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끄기의 기술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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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법을 알려줄 생각이 없다. 대신 포기하고 내려놓는 법에 대해 말할 것이다. 인생의 목록을 만든 다음, 가장 중요한 항목만을 남기고 모두 지워버리는 방법을 안내할 것이다. 눈을 감고 뒤로 넘어져도 괜찮다는 것을 믿게 해줄 것이다. 신경을 덜 쓰는 기술을 전할 것이다. 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줄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불필요한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아라

 

저자 마크 맨슨은 2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지닌,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파워블로거 중 하나다. 각종 매체에 지속적으로 칼럼을 기고했으며, 날카로운 통찰력과 직설적인 문체로 CNN, 뉴욕타임스, 타임, 포브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그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INFINITY SQUARED MEDIA LLC를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그는 학창 시절 마약 문제로 퇴학까지 당했던 문제아였으며,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한동안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백수로 친구 집을 전전하던 신세였다. 뚜렷한 삶의 목표나 확고한 가치관도 없이 하루하루를 그저 되는 대로 보냈지만, 현재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서 인생의 답을 찾으려 하는 대중들의 이메일이 하루에도 수천 통씩 밀려들고 있다.

 

50개국 이상의 나라를 바쁘게 누비며 자신만의 중요한 가치를 찾는 방법을 설파하고 있는 그는 수많은 선택지와 기회비용 앞에서 인생의 목적을 잃어버린 채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뜻밖의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삶의 문제를 파고들어 놀라운 통찰력을 제시하는 그의 글은, 깔깔거리며 웃다가도 뒤통수를 맞은 듯 생각을 깊이 가다듬게 만들기에 출간 후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2017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 뽑혔있다.

 

우리들의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에 신경 쓰려면 하찮은 것들에 마땅히 신경 끌 줄 아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렇다. 우리들 대부분은 인생의 목적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지만, 이는 주로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모르는 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신경을 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는 무심함과는 다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먼저 자기 자신만 유별나게 불행하다는 착각이나 남보다 특출해야 한다는 허세를 버리고, 인생이란 본디 고통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해야만 비로소 진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해낼 혜안을 갖게 된다고 우리들에게 말한다. 말하자면 삶의 문제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하는 마스터키가 바로 신경 끄기의 기술인 셈이다.

 

 

 

 

자기계발서와 거리가 먼 남자

 

미국 문단에서 '언더그라운드의 전설'이라 불리던 찰스 부코스키. 그는 주정뱅이, 바람둥이, 노름꾼, 망나니, 구두쇠, 게으름뱅이였으며, 설상가상으로 시인이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로부터 인생살이에 관한 조언을 얻으려 한다거나 그가 쓴 자기계발서을 읽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부코스키는 평생 생겨 먹은 대로 살았다. 그럼에도 그는 어떻게 당대의 문호가 될 수 있었을까? 그의 천재성은 엄청난 역경을 극복했다는 점에 있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다. 그는 스스로를, 특히 가장 못난 모습을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냈으며, 자신의 결점을 태연하게 세상과 나누었다. 드렇다. 그의 천재성은 이런 단순한 능력 안에 있다. 그가 성공한 진짜 이유는 자신의 실패에 초연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는 성공 따위에는 신경을 끄고 살았다.

 

 

신경 끄기는 무심함이 아니다

 

무심함은 자랑거리가 아니다. 사실 무심한 사람은 나약한 겁쟁이로 방콕 생활을 즐기는 인터넷 악플러일 뿐이다. 너무 많은 일에 신경이 쓰여 무심한 척 하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 초래할 결과를 두려워해서 결코 의미 있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우리 삶에는 어떤 진리가 숨어 있다. 신경 끄기 같은 것은 없다는 게 진리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신경 쓸 것인가? 자기 자신이 보기에 옳거나 중요하거나 고귀한 것을 하기 위해서라면, 누군가를 열 받게 하는 것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인생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이 아닌, 중요하지 않은 모든 것을 향해 "꺼져"라고 말하면서, 진짜로 중요한 것에 쓰기 위한 신경을 따로 남겨 놓는다.    

삶에는 또 다른 진리가 숨어 있다. 바로 사람들의 웃음거리나 골칫거리가 되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꿀 만큼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것 말이다. 그럴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고난이 부족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럴 일은 없다. 옛말에 "네가 어디로 가든, 그곳에 네가 있다"라고 했다. 고난과 실패도 그렇다. 당신이 어디로 가든, 그곳에 200kg짜리 '똥 덩어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괜찮다. 중요한 건 똥 덩어리에서 도망치는 게 아니다.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똥 덩어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

 

 

무엇을 위해 기꺼이 투쟁할 것인가? 

'무엇을 위해 투쟁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자기 자신의 존재를 규정한다. 체육관에서의 투쟁을 즐기는 사람은 철인 3종 경기를 뛰고, 탄탄한 복근을 가지고, 집채만 한 바벨도 들어 올릴 수 있다. 야근과 사내정치를 즐기는 워커홀릭은 초고속 승진을 한다. 배고픈 예술가 생활에 수반되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즐기는 사람은 결국 예술가로 성공할 확률이 높다.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이다. 행복으로 가는 길에는 똥 덩어리와 치욕이 널려 있다.

 

우리들은 뭔가를 선택해야 한다. 고통 없이 살 수는 없다. 꽃길만 걸을 수도 없다. 쾌락에 관한 질문에는 답하기 쉽다. 대부분 비슷한 답을 내놓을 게 분명하다. 흥미로운 질문은 바로 고통에 관한 것이다. 어떤 고통을 견디고 싶은 가? 이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며, 우리들이 실제로 나아가는 방향은 물론 사고방식과 삶을 바꿔줄 수 있는 질문이다.

