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달라진다 - 의지 따위 없어도 저절로 행동이 바뀌는 습관의 과학
션 영 지음, 이미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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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속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7가지 힘, 즉 'SCIEMCE'라고 이름 붙인 행동 프로세스를 통해 달라지고 싶은 당신의 욕망을 충족시킬 방법을 소개한다. science란 행동의 사다리 만들기, 커뮤니티에 의지하기, 우선순위 정하기, 일을 쉽게 만들기, 뇌 해킹하기, 매력적인 보상 주기, 몸에 깊이 새기기를 의미한다. - '당신이 늘 작심삼일에 빠지는 이유' 중에서

 

 

지속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7가지 힘

 

새해가 되면 마치 시즌 행사처럼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이루고 싶은 뭔가를 목표로 세우고 다짐한다. 그런데, 이런 다짐은 대체로 시간이 경과하면서 흐지부지되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이어트를 시행하는 이들 중에서 약 40퍼센트는 시행 첫 주에 포기하고 다이어트를 하기 전 보다 오히려 더 살이 찌는 경우가 50퍼센트를 넘는다는 사실에서 우린 감을 잡을 수 있다.

 

왜 그럴까? 다짐이 무너지는 이유로 우리들은 그 사람의 의지력 박약을 탓하며 중도에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단정한다. 그래서 개개인의 성격을 끈기 있는 것으로 변화시키거나, 남달리 의지가 강한 유명 인사를 롤 모델로 삼아 스스로의 행동을 바꿔보라고 조언한다. 찰스 두히그의 베스트셀러 <습관의 힘>에서도 좋은 습관을 길들이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의 근거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즉 우리들이 일상에서 행하는 행동 중 40퍼센트가 습관에 의해 움직인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기에 나머지 60퍼센트의 행동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란 논리적 허점이 발견되니 말이다. 결국엔 어떻게 우리들의 행동을 바꿀 것인가란 궁금증으로 귀결되므로 이에 대한 설명으론 부족한 편이다.

 

사회적 통념으로는 우리들이 변하려면 자기 자신의 성격을 바꿔야 한다고 권한다. 그런데, 자신의 성품을 변화시키기가 그리 쉬운가? 왜냐하면 우리들 개개인은 그 기저에 깔린 '핵심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지닌 스스로의 본모습을 굳이 바꿀 필요까지는 없다. 단지 우리들은 행동의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학적 근거와 함께 스스로에게 적합한 '프로세스'를 이해함으로써 소위 '작심삼일병'을 치유할 수 있기에 말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제시하는 주된 내용이다.

 

책의 저자 션영15년간 수천 명의 삶을 바꾼 세계적인 행동과학자로, UCLA 의과대학 교수이자 UCLA 디지털 행동 센터와 UC 예측 테크놀로지 연구소의 소장이다. 인간의 행동 예측 및 변화에 대해 치밀하게 연구해온 그는 지속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7가지 힘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이 책에서 그는 행동과학과 사회심리학의 최신 연구 결과 및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해낸 실용적인 방법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소개한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명명한 'SCIENCE'가 핵심이다. 즉, 지속적으로 변화를 유발시키는 일곱 가지의 힘과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소개하고 있다. 나아가 이 방법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이 기술은 행동을 바꾸고 나아가 삶도 변화시키고자 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과학적인 습관 솔루션이 되어줄 것이다.

 

 

 

 

이 7가지 힘은 성격이나 의지를 바꾸지 않고도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이고 확 실한 프로세스다. 그는 페이스북, 인텔, 미국 국립보건원 등 주요 기업 및 정부 기관과 함께 행동 변화 프로젝트를 성공시켰고, 개인의 식습관과 수면 습관, 운동 습관 등의 변화를 300퍼센트 증가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몸에 습관 패턴을 각인시키는 일곱 가지 힘을 통해 습관혁명을 이뤄낸다면 저절로 몸이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 효과는 엄청나므로 책의 제목도 무척 인상적인 '무조건 달라진다'로 정한 듯하다.

 

1. 행동의 사다리 만들기

2. 커뮤니티에 의지하기

3. 우선순위 정하기

4. 일을 쉽게 만들기

5. 뇌 해킹하기

6. 매력적인 보상 주기

7. 몸에 깊이 새기기

 

 

마법의 사다리 만들기

 

작은 단계에 집중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데 실패를 반복한다. 그 이유는 작은 단계가 왜 필요한지 미처 이해하지 못했고 이를 설득시킬 모형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산을 오른다고 상상해보면 이 말의 의미를 충분히 알아챌 것이다. 출발지에서 산 정상을 바라보면 오르기도 전에 힘들겠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엄습해 올 것이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발걸음에 한걸음씩 집중하면서 오르다보면 마침내 산 정상에 다달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작다는 의미는 크기가 작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사소하다는 뜻에 가깝다. 예컨대 자신의 체중을 10킬로그램 빼기로 했다면 오늘 당장 헬스클럽에 가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결심이 자신의 마음을 크게 설레게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거창한 꿈을 꾸어야 마음이 설레이지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것으론 설레기가 어렵다. 매일 운동을 해야 날씬해진 자신의 몸을 보상받음에도 말이다.

 

물론 작다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개념이지만, 자신의 꿈에 도달하려면 꿈과 목표, 그리고 단계를 잘 이해해야 한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앵커링'의 현상을 알아보자. 실험대상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특정 도시의 인구가 몇 명이냐고 질문을 하는데, 한 집단에는 500만 명보다 많은지 적은지를 묵도, 다른 집단에는 20만 명보다 많은지 적은지를 물었다면 당연히 전자 집단이 후자 집단에 비해 인구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답변하기 전에 이미 그 수치가 바로 기준점, 즉 앵커가 되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자들은 한결같이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팔겠다" 또는 "규칙에 따를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대부분 손해를 본 후에 그만두는 패턴을 보인다. 이런 계획을 세우며 큰 돈을 벌겠다는 큰 꿈을 꾼다. 하지만 정작 주식투자로 크게 성공한 고수들과 면담해 보면 이들은 그 사고방식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부자라는 꿈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금주에는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단기 계획에 초점을 맞춘다.

 

 

 

커뮤니티에 의지하기

 

우리들 대부분은 자기 자신을 독특해서 군중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모일수록 강하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공동구매 커뮤니티는 많은 구매자를 무기로 내세워 구입단가를 낮추지 않는가 말이다. 따라서 이런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게 자신의 행동을 꾸준하게 만드는 자석의 힘을 가졌음을 이해해야 한다. 헬스클럽에 다니는 것도 함께 다니는 친구가 있다면 더 쉽듯이 말이다.

