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4
The School Of Life 지음, 구미화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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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에 대한 우리의 공통된 생각은 대부분 관계를 시작하려고 할 때 마주치는 문제들에 초점이 맞춰진다. 낭만중의자들에게 사랑은 본질적으로 '발견'을 뜻한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러브스토리라 부르는 것도 사실 태반은 러브스토리의 '시작'이다. - '서문' 중에서

 

 

감성 지능의 양量을 증가시켜라

 

한국인이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한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는 현대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이 자기 이해, 연민, 의사소통의 결핍에 있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이 학교는 문화를 통해 감성지능을 계발한다는 목표를 지향하면서 문화적, 감성적 삶을 위한 중요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배움과 위로와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책을 출간하고 있다. 이 책 또한 그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인생학교'의 목표는 한 가지다. 바로 세상의 '감성 지능'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특히, '남녀관계', '일', '여가 생활', '문화적 측면'이라는 영역에서 말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조직인 '인생학교'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즉 세계적으로 컨퍼런스 개최, 숍과 관련 수업 운영, 기업 컨설팅, 도서 집필과 출판, 영화 제작, 제품 판매, 디지털 활동 등을 진행 중 이다.

 

우리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사랑'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삶에서 이를 뺀다면 마치 우리들이 황량한 사막이나 먼 행성에 홀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사랑은 대부분 관계에서 시작된다. 낭만주의자들도 사랑은 '발견'을 뜻한다고 여긴다. 아무튼 사랑에 있어서 투지가 넘치는 도전은 어떻게 오랫동안 사랑을 지속하는가와 상관 있다.

 

흔히 학창시절을 졸업하면서 공부도 종료되었다고 착각한다. 아니다. 공부는 졸업이나 나이와 관계가 없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죽는 순간까지 하는 것이 바로 공부이다. 이 책은 낭만주의적 애정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사랑은 느끼기만 하는 감정이라기보다 배워야 할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이 같은 전제를 바탕으로 부부관계를 둘러싼 사소하지만 중요한 이슈들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사랑은 익숙함에 끌린다

 

우리는 사랑할 때 행복을 추구한다고 믿지만, 사실 정말로 추구하는 것은 익숙함이다. 어른이 되어 맺은 관계 안에서, 어릴 적에 아주 익숙했던 그 느낌을 되살리고 싶어 한다. 게다가 그 느낌은 애정과 보살핌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 대부분이 초기에 경험하게 될 사랑은 과거에 통제 불능인 어른을 도와주고 싶거나, 부모 한쪽 의 온정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그 사람이 화를 낼까봐 두렵고, 다소 곤란한 바람을 터놓고 이야기할 만큼 안정감을 얻지 못하는 느낌과 같이 훨씬 파괴적인 원동력을 사랑으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너무 괜찮아서, 그러니까 왠지 매우 안정적이고 성숙하며 사려 깊고 믿음직해 보인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마음에는 그런 올바름이 낯설고 과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속을 태우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와 함께하는 삶이 더 행복할 것이 라고 믿어서가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해서 좌절감을 느끼는 편이 편하고 익숙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우자를 찾는 이런 과정을 정신분석학에선 '대상 선택'이라고 부르며, 비교적 건강하지 못한 패턴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반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끌림을 지배하는 요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의 본능, 즉 우리가 끌리거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강력한 암류암류는 우리가 너무 어려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을 때 겪은 복잡한 경험에서 비롯되며, 우리 마음의 곁에 계속 남아 있다.

 

그렇다고 정신분석학은 우리들에게 끌림과 관련된 관계의 모든 것을 바꾸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지성과 매력, 아량같이 긍정적인 자질을 원하는 열망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주 집을 비우거나, 상대를 무시하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금전관리를 못하는 등 아주 곤란란 기질을 가진 이들에게 숙명적으로 끌릴 가능성이 높다.

 

역설적으로 이런 곤란한 습성이 없으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애정을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 등의 인물에게서 정신적으로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그와 비슷한 면이 있거나, 심지어 부정적인 면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라도 절대 다가가지 못한다. 사랑에 관한 한, 지적이거나 시간관념이 명확하거나 과학에 흥미를 가진 사람을 결코 용납 못할 것이다. 단지 그런 성향이 일찍이 자신을 몹시 힘들게 했던 누군가의 특성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과민반응을 하는 이유

 

과민반응이란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거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 없는 상대방의 힘든 과거가 왜곡되어 표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 성공적으로 함께 사는 열쇠 중 하나는 과거의 두려움과 불안의 '전이'가 지금의 모든 행동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패션잡지를 보다가 농담조로 배우자에게 다른 청바지나 티셔츠가 어떠냐고 물을 때 갑자기 배우자가 돈도 빠듯하고 이미 다른 옷도 넘쳐나는데 왜 쓸데없는 얘기로 짜증나게 하느냐는 말을 할때 우리는 정나미가 떨어질 것이다.     

전이 개념은 관계에서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가장 실망스러운 행동을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를 통해 자칫 상대방 때문에 짜증만 났을 상황도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관계에서 늘 정신이 온전할 수 없다면, 나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친절한 행동은 나의 내면세계 중에서도 특별히 심하게 상처 입은 영역을 기록하고 안내하려고 시도한 지도를 건네주는 방법이다.

 

이런 지도를 만들 때 관건은 전이가 어디서 일어나는지를 알아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이 실험'을 이용해볼 수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로르샤흐 테스트이다. 이는 심리학자 헤르만 로르샤흐가 1920년대에 사람들이 닿기 힘든 자신의 속마음을 좀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고안한 방법이다. 로르샤흐는 모호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그게 무엇인지 얘기해 달라고 하면, 우리 안에 잠재하는 주된 두려움과 희망, 편견, 그리고 전제 중 일부가 자연스레 드러날 것으로 믿었다. 