 

 

더 나은 가치에 신경 쓰라

 

데이브 머스테인, 그는 헤비메탈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밴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메가데스의 멤버로 엄청난 명성과 성공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이 실패했다고 느꼈다. 타인의 성공과 자신의 성공을 변덕스럽게 비교하는 데 가치를 두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는 끔찍한 문제를 겪었다. '음반을 1억 5,000만 장 더 팔아야겠어. 그러면 다 괜찮아질 거야', '다음 순회 공연은 무슨 일이 있어도 대형 경기장에서 열어야 해' 따위의 압박감 말이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행복하지 못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스스로 엉터리 가치를 선택하면, 즉 자신과 타인에 관해 잘못된 기준을 세우면, 중요하지 않은 것과 삶을 사실상 망가뜨리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더 나은 가치를 선택한다면 더 나은 것에 당연히 신경을 쏟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 즉 삶에 안정감을 주고 이로 인해 행복과 즐거움, 그리고 성공을 이끄는 것에 신경을 쓸 수 있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은 항상 틀린다. 500년 전, 지도 제작자들은 캘리포니아가 섬이라고 믿었다. 의사들은 필에 상처를 내 피를 흘리면 병이 낫는다고 믿었고, 과학자들은 불이 플리지스톤이라는 물질에 의해 생긴다고 믿었다. 사람들은 오줌을 얼굴에 바르면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믿었고, 천문학자들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었다.

 

"난 살아오면서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그게 내가 성공한 이유다"

- 마이클 조던

 

성장은 끝없는 반복 과정이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 '틀린' 것에서 '옳은' 것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틀린 것에서 약간 덜 틀린 것으로 나아간다. 또 다른 것을 일게 되면 약간 덜 틀린 것에서 그보다 약간 덜 틀린 것으로 나아간다. 이 과정이 반복된다. 우리들은 끊임없이 진리와 완성을 위해 나아가지만 실제론 거기에 도달하지 못한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말처럼 우리들은 나이가 들고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틀림 점을 조금씩 덜어내 매일 매일 덜 틀린 사람으로 거듭날 것이다.

 

 

나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죽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대체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거나 말하는 자체를 꺼린다. 병원 암 병동의 죽음을 앞둔 말기 암환자들조차도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인생에 있어서 죽음이란 인생의 의미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측정할 수 있게 해주는 빛이다. 만약에 죽음이 없다면 우리들은 모든 걸 하찮게 느낄 것이고 경험 또한 제멋대로 판단할 것이다. 이리 되면 모든 기준과 가치가 갑자기 무의미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우린 모두 분명히 죽는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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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절대 하지 않는 40가지 습관 - 상위 1% 부자 3,000명에게 배운, 평생 돈 걱정 없이 사는 법
다구치 도모타카 지음, 안혜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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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을 꾸준히 유지하는 진짜 똑똑한 부자들은 식사는 물론 모든 면에서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잘 쓰지도 않을 명품을 사느라 돈을 낭비하거나 업무 시간 대부분을 인터넷 검색으로 허비하는 일도 없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더 있다. 폭식이나 폭음으로 인해 지나치게 살이 찐 사람이 없다. 정말 똑똑한 부자는 대부분 날씬하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이처럼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에겐 돈이 따라붙어 자산이 점점 불어난다. - '시작하며' 중에서

 

 

부자는 뚱뚱하지 않다

 

저자 다구치 도모타카는 주식회사 파이낸셜 인디펜던스 대표이사인데, 앞일을 생각하지 않고 낭비를 일삼다가 28세 때 파산 직전에 이를 정도로 많은 빚을 지게 되었지만, 철저한 절약과 자산 운용으로 불과 몇 년 만에 모든 빚을 청산한다. 이후 ‘수입의 복선화’, ‘코어 앤 새틀라이트 투자’ 방식으로 자산을 불려, 34세 때 돈에 얽매이지 않는 상태인 이른바 '돈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삶(MONEY STRESS FREE)'을 실현한 신화적인 인물이다.

 

일본에서 '자산관리의 신'으로 불리는 그는 주식회사 파이낸셜 인디펜던스 설립 후 자신의 경험을 살려 머니 카운슬링을 진행하는 한편 많은 사람에게 돈의 중요성을 전하고자 일본 전역을 돌며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열한 살 버핏이 가르쳐주는 '경제' 수업>, <돈의 불안이 사라지는 노트>, <'돈이 쌓이는 사람'의 습관>, <10년 후 부자가 되는 사람, 가난뱅이가 되는 사람> 등이 있으며 누적 판매량은 50만 부가 넘는다.

 

그가 만난 부자들 가운데는 소위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똑똑한 부자들은 자기 과시를 위해 고급 브랜드에 연연하기보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가치 기준을 둔다. 예컨대 가죽 제품을 좋아한다면 유명 브랜드의 로고가 아니라 장인이 만든 유일무이한 가죽 지갑과 구두 등을 애용한다. 또한, 부자들은 음식을 고를 때나 돈을 쓸 때, 인간관계를 맺고 교제를 할 때도 고집스러운 기준을 갖고 판단한다. 여기서 고집이란 집착이 아닌 자기만의 '잣대'를 뜻한다. 잣대 없이 자기 생각이나 기준에 따라 결정하지 못하면 남에게 휘둘리게 되고 결국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메뉴 선택하지 않기', '중요한 이야기는 늦은 밤 술자리에서 하지 않기', '못 하는 일을 굳이 잘 해내려고 애쓰지 않기',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장소에서 인연 찾지 않기' 등등. 이 책은 식습관, 소비 습관, 일하는 방식, 인간관계 등 모든 부분에 있어 부자들이 절대 하지 않는 그들만의 철저한 자기 관리 비법을 공개한다.

 

똑똑한 부자는 욕망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절대 하지 않는 일'이 있으며 그것을 매일 실천한다. 저자가 그동안 수많은 부자들을 인터뷰하면서 발견한, 그들만의 공통적인 '철학'을 이 책에 담고 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매일의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부자들이 '절대 하지 않는 일'을 익혀 '돈에 얽매이지 않는 인생'을 쟁취해 보자.

