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리듬 때문이었어 - 삶을 바꾸는 리듬의 힘
김성은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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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활 초창기에는 내 생각과 의견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쭈뼛거려서 생기는 문제들이 다반사였다. 그때의 나처럼 자존감 낮고 자신감 없는 사람과의 소통은 정말 어렵다. 조금만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매사 부정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독일어가 조금 된다 싶은 순간부터는 기죽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것이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주었다. 결국 사회가 잘못된 것도, 상대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내 리듬의 문제였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삶은 리듬이다

 

책의 저자 김성은은 음악의 여러 요소들 가운데 특별히 '리듬'에 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그녀는 우리 일상이 모두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음악을 가까이 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강조한다. 그녀는 세상만사 모든 일을 리듬으로 해석한다.

 

이화여대 성악과를 졸업하던 해 결혼

 

스물두 살의 철부지 아줌마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독일이었다. 무려 10년을 독일인들과 싸우며 살다가 귀국해서는 자신의 내면에 살고 있던 독일여자가 문제가 되어 자꾸 독일과 한국을 비교하면서 마치 싸움닭처럼 좌충우돌했다. 그녀는 지금껏 원인을 알수 없던 실패의 경험, 설명이 안 되는 성공의 비법이 모두 리듬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30년이 걸렸다면서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리듬의 본질, 리듬의 중요성, 리듬 활용법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자신의 소망을 밝힌다.

 

사람들은 각자 독특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 그 리듬으로 일도 하고, 연애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수많은 사람들과 교제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관계를 이끌어가는 리듬은 따로 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조직의 팀워크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리듬 활용법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어떤 리듬을 가지고 있으며, 나에게 맞는 리듬은 무엇일까?

 

최근 OtvN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에 출연한 발달음악가 김성은 원장의 '삶은 리듬이다'는 큰 인기를 끌었다. 그 호응에 힘입어 강의 내용이 책으로 출간되어, 자신의 리듬을 파악하는 법부터 대인관계의 리듬 법칙, 음악적 리듬의 일상생활 활용법 등 다양하고 실용적인 리듬 솔루션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이제, 나만의 리듬을 찾는 법, 나를 지키면서 관계를 이끄는 리듬 사용법을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소통하려면 상대의 리듬을 읽어라

 

개개인의 타고난 신체 조건에 따른 리듬이 고정적인 반면, 기분과 건강 상태에 따른 리듬은 매일매일 다를 수밖에 없다. 정서적, 육체적 컨디션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피로가 누적되어 몸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감기에 걸리면 꼼짝도 안 하고 싶고, 못마땅한 상대와 일해야 하는 상황은 내내 짜증이 난다. 또 어떤 날은 특별한 이유 없이 아침부터 괜히 우울하고 기운이 없는 날이 있다. 반대로 사소한 행운들이 함께하는 아주 기분 좋은 날도 있다.

 

이런 리듬은 어떻게 결정될까? 선천적 신체 조건에 따른 리듬은 노력에 의해 바꾸기가 쉽지 않지만 반면 컨디션에 따른 리듬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리듬 오퍼레이션Rhythm Operation, 즉 리듬작동이다. 스스로의 리듬을 작동하는 기술이 있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컨디션 곡선을 유리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유용할까?

 

리듬 오퍼레이션이 가능하려면 먼저 우리의 감정과 우리가 가진 조건을 잘 파악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거울을 보지 않고선 자신의 표정을 알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이 갖고 있는 리듬을 잘 모른다. 예를 들어 자신은 활짝 웃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얼굴은 입꼬리만 겨우 올린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을 수도 있다. 거울을 보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내 속도는 내가 정한다

 

공포 영화가 무서운 이유가 뭘까? 이는 괴기스러운 분장이나 세트 장치보다는 소름끼치는 음악 때문이다. 특히 부적절한 템포는 공포심을 극대화한다. 갑자기 빨라지는 배경음악과 갑자기 멈추는 소음,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 소리, 또는 긴박한 극의 전개와는 맞지 않는 느린 음악 등 정상적인 리듬을 깨트리는 자극이 부자연스러움을 넘어 불안으로 마침내 공포로 연결된다.