 

모든 로르샤흐 테스트의 핵심은 이미지마다 정해진 진짜 의미가 따로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과거가 무엇을 상상하도록 만드냐에 따라 저마다 다른 의미로 본다. 다정하고 너그러운 성격 의 사람에게는 아래의 이미지가 가면처럼 보일 것이다. 두 눈과 늘어진 귀, 그리고 입을 가리는 부분이 있으며 볼에서부터 넓은 덮개가 길게 내려오는 가면이다. 반면에 고압적인 아버지 때문에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이라면, 힘 있는 누군가를 아래서 올려다본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넓게 벌린 두 발과 굵은 다리, 건장한 어깨, 그리고 공격 자세를 취하듯 고개를 앞으로 내민 모습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우리는 배우자에게 상당히 불쾌한 말을 자주 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그런 말을 내뱉는다. 반면에 다른 많은 사람을 대할 때엔 우리는 확실히 공손하다. 샌드위치 가게에 있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무척 상냥하고, 동료들과도 여러 가지 문제를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친구들과 있을 때도 거의 항상 유쾌한 기분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이런 영역에서는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 만큼 기대하는 것도 별로 없다.


우리가 부부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만큼 우리를 실망시키고 속상하게 할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같다느니, 빌어먹을 ×이라느니, 약골이라느니 하면서 막말을 하는 이유는 위험할 정도로 기대를 걸기 때문이다. 기대한 만큼 실망과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사랑이 주는 희한한 선물 중 하나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

 

우리는 첫눈에 반하는 순간을 즐겨야 한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우리가 흠모하고 우리 삶에 더 많이 채워지기를 원하는 자질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와인 바에서 본 그 사람이 정말로 대단히 묘한 매력을 지녔을 수 있다. 신선과일 코너 옆에서 언뜻 본 그 사람이 정말로 다정하고 훌륭한 부모가 되어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실은 이런 사람 역시 자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결정적인 면에서 자신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신랄하게 비판한다고 해서 우울해질 필요는 없다. 단지 낭만주의 문화가 부부관계는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며 지나친 상상력으로 가해온 압박을 덜어줄 뿐이다. 우리가 늘 명심해야 하는 사실은, 배우자가 이상형이 아니라고 해서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모든 관계가 실패하는 것 이 당연하다거나 개선되어야 한다는 증거도 절대 아니다. 누구나 어쩔 수 없이, 저주를 받지 않더라도, 악몽에나 나올 법한 그런 끔찍한 사람, '잘못된 사람'과 함께하게 된다.

 

 

성性에 대해 솔직해져라

 

성적 개방과 진보에 대한 이런 묘사가 아무리 현대 세대를 치켜세우는 내용이라도 편의상 한 가지 변함없는 진실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즉 우리가 여전히 섹스와 관련해 심한 갈등과 당혹스러움, 수치심과 야릇함을 느낀다는 점이다. 섹스는 깔끔하게 사랑과 일치되기를 거부하고 여느 때처럼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오히려 단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우리는 섹스를 밝고, 모험적이며, 강박적이지 않고, 깔끔하며, 충실하고, 안정된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알고 있고, 그것이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믿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섹스에 관한 관점은 대부분 유별난 편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정상적이라고 여기는 모습이 지독하게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적 취향이 어떤 것인지는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사람에게 솔직히 말하기가 아주 두려운 부분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언제나 본능적으로 자신의 욕구와 취향 중 일부만 공유하는 데 머물 뿐 더는 드러내지 않는다.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가질까봐 겁이 나서다. 사랑을 받을 것인가 솔직해질 것인가 하는 선택을 놓고 대부분의 사람은 전자를 택한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성적 충동에 부담을 느낀다. 괴로워하면서도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고 죽는 편이 낫다고 느낄 것이다.

 

 

애정관

 

낭만주의자는 사랑을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싶어 한다. 그들은 인생의 안내자로서 직감을 찬양하고 이성은 경계한다. 또한 자신과 어울리는 연분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거나, 관계가 끝났다는 것은 느낌으로 알 수 있다는 견해를 좋아한다. 그들의 눈에는 어떤 판단이나 기분을 너무 열심히 캐묻는 행위가 냉정하고 잔인하게도 보인다. 특히 감정을 일일이 분석하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장되고 모호한 언어와 불분명한 표현 방식을 무척 존중하는데, 그것이 사랑과 친밀감이 가진 소중하지만 형언하기 힘든 면을 나타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장단점을 따지거나 부부관계에서 정확히 어떤 것이 효과적이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지 일일이 설명하려고 애쓰는 것이 특별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에 고전주의자는 직감을 경계한다. 이들은 이미 종종 쓰라린 경험을 통해 자신의 느낌이 얼마나 잘못 이해하고 착각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느낌을 상당히 회의적으로 신랄 하게 바라본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행위와 그 이유를 따져 묻는 행위 사이에 전혀 갈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들은 명료한 표현 방식을 선호하며 영리한 12살짜리 아이가 이해할 만한 언어를 좋아한다.

 

 

사랑은 본능이나 느낌이 아니다

 

낭만주의 소설은 주인공들이 서로 정신적으로 얼마나 잘 맞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낭만주의의 사랑은 우리의 나머지 반쪽이자 정신적 쌍둥이를 발견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사랑은 훈련이나 교육과 아무 관련이 없다. 사랑은 본능이고 느낌이다. 그래서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설명하기 어렵다.