 

 

 

 

부자는 적절한 체중을 스스로 관리한다

 

똑똑한 부자는 식생활에 대해서도 꼼꼼히 파악한다. 자신이 하루에 얼마나 먹었는지 또는 몇 칼로리를 섭취했는지 생각하면서 식사를 한다. 여기에 더해 매일같이 체중을 확인하기 때문에 현재 자신의 체중이나 적정 체중이 얼마인지 바로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폭음이나 폭식으로 뚱보가 되는 일이 없다.


체중의 증감과 자산의 증감은 모두 '철저한 자기 관리'에 달렸다. 이처럼 똑똑한 부자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며 자산을 불려 나간다. 아랫배가 튀어 나온 사람들이여, 부자가 되려면 먼저 뚱뚱한 배를 원위치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저녁 8시 이후엔 먹지 않는다

 

저녁 8시 이후에 먹지 않는 습관은 다음날 쾌적한 하루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똑똑한 부자는 리듬이 깨지는 것을 싫어하며 아침 식사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 밤늦게 음식물을 섭취하면 취침 시간이 늦어지고 자연히 기상 시간과 아침 식사 시간도 늦어진다. 즉, 하루의 시작이 늦어진다. 뿐만 아니라 아침 식사를 할 시간인데 배가 더부룩하면 하루의 페이스가 흐트러질 우려도 있다.

 

당연히 밤과 아침은 이어져 있다. 안정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아침 식사만큼이나 제때 먹는 저녁 식사도 중요하다.

 

아침에 잘 못 일어나거나 일어나는 시간이 불규칙적인 사람은 밤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자. 전날 밤 늦은 시간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 아침 시간을 관리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밤 시간을 관리함으로써 아침의 리듬이 정돈되고 안정적인 업무 수행력을 갖출 수 있다. 귀가를 늦추면서 밤 늦도록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여, 부자가 되고 싶다면 지금 바로 술을 끊어라.

 

 

돈을 쓸 때 '투자'의 개념을 강하게 의식한다

 

똑똑한 부자는 돈의 용도를 '소비. 낭비', 그리고 '투자'로 분류한다. 소비는 생활에 필요한 돈이고, 낭비는 헛되이 쓴 돈, 즉 도박 자금, 룸살롱에서의 비싼 담배값, 옷장만 차지하고 있는 양복값 등이며, 투자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쓰는 돈이다. 예컨대 도서구입비, 세미나와 강연회 참가비, 자격시험 응시료, 예금, 재테크 등에 사용하는 돈이다.

 

똑똑한 부자는 목표가 생기면 이를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아낌없이 돈을 지출한다. 골프도 혼자 무작정 공을 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경우는 없다. 전문가에게 올바른 스윙 자세부터 익힌다. 레슨비는 들지만 독학으로 시작하는 것보다 실력은 훨씬 향상된다. 영어 회화도 수강료를 내고 학원에 다니거나 개인 과외를 받으면 학습 속도가 급속하게 빨라진다.


'저렴하거나 돈이 안 들어서' 독학을 고집하는 사람은 비즈니스를 비롯해 어떤 일이든 중도 포기하여 목표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돈의 용도 중 '투자'를 특히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단, 투자한 돈이 제대로 회수되었는지 검증할 필요는 있다. 인맥을 넓힐 요량으로 술자리에 열심히 나갔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으면 투자라 할 수 없다. 투자는 회수하는 것이다. 아무 것이나 '투자'로 구분해서 돈을 지출하면 '낭비'가 되고 만다. pp.78~79

 

 

놀러 가서도 일을 염두에 둔다

똑똑한 부자는 일터가 아닌 곳에 있을 때도 일 스위치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다. 가령 음식점 대기 줄이 길어지면 어떤 메뉴를 누가 좋아하는지 분석하는 식이다. 백화점에서 인기 상품이 보이면 어느 기업의 상품인지 확인하고 주가 동향을 파악한다.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경우 여행지에 가서도 '좋은 물건은 없는지' 안테나를 곧추세운다.

 

저자도 휴일에는 전철이나 카페에서 주변 사람들의 대화에 귀 기울이며 정보를 수집할 때가 있다. 마냥 넋 놓고 앉아 있거나 차만 마시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무심코 대화를 듣다 보면 젊은이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장년층의 고민은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의 생생한 정보들이 당장 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시간이 흐른 후 뜻밖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자신의 성과를 떠벌리지 않는다

진정한 부자는 자기 입으로 ‘성과’를 떠벌리지 않는다. 진정으로 실력이나 성과가 독보적인 사람들은 본인이 말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알려진다. 제3자가 인정한 성과는 본인의 말보다 객관성과 신빙성이 몇 배나 높기 때문에 사람들의 신용을 얻는다.

 

저자도 20여 권의 책을 썼고 나름 베스트셀러가 된 책도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다구치 씨는 잘나가는 재무 상담사입니다"라고 얘기해 줄 때가 있다. 덕분에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자산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는 소개를 안 해도 된다.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성과는 주변 사람에 의해 알려진다. 본인 입으로 떠벌려야 하는 성과는 별 볼 일 없거나 조작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액투자로 주식을 시작해 대박을 쳤다는 주식전문가는 조심해야 한다. 거짓말일 확률이 99% 이상이니까.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반려자를 선택하지 않는다

 

'똑똑한 부자가 될 가능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순간적인 연애 감정에 휩쓸리는 사람은 부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긴 인생길에 닥칠 수많은 어려움을 함께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배우자 또는 연인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부자는 사랑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믿지 않는다. 사랑의 감정은 상대를 선택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며 다른 ‘기준’도 고려한 후 교제한다. 그 기준에 대해서는 이어서 소개하겠다. 우선 똑똑한 부자는 연애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기억해 두자.