 

 

뇌 해킹하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정신이 행동을 지배한다는 말이다. 이런 사실을 토대로 쓰여진 자기계발서는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상상하면서 이를 간절히 바란다면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담배를 끊겠다는 사람이 상상하는 것만으로 흡연 습관을 단절할 수 있을까? 그래서 사회심리학자들은 행동을 먼저 바꿔야 정신의 변화가 뒤따른다고 말한다. 이처럼 자신이 지금 행하는 행동이 뇌를 속여 '변화가 가능하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기술이 바로 뇌 해킹하기다.

 

치통이나 두통이 심할 때 진통제를 먹는다. 그러면 통증이 잦아들고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에 저절로 통증이 사라지길 바라면서 기다렸다면 엄청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사실 아스피린의 효과는 고작 몇 시간 뿐이다. 그럼에도 통증이 다시 찾아오지 않은 것은 왜 일까? 이는 바로 진통제가 뇌 해킹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즉 정신을 리셋해서 통증을 느끼지 않았던 그때의 기분으로 되돌렸던 것이다. 이처럼 뇌 해킹은 심리적 기술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을 버려라

 

변화하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고 변화가 결코 시작되지 않는다. 독서를 통해 배운 지식이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바꿀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습관에 관한 과학은 통상 '조건형성'이라는 케케묵은 원칙을 토대로 한다. 75년이나 된 이 원칙은 조건형성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상자에 갇힌 동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의 결과물이지 인간에게는 그대로 적용될 수가 없다. 그리고 모든 행동은 동일하지 않고 그 유형도 매우 다양하므로 행동을 바꿀 수 있는 힘도 그만큼 차별적이어야 한다. 이래서 행동주의는 이제 막을 내렸다고 주장하는 심리학자들이 많아졌다. 결과적으로 조건형성이 행동을 변화시키는 효과적인 힘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바꾸고 싶은 행동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당신은 아래 3가지 유형 중 어디에 속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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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 리더 - 왜 우리는 문제적 리더와 조직에 현혹되는가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이지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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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치, 경제계에서 나르시시즘적 지도층이 사용하는 유혹 전략을 비롯해 나르시시즘의 부정적인 측면, 권력 남용, 해악, 독재 및 통제와 조작에 대한 집착을 다루고 있다. 트럼프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그에게서 나르시시즘적 요소들이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들은 특유의 유혹 능력을 발휘해 우리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며, 우리는 이에 쉽게 놀아나고 만다. - '이 책의 주제에 관해' 중에서

 

 

나르시시스트 리더는 우리들을 조종한다

 

책의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현재 뮌헨에서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며 대인관계에 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심리학자로서 세계 곳곳에서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에 대한 활발한 강연을 펼치고 있으며, 독일 공영방송 ARD, ZDF, NDR, 독일문화방송 등을 통해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무료로 심리 상담을 해 주고 있다. <따귀 맞은 영혼>, <여자의 심리학>, <너에게 닿기를 소망한다> 등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글쓰기를 계속해 왔고, 신작이 출간될 때마다 전 세계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받는 심리치료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다.

 

크게 다섯 파트로 구성, 마흔 세 가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책은 부정적인 나르시시즘을 바탕으로 문제적 조직이나 리더가 탄생하는 배경을 파헤치고, 이들이 대중을 유혹하고 선동하고 통제하는 다양한 심리 전략을 살펴본다. 소위 나르시시스트 리더들은 우리들이 지닌 내면의 나르시시즘적 취약성과 의존성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나르시시스트들의 전략을 살펴봄으로써 독재나 포퓰리즘, 과격주의의 마수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저자는 개개인의 내면, 조직과 사회를 심리학적으로 집중 분석하며 우리 안팎의 나르시시즘에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나르시시즘이란 용어를 자기사랑, 즉 자기애自己愛로 설명하는데, 우리들은 이와 관련해 신화 속의 인물인 나르키소스와 수선화를 쉽게 떠올리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잘생긴 미소년 나르키소스가 호수의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반해 결국엔 물에 빠져 죽어서 수선화로 태어났다고 전한다.

 

이렇듯 나르시시즘이란 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심지어 많은 이들은 '나르시시스트'란 말을 멋있다고까지 생각한다. 왜 그럴까? 이는 나르시시즘이란 용어가 성공, 권력, 그리고 부富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는 개개인의 믿음에 머물지 않고 사회나 국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우린 주목해야 한다. 즉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에게 타인을 종속시켜 지배할 목적으로 유혹의 기술을 활용, 자기 자신이 바라는대로 조종까지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회 지도층과 정치인들이 이런 전략을 줄겨 사용한다니 우매한 우리들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도취에 빠진 사회

 

우리는 '가능한 모든 것'과 '더 훌륭해지는 일'에 중점을 두는 나르시시즘적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는 본질과 겉모습이라는 상호모순의 특징을 보인다. 물질적 성장과 풍요로움이라는 화려한 겉모습의 이면에 상대적으로 부족함과 불만족에 허덕이는 공허함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박탈감을 위로받고자 나르시시즘이라는 전염병에 쉽게 감염되고 만다.

 

유명해지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미디어, 인터넷상에서의 자기과시 풍조, 항시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머니인 신용카드 등은 나르시시즘적 행동 방식이 만들어지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서 사람들은 현실과 구별되지 않는 허상의 세계에 빠진다. 채무, 패배감, 지나치게 높은 기준, 자기착각 등은 모두 나르시시즘이 낳은 부정적인 결과물이다. 

 

 

'나르시시스트'의 유혹

 

2015년 초, 무자비한 테러집단인 IS에 한국인이 가입했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세인들의 이목이 이 소식에 집중되었던 적이 있다. 18세의 김군으로 알려진 그는 터키로 여행을 간 뒤 현지에서 소식이 두절되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되었지만 실상은 연결책과의 사전 만남을 통해 IS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금할 수가 없었다.