 

고전주의 소설은 남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비밀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외로움도 있고, 타협도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또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사랑은 자연이 준 타고난 재능이나 느낌이 아니라고 믿는다. 따라서 아래의 요건을 어느 정도 갖출 때 마침내 바람직한 사랑을 할 준비가 되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바람직한 러브스토리의 조건

 

완벽하기를 단념할 때

나를 완벽히 이해해 주리라는 희망을 버릴 때

우리가 제정신이 아님을 깨달을 때

충고를 잘 받아들이고, 또 침착하게 충고할 때

서로 잘 안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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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 가치투자의 교과서『증권분석』핵심 요약판
벤저민 그레이엄 지음, 프레스턴 피시.스티그 브로더슨 요약, 김인정 옮김 / 이레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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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 <증권분석>을 처음 읽었다. 아니, 읽으려고 노력했다는 편이 옳겠다. 이 책이 투자에 최고의 조언을 가득 담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았지만, 책 속의 정보를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여러 투자자와 이야기를 나눈 끝에 모두들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요약판 저자의 글' 중에서

 

 

주식투자를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요약판을 공동 저술한 스티그 브로더슨과 프레스턴 피시 역시 이 책을 이해하는데 고전을 면치 못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들이 요약판을 펴낸 이유는 벤저민 그레이엄이 제시한 투자 철학과 중요한 전략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여기서 얻게 될 지혜의 값어치가 무궁무진하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원전 <증권분석>의 핵심만 정리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원전의 이해를 돕고, 나아가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투자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정보나 회계방법 등은 현 시대의 상황에 알맞게 별도의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따라서 요약본인 이 책을 원전과 함께 읽는다면 소위 가치투자자의 대부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 철학과 기법 그리고 현대에 맞는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지침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다른 책은 필요 없다! <증권분석>은 투자에 관한 가장 훌륭한 책이다!"
-워런 버핏-

 

원저자 벤저민 그레이엄은 1928년부터 1957년까지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강의를 맡아 주가수익비율, 부채비율, 배당실적, 장부가치 및 이익 증가율 검토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그레이엄은 가치투자의 창시자로 유명하다. 가치투자 개념은 그가 1928년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면서 시작해 데이비드 도드가 다듬은 투자 접근법이다.

 

요약본의 저자 프레스턴 피시금융투자전문 기고자이며, 더인베스터즈팟캐스트닷컴의 공동진행자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다수 저술하였으며, 파일런홀딩컴퍼니의 설립자이다. 버핏북스닷컴이라는 무료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억만장자인 워런 버핏처럼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공저자인 스티그 브로더슨재무학 석사학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영분석을 공부하고 있다. 스티그는 더인베스터즈팟캐스트닷컴의 공동 진행자이며, 대학에서 재무회계, 투자, 경제학을 강의하는 교수이다. 스티그브로더슨홀딩컴퍼니와 버핏북스닷컴을 설립하였다.

 

 

 

 

내재가치의 개념

 

분석이란 사실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해 논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행위이다. 하지만 투자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정밀과학은 아니다. <증권분석>은 내재가치에 관한 논의를 시작한다. 이의 개념을 자세하게 정의하지 않지만, 수많은 변수가 내재가치를 결정한다고 간접적으로 제시한다. 내재가치 산출의 핵심은 장부가치와 이익 창출능력이 맞물려 반영된다는 데 있다. 그레이엄은 주식시장을 단기적으로 예측하고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후 이에 관해 논의한다.

 

그레이엄은 우연적 요소가 증가할수록 분석도 가치를 잃는다고 주장한다. 이는 매우 중요다. 전문적으로 표현했지만, 쉽게 말하면 '안정적이지 않은 사업을 분석하는 것은 결국 가치 없는 분석'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증권분석이란 사실을 찾아내 적용하고,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밝혀내는 행위라고 기술하며 마무리한다. 이와같은 분석 행위를 안정적인 기업에 적용함으로써 규정하기 쉽지 않은 내재가치를 파악하고, 투자 자본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의 회피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얻는 수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전에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레이엄은 한 가지 중요한 사례를 제시한다. 연간 표면이자로 20달러를 지급하는 저수익 채권 A가 1,000달러에 거래된다. 채권 B는 같은 가격에 표면이자로 70달러를 지급하지만, 20대1의 확률로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즉,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셈이다. 

 

이 사례를 통해 그레이엄은 채권투자의 위험을 이렇게 설명한다. 채권 B에 투자한 사람이 부담하는 위험은 피해액을 전액 보장하는 주택화재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보험사가 떠안는 위험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차이가 있다면 보험사는 위험 상황이 발생할 통계적 확률을 즉시 측정할 수 있지만, 분석가는 더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결론적으로 그레이엄은 추가 표면이자 50달러는 20대1의 원금손실 확률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유동자산에 주목하라

 

일반적으로 재무상태표의 고정자산은 채권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반면에 그레이엄은 유동자산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 유동자산은 재무상태표상의 현금 및 현금등가물을 일컫는다. 현금등가물은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는 재고 등을 포함한다. 이런 자산을 일반적으로 유동자산, 당좌자산, 운전자산이라고 한다.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회사의 유동자산이 유동부채를 초과하는 것이다. 이를 유동비율이라고 하는데, 굳이 해석하자면 현금성 자산으로 1년 내에 상환이 도래하는 유동부채를 상환가능한가를 나타내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이 비율은 높을수록 좋고 보통 100% 이상일 때 건전하다고 판단한다. 한편, 유동부채를 초과하는 유동자산을 운전자본이라고 한다.

 

운전자본의 3가지 필수 조건

 

1. 보유 현금이 충분할 것

2. 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 비율이 높을 것

3. 장기채 대비 운전자본 규모가 적정할 것

 

 

투자의 관리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자신의 투자금을 증권회사 직원에게 또는 투자전문가에게 일임했더니 큰 손해를 보았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사실상 누가 투자를 지휘할 것인가 하는 것은 어려운 질문이다. 시간과 지식이 있다면 투자자 자신이 될 것이고, 중개인이나 금융상담전문가와 같은 대리인을 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자로서 가장 큰 우려 사항은 잠재적인 '전문가'들이 자신의 사리사욕私利私欲을 추구하는 것이다.  