 

 

자기 관리를 습관처럼 하라

 

누구나 큰 일을 도모하거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인내하며 노력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사람들이 하는 말 대부분이 목표만 바라보고 참으면서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런 노력 없이 무엇을 쟁취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런 노력을 자기 관리로 착각하지는 말자. 자기 관리에 철저한 부자는 노력하지 않는다. 오히려 즐기면서 일한다. 하고 싶어서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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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질문법 - 최고들은 무엇을 묻는가
한근태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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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고자 묻는 질문이다. 둘째는 자신은 알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답을 생각해보도록 유도하기 위해 묻는 질문이다. 그리고 셋째는 자신도 모르고 상대방도 모르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함께 답을 찾기 위해 던지는 질문이다. - '서문' 중에서

 

 

모르면서 묻지 않는다면 이는 부끄러운 일이다

 

책의 저자 한근태는 서울대학교 섬유공학과를 나와 럭키화학 중앙연구소(현 LG화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에 유학, 애크론대학에서 고분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헬싱키대학에서 경영학(석사)을 공부했다. 이후 대우자동차 최연소 이사로 한창 줏가를 올리다가 임원 자리를 과감히 박차고 나와 자신의 길을 개척한 인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인데, 현재 한스컨설팅 대표로 활동하며 컨설팅과 강의, 글쓰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경영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은 디테일에 있다>, <말은 임팩트다>, <나는 어떤 리더인가>, <리더의 언어>, <채용이 전부다>, <한근태의 독서 일기>, <고수의 일침>, <누가 미래를 주도하는가>, <몸이 먼저다>,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 등이 있다.

 

책의 서문에서 그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이란 말을 들고 나온다. 이는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란 의미이다. 그렇다. 특히, 직장처럼 계급이 상하로 확실하게 잡혀 있는 그런 조직에서는 질문도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게 정설로 자리잡혀 있다. 그렇기에 상사는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행세하면서 좀처럼 부하직원에게 모르는 것조차도 묻지 않는다. 하지만 모르는 게 있으면 당연히 물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집요한 질문의 방법을 알려준다. 삶의 보람을 찾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목표를 명확히 하고 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묻고 답을 구해야 하는지, 신뢰로 맺어진 깊은 인간관계에 필수적인 질문 대화 방법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들려준다.

 

 

 

 

 

중요한 기로에서 던지는 질문

 

우리들은 살면서 수많은 결정을 한다. 공부를 계속해서 박사까지 할까, 아니면 직장에 취직할까? 졸업하고 군대에 갈까, 아니면 대학 2학년 마치고 입대할까? 연애결혼을 할까, 아니면 중매결혼을 할까? 결혼 후엔 바로 아기를 가질까, 아니면 몇 년 후에 가질까? 이 회사에 계속 다닐까, 아니면 중도에 다른 회사로 갈아 탈까? 평생 회사원으로 살까, 아니면 사업을 시작할까? 등등. 이처럼 우리들 인생 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들은 결정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이럴 때 좋은 질문이 있다. 시간의 축을 바꾸는 질문이다. 우리는 늘 현재 시점에서 고민하고 결정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결정은 현재를 기준으로 내려지지만 그 결과는 오랜 세월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어느 제품의 CF 멘트처럼 말이다. 그 결정이 잘못된 것이어서 후회할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시간의 축을 왔다 갔다 하는 질문이다. 즉 미래 시점에서 지금의 결정을 보는 것이다.

 

한 예로 저출산에 대해 살펴보자. 굳이 한국의 저출산율이 세계적인 불명예 기록이라고 떠올리고 싶지 않다. 현재는 과거의 세상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 입장에선 공들여 자식을 키웠더니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직이 어려워 입사 시험 준비를 계속하거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경제적인 애로를 겨우 해결하는 형국이니 부모 봉양에는 자연히 소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니 지금까지의 고생이 헛고생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한편, 자식의 입장에서도 아기를 낳아 키워 성인으로 사회에 내보내기까지 엄청난 시간적, 경제적 투자를 해야 하므로 아기를 낳는다는 게 쉽게 보일리가 없다. 이처럼 아기를 낳지 않는 문제점을 설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이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을 제시한다. 이런 질문을 미래의 나를 연상하며 현재 시점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는 유효한 질문인 셈이다.

 

"환갑이 됐을 때 아이를 낳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을 수 잇을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질문

 

좋은 질문 중 하나는 통념通念에 저항하는 질문이다. 남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수용하는 것에 물음표를 붙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공자는 나이 마흔을 '불혹不惑', 쉰을 '지천명知天命', 예순을 '이순耳順'이라고 했다. 마흔이 되면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쉰에는 하늘의 뜻을 알고, 예순에는 무슨 말을 들어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떻게 마흔이 된다고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는가? 이런 질문을 통해 가장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시기가 마흔이니 이때 더욱 조심하란 말로 재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개념의 정의에 대한 질문

 

가장 좋은 질문은 개념의 정의를 다시 묻는 질문이다. 도대체 그것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봄으로써 나만의 정의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경영자라면 경영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성공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이 어떤 모습인지 정확하게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또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도 마찬가지로 돈이란 무엇인지, 자신이 생각하는 부자는 어떤 것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경청이 중요한 이유

 

첫째, 말을 하는 동안 우리는 배울 수 없으므로 뭔가 배우기 위해서는 말하는 대신 필요한 질문을 하면서 상대방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둘째, 경청을 해야 상대와 친해질 수 있다. 경청해야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고, 그래야 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 경청은 대인관계의 출발점이다. 대인관계가 나쁜 사람들의 특징은 잘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셋째, 자신의 귀를 열어야 상대방의 입을 열 수 있다. 특히 상관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최고경영자가 경청을 잘하면 조직은 잘 돌아간다. 현장에서의 정보, 문제점, 소리들이 생생하게 위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이야기해봐야 소용없다고 판단해 사람들은 입 열기를 멈추게 된다.

 

넷째, 잘 들어야 사업을 잘할 수 있다. 일류 영업사원의 특징은 잘 듣는다는 것이다. 일류 사업가의 특징 또한 잘 듣는다는 것이다. 잘 들어야 상대의 호감을 살 수 있고, 상대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상대방을 움직이게 만드는 질문

 

리더는 질문을 위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 없는 말, 하지 않아도 좋은 말은 다 걸러진다. 하고 싶은 말을 질문으로 바꾸려면 직원들 입장에서 생각해야만 한다. 이 과정이 특히 중요하다. 내가 제대로 전달한 것일까? 직원들은 충분히 훈련되었는가? 목표 달성을 위한 지원은 충분했을까? 전략 자체에 잘못이 있는 건 아닐까? 너무 촉박하게 구는 걸 아닐까?