 

알려진 바로는 군미필자인 이 젊은이는 돈과 미모의 여성을 제공한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마치 용병들의 행동처럼 불법 단체인 IS에 가입, 현지에서 군사 훈련까지 받고 있다고 했다. 이후 김군의 동생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한다는 글을 남겼다고 증언하기도 했지만, 2015년 9월에 이루어진 미국과 요르단 연합군의 공습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는 너를 내 광휘 속으로 끌어들여 네 자아존중감을 드높이고 나르시시즘적 욕구를 충족시켜줌으로써 행복을 선사하겠다. 대신에 너는 자주성과 차별성, 생기, 독립성을 포기해야 한다'

 

저자는 자기도취적 성향과 맞물린 유혹에는 위와 같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말한다. 즉, 유혹하는 사람이 사랑, 안전, 인정, 존중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자주성과 독립성을 포기하라는 것이므로 이는 바로 맹목적인 굴종屈從과 무조건적으로 의존하는 삶을 살라는 요구인 셈이다. 위에서 살펴본 김군의 케이스가 바로 그러한 것이다.     

 

또 다른 유혹의 기술로 칭찬과 모욕을 교묘하게 혼합하는 방식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정보기관을 상대로 구사하는 전략이 바로 이런 것이다. 한편으로는 상대방을 힐난하고 모욕하고 배척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 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추켜세운다. 이러다 보면 상대방은 '어느 쪽이 진짜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지만, 이 의문에 정해진 대답은 없다. 답이 주어질 경우, 이 전략은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트럼프는 카드 게임에서 으뜸가는 패를 손에 쥐고 상황을 지배하면서 게임의 룰을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모든 부분에서 안전을 다지는 것이다. 어떤 이슈를 다룰 때 적이 나타날 경우, 상대방이 이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동안 그는 새로운 이슈나 주장을 내세워 주의를 돌린다. 그의 반응은 이처럼 예측 불가능해서 상대방의 기력을 완전히 소진시킨다. 북핵 위기에 대처했던 그의 행동을 보면 우린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선제 공격과 대화라는 두 카드를 두서 없이 내밀었으니까.

 

 

스트롱맨을 향한 갈망

 

스트롱맨, 즉 강력한 지도자를 향한 열망에는 누군가의 계도를 받고 그에게 의존하려는 욕구가 반영돼 있다. 이런 욕구는 강한 아버지를 향한 퇴행적, 소아적 갈망에 의해 강화된다. 또한 이런 욕구는 누군가가 자신을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인간 존재의 특성을 보여준다. 마치 아버지를 만능 재주꾼이자 만물박사로 여기며 언제까지고 자신을 돌봐줄 것이라 믿는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독일에서는 강력한 지도자가 정권을 잡기를 희망하는 유권자가 11퍼센트 정도에 그친다. 강력한 지도자가 책임을 넘겨받고 집단 전체에 이익이 되는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말 그대로 이상적인 케이스에만 해당될 뿐이다. 이런 민물은 대개 집단에서 잠재적 구원자로 간주되며, 계도받는 층은 자신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대신에 지도층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어야 한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빈곤층 출신이다. 한때 축구 스타 플레이어로 활약하기도 햇던 그는 대중들에게 신뢰할 만한 이미지로 비춰졌다. 이를 기반으로 권력을 잡은 그는 임기 초엔 성공적인 개혁으로 민중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도 했지만, 권력은 그를 결국 오염시키고 말았다. 점점 더 권위적으로 변해 모든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고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했다.

 

나아가 반대자는 모조리 구속시킴으로써 대중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 그는 대통령궁 내부를 마치 군대 벙커처럼 요새화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그의 신뢰도가 변질되었음에도 민중들은 여전히 그를 추종하고 있다.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이 얼마나 아이로니한가 말이다.

 

 

책임 전가와 경멸

 

자기도취적인 이들에게 최고의 방어 메커니즘은 책임 전가경멸이다. 이는 특히 갈등 상황에서 자주 쓰인다. '나르시시스트'는 당면한 갈등을 분석하고 논의하고 해결하는 대신 공격적으로 반응하며, 상대방에게 문제의 책임을 떠넘기려고 든다. 이는 갈등을 해결하는 행위가 아니라 회피하는 행위다. 이들이 내놓는, 얼핏 해결책처럼 보이는 것은 희생자, 추격자(가해자), 구원자라는 세 가지 심리적 역할(법적 역할이 아닌)이 있는 심리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이 게임의 목적은 책임질 대상을 만들어내 배척하고 비난하고 그를 향해 분노를 쏟아내는 것이다. 타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므로 자기 자신은 아무런 불이익도 당하지 않는다. 이런 소통 방식은 이른바 '드라마 삼각형'이라 불리는 가해자, 희생자, 구원자 도식에 따라 전개된다(아래 사진 참조).

 

 

에르도안(희생자)는 독일 코미디언 얀 뵈머만(가해자)의 풍자에 격분, 즉각 법적 대응(구원자)에 나서 뵈머만을 고발함으로써 자신이 받은 모욕감에 대한 응분을 표현했다. 이로써 그는 가해자로, 뵈머만은 피해자로 역전되는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데, 희생자가 가해자에게 복수할 경우 두 사람 간의 갈등은 더욱 증폭되어 서로가 물고 뜯는 상황으로 이어져 결국엔 둘 다 파괴되기에 이르게 된다. 

 

 

긍정적인 나르시시즘

 

많은 이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동안에도 긍정적 나르시시즘을 발산한다. 이런 나르시시즘은 안정된 자아존중감의 형태로 발현되며, 그 당사자는 화려한 조명을 즐기고 권력을 추구하되 그것을 행사하는 데 있어 이해와 책임감을 잃지 않는다. 인간성 및 관계 능력을 유지하며, 나르시시즘적 술책에 빠져 삶의 기쁨을 상실하는 일이 없고, 자신의 우월한 입지를 이용해 유익함을 전파할 줄도 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의 영부인이었던 미셸 오바마다. 그녀는 특유의 웃음과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태도, 넘치는 에너지, 지성, 건전한 자신감을 발산하며 주위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이런 자신감은 오만함이나 우월 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의 얼굴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운다. 그리고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새롭게 영부인이 된 멜라니아 트럼프와 비교할 때 몸가짐과 표정에서 큰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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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간 우선 생활습관 - 즐거운 계획이 나를 행동하게 하는
닐 피오레 지음, 김진희 옮김 / 청림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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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미루는 버릇은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는 지루한 일이나 엄두가 안 나는 일을 피하려다가 몸에 밴 습관이다. 불안과 두려움, 자기 회의를 줄여주는 이 책의 전략을 활용하면 미루는 습관을 하나의 탈출구로 삼지 않고도 생산성 두 배, 나아가 수입도 두 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 '개정판 서문' 중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일에 집중한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을 터득한다면 '몰입해서 일하기'를 통해 두뇌의 힘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높은 중요한 일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이 책은 일 미루는 버릇을 극복하고 싶은 사람, 복잡하고 힘든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싶은 사람을 대상으로 쓰여진 것이다. 큰 일을 척척해내면서 일상에서 꼭 해야 할 사소한 일에 꿈지럭대는 사람이라면 책을 통해 일의 우선순위를 따져 바로 착수해서 끝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저자 닐 피오레는 건강 심리학과 능률 향상, 스트레스 관리, 최면술 분야의 권위자로 수천 명이 더욱 생산성 있게 일하고 최고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왔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벡텔, AT&T, 리바이스의 임원코칭 전문가로 일하기도 했으며, 지금은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경영 컨설턴트이자 심리학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UC버클리대학교의 심리학자이자 산업, 건강, 교육 학회의 컨설턴트로 몸담고 있기도 하다.