 

템포가 서서히, 자연스럽게 변할 수밖에 없는 원리를 이해하면 의도적으로 템포를 변화시키려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활용 지침이 생긴다. 예를 들면 우울증으로 만사 귀찮고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리듬의 변화를 줘서 활기 넘치게 해주겠다며 빠르고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는 클럽에 갔다고 치자. 그곳의 크고 빠른 음악이 친구에게는 소음일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고통일 것이다.

 

그러나 본래 갖고 있는 리듬보다 조금 빠른 음악, 혹은 템포는 거의 같지만 그저 약간의 생기가 도는 음악을 들려주면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식욕도 생긴다. 그래서 우울할 때 산책을 하라는 거다. 우울감에 몸이 처져 있을 때는 조깅보다 가벼운 산책이 맞다. 집 앞을 15분 정도 산책하는 정도의 리듬환기면 충분하다.

 

 

시대와 세대의 리듬을 잇는 배려의 소통법

 

"무척 곤란하군"

"퍽 난감하군"

 

광풍이 몰아치듯 한바탕 휩쓸고 간 드라마 <도깨비>, 사실 지금도 난 재방을 시청하고 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도깨비의 예스러운 말투가 유행을 탈 수 있었던 것은 그 말투가 가진 유머러스한 리듬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부분을 완성한 것은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언어리듬의 변형이다.

 

만약 "무척 곤란하군"이라고 하는 남자의 말에 여자가 "그러시면 아니 되옵니다"라고 한다면 이미 우리들이 많이 보아 온 전형적인 사극물의 대사가 되므로 평범한 옛것이 되고 만다. 하지만 이때 들은 체 만 체하는 귀여운 여자가 "아저씨, 이리 와봐요", "그쪽은 말투가 왜 그래요?"라고 하면 참 희한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의 시대차를 이용해 조금씩 변주된 리듬이 인물에 활력을 넣어준다. 퇴근하는 남편에게 아내가 이렇게 말한다면 얼마나 정감이 나겠는가 말이다.

 

"서방님, 퇴청하셨사옵니까?"

 

 

반전의 리듬, 의외성이 주는 매력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예외와 의외성은 유머를 유발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그 리듬에 매료된다. 영화 <문라이즈 킹덤>은 등장하는 어른들은 바보스럽고 철부지 같아서 웃기고, 또 아이들은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고 어른스러워서 웃긴다. 이렇게 고정된 관념을 벗어난 의외의 리듬이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시종일관 즐겁다고 느끼게 된다. 

 

리듬의 고정관념은 규칙적인 4분음표의 진행이라 할 수 있다. 리듬이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상황을 싱코페이션(Synchpation, 당김음)에서 찾을 수 있다. 액센트가 들어가는 부분이 당겨지거나 밀려서 그 의외성으로 인해 리듬이 생동감을 갖게 된다. 유머는 바로 리듬의 싱코페이션과 같다.

 

 

 

나의 리듬을 컨트롤할 수 있는가

주변 환경의 리듬을 정리하면 놀랍게도 기분도 환기된다. 이는 이미 우리들이 경험한 바이다.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엔 유독 자신의 방이 지저분하게 느껴진다. 창틀의 뽀얀 먼지가 시선에 들어오면서 갑자기 목이 간질거려 신경이 쓰인디. 책꽂이도 그렇다. 책이 왜 그리 정리정돈되지 않고 너저분해 보일까? 당장 정리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이는 공부를 안하려고 꼼수 부리는 도피 행각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평소의 나의 리듬과 공간을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공간을 정리하는 것은 나의 감정과 행동, 생각, 나 자신의 리듬을 정리해두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청소의 재미를 아는 사람은 다소 과격하게 해석해서 리듬의 규칙을 찾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리듬은 삶을 바꾼다