 

이와같은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자기반성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떠드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다. 반면에 하고 싶은 말을 질문으로 바꾸어 직원들 입에서 나오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리더가 경영에 관한 모든 답을 알 수는 없다. 따라서 리더는 질문을 통해 직원들의 머리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질문의 전제조건

 

1. 겸손(스스로 부족함을 인정)

2. 존중(사람에 대한)

3. 자기 훈련

 

그렇다면 리더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이 목표에 관한 질문이다. 목표가 명확한지, 그 목표가 회사의 전체 목표와 한 방향 정렬이 되어 있는지, 목표에 대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의외로 목표가 뚜렷하지 않고 어슴푸레한 사람이 많다. 이런 경우는 추가 질문을 던져 일종의 영점 조정, 화면 조정 시간을 갖는 게 좋다. 확실한 부분은 무엇인지, 좀 더 확실하게 하고 싶은 부분은 어디인지, 목표를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더불어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물어야 한다. 많은 직원들이 목표는 할당된 것, 내게 무리한 것, 달성해봐야 회사만 좋지 내게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 것이 가장 좋다. 목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목표의 공유 과정이다.

 

 

변화를 위한 질문

 

한자어 '변變'은 말 이을 '련䜌'과 칠 '복攵'이 합쳐진 말이다. 이처럼 변화를 위해선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면서 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화는 쉽지 않은 일이다. 책의 저자는 변화의 정의를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큰 고통을 감내하고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핵심은 '원하는 것', '고통 감내', '새로운 습관'이라는 3가지 요소인데, 이중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변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책에서 이 대목을 읽고 겨우내 급격히 불어난 뱃살과 체중을 줄이기 위해 나도 몸 관리에 들어갈 작정이다.

 

나는 정말 변화를 절실히 원하는가?

변화에 따른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가?

새로운 생활 습관을 만들 수 있는가?

 

 

질문을 통해 성장한다

 

사람들은 좀처럼 질문하지 않으며, 질문에 답하지도 않으려 한다. 입 다무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회사나 조직 내에서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분위기를 만들려면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즉 맘껏,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회의를 할 때 편안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이 성장한다.

 

불치하문不恥下問(아랫사람에게 묻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라)

수치불문羞恥不問(모르면서 묻지 않는 걸 부끄러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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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시선 - 우리 산문 다시 읽고 새로 쓰다
송혁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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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각 꼭지는 짤막한 '새 글'과 그 글의 모태가 된 '옛글', 그리고 그에 대한 보충설명 및 원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새 글이 옛글에 기댄 모양은 일률적이지 않다. 옛글을 요약하거나 풀어 쓰며 오늘의 문제에 적용해본 글도 있고, 옛글의 특정 부분을 확장하거나 초점을 달리해서 쓴 글도 있다. 새 글과 옛글 사이의 겹침과 균열 혹은 긴장을 발견하고 나름의 해석에 이르는 길은 독자의 몫으로 열려 있다. - '머리말' 중에서

 

 

고전 읽기를 통해 새로운 시선을 갖자

 

저자 송혁기는 고려대학교에서 한문학을 전공, 동교 대학원에서 17세기 말 18세기 초의 산문 이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선시대 문학비평 및 산문 작품을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한문 고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오늘의 언어로 나누는 영역으로 글쓰기를 확장하고 있다.


그는 <송혁기의 책상물림〉이라는 칼럼을 3년째 <경향신문>에 연재하고 있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고전 강의를 통해 인문학의 사회적 확산에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저서 또는 역서로 <조선 후기 한문 산문의 이론과 비평>, <나를 찾아가는 길: 혜환 이용휴 산문선>, <농암집: 조선의 학술과 문화를 평하다> 등이 있다. 이밖에도 <한국 한문학의 이론: 산문>, <깊고 넓게 읽는 고전문학교육론>, <한국 고전문학 작품론> 등 고전문학을 소개하는 여러 기획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장(새로운 시야)에서는 기존의 익숙한 것도 다르게 바라봄으로써 새로운 통찰과 시각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느리게 사는 즐거움과 묘미, 아름다움을 보는 새로운 시각, 근심과 즐거움에 관한 선조들의 번뜩이는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2장(성찰과 배움)에서는 참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반성과 자녀 교육, 삶의 이치를 꿰뚫는 지혜를 맛볼 수 있다.

 

이어서 3장(삶, 사람, 사랑)에서는 삶의 희로애락을 대하는 옛사람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들을 한데 묶었다.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는 대신 오히려 즐기는 모습에 미소를 짓다가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버지와 남편의 애절한 절규 대목에는 코끝이 찡하다. 마지막으로 4장(세상을 향해)에서는 과거를 통해 오늘의 거울로 삼을 수 있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주제의 글을 담았다. 인재를 널리 구하지 않는 세태를 한탄한 허균의 '유재론遺才論', 조선의 사회적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한 '있을 수 없는 나라' 등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의 문제가 비단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느림의 즐거움

 

누구나 그렇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빠르게만 보려한다면 세심하게 관찰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래서 오히려 천천히 감상해야 이것이 갖고 있는 미묘함까지 다 볼 수 있는 법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호시우행虎視牛行이라는 말을 매우 좋아해서 이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비록 말馬은 빠르고 소牛는 느리게 걷지만 말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말馬을 타고 넓은 초원을 내달리는 인디언 체로키족은 한참을 달리다가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고 한다. 이는 너무 빨리 달리면 자신의 혼魂이 미처 몸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정신과 육체가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라고 한다. 우리 선인先人들의 일상을 담은 풍경화 속에도 소 등에 비스듬히 누워 풀피리를 부는 그런 목가적인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왜 그럴까? 이는 뭔가를 천천히 음미하기 위함이다. 밝은 달이 하늘에 있으면 높은 산 너른 물이 위아래로 하나의 빛깔로 보여, 올려보아도 굽어보아도 끝이 없을 것이다. 만사를 뜬구름같이 여기고 휘파람을 청풍淸風에 날리며 소걸음에 그냥 내맡겨두고 혼자 술병 기울이면 가슴이 툭 트여 그 즐거움에 절로 취할 것이다. 사사로운 일에 얽매인 사람이 어찌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근심과 즐거움

 

조선 영조 때 홍계희란 인물이 있었다. 62살을 맞은 어느 해 봄에 그는 이조판서로 발령받았지만 이를 사양, 여러 번에 걸친 왕의 부름에도 결코 응하지 않았기에 결국 영조는 인사발령을 취소했다고 한다. 지금은 고위 공직자의 인사청문회 때 온갖 결함이 있음에도 벼슬이 좋아서 이를 변명하거나 심지어 문제가 되는 일을 조작까지 서슴치 않는다. 과거와 현재의 사람은 왜 이렇게 처신이 다를까?   