 

또한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 <사이콜로지 투데이〉, 〈과학 다이제스트〉, 〈보드룸 리포트〉 등 수많은 저널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미 전역의 라디오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다. 〈보드룸 리포트〉가 선정한 미국 최고의 자기계발 트레이너 10명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미국 아마존 '평생에 한번은 꼭 읽어야 할 SUCCESS 100'에 올라 있는 이 책은 1989년 처음 출간되어 30년 가까이 시간관리 분야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저자는 건강 심리학과 능률 향상, 스트레스 관리의 최고 권위자로서 <보드룸 리포트(Boardroom Report)>가 선정한 미국 최고의 자기계발 트레이너 10명 중 한 명이다. 심리학 박사이기도 한 그는 얕은 자기계발 코치에 그치지 않고, 상담자 내면의 심리를 바탕으로 해결방안을 찾는다.

 

AT&T, 리바이스, 연방준비은행 등 30여 년간 일류 기업들과 대학을 상대로 컨설팅하며 증명된 오랜 연구 성과와 수백만 명이 더욱 생산성 있게 일하고 최고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도운 노하우 및 전략적 툴을 이 책에 전부 담았다. 시간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자신에 대한 꼼꼼한 관찰과 기록,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적인 도구를 통해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신임 심리학자로서 처음 맡은 일은 버클리대학교의 상담센터에서 박사 학위 논문을 미루는 대학원생들을 격려하며 지도하는 일이었다.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외로운 투쟁을 하는 그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다. 논문 마감을 '계속 미루는 학생들'과 '2년 이내에 마치는 학생들'은 지적 수준이나 정서 상태 등 다른 조건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학생들이 상황을 '더 힘들어'했다.

 

논문을 미루는 학생들은 자신의 삶을 대기 중이라고 여기며 모든 약속이나 일상적 일들을 논문 마감 이후로 미루고, 스스로 채찍질하며 스트레스와 좌절감에 시달렸다. 반면, 2년 이내에 논문을 마친 학생들은 건강과 휴식에 우선순위를 두고 여가 시간을 꼼꼼히 챙겼다. 그렇게 ‘재충전’된 그들은 의욕과 흥미를 갖고 논문 쓰는 일에 집중할 수 있던 것이다. 그들은 학위 논문을 마치고 하고 싶던 일들을 할 수 있는 삶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바로 그 순간에 삶을 살고 있었다.

 

 

이럴 때 일을 미루게된다

 

 

어떤 경우에는 일을 미루는 행위가 타당한 일이며, 심지어 이 행위에 보상이 따르기도 한다.
일을 미룬 덕에 보상도 받고 문제도 해결하는 경우는 아래와 같다.


- 지겨워서 미룬 일을 이따금 남이 대신해준다.
- 구매 결정을 미루다 보면 세일을 하거나 유행이 지나간다.
- 일을 미뤄도 대가를 치르지 않을 때가 가끔 있다. 실제로 어릴 적에 시험공부를 하지 않아 가슴 졸이다가 폭우나 파업으로 휴교령이 내려진 적이 있다. 그래서 다시 이러한 요행을 바라며 일을 미루게 된다.
- 화를 누그러뜨릴 시간을 벌려고 일을 미루다 보면 부모님, 선생님, 상사, 친구들과 벌이는 심각한 말다툼을 피할 수 있다.
- 새로운 정보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어려운 문제의 결정을 미루다보면 저절로 그 문제가 해결되기 마련이다.


보통 우리는 일을 미루는 행위가 다른 문제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라기보다 일을 미루는 행위 자체가 문제라고 배운다. 그러나 일을 미루는 행위 자체를 문제로 진단하게 되면, '압박, 두려움, 일을 미루는 행위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끝내기는커녕 그런 끔찍한 습관을 지닌 자신을 비난하며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전문가들, 상사들, 친구들은 툭하면 우리에게 "정신 좀 가다듬고 일단 시작해"라고 말한다. 그러면 우리는 갖가지 일정과 방법을 동원해 스스로 겁을 줘 일하는 환경으로 몰아간다. 그러나 이런 처방으로는 시원치 않은 결과만 얻을 뿐이다. 애초에 일을 미루게 한 문제들보다는 '일을 미루는 사람'인 우리를 보고 처방을 내렸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주는 말~ "해야 한다"

베티를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빠른 조치를 취해야 했다. 연간 보고서 업무의 마감기한이 이미 지난 터라 그녀는 크게 낙심해 있었고 일을 그만둘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보험 관련 대기업에서 사무 관리직을 맡고 있는 베티는 맡은 업무에서만큼은 베테랑이었지만, 연간 보고서 업무는 손도 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베티는 매년 연간 보고서 작성 시기가 돌아올 때마다 시작할 마음을 먹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낭비했다. 이 시기만 되면 베티는 몇 주 내내 이런 말을 달고 살았다.


 

"연간 보고서를 써야 해서요"
"점심을 같이 먹고는 싶은데 연간 보고서를 마쳐야 해서요"


 

누가 봐도 베티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피해자였다. 그러다 보니 마감만 다가오면 평소 활력 넘치고 명랑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우울하고 초췌한 모습만 남았다. 등은 엄청난 짐을 진 듯 휘어졌고, 날마다 극심한 피로와 근육통, 불면증에 시달렸다. 베티에게 삶은 자유나 재미는 하나 없는 거대한 '해야 할 일' 투성이로만 보였다. 