 

많은 투자은행에는 고객에게 팔아야 하는 증권이 쌓여 있으므로 투자자는 그런 종목의 투자 안내를 권유받을 때에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 이것이 투자자의 기본 자세이다. 그렇기에 그레이엄은 상업은행, 투자은행, 뉴욕증권거래소 회원사, 대형 신탁회사의 자문 부서, 독립 투자 상담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관해 상세히 설명한다. 투자자자라면 적어도 이 정도의 기본지식을 갖춰야하기 때문이다.

 

 

보통주 가치평가의 방식

 

그레이엄은 보통주 가치평가 방식이 급격히 달라진 것은 과거 데이터를 활용해 얻는 결과가 종잡을 수 없는 데다, 미래 이익 잠재력은 저항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1920년대의 불안정성은 신新경제의 특징이었다. 대형 기업은 부실을 겪거나 규모가 작아졌고, 이제까지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기업이 크게 성장하며 인상적인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을 지배하기도 했다.

 

이처럼 불안정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탄탄한 기업을 찾는 기존 방법이 폐기된 것은 당연하다. 1930년대 초반에는 많은 기업이 청산되었다. 청산 사례에서 재무제표상의 고정자산은 거의 가치가 없었다. 이 경험을 통해 투자자들은 장부가치나 순자산가치를 더 이상 중요시하지 않게 되었다. 즉 새로운 인식이 생겨났던 것이다. '보통주 가치는 기업의 미래 이익에 전적으로 좌우된다'

 

새로운 논리를 뒷받침하는 설명

 

배당은 보통주 가치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자산가치와 이익 창출능력 간에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

성장 모멘텀을 보여줄 때를 제외하면 과거 실적은 의미 없다

 

 

감가상각비

 

그레이엄은 감가상각 처리 기준을 자신의 취득원가로 해야 하는지, 아니면 현재 시가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를 한다. 분명히 후자가 더 정확하지만 적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감가상각비는 합병 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비용이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숨은 감가상각비다. 단기 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감가상각비를 처리하는 문제를 용인하거나 감가상각비를 생략하는 관행이 있어 왔다. 석유업과 가스업의 무형자산 상각을 다루며 감모Depletion 개념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원유나 가스 매장량은 점차 고갈되기 때문에 감가상각과 마찬가지로 해당 자산의 가치를 상각해 이익에서 차감해야만 한다. 투자자에게는 매우 복잡할 수 있는 주제인 만큼 그레이엄은 다양한 접근법으로 감모상각을 설명한다.

 

 

매력적인 보통주

 

그레이엄은 월스트리트 기준을 좋아하지 않고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첫째, 평균 주당순이익의 20배를 크게 상회하는 주식들이다. 이런 주식들은 높은 주가 자체만으로도 투기 거래 대상이 된다. 다시 말해 미래에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해야만 그처럼 높은 주가를 정당화할 수 있다.

 

둘째, 평균 주당순이익이 높아서가 아니라, 이익의 불안정성이라는 투기적 요소로 인해 투기 거래 대상이 되는 주식들이다.

 

셋째, 투자 대상으로서의 자질을 가늠하는 계량적 시험을 통과한 주식들이다.

 

계량적 시험 통과 요건

 

상당히 안정적인 이익을 기록해왔다.

주가 대비 만족스러운 평균 이익을 기록해왔다.

재무구조가 충분히 보수적이며, 운전자본이 풍부하다.

 

 

투자은행의 새로운 역할 

증권 발행과 관련해 투자은행의 두 가지 임무는 서로 이해관계가 충돌할 여지가 있다. 투자은행은 발행 주체와 거래를 하는 동시에, 발행 주체에게 약속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일반투자자와도 별도의 거래 관계를 맺는다. 투자은행은 수고의 대가로 보상을 받는데, 보상 범위에 따라 일반투자자와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투자은행은 일반투자자의 대리인인가, 아니면 발기인 역할을 하는가? 후자라면 일반투자자는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 발행 관련 정보가 완전히 공개되더라도 최고로 숙련된 분석가만이 그것을 활용할 수 있다. 정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일반투자자에게는 정보의 완전 공개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서일까? 그레이엄의 수제자 격인 웨렌 버핏의 일과는 투자대상 주식의 사업보고서를 탐독하는 일의 연속이다.

 

 

시장분석 

마지막 장으로 시장분석이 증권분석을 대체,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면서 책을 마감한다. 시장분석이란 오늘날의 '기술적 분석'을 의미하는 것으로, 두 가지 형태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먼저 과거 가격 움직임만을 이용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레이엄은 논리적인 추론을 거쳐 네 가지 결론을 제시하고, 이러한 분석은 불가능하다고 마무리한다.

 

또 다른 주장은 시장 외적인 요인들로 미래 시장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련업체의 고로와 같이 주식시장과는 관련이 없는 요소가 언급된다. 이 요소들에는 인과관계가 없으며, 무작위의 연관성이 발견될 뿐이다. 금리를 비롯한 기타 요인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문제는 시간, 즉 시점이라는 요소이다. 결국 시장분석은 쓸모가 없다는 것이 그레이엄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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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트릴레마 - 삼중고에 빠진 부채, 어떻게 풀 것인가
김형태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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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부채에 쪼들린 사람들은 병원 치료를 연기하고 결혼을 미루고 집 구매도 포기한다. 이 정도면 부채가 한 사람의 일생을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부채 부담이 커지면 고정적으로 갚아야 하는 이자 때문에, 위험을 부담하는 창업을 포기하고 정기적으로 월급을 주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한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프롤로그' 중에서

 

 

"다음 경제위기는 학자금부채에서 비롯된다"

 

이는 다소 생뚱맞게 들리지 몰라도 미국의 이코노미스트들이 현 미국 경제상황을 진단한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이 미국에만 해당될까? 결코 아닐 것이다. 한국은 오히려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이다.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너무나도 뜨거워 자녀들이 대학교를 가지 못하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나는 듯 생각하기 때문에 학비지원이 어렵더라도 우선 빚을 내서라도 입학부터 시킨다.