 

우리의 기쁨은 대개 무언가 바라던 것을 손에 얻었을 때 주어지지만, 문제는 그 기쁨이 지속되지 못하는 데 있다. 얻기 전에는 없어서는 안 될 것처럼 노심초사 근심하던 대상임에도, 막상 내 것이 되고 보면 그 기쁨도 잠시뿐, 마치 원래부터 나에게 있던 것처럼 당연시한다. 그러고는 점차 그것이 없는 삶이란 애초에 불가능하기라도 한 것처럼 잃어버릴까봐 전전긍긍 근심하게 된다.


어떤 상황에 놓이든 즐거워하며 뜻을 펼칠 수 있는 경지에 오른다면 벼슬의 유무에 따라 기쁨과 근심이 바뀔 일도 없겠지만, 이런 경지에 오르기란 쉽지 않다. 앞서 소개한 홍계희란 인물은 소인들과는 다른 제3의 길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고향에 돌아가 좋아하는 글을 읽으며 거문고, 바둑판, 술 병을 자신의 곁에 두고서 늙어가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가진 것의 기쁨을 모르는 소인들이 배워야 할 삶의 자세이다.

 

 

크고 작음에 대하여

 

18세기의 대표적 작가 심익운(1734~1782?)은 그의 집안이 당쟁에 연루되어 평생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일찌기 그는 올곧은 성격과 몰락한 집안 환경이 오버랩되면서 스스로를 두더지에 비유하며 지속적으로 자신의 문장을 갈고닦아 그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형성했다. 그의 대소설大小說에는 뱀이 등장한다.

 

역사적으로 뱀은 사악한 동물이다. 이브를 유혹해 선악과를 먹게 함으로써 에덴 동산에서 추방당하게 만든 악惡의 상징이 바로 뱀이다. 사실 인간은 인류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DNA 때문에 뱀을 만나면 두려움에 저절로 몸을 움추리게 된다고 한다. 그 정도로 뱀은 악한 짐승인데, 큰 뱀은 악함도 크고 작은 뱀은 악함도 작을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큰 것은 크다는 이유로 죽임을 면하고 작은 것은 작다는 이유로 도리어 죽임을 당했다고 심익운은 장탄식을 한다.

 

이런 일이 어찌 뱀에게만 해당될까? 사람도 엄청나게 악한 자는 그 큼으로 인해 힘을 지니게 되니, 작게 악한 자만 죽임을 당한다. 지금 이 사회에 몰아치고 있는 '미투' 운동도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 지도자급의 악한 인물에게 속절없이 치욕을 당했던 사람은 그동안 이를 고백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치부를 감추려고만 했다. 이 사실이 외부로 밝혀지는 순간 자신에게만 해가 되는 그런 사회 분위기 탓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선善에 관해서는 이와는 반대다. 정말로 엄청 크게 선한 자는 알려지지 않고 오히려 작게 선한 자만 알려진다. 그러니 크게 충성스러운 자는 상을 받지 못하고 작게 충성스러운 자만 상을 받으며, 크게 현명한 자는 등용되지 못하고 작게 현명한 자만 등용된다. 이것이 선과 악, 크고 작음의 행복과 불행이 아니겠는가?

 

 

 

 

다양한 삶을 음미한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우리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24편의 고전(한문 산문)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말을 걸어온다. 옛날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어떠하냐고 말이다. 그 옛날의 산문을 읽고 또 읽다보면 우리들의 삶이 과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이 든다. 나만 그런걸까? 여러 사람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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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한국사 - 아는 역사도 다시 보는 한국사 반전 야사
김재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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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상하좌우, 친문반문까지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맛깔난 '진퉁' 한국사 이야기. 승리자, 지배자, 남자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난 비범하고 유쾌한 역사 이야기 한 마당이 펼쳐진다. 실력으로 기득권 사회를 이끌었던 여성들, 패배자로 기록되었지만 정의로써 시대정신을 이끌었던 영웅들, 모두가 외면했으나 불굴의 의지로 시대를 헌신한 의인들, 그리고 한낱 '백성'이라고 표현하지만, 오늘날의 우리를 지탱할 수 있게 만든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 '책 소개글' 중에서

 

 

관점을 바꾸면 '다른' 역사가 보이고,

관심을 가지면 '진짜' 역사가 보인다!

 

흔히 역사는 승자勝者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광해군을 왕위에서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했던 인조가 폐위를 당한 광해군에 관해 좋은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허許했을까, 백제 사직의 마지막을 장식한 의자왕은 어린 시절 '해동의 증자曾子'로 불리었고, 신라에 속해 있던 30여 성을 탈취할 정도로 국력을 자랑하며 성군聖君으로 칭송받았지만 백마강에 뛰어든 낙화암의 삼천궁녀들의 이미지로 인해 음란과 향락의 아이콘으로 비춰진다. 이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가 생생하게 이를 목격하지 않은 이상 역사에 기록된 내용들을 온전히 팩트로 믿어도 될까?