 

딸의 졸업식장에서 목격한 일이다. 후배들이 졸업하는 언니들에게 송사를 읽은 후 졸업생 대표가 후배들과 선생님들에게 답사를 읽으면서 울먹인다. 이를 듣던 학생 한 명이 끝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이다가 울음을 떠트린다. 그러자 이 울음은 마치 전염병처럼 급속도로 퍼진다. 잠시후 강당은 온통 울음바다로 변한다.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평소 코믹한 몸짓과 유머러스한 말투로 주변을 웃기는 부서장이 오늘은 다소 심각한 용어를 사용하며 부서원들에게 야단을 친다. 그런데, 평소의 코믹한 모습들이 오버랩되기에 무게감이 떨어진다. 마침 대머리 부서장의 머리에 파리 한 마리가 앉았다. 이를 손으로 쫓아내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웃음 폭발 직전이다. 마침 누군가가 '픽'하고 소리를 내는 순간 모두 파안대소를 하고 만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리듬이다. 우리들의 일상은 리듬의 점철이다. 슬픈 영화를 볼 때 누군가 눈물을 훌쩍이면 앞서의 여학교 졸업식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처럼 주변 사람들도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내린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불가의 가르침처럼 결국 내가 만드는 리듬 때문에 삶이 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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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바이블 -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가 털어놓는 모든 것, 2017-18 개정증보3판 좋은집 시리즈
조남호 외 지음 / 마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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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500여 가구가 한 건축사무소로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과정에 많은 이들이 시행착오를 겪었다. 돈이 많지 않은 건축주들이 충분치 않은 정보로 넉넉지 못한 기간을 잡고 집짓기에 나섰다가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우리는 이 책이 유행을 좇아 건설되는 랜드마크가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편히 드나드는 시민광장 같은 책이 되길 바랐다. - '초판 서문' 중에서

 

 

단독주택 건축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의 저자 조남호는 ㈜솔토건축사무소 대표건축가이다. 오래 전부터 현대건축의 보편적 구법과 전통을 수용한 목구조에 집중해 왔다. 최근에는 '보편적 실험'이라는 진중한 시선으로 두 명의 주거학 전공 교수들의 단독주택을 설계해 <아파트와 바꾼 집>으로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2000년 한국건축문화대상, 2002년 한국건축가협회상, 2010년 교보생명환경문화상 환경예술부문 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보편성과 품격을 함께 갖춘 집이 건강한 도시를 만든다는 믿음을 갖고 대담에 참여했다.

 

또 다른 저자 문훈은 지질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유년기는 강원도 상동읍 탄광도시에서, 청소년기는 호주의 태즈메이니아 섬에서 보냈다. 인하대학교 건축과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 문훈발전소를 설립,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에스마할, 락있수다, 롤리팝. K-POP, 투문정션, 피노키오, 윈드하우스 그리고 2005년 건축가협회상을 받은 상상사진관 등이 있다. 그 밖에 그림, 설치, 단편영화 제작 등 건축과 예술의 경계를 오가는 다양한 활동으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2009년 건축학과 교수들이 뽑은 '한국 건축을 대표하는 1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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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분의 힘 - 당신의 미래를 바꾸는 기적의 시간 사용법
김범준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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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출근해야 하니까, 일해야 하니까, 공부해야 하니까 등 외부 조건에 의해 시간을 사용해왔다. 거기에만 익숙하다. 늘 바빴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부에 의해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바쁘지 않은 시간'을 생각해보라. 출근길, 퇴근길, 쉬는 시간, 주말 등 그 시간들을 우리는 어떻게 보내고 있었는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연예기사를 보거나 잡담을 하거나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들은 무엇을 위한 시간이었을까? 연예 기사를 보고 게임을 하면서 나의 무엇이 달라졌을까? 아무리 달라졌다고 해도 긍정적이거나 발전적인 방향은 아니었을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무의미하게 허비하는 시간을 가치있게 활용하라