 

저자 김형태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금융과 재무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MIT와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연구를 이어나가다 귀국해선 자본시장연구원장으로 6년간 재직했다. 사모투자펀드(PEF), 주식연계증권(ELS), 자본시장법 제도화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고 국민경제자문위원, 금융발전심의위원, 한국거래소 및 코스닥증권 경영자문위원을 역임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객원교수로 연구와 강의를 했고, 새로운 시각에서 경제, 금융시장, 기업을 연구하는 글로벌금융혁신연구원을 미국에 설립해 CEO 겸 원장으로 정책 자문, 비즈니스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다양한 벤처기업, 금융회사 그리고 주정부를 컨설팅하면서 '부채 개혁'과 '부채 너머의 미래 세상'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됐다.

 

 

 

 

3개의 목표 중 2개는 달성할 수 있지만 3개를 동시에 달성불가능한 상태를 트릴레마라고 말한다. 이 책의 주제로 제한할 경우 대학교육의 확대, 가계부채의 축소, 그리고 정부부채의 축소라는 3가지 목표를 동시에 한꺼번에 달성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대학교육의 확대는 가정을 나아가 국가를 이끌 미래 인재의 양성이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이므로 이는 가계 또는 정부의 부담 중 하나는 유발하기 마련이다.

 

반면에 가계부채와 정부부채를 동시에 축소한다면 대학교육의 확대는 지장을 받는 게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 경우 단순히 부채 차원에만 집착한다면 부채 트릴레마의 해결책은 나올 수가 없다. 이와같은 트릴레마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차원을 도입해야만 한다. 저자가 말하는 해결책은 '소득나눔 학자금' 또는 '학자금지분'의 도입이다.

 

위의 두 가지 방안 중에서 소득나눔 학자금이란 미래소득의 일정 퍼센트를 일정한 기간 자금공급자와 나누기로 약속하고 대학등록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렇게 된다면 학생들은 부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므로 가계부채나 정부부채를 늘리지 않아도 대학교육의 확대가 무리없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부채란 무엇인가?

 

최근에 들어 경제 이슈와 관련해 가장 많이 듣는 주제어 중 하나가 '부채'다. 즉 가계부채, 학자금부채, 정부부채, 기업부채 등등 말이다. "과연 부채란 무엇인가?", "부채를 부채로 만드는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등의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다면 부채문제의 90%는 풀린다. 이처럼 부채의 본질과 본모습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비로소 부채문제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고, 나아가 부채라는 차원을 넘어서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모색할 수 있다. 

 

부채에 관한 기록은 그 역사가 수천 년을 넘고 있을 정도이다.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그 기록을 찾았다고 한다. 정말 그 생명력이 대단하자고 말할 수밖에 없다. 부채의 생명력은 어떻게 이토록 끈질기게 살아남아 그것도 날로 번창하면서까지 우리들은 어렵게 만들고 있을까? 결론은 자명하다. 부채를 승자勝者로 만들어준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채의 본질적 특성

 

부채는 차입자의 개별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부채는 이자를 조금씩 갚다가 뭉칫돈인 원금은 나중에 갚는다

 

 

과도한 정부부채

 

경기가 침체되면 국민소득이 늘지 않고 소득이 늘지 않으면 세금을 늘리기 쉽지 않다. 거래가 위축되니 거래세도 준다. 결과적으로 생기는 현상이 정부부채 발행 증가다. 이 경우 정부부채 증가는 결과다. 정부부채가 늘더라도 재정투입을 확대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 케인지안(케인즈학파)의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정적자가 쌓이고 정부부채가 일정 수준, 즉 부채수용력을 넘으면 오히려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연구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경우에는 과도한 정부부채가 '결과'가 아니라 경제회복과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 결과라면 이미 결정된 것이니 고칠 수도 없고 논란이 많지 않다. 원인이라면 신속히 고쳐야 한다.

 

정부부채가 경제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정부의 부채를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부채를 사용하야 한다. 그러나 집권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서 나중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선심 행정과 복지를 마구잡이로 집행함으로써 부채를 크게 증가시켜 국가신용등급을 하락시킨다면 이는 국가 경제에 위험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정부부채에 가깝다

 

정부의 책임 또는 부담이란 측면에서 보아도 가계부채는 정부부채에 가깝다. 가계부채가 잘못되었을 때 정부부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에는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지만 가계에는 적용할 수 없다. 가계는 '창조적 구제'의 대상이지 창조적 파괴의 대상이 아니다. 가계는 정치적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기업과 다르다. 기업은 투표권이 없다. 삼성전자라도 대통령 투표권이 없다.

 

투표권 때문에 가계의 부채가 일정 범위를 넘어서면 아이로니하게도 스스로 자생력을 갖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마치 연중행사를 벌이듯 거론되는 '부채탕감' 시행처럼, 어떻게든 정부가 개입해 처리해줄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가계부채는 정부부채와 함께 생각해야 한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가계부채 특히 학자금부채는 정부부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소득나눔 학자금 제도의 도입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 제도의 도입이 적극 논의되고 추진되고 있다. 최근 논의의 두드러진 특징은 과거의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을 넘어서 학자금대출의 기본 특성 즉 '부채'라는 성격 자체를 직접적으로 공격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라마다 특성이 달라서 다양하게 반영되기는 하지만 혁신의 기본 방향은 일치한다.

 

부채의 빡빡함을 완화하고 융통성을 늘리는 것이다. 학자금의 부채적 성격을 줄이고 지분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분적 성격의 강화란 바로 '상태의존적 계약' 형태를 갖게 된다는 뜻이다. 상태의존적 학자금에서는, 자금조달자인 대학생들의 미래수입 정도나 경제적 상황여부에 따라 상환금액의 패턴이 달라진다. 즉 상황이 어려우면 적게 갚고, 정상적이면 평상시대로 갚고, 상황이 좋으면 좀 더 많이 갚는 구조다. 부채처럼 경직되지 않고 유연하다. 