책의 저자 김재완은 '회사에 다니기 싫어서' 생전처음 써본 역사 이야기가 〈딴지일보〉에 인기리에 연재되면서 '덕후몰이' 중이다. 2016년 1월, 새해 첫 출근 날부터 회사에서 좌천통보를 받고 강제로 새 인생 출발선에 놓이자 그해 5월 제주 자전거 일주 여행기를 시작으로 겁도 없이 역사 글을 쓰기로 결심해, 우연히 가입한 재테크 카페에 역사 이야기를 올리며 독자의 반응을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글을 본 독자가 올린 "온라인 판 설민석의 재림"이라는 칭찬에 도취되어 '오늘의 유머'에 글을 투척했으며, 올리는 족족 '베오베(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글)'로 선정되었다. 이듬해 2월 용기를 얻는 그는 책 출간을 결심했다. 아이폰 하나로 '집구석'에서 녹음한 '찌라시 한국사'도 비슷한 시점에 시작해, 팟빵 역사 분야 베스트에 오르는 등 청취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16년 차 회사원의 퇴사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 중이다.

 

그는 역사 이면에 감춰진 수많은 흔적들, 이에 대한 진면목을 과거가 아닌 '내일의 관점'에서 흥미진진한 필체로 풀어낸다. <딴지일보>, <오마이뉴스> 등을 통한 인기에 힘입어 양반 사회를 조롱했던 마당놀이의 이야기꾼 초랭이가 되어 '한국사'라는 맛깔난 마당극을 펼친다. 자부심 가득한 역동의 고구려에서 슬픈 망국의 구한말까지,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고 너무 어렵게만 바라봤던 '역사'를 마치 한 편의 드라마로 엮어냈다.

 

 

 

 

광개토대왕의 정복전쟁

 

18살의 어린 나이에 고구려 19대 왕으로 취임한 광개토대왕은 한국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한 정복 군주였다. 대부분 수성守城, 즉 지키는 기록이 주류인 우리의 역사에 이처럼 강력한 공격적인 경영을 감행한 군주가 있어서 통쾌하기도 하다. 그런데,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대왕이란 칭호를 부여받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그는 대왕이라 불리게 되었을까?

 

이는 바로 그가 민생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즉 정복전쟁이 고구려 백성들의 윤택한 삶을 위해서 취해진 조치였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염鹽, 백百, 쇠鐵'이라는 세 가지 공적을 내세운다. 첫째, 염鹽은 광개토대왕비에 새겨진 '염수鹽水'라는 두 글자에서 역사적 의미를 찾는다. 대왕의 정복전쟁은 소금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의 소금값은 가히 금값에 견줄 정도였으며, 기근에 시달리는 고구려 백성들의 민생을 위해선 경제 활성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현재에도 소금을 채취한다는 요하강 상류에 위치한 시라무렌강江은 내몽고 자치구를 따라 380킬로미터 정도 이어져 흐른다. 이곳은 거란족이 지배하고 있었는데, 광개토대왕은 철갑으로 중무장한 기병을 앞세워 소위 '소금전쟁'에서 승리하고 만다. 요하강을 기점으로 동쪽을 요동, 서쪽을 요서로 구분하는데, 우리 역사에 요동 정벌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 시대에는 이곳이 중국 등과 고구려가 요동 쟁탈을 위해 자주 부딪혔던 전략적 요충지였던 셈이다.

 

둘째, 백百, 즉 백제와의 전쟁을 의미한다. 고구려와 백제는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면 형제국이라고 할 수 있다. 고구려왕 주몽의 아들 비류와 온조가 세운 나라가 백제이기 때문에. 아무튼 지금의 임진강을 경계로 삼아 두 나라는 대치하고 있었는데, 자주 전투를 벌였다. 저자는 광개토대왕비에 새겨진 '백잔百殘'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긴다. 고구려인들이 백제인을 낮춰 부르는 말이 백잔이다.  

 

광개토대왕의 즉위 2년째 되던 해(393년 음력 8월)에 백제 17대왕 아신왕(재위 392~405년)이 1만 명의 군사로 고구려를 공격하자 전황 보고를 받은 대왕은 수군을 이끌고 육해상으로 백제를 공격해 아신왕의 무릎을 꿇렸다. 고구려의 신하가 되겠다고 항복의 예를 갖추었지만 아신왕은 왜倭에 밀사를 파견해 '차도살인借刀殺人' 작전을 펼쳤다. 왜에 군사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약소국인 신라를 공격했다.

 

그러자 신라 내물왕은 광개토대왕에게 지원을 요청, 이에 대왕은 5만여 명의 군사를 파견해 백제, 왜 연합군을 소탕하고 말았다. 이 역사적 사실이 바로 광개토왕비에 44자의 한자어로 새겨져 있는데, 이중 세 글자가 지워져 있다. 학계에선 일제가 고의적으로 이를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백제국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감추려고 편리하게 일본사를 조작했을 정도였으니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겠다. 그래서 지금도 위안부는 자발적인 행동이었다고 주장하는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난 더 이상 읽지 않는다. 역사를 부인하는 작가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셋째, 철鐵은 무기를 만드는데 가장 필요한 금속이었다. 당시 요동지방은 철광석의 보고였다. 지금도 노천에 철광석 덩어리가 있다고 한다. 이곳을 장악하고 있던 후연後淵이 고구려를 공격하자 대왕은 이참에 무기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철광석을 손에 넣기 위해 아예 연나라를 공격해 요동을 탈환하기로 결정, 마침내 후연을 제압했다.

 

 

이괄의 난

 

1623년, 광해군을 왕위에서 끌어내라고 왕위에 오른 인물이 바로 인조다. 이를 인조반정이라고 한다. 통상 반정이 성공하려면 여기에 동참하는 인물들이 많아야 한다. 당연히 군부의 핵심 세력이 예외일리 없다. 1622년, 이괄은 함경도 병마절도사로 발령받아 송별 모임을 할 때 자신보다 여섯 살 연상인 신경유 장군으로부터 반정 참여를 권유받는다. 반정이 성공하면 출세길이 보장된다는 말에 결국 뒤늦게 반정에 합류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조반정 당일인 1623년 4월 11일 밤 10시에 반정군은 홍제원에 모두 집결해 있었다. 그런데, 총지휘를 맡은 김유가 도착을 하지 않고 눈치를 살피고 있자 반정 내부에선 전격적으로 이괄을 공격 대장으로 추대했다. 이에 재정비를 마치고 이괄이 궁으로 공격을 감행하려는 순간, 김유가 갑자기 나타나 설사 증세 때문에 지각했다고 변명했다. 이괄은 김유의 목을 베려했지만 오랫동안 반정에 참여했던 이귀의 중재로 병력 통솔권을 다시 김유에게 넘겼다. 우여곡절 끝에 반정은 성공했다.