 

온종일 '해야 해'라는 말을 달고 살면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게 되고 피해의식까지 들면서 일을 미루는 습관에 대해 자기합리화를 도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말과 태도를 재빨리 바꾸는 게 좋다. '해야 해'보다는 '선택하겠어'로 말이다. 이는 스스로를 책임감 있고 당당한 존재로 인식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생산성 있는 사람으로 변모시켜 준다.

 

 

완벽주의에 대한 스트레스

 

완성된 일에 대한 칭찬은 인색하면서 아직 미완성된 불완전한 일에 대한 비판은 후한 상사가 “자네 이것보다는 훨씬 잘해야 할 거야. 아직 할 일이 많다는 거 알지?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빨리 좀 끝냈으면 해”라고 훈계하는 모습은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또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의욕을 북돋운답시고 "다른 과목은 모두 A를 받았으면서 왜 수학은 B를 받은 거야?"라는 식으로 다그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완벽주의와 같은 끔찍한 훈련은 자신이 지닌 능력으로는 부모님이나 상사를 절대 만족시킬 수 없다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능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자존감에 좌절을 안기고 손상을 준다. 평범한 실수에 대한 비판에도 그 비판을 딛고 일어서는 자존감이 없이는 일하기 매우 어려운 법이다. 누구나 조금씩 실수도 할 수 있지만, 어려운 일을 마쳐도 칭찬에 인색하다. 결국 완벽하지 못할 위험은 감수하기에 너무 크고, 완벽해야 한다는 위협은 도리어 의욕만 꺾어 놓는다. 

 

 

놀기 우선 일정표

 

일 때문에 생긴 긴장과 기분 나쁜 감정은 초콜릿 쿠키를 먹는다거나, 텔레비전을 본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다.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일이 있을 때는 그 일을 미루든 놀든 늘 불안감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이때 유일하게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일을 시작하는 것뿐이다.


문제는 일을 시작하는 것 자체다. 일을 시작하도록 의욕을 북돋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우리에게 와 닿는 일의 이미지는 박탈감을 주고, 기가 질려 엄두도 안 나고, 불안하게 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주고, 하고 싶지도 않은데 억지로 책상 앞에 앉혀 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두려움에 마주하고 자신의 완전하지 않은 모습을 참으며 단 몇 분만이라도 집중해서 알차게 일을 끝마칠 수 있는 간단한 시스템을 활용하여 일을 끝내고 죄책감 없이 마음 편히 여가를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이를 위해서 책은 '놀기 우선 일정표'라는 방법을 제안한다.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다.

 

놀기 우선 일정표

 

1. 한 가지 일에 일주일에 20시간 이상 일하지 말기
2. 한 가지 일에 하루 5시간 이상 일하지 말기
3. 하루에 적어도 1시간 이상 운동하거나, 놀거나, 춤추기
4.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쉬기
5. 30분 동안 집중해서 알차게 일하는 목표 세우기
6. 인간적으로 불완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일하기
7. 작게 시작하기

 

 

일을 미루는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

 

습관을 바꾸기 위해 자신이 채택한 그 방법이 오래가길 바란다면 스스로의 실정에 잘맞추어 섬세하게 다듬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대체로 살면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면 자신도 모르게 일을 미루는 습관에 의지하게 십상이다. 책은 이런 사람들을 위해 유용한 팁을 제공한다. 아무리 좋은 처방전이라도 이를 어떻게 갈고 다듬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질 것이다.

 

전략적인 후퇴를 활용하라

회복력과 강인성을 키워라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없애라

미리 떠올려보고 머릿속으로 연습하라

효과적으로 목표를 세워라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과 상황에 적용해보자

 

책이 제시하는 새로운 방법을 활용해 일을 미루고 목표 달성에 실패하던 고리타분한 행동을 바로잡아 변화하겠다는 의욕에 불태우자. 그러므로 이제부터 어떤 일에 더 전념해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를 표현하려면 '어떻게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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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으로 투자하라 - 개정판
버프 도르마이어 지음, 신가을 옮김 / 이레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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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 분석은 진실을 판단하는 시금석이 된다. 만약 거래량 분석이 없다면 투자자는 퍼즐을 맞출 수 없을 것이다. 거래량 분석에서 거래량은 바로 퍼즐 상자로, 수요와 공급이라는 렌즈로 시장을 들여다보게 도와준다.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거래량 분석은 정밀 과학이라기보다는 '감'에 의존하는 예술에 가깝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거래량은 주가의 선행 지표

 

책의 저자 버프 펠츠 도르마이어는 CMT(CHARTERED MARKET TECHNICIAN)로 개인 자산가, 기관, 트러스트, 기부금의 민영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다. 버프는 불확실한 시황에서도 고객의 특수한 투자 목적을 달성하고 또 능가하도록 고안된 고객 맞춤형 전략을 구축한다. 버프는 이를 위해 리스크를 의식하면서 부를 보존하고 늘릴 수 있도록 고안된 자신만의 최신 포트폴리오 운용 전략들을 활용한다.

그는 증권업계에서 15년 넘게 종사해오면서 금융 자문, 애널리스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했다. 거래량 주가확인지표를 개발, 2006년에 혁신적인 연구에만 수여하는 찰스 다우 상을 수상한 동업계의 혁신가이다. 이밖에도 거래량 가중 이동평균, 거래량 가중 MACD, 거래량 주가확인지표(VPCI), VPCI 스토캐스틱, 반反거래량 손실제한, 추세추력지표, 시가총액 가중 거래량 지수 그리고 수많은 시가총액 가중 지표들과 거래량 토대 강도 지표들을 개발했다. 또한 브라질 트레이더 엑스포, 트레이드스테이션 세계 총회, 머니쇼 국제 트레이더 엑스포에서 특별 연사로 강연했다.

 

거래량은 주가에 선행한다. 그런데, 거래량이 감소하는 현상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자제하고 주가의 추이를 관망하는 입장임을 대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통상 당일 또는 최근 일주일 사이에 특정 종목의 거래량이 폭증했다면 이는 주가의 큰 폭 상승을 초해한다. 물론 당해 회사의 악재 노출로 일시적인 급매물 출회로 인한 거래량이 증가 현상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주가가 약세를 보인다.