 

 

정부의 부채수용력

 

부채수용력과 부채총량불변의 법칙을 합해서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가계부채든 기업부채든 없어지지 않고 정부가 부담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정부의 부채수용력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정부가 자기부담으로 전환시켜 부담할 수 있는 부채수준에는 한계가 있다. 부채수용력을 초과하는 국채발행은 국가신용등급을 하락시키고 안전자산이었던 국채를 위험자산으로 전락시킨다. 몰라서든 아니면 알기는 하는데 '뭔 일이야 있겠어?'라는 방만한 생각에서든 이 한계점을 넘으면 국가경제가 치명적 위기를 맞게 된다. 그리스 위기처럼 말이다.

 

물론 소득을 높이면 부채를 갚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부채는 가계든 정부든 소득이 많이 부족해서 생겨난 게 대부분이다. 따라서 소득을 올리는 것은 정책적 목표가 될지는 몰라도 부채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수단이 되기가 어렵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좌우한다

 

책에는 교육화폐가 거론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요즈음 부실 우려가 큰 가상화폐 때문에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이는 교육전용이기에 다른 용도로는 사용 불가능하다. 이를 탈러('티칭'과 '달러'의 합성어임)라고 부르는데, 대학등록금으로 납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주정부가 주립대락에 탈러를 등록금으로 받도록 독려하고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대학이 탈러를 가져오면 달러로 교환해주고, 탈러 등록금 학생을 정원외로 인정해준다.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 상당히 많은 가계에서 학자금대출을 이용한 후 상환 압박을 받고 있는 게 국내의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매우 신선한 해결책으로 다가온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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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 메이커스 - 세상을 사로잡은 히트작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데릭 톰슨 지음, 이은주 옮김, 송원섭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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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어는 바로 '히트(hit)'다. 이제부터 나는 대중문화와 미디어 부문에서 비교 불가능한 엄청난 인기와 함께 상업적 성공을 거둔 극소수 제품이나 기발한 아이디어에 관해 논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말하려는 핵심은 무엇일까? 최고 인기를 누린 노래나 TV 프로그램, 블록버스터 영화, 인터넷 밈,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앱을 보면 알 수 있는 점이 있다. 바로 이런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 이런 문화적 현상은 일정한 규칙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 겉으로는 그저 우연한 결과물로 보여도 '히트' 상품은 몇 가지 핵심 요소에 따라 결정되는 '과학적' 결과물이다. - '서문' 중에서

 

 

히트작은 과학적 결과물이다

 

"문화 생태계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비결은 무엇인가?"

"같은 아이디어임에도 성공하는 것과 실패하는 것의 이유는 뭘까?"

 

이 책은 창의력이나 결정적인 한 방의 아이디어라는 게 어느 날 '침대에 누워 공상을 하는 동안' 저절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들에게 가르쳐준다. 또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신념과 설득력 그리고 실현에 대한 의지가 없는 한, 하나의 아이디어 자체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점도 이 책은 우리들에게 알려준다. 이처럼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히트작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책의 저자 데릭 톰슨은 <애틀랜틱(THE ATLANTIC)>의 부편집장으로 경제와 미디어 부문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미국 언론계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저널리스트로 평가받는 그는 <INC.>와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미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의 <히어앤드나우>에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BBC, CBS, MSNBC의 여러 TV 프로그램에 경제, 미디어 분야 전문가로 출연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더데일리비스트>, <슬레이트> 등에서 행동 심리학부터 문화산업계의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비즈니스 저널리스트로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는 최고 인기를 누린 노래나 TV 프로그램, 블록버스터 영화, 인기 있는 앱들이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일정한 규칙에 따른 결과물이라면서 어떻게 특별함과 친숙함의 황금비율을 찾아낼 수 있는지, 또 이런 히트작들이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었는지 그 기제와 과정을 고찰하며 이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저자는 그러한 핵심 요소에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 아이디어 전파 수단인 소셜 네트워크, 문화 시장 경제학 등이 포함된다고 말하며, 문화 생태계에서 대중이 좋아하는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비결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소비자가 관련 정보를 모를 때 기업의 브랜드는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소비자가 자신들이 원하는 제품의 진정한 가치를 모를 때는 해당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 설명서에 의존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혼자서도 그런 정보, 즉 제품의 절대적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면 광고나 브랜드는 무시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스탠퍼드대학교 마케팅학과 이타마르 시몬슨 교수와 소프트웨어 회사 임원 출신인 엠마뉴엘 로젠은 자신들의 이론을 '절대 가치론'이라 칭했다. 이들은 인터넷 기술이 정보의 홍수를 만들고 수많은 제품의 광고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50년대에는 소수 TV 채널이 대통령의 정책 비전을

각 가정의 거실에 전달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 더는 아니다.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수많은 케이블 TV가 기존 소수 TV 채널을 대신한다. 소셜 미디어가 정당 지도부의 권력 기반을 흔든다. 인터넷이 기업의 브랜딩 가치를 약화하고 있다. 라디오와 TV 방송의 영향력이 다양한 미디어로 분산되고 노출 채널이 증가함에 따라 음악, 영화, 미술, 정치 부문을 비롯한 모든 시장에서 어떤 것이 인기를 얻을지를 예측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요즘은 소통 및 정보 제공 플랫폼이 너무 많아서 대통령이나 공화당, 코카콜라 등 그 어떤 존재도 이 모든 미디어를 전부 소유할 수는 없다.

 

 

친숙한 놀라움을 추구하라

마야MAYA법칙, 이는 이 책의 핵심이다. 즉 '가장 진보적이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영역 안에 있는Most Advanced Yet Acceptable'이란 개념에 동의한다. 1950년대 미국을 대표할 만한 비행기, 기관차 그리고 자동차는 모두 레이먼드 로위의 펜 끝에서 나왔다. 그가 오늘날의 디자이너들에게 전하는 가르침과 교훈은 아래와 같다.