 

이후 반정공신들이 모두 모여 파티를 벌였는데, 김유와 이귀는 상석上席에 자리잡고 이괄은 그 아래 자리에 앉게 되었다. 공신도 등급이 있기 마련이므로 직감적으로 1등 공신이 어렵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연려실기술>의 인조반정 당일 기록에 따르면 "어제의 공적은 이괄의 힘이 많았으니 마땅히 그를 병조판서로 삼아야 한다"라고 적혀있음에도 말이다.

 

예감은 적중했다. 이괄은 평안병사 겸 부원수로 임명되어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다. 이괄이 화가 날 것이 뻔하지라 인조는 이괄이 부임지로 떠나는 날 직접 배웅했다고 기록에 나온다. 그것도 명나라 사신을 대접하는 모화관에서 말이다. 후금後金이 지금 기세 충천인지라 국방의 막중한 책임을 맡을 사람이기에 그리 한 것이지 절대 좌천 발령이 아니라고 달랬을 것이다. 빠른 시일에 다시 불러 들이겠다는 첨언과 함께.

 

1624년 3월 6일(음력 1월 17일), 충격적인 소식이 조정으로부터 전해졌다. 한양에서 금부도사가 이괄의 외동아들을 압송하기 위해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이괄이 역모를 도모하고 있다는 고변이 있어서라는 거다. 이처럼 이괄 스스로 난을 일으키려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게 아니라 반정에 참여했던 정치적 정적들이 이괄에게 난을 일으키도록 부추긴 꼴이었다. 한양에서 명을 받고 내려온 자들은 모두 목이 달아나고 이괄 수하의 군사들은 한양으로 말을 몰았다. 이들의 목적은 오직 한양의 궁을 공격하는 것이기에 도중에서 관군과의 충돌을 최대한 피하고 길을 재촉했다.

 

마침내 이괄의 쿠데타 소식이 조정에 전해지고, 이에 대비한 대책회의가 열렸다. 정적들은 괜히 벌집을 쑤신 꼴이 되었지만 이괄의 병력만으로는 개성을 통과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괄의 군은 1월 24일(음력) 영변에서 출발하여 산악 오솔길 등을 따라 진군했기에 2월 9일에 한양에 입성했다. 물론 인조는 이미 피난을 가고 한양엔 없었다.    

 

한편, 인조는 피난을 떠나면서 명나라에 파병을 요청했다. 거대한 군사 병력이 일으킨 쿠데타도 아니고, 이괄을 제거하려고 자신들이 판 무덤에 들어왔음에도 명명에 진압 지원군을 요청한 셈이다. 정말 별꼴이다. 심지어 임진왜란이 끝난 지 30년이 채 안 됐는데 왜관에 거주하고 있던 왜병에게도 구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능력이 안 되면 오르지 말아야 할 자리가 바로 왕위인데, 왜놈들에게 우리 땅이 유린된 지 얼마나 지났다고 군사를 요청하는지 무뇌無腦의 군주가 아닌가 말이다!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

 

조선 선조 4년(1571년),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이라는 시詩가 조선 문단을 발칵 뒤집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시의 주인공이 여덟 살밖에 안 되는 여자아이였기 때문이다. 허엽의 딸 허초희,즉 허난설헌이 쓴 시로 밝혀지면서 이 천재 시인에게 혀를 내둘렀다. 더구나 조선은 남자 위주의 사회가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어린 여자아이의 작품이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정유재란 때 명나라 사신으로 왔던 오명제라는 학자가 신라부터 조선까지 100여 편의 아름다운 한국 시를 엮어 중국에서 출판을 했다. 당연히 여기에 오늘의 주인공인 허초희의 시도 포함되었다. 이 책이 중국 대륙에 허난설헌 한류 열풍의 기폭제가 될 줄을 누가 알았겠어. 허초희는 허난설헌의 본명이다. 허균은 대륙의 사신을 접대하던 중 누이 허난설헌의 폭발적 인기를 실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저기, 허균님아! 우리 사람 당신 누나 시 너무 사랑한다 해! 제발 당신 누나 글 좀 더 구해달라 해. 금은보화 필요 없다 해. 돈과 미인은 우리나라가 더 많다 해.” “아? 그러하오?” “지금 우리 사신단 완전 피곤하다 해. 중국 문단에서 억만금을 주고라도 당신 누나 책 구해오라 해서 완전 피곤하다 해. 지금 출간된 책들이나 미발표작도 다 구해달라 해" 


이렇게 허균은 <난설헌집蘭雪軒集>을 중국 사신들에게 전해주었고, 이는 곧 대륙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이다. 중국 대륙의 베스트셀러인데 일본도 그 영향을 비켜갈 리가 있겠는가? 일본 열도 역시 허초희 아니, 허난설헌의 시라는 쓰나미를 당연히 맞게 되었다.

 

 

기록의 이면을 읽어야 진정한 역사 공부가 된다

 

책은 광개토대왕의 정복전쟁에서 시작해서 정정화 애국지사의 이야기까지 총 35편이 이어진다. 역사 시험에서 고득점을 노리려면 당연히 임진왜란이 일어난 연도나 조선 왕의 계보를 달달 외워야 한다. 하지만 왜 임진왜란이 발생했는지, 당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등을 파악해야 진짜 역사 공부를 한 것이다. 이 책이 바로 이런 점을 우리들에게 여실히 보여준다.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펼쳐낸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러룬 자들에게 지배받는 것이다"

- 플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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