 

 

 

"거래량은 실체이고,

주가는 그림자일 뿐이다"

 

 

거래량, 주가, 시간은 시장 분석의 기초가 되는 지표들이다. 거래량은 어떤 종목의 양을 추적하는 지표다. 경영에 있어서는 거래량이란 판매, 재고, 고객, 매수 또는 매도한 상품의 양을 뜻한다. 버프는 종종 그냥 지나치는 이런 통계의 이면에 숨어 있는 비밀을 밝혀내고, 거래량을 심층적으로 파헤친 인물이다. 즉 추세에 올라타야 할 때는 언제인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편승해야 할 때는 언제인지, 그리고 추세가 힘을 잃어 빠져나와야 할 때는 언제인지 등을 식별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바프는 기술적 분석의 아버지이자 거래량 분석의 대가인 조셉 E. 그랜빌에게서 배우기로 하고, 그랜빌의 OBV 개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랜빌은 거래량이 주가에 선행한다는 사실을 설파했는데, 그 진리는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 그래서 버프 또한 주가와 거래량의 역동적인 관계, 즉 주가가 거래량에 미치는 영향과 거래량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를 분석할 방법을 찾고자 노력해왔다.

 

그렇다고 버프의 거래량 분석이 만병통치약은 분명 아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어설프게 알고 있는 전문가에게서 낭패를 당할 수 있음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이다. 한 마디로 '불완전한 지식은 위험한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어설픈 지식은 득得보다 실失이 큰 법이다. 기술적 분석도 마찬가지다.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그런 경험 없이 단순히 지표에만 의존하다가는 값비싼 수업료를 징구당하게 된다. 

 

 

펀더멘털 분석과 기술적 분석

 

펀더멘털리스트는 기업 분석을 토대로 주가를 평가한다. 기술적 분석가는 주가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을 관찰해 가능한 지지 수준을 확인하는데, 이것이 펀덜멘털리스트가 분석한 주가와 같을 수도 있다. 지지선이란 무엇인가? 지지선은 곧 수요(매수자들)다. 그렇다면 수요는 어디서 나오는가? 종종 기업 가치에 대한 펀더멘털리스트의 판단에서 수요가 발생한다. 이런 식으로 두 가지 관점은 다른 방법으로 같은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펀더멘털 분석은 내재가치에 대한 연구에 토대를 두고, 기술적 분석은 외부 행위에 의해 형성된다.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수요가 가용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가용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주가는 다시 하락한다. 거래량은 이처럼 가격을 형성하는 수요 세력과 공급 세력의 힘을 저울질한다. 이런 식으로 거래량은 시장 또는 주식에 돈이 유입되는 흐름과 빠져나가는 흐름을 반영한다. 저자는 아래와 같이 믿기 때문에 이 책에서 많은 이가 간과하는 거래량 분석으로 투자자가 시장을 판단하는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도구와 개념을 제공하고자 한다.

 

"거래량 분석은 시장의 내부 구조를 보여주는 탁월한 관점으로

이는 다른 분석 형태로는 얻을 수 없다"

 

 

시장의 움직임은 큰 손이 좌우한다 

근대 이후 기술적 분석의 아버지는 <월스트리트 저널>을 창간한 찰스 H. 다우를 꼽는다. 그는 1870년대 경제 전문 기자로 활동했는데, 당시엔 주식이 그리 유망한 투자처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알려진 정보도 거의 없었고 그나마 나도는 정보도 믿을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때는 주가 원장에 기록되기도 전이었다.

 

1889년 7월 8일, 통계학자 에드워드 존스와 함께 경제 신문인 <월스트리트 저널>을 창간한 다우는 1894년 9개 철도회사를 바탕으로 다우존스교툥평균을 만든다. 1896년 5월 26일, 12개 산업 주식을 바탕으로 다우존스산업평균을 만들었는데, 이후 이는 널리 사용되었다. 또한 편집장으로서 그는 자신의 탁월한 이론을 적용해 시장의 평균을 해석하고 경제를 예측하는 기사를 썼다.

 

다우와 동시대 사람인 와이코프는 1907년 미국 최초의 투자 잡지인 <더 매거진 오브 월스트리트〉를 창간, 시장의 움직임 이면에서 작동하는 원인들에 관심을 기울이며 다우 이론에서 일탈했다. 그는 주식 거래에서 나타나는 수요와 공급의 경제적 원칙에 주목, 주가와 거래량의 움직임을 통해 관찰된 행위가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라고 믿었다.

 

그 결과 와이코프는 시장이 세 가지 원칙에 의해 움직인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바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 원인과 결과의 법칙, 노력 대 결과의 법칙인데, 시장의 움직임이 대부분 큰손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큰손들이 주식을 마구 사들인 다음 개미들에게 비싼 가격에 되판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움직임을 확인하는 데는 거래량이 핵심이라고 믿었다.

 

 

거래량은 힘이다

 

"제다이의 힘은 세력에서 나온다"

- 요다

 

투자 정보에 있어서 거래량은 결정적인 요소임에도 통상 대다수의 투자자가 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재무 분석가들은 거래량을 고려조차 하지 않으며, 기술적 분석가들은 거래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은 아래의 두 가지 측면에서 투자자들에게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첫째, 거래량은 주가의 변화가 실제화되기에 앞서 이를 짐작하게 해준다.

둘째, 거래량은 기술적 분석가가 주가 변화의 의미를 해석하도록 도와준다.

 

 

거래량이 적은 주가의 움직임 

강세장에서 주가가 급상승하지만 거래량이 보통 내지는 적다면 이는 탐욕스러운 시장임을 암시한다. 이 때엔 개미투자자들이 자신들도 따라 벌겠다고 동참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종종 큰 호재가 발표되기도 한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투자자들이 동참하고 싶어한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이 소식을 기다려왔기에 주가가 얼마까지 상승할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본다. 그러다 약세로 전환되면 개미들에게 주식을 내놓는다. 

 

상승세지만 거래량이 평균적이거나 적은 것은 둥근 천장 형성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수자들은 지친다. 서서히 맥이 빠지면서 추세의 방향을 돌린다. 거래량이 적고 주가도 하락하는 움직임은 흔히 약세장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는 흐름을 반전시킬 만큼 수요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약세가 일시 정지하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시장이 강세의 한가운데 있을 때 낮은 거래량을 수반하는 폭락장이 연속으로 나타나는 일은 드물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대체로 기업에 관한 뉴스나 기타 정보를 투자자들이 잘못 받아들일 것이다. 주가의 움직임은 크지만 거래량은 적다. 이는 정보가 부족한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스마트 머니(Smart Money, 단기 차익을 노리는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에 의하여 시황 변화에 따라 빠르게 회전되는 자금)는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는다. 악재가 터질 것으로 예상한 기관들은 이제 참을성 있게 지지세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 단기 하락이 진정되거나 반전되기 시작하면 이는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으니 매수에 파란불이 켜질 것이라는 신호이다.