 

첫째, 사람들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해도 적어도 창작자보다는 더 많이 알고 있다

둘째, 친숙한 뭔가를 팔려면 놀랍게 만들어라

셋째,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가 그런 자신이 이미 뭔가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레이먼드 로위

 

'친숙한 뭔가를 팔려면 놀랍게 만들어라. 놀라운 뭔가를 팔려면 친숙하게 만들어라'

 

진보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친숙함의 가치에 주목하고 막스 플랑크의 경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즉 아무리 훌륭한 과학적 발견이라도 주류 사고와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극렬한 저항에 부딪힌다. 훌륭한 예술이나 제품은 그것을 향유하는 대중과 동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 그러나 사람들이 유창성에 끌린다고 해서 터무니없을 정도의 극심한 단순성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야 원칙의 핵심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복잡성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이야기의 힘

관객이 원형에서 벗어나지 않는 비슷한 이야기만 좋아하고, 그래서 시나리오 작가들도 전부 비슷한 이야기만 쏟아낸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와 같은 저자의 궁금증에 관해 헐리우드 영화 제작자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 시장에서 어떻게 흥행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 비결을 알고 싶어요?"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특정 장르에서 흥행하는 공식이 25가지가 있다면 이 가운데 딱 '한 가지'만 바꿔보세요. 너무 많이 바꾸면 장르의 정체성에 혼동이 생길 수 있어요. 이렇게 장르의 정체성이 무너지면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뒤죽박죽 상태가 돼버려요. 25가지 전부를 다 바꾸면 그냥 패러디죠"

 

단 한 가지만 바꾼다는 영화 제작자의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한 가지를 바꾸는 것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고전 서부 활극의 배경을 우주로 옮겨놓는 것만으로 새로운 스페이스 오페라가 탄생하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스타워즈>는 열살짜리 소년이나 기호학에 빠진 과학자나 똑같이 환호하는 이야기다.

 

 

 

 

근거 없는 바이럴 신화 

슈퍼볼을 지켜보는 시청자가 1억 명이 넘을 정도로 방송 전파의 위력은 엄청나다. 가장 인기 있는 뉴스 웹 사이트의 일일 방문자 수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무언가가 인기가 있다는 혹은 빠르게 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 아는 것만으로는 그것이 반드시 바이러스처럼 급속도로 퍼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인터넷에서는 모든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퍼질 것 같아도 사실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거나 심지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야후 연구자들은 인터넷상에서의 인기는 "최대 전파 단위의 크기에 좌우된다"라고 결론 내렸다. 말하자면 디지털 블록버스터는 '1 대 1'로 접촉하는 순간이 100만 번이나 발생해서 이뤄진 결과(예: 바이러스성 확산)가 아니다. '1 대 100만'이 접촉하는 순간이 3~4번 정도 발생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히트작의 세계로까지 이 논리를 확대 적용해보자면 글, 노래, 제품은 우리가 처음에 봤던 그림처럼 퍼지지 않는다. 인기 있는 제품과 아이디어는 대부분이 같은 출처에서 동시에 수많은 개인으로 퍼져 나가는 '블록버스터의 순간'을 지니고 있다. 그 모양은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는 형태가 아니라 아래 사진과 같은 형태다.

 

 

 

규모의 역설을 활용하라

 

조지 루카스는 영화 <스타워즈>의 시청자를 열 살짜리 아이로 보고 제작했으며, 페이스북도 처음엔 하버드 대학생들을 겨냥해 설계한 플랫폼이었다. 이처럼 처음부터 전 세계를 연결하려는 원대한 계획에 따른 게 아니었다. 요하네스 브람스 또한 한 아이의 엄마를 위해 <자장가>를 작곡했는데, 이 곡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표적의 규모를 작게 잡을 때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는 아마도 작은 표적을 염두에 뒀을 때 상품 자체의 품질(상품 제작에 집중한 결과)과 네트워크의 품질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상당한 애착을 느끼는 상품이나 생각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고등학생 패거리, 사이비 종교 집단, 이념 집단 모두가 표면상 주류에서 벗어나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집단은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그러나 디지털로 연결된 상업적 세계에서는 소집단이 광적으로 추종하는 히트 상품에서 수익을 창출하기가 훨씬 쉽다. 이는 다시 말해 수익이 나는 방향으로 '규모의 역설을 활용'한다는 의미다.

 

 

히트작의 비밀을 알게 된다

 

시장을 호령한 히트 상품의 탄생 비화를 알고 싶거나 그림 <모나리자>가 명화가 된 사연, 그리고 브람스의 <자장가>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나가 지금까지도 세계적인 자장가가 된 이유 등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 읽어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면 된다. 그러면 지금까지 몰랐던 히트작의 비밀을 새롭게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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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의 신, 혼마 - 주식시장의 캔들차트와 사께다 전법의 창시자, 개정판
혼마 무네히사 원저, 이형도 편저 / 이레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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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 관한 한 영원한 승리자인 혼마 무네히사. 그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 일본인들이 우리말로 귀신같은 존재, 즉 '데와의 텐구天狗'라 불렀던 혼마 무네히사. 그리하여 일본 최고의 부자가 되었고 혼마가를 일본 제일의 가문으로 만들었던 장본인. 이 책을 통해 국내 최초로 그의 삶과 어록, 비법을 발굴, 소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 '책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캔들차트의 창시자 혼마 무네히사

 

이 책의 원저자 혼마 무네히사는 도쿠가와 막부 8대 쇼군인 요시무네吉宗 치하, 1717년에 데와에서 태어나 23세에 사카타의 상인 집안 혼마가의 양자가 되었다. 그 후 오사카 도오지마 곡물거래소에서 신출귀몰한 거래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 혼마 가문을 에도시대 천하제일의 부자로 만들었다. 일본인들은 그를 상인의 하늘, 거래의 신이라고 부른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캔들차트의 고안자이며, 매매법으로 '사카타 5법'을 정립했다.

