는 유럽 여행의 경우 취소 수수료만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때 필요한 게 여행 취소의 기술이다. 꼭 외워두시길.

 

국내 여행상품의 취소 골든타임은 '10일 전'이다.

10일 기준으로 이전이면~ 전액 환불

출발 10일 전~ 20% 배상

출발 2일 전~ 30% 배상

출발 1일 전~ 50% 배상

당일~ 100% 배상

 

해외여행 예약 취소 골든타임 기준이 '30일'이다.

30일 이전~ 전액 환불

출발 20일 전(29~20일 사이)~ 10% 배상

10일 전(19~10일 사이)~ 15% 배상

8일 전(9~8일 사이)~ 20% 배상

하루 전(7~1일 사이)~30% 배상

당일~ 50% 배상

 

 

놀라운 공짜 스테이 명소  

선착순. 군대에 있을 때는 이 소리가 제일 싫다. 왜냐하면 체벌을 가할 때 통상 사용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여행에도 선착순이 있다.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시길. 늦으면 못 가는 '선착순 스테이'이므로. 대신 선착순에 대한 보상은 정말 화끈하다. 공짜다. 무료로 숙박할 수 있으니 깜짝 놀랄 가성비갑 스테이인 셈이다.

 

거문도 등대 스테이(거문도 남쪽 수월봉)

나주 뮤지엄 스테이(국립 나주박물관)

공짜 도서관 스테이(경기도 오산 꿈두레도서관)

 

 

무한리필여행

 

보통 먹방 분야에선 핵가성비하면 뷔페를 떠올린다. 일정 금액만 내면 조건 없이 무제한이므로 그냥 허리띠 풀고 뱃속으로 음식만 쓸어 넣으면 된다. 그런데, 여행에도 이런 게 있다. 마치 뷔페처럼 무한리필 즐길 수 있는 여행이다. 늦기 전에 달려가시라. 소문나면 금방 풀부킹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무한리필 기차여행, 내일로~ '내일로 티켓'을 구매

무한리필 고속버스여행, EBL 패스~ 익스프레스 버스 카드

 

 

 

 

해외여행도 짠내투어로

 

이밖에도 책은 해외여행을 싸게 가는 극강의 짠내투어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또 비자 값만 5만 원이 넘는 중국을 비자 없이 찍는 꼼수, 비행기값 들이지 않고 '원플러스 원' 덤으로 끼워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놀라운 비법도 소개된다. 특히, 한국보다 여행물가가 싼 유럽도시 특급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니 반드시 메모해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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