 

 

채널, 지지와 저항을 나란히 이어 그린 線선

 

채널은 거래 범위의 바닥에 있는 지지선을 수평으로 연결한 것이다. 지지선 위로 나란히 그은 선은 거래 범위의 꼭대기를 형성하는 저항선이다. 이처럼 채널은 상승세, 하락세, 횡보장에서 나타날 수 있다. 주가가 하단에 접근하면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하는 매수자들과 상단에 접근하면 과대평가됐다고 판단하는 매도자들 사이에서 주가는 요동을 친다. 우리들은 보통 이를 박스권이라고 말한다.

 

주가 하나만을 살펴보면 주가 돌파의 방향은 주가가 채널 내 머무르는 동안에는 사실상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거래량 지표들은 돌파 방향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돌파가 발생하면 거래량이 이례적으로 많아야 하는데, 거래 범위의 일일 거래량 평균이 최소 150%는 되어야 한다. 거래량이 많을수록 돌파의 유효성은 높아진다.

 

때때로 주가가 낮은 거래량을 수반하면서 돌파 지점으로 서서히 되돌아가기도 한다. 상승 돌파 이후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과거 매도자들이 매도를 후회하고 매도가에 다시 주식을 매집하려고 들기 때문에 과거의 저항 지점이 지지선 역할을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탈 시에도 이전 지지선이 저항선 역할을 한다. 이러한 후퇴는 최초의 돌파를 놓치거나 이탈에 물린 사람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한다.

 

 

스캘퍼, 거래량 수준을 높였다

 

초고속 인터넷의 발전과 온라인 트레이딩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극초단타 매매를 즐기는 트레이더들이 많이 생겼다. 이들은 스캘퍼라고 부른다. 이들은 낮아진 트레이드 비용을 무기로 삼아 거래가격의 갭이 생기면 주저함이 없이 매매에 임한다. 이로 인해 거래량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그렇다면 이들의 가래량이 거래량 분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지만 방향성이 없는 트레이딩은 거래량 분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스캘퍼들의 매매는 빨라진 컴퓨터 속도와 낮아진 트레이딩 비용으로 인해 발생된 관행이기에 아마도 이는 장기적으로 계속도리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의 시장 구조가 초래한 거래량의 증가를 취소하거나 정화할 필요까지는 없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

앞서 말했듯이 거래량 분석은 '감'에 의존한다. 이런 분석 툴을 채택하는 투자자라면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엄격하고 정밀하며, 나아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규율을 적용해야 한다. 기술적 분석의 성공 여부는 분석하는 사람의 수행 능력과 시장을 가늠하는 능력에 달렸다고 말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은 기술적 분석을 취하는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지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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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부산물이다 - 문명의 시원을 둘러싼 해묵은 관점을 변화시킬 경이로운 발상
정예푸 지음, 오한나 옮김 / 378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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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푸는 결혼제도, 농경, 문자, 종이, 조판, 인쇄라는 여섯 가지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자랑하는 인류의 문명은 목적적인 행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그려낸다. 문명은 결코 위대한 업적도 아니고,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과정도 아니었다. 인류는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했고, 그 와중애 그들이 선택했던 수많은 과정이 서로의 작용으로 후대에서 말하는 '문명'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 '추천사' 중에서

 

 

문명은 생존을 위한 결과물이다

 

우리들은 학교에서 세계 4대 문명과 발생지, 즉 이집트문명(나일강), 메소포타미아문명(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인더스문명(인더스강)과 중국의 황허문명(황허강)를 배워왔고 이것이 기존 문명에 대한 통설이었다. 더구나 4대 문명이 세계 각지로 전파되어 계몽되었다고 가르쳐왔다. 하지만 이젠 이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무수히 많은 고대 문명이 있었고 그 유적들이 속속 출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후기 구석기시대에 해당하는 터키의 괴베클리 테페에서 고대 문명의 흔적이 출토되었고, 동아시아에서도 구석기시대에 이미 토기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벌써 상식적이다. 이처럼 인류의 역사는 4대 문명 기원설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거대한 기념물과 위대한 왕이 인도한대로 흘러간 게 아니다. 오직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책은 문명 진화에 대한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인류 역사의 기원과 탄생을 재정의한다. 책의 저자 정예푸鄭也夫는 1950년 북경 출생으로, 베이징사범대학교와 사회과학원 대학원을 거쳐 철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미국 덴버대학교 사회학과에서 공부했다. 베이징대학교의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수십여 권의 책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강연가로 유명세를 떨친다. 현재 중국에서 영향력높은 사회학자이자 인문학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아직도 사람들은 과거 역사의 찬란함에 경외심을 갖고 자기 나라에 이런 문명적 요소가 많을수록 자국과 자국민의 위대성이 증명된다고 어리석게도 믿는다. 이와같이 올바른 역사관이나 문명관을 갖지 않을 경우 커다란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현재 중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시진핑 주석이 의욕적으로 펼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또한 그릇된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국의 위대함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심지어 역사의 조작까지 서슴치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국 영토에 위치하고 있는 고구려 유적지를 자기들의 역사로 만들려는 동북아공정 프로젝트가 이를 대변한다. 이는 통치권자의 잘못된 역사관이 빚어낸 심각한 오류의 결과물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민족에게 자존심은 필요할까요? 당연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날조된 역사관 위에 자존심을 세워서는 안 됩니다. 이는 믿을만하지 못합니다. 잘못된 역사적 평가는 맹목을 불러옵니다. 제대로 된 역사를 읽어야 현명해지고, 현명해져야만 미래를 제대로 개척할 수 있습니다"

 

 

왜 족외혼제를 추구했을까?

 

원시 인류와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유인원들의 조상은 일부다처제였다. 쉽게 말하자면 육체가 타고난 무기였던 힘쎈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기 쉬웠던 것이다. 그렇다면 무기는 왜 발명했을까? 이는 더욱 힘쎈 맹수들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무기는 양날의 검이었다. 인간 내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중에는 주로 외부보다 내부에만 영향을 끼쳤다.