 

사카타는 해가 쨍쨍하고, 도오지마는 흐리고
에도의 쌀창고 앞에는 비가 내리네.
아, 혼마님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적어도 번주님만큼은 되고 싶어라.

 

지금의 일본 야마가타현 사카타 지역을 중심으로 불리었던 이 오래된 속요는, '번주'와의 대조를 통하여 범접 못할 부의 세계에 있던 혼마 무네히사의 위세를 노래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 속요에서 노래하고 있는 '혼마'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그의 삶과 가문에 대한 숨겨져있던 사실들을 재구성하여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의 상인정신과 그만의 연금술 58가지를 소개한다.

 

 

 

 

'사카타 5법'은 '삼산三山, 삼천三川, 삼공三空, 삼병三兵, 삼법三法'을 말한다. 현대 주식시장에서도 이를 응용하여 캔들 조합에 따라 무슨무슨 패턴이라 정형화시키고 있지만 정작 그 의미와 깊이는 혼마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단순히 '산이 세 개 있어서 삼산이고, 이런 패턴은 하락을 암시한다'고 외워서는 실제 시장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무엇이 삼산을 형성시키는지, 삼산이 완성되면 추세적으로 하락하리라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지, 근저에 깔려 있는 인간의 심리까지 꿰뚫어야 한다.

 

삼산~ 삼산(三山)은 천정에서 나타나는 모양으로 요새 말하는 헤드 앤 쇼울드 형이다.  헤드 앤 쇼울드 형은 가운데가 양쪽 봉우리 보다 높지만 혼마는 봉우리의 모양은 문제 삼지않는다. 천정에서 세개의 봉우리가 나타나고 세번째 봉우리가 하향이탈할 때는 팔아야 한다.

 

삼천~ 삼천(三川)은 바닥에서 나타나는 모양으로, 역 헤드 앤 쇼울드 형을 말한다. 이를테면 삼중바닥이다. 바닥에서 봉우리 3개가 아래로 향하고 있는 모양이 내 川자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모양이 바닥에서 나타날 때에는 봉우리(직전고점)을 돌파할 때 반드시 매수한다.

 

삼법~ 삼법(三法)이란 하락 3법 또는 상승 3법을 일컫는다. 이는 상승1-2-3파, 하락 1-2-3파에 해당하는 말이다. 상승 시에는 상승 1파후 조정 2파가 올때 매수한다. 소위 눌림목이다. 하락시에는 하락1파후 반등 2파가 올때 매도한다. 기술적 반등이므로 추가하락에 대비해 매도한다.

 

삼병~ 삼병(三兵)은 적삼병과 흑삼병을 말한다. 천정에서 흑삼병은 강력한 하락의 신호다. 그러므로 매도한다. 바닥에서 적삼병은 강력한 상승의 신호다. 매수로 대응한다. 

 

삼공~ 삼공(三空)에서 공이란 빌 空이다. 갭으로 상승하는 경우다. 상승파가 진행중일 때 갭 상승이 세번 나타난다면 시세의 과열을 나타내므로 매도로 대응한다.

 

 

캔들의 내면을 읽어보자

 

캔들의 내면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캔들이 형성된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250여 년 전에 혼마 무네히사가 하루의 거래를 마치고 손으로 캔들을 그리던 것처럼 그날 하루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대한 회상과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판단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거래는 수백 수천 번 일어나고, 사람들은 이익을 내기 위해, 이익을 지키기 위해, 손실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형성되는 것이 당시의 쌀 가격이었다.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생각으로 거래에 임하고,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거래에 임한다. 이들 중에는 이익을 내기도 하지만 실패할 경우도 있다. 이익을 내게 되면 포만감과 여유가 생겨 휘파람을 불며 거래가 열리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손실이 커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좌절감이나 자괴감, 참담한 마음과 의욕상실 등이 그들을 삼켜버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하루를 보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도오지마 곡물거래소의 하루라고 할 수 있는 거래시간이었다.

 

 

사카타 5법 중 삼천三川의 의미

 

사카타 5법 중 삼천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삼천이란 글자의 모양뿐 아니라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성질을 지녔기 때문에 바닥을 나타내는 이름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 바닥은 시멘트 바닥이 아니라 등락을 거듭하는 물과 같은 성질의 바닥이라는 뜻도 포함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 바닥은 서구의 기술적 분석에서 말하는 외바닥이나 쌍바닥형이 아니라 세 번의 바닥을 다지는 상당히 안전하며 견고한 바닥을 의미하고 있어 보다 신뢰성이 높다.

 

요즘 기술적 분석에서 말하는 외바닥이란 소위 V자형의 바닥을 의미하고, 쌍바닥이란 VV자의 바닥을 의미한다. 그러나 삼천의 경우 바닥이 한 번 더 확인된 경우로 삼천, VVV를 말한다.

 

 

 

인간심리의 통찰 

혼마 무네히사의 상법을 가리켜 그를 깊이 연구한 사람은 '심학心學'이라고 표현한다. 그가 성취한 인간심리에 대한 통찰을 그의 글 속에서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인간심리에 대한 통찰이란 어떤 특정 개인의 심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에 임하는 대중의 심리를 뜻한다. 시장 참여자는 바로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소리는 '바닥을 다지고 이제부터 상승한다', '천정을 치고 이제부터 하락한다'고 말해준다. 상승 도중에 가격이 몹시 오르내려도 그 소리는 '계속 상승한다', 혹은 '계속 하락한다'고 알려준다. 그러므로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오르내리는 가격에 휘둘리고 처참하게 내팽개쳐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매하기 가장 어려운 시기가 변동이 심한 구간이다. 급등락하는 시장일수록 투자자는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은 잠재우고 시장에 조용히 귀 기울여야 한다. 시장이 말하는 소리가 바로 대중들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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