 

이런 변화의 즈음에 일부일처제가 자리잡는다. 본디 흉폭한 맹수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발명되었던 무기가 인류 진화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급변을 초래한 셈이다. 일단 일부일처제가 형성되자 이후에는 이를 다시 번복하기 어려웠다. 그 이치는 다른 남자가 차지한 아내를 되찾아오기가 어렵고 일부 지역의 권력자는 혼외로 둘째, 셋째 부인을 두는 것에 만족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족외혼을 얘기할 때 우리들은 근친교배가 자손을 체질적으로 퇴화시킨다는 인식을 앞세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먼 옛날 인간이 어떻게 근친교배의 심각성을 먼저 알고서 족외혼을 도입했겠는가 말이다. 이는 설득력이 한참 뒤떨어진다. 족내혼과 족외혼의 후손들을 비교해서 그 결과를 수용할 때보다 훨씬 전에 족외혼이 이미 발생했기 때문이다.

 

인류가 근친통혼에 빠지지 않은 이유는, 다른 영장류 동물의 새끼들처럼 하루아침에 성숙해서 부모를 떠나는 메커니즘을 따라서도 아니고, 근친상간으로 인한 퇴화의 법칙을 인식해서도 아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구성원 상호 간의 성적 충동으로 인한 내부 질서의 파괴를 막기 위해 근친상간을 금기시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인류의 기질상 같이 자란 이성에 대한 '성적 관심'이 낯선 이성에 대한 그것보다 약하기 때문이다. 외부에 대한 '성적 취향'은 내부의 금기가 시행될 수 있게 했다. 퇴화 여부는 종의 존폐와 직결되지만, 근친상간에 대한 금기는 근친교배가 자손의 체질적 퇴화를 초래한다는 인식으로 인해 생긴 결과는 아니다. 이처럼 족외혼은 이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동기와 행동으로 인한 부산물이다.

 

 

어떻게 농업은 시작될 수 있었을까? 

대량의 야생자원을 두고 재배를 한다면 이는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그렇다면 이 '결정적 한 걸음'은 무엇 때문에 내딛게 된 것일까? 필자는 인구의 압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적으로 나타났던 인구 압박은 농업의 기원과 아무런 연관이 없고, 특이한 상황에서의 인구 압박만이 영향을 끼친다. 즉 '수확민' 집단에서만 일부 사람들이 인구 압박으로 인해 '결정적 한 걸음'을 내딛었다.

 

농업은 '수확민' 집단 내 이민자들이 시작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한번 상상해볼 수 있다. 풍요로운 야생곡물 지역을 따라 정착한 수확민 집단은 하늘이 내린 자원으로 인해 놀라울 정도로 지속적인 수익을 거뒀고 이로 인해 인구가 급증했으나, 끝내 식량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하여 단체 내에서 타협을 하게 되는데, 일부 사람들이 상당한 곡물을 가지고 주변 지역으로 이주하여 재배, 채집, '수확'을 하는 복합적 경영을 시작한다. 농사를 일단 시작한 후에는 멈추기가 어려웠다. 인류가 농사를 시작하면서 그 농사가 오히려 인간을 길들였다고 봐야 한다. 

 

 

생물진화와 문화진화

 

다윈의 진화론은 그 핵심이 '적응''자연선택'이다. 적응은 생존과 번식을 뜻한다. 치타와 영양은 생존을 위해 여러 세대의 선별을 거치면서 빠른 다리라는 특징을 갖게 되었다. 같은 종은 생존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다. 장시간의 세월이 흐르면 원래 같은 종이엇던 것이 아종으로 분열하고 심지어 다른 종이 된다. 그래서 지구상의 종이 다양해진 이유다.

 

문화란 무엇인가? 인류는 역사의 발전 속에서 점차 다른 동물이 갖고 있지 않는 의식과 이성을 발달시켰다. 이는 인류의 생존수단이 되었다. 의식과 이성의 산물인 문화 역시 생존수단이며 나아가 나중엔 인류의 생존방식이 되었던 것이다. 문화가 장족의 발전을 거둔 덕분에 인류는 다른 종을 통제하는 자연선택이라는 칼날을 피할 수 있었다.

 

생물진화와 문화진화는 오랜 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닮았다. 생물진화의 긴 과정에서 더 많은 종과 같은 종 내의 다양한 형질이 발전했다. 36억 년의 생명사와 비교하면 문화사는 고작 100만 년밖에 안 됐지만 인류가 의식주와 오락을 생산하면서 나타난 다양성은 눈부실 정도다. 생물진화에서 '상위'의 개념은 의심을 받고 있지만, 문화진화가 상위로 나아간다는 데는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문화진화의 메커니즘에는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이 적용된다. 문화에서 일종의 신기술과 신제도가 나타나면 실천, 연구, 반성을 통해 그 안의 잠재력을 발굴해내야 한다. 기술과 제도의 모든 장점은 만들어지면서부터 갖춰진 것이 아니며 끊임없이 개발한 결과이다. 문화의 후천적 획득형질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문화진보의 메커니즘이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을 '수용'했다는 것은 곧 그 메커니즘 내에 다른 성분이 존재함을 암시한다. 생물진화에도 존재하는 새로운 인자, 즉 변이에 대한 의존이다. 변이가 발생하지 않는 인자는 생물에서든 문화에서든 진화하지 않는다.

 

 

 

 

민족주의적 역사관에서 벗어나자

 

이밖에도 우리는 인류가 글자를 발명함으로써 위대한 발전을 가능케했다고 해석했다. 심지어 글자를 사용하지 않는 민족은 미개하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반론을 제시한다. 흉노족의 사례를 예로 든다. 즉 흉노는 문자를 몰라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착민인 중국에 대항하고자 일부러 글자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의 국가 체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우리는 고려의 인쇄술을 구텐베르크의 활판술과 비교하면서 우리의 인쇄술이 세계 최초하는 사실에만 주목한다. 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독특한 시각으로 접근한다. 고려 때 활자가 등장한 동기는 재료의 부족, 조판을 위한 조각가의 부족, 양반 중심의 제한된 수요 등으로 인해 발생된 창조물로 한국에선 한민족의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무튼 기원에 대한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이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알파벳이라는 서양문명의 특징이 있었기에 순식간에 유럽 전역에 파급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가히 지식 정보의 혁명이었다.

 

총 7장에 걸쳐 써내려간 저자는 편협한 민족주의를 초월해야 함을 강조한다. 예컨대 인장印章, 석비石碑, 청동靑銅에 필요한 제련 기술은 모두 서양에서 중국으로 전해졌는데 이때엔 실크로드도 개설되기 이전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중국 역시 서양의 진귀한 보물과 정교한 수공예품을 부러워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렇듯 민족주의적 역사관에서 벗어나자는 메세지를 우리에게 던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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