 

저자 김범준은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SK브로드밴드, 삼성SDS를 거쳐 현재 LG유플러스에 재직 중이다. 직장을 다니는 틈틈이 글을 써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LG그룹, 삼성그룹 등의 대기업과 KB국민은행, MG새마을금고 등의 금융기관 및 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KIST(한국과학기술원) 등의 공공기관에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전파하는 강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도 회사밖에 몰랐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꿈을 이루고 싶다 등 마음속에 다양한 바람을 가졌지만 주어진 회사의 일을 처리하는 데도 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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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부터 일하러 갑니다! - 15년 만의 재취업 코믹 에세이
노하라 히로코 지음, 조찬희 옮김 / 꼼지락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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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노하라 히로코는 일본 가나가와 현 출생으로 아이의 출산을 계기로 현재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그녀의 취미는 등산이며, 지은 책으로는 <이혼해도 될까요?>, <내 아이 친구의 엄마가 무서워>, <딸이 학교에 가지 않습니다> 등이 있다. 수상 실적으로 <코믹 에세이 쁘띠 대상>을 수상했다.

 

 

경단녀의 재취업 성공기

 

줄임말로 주로 사용하는 '경단녀'는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총칭하는 말이다. 나는 어감이 별로 좋지 않은 듯해서 가급적 이 말의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다. 여성 직장인의 경력 단절이란 정말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무리없이 잘 수행하던 여성이 결혼하면 자의반타의반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사에 충실하고 곧 태어날 아이의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과거엔 직장 여성의 결혼은 곧 퇴직을 의미하는 게 관례였다.

 

책의 주인공 스즈키 유리코도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로 살아온지 15년이 된 마흔 살의 아줌마다. 그녀의남편 스즈키 류스케는 두 살 많은 마흔두 살의 가장으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월급이 잘 오르지 않아 유리코는 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남편은 어린 자식들을 누가 돌볼 것이며, 그리고 엄마가 가장 필요한 때이므로 돈은 자기가 벌어올테니 집에서 가사와 육아에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아이들도 일하러 가지 말고 같이 놀아달라고 엉엉 울기에 마음 약해진 유리코는 남편의 뜻에 따르기로 했던 것이다. 그렇게 10년이 흐르자 그녀의 체중이 15킬로그램이 늘어났다.

 

가계부를 체크해보던 유리코는 이제 아이들도 커서 돈이 점점 더 많이 소요되는데 남편의 월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매우 우려되었다. 아이들의 학비에 교육비까지, 또 식비도 점점 늘어날 게 분명하고 대출금과 노후자금 등 돈 걱정이 태산 같았다. 살림의 여왕만으론 이 위기를 넘기기 힘들어 보였다. 그렇지만 갓 졸업한 학생들도 취업을 못하는 요즘에 마흔이 넘은 나이에다 자격증 하나 없는 경력 단절 여성이 어디 쉽게 취업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우울해 질 뿐이었다.

 

애초에 맞벌이 부부로 살아가는 여동생은 형부의 월급이 어중간하니까 아이들이 대학 가려면 앞으로 더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고, 아이의 학비 때문에 사채를 끌어다 쓰는 부모까지 있다는 말을 전하며 언니가 그리 될까봐 걱정이라고 겁을 주었다. 중학생 아이를 둔 친한 엄마 소메 씨도 13년만에 요양 병원에 아르바이트를 나간다고 하니 이젠 같이 놀 엄마가 주위엔 없다. 이에 유리코도 헬로워크(일본의 취업안내소)로 나가 일자리를 알아 보기로 결심했다.

 

 

 

15년차 전업주부 유리코의 취업 성공기

 

마침내 유리코는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무수한 불합격 통지를 받고, 취업안내소 직원과 상담을 거듭하며, 적성과 무관한 곳에 취업을 하기도 하고, 끝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이 책은 보여준다. 그렇다. 이처럼 경력 단절 여성의 취업은 쉽지 않은 일이다.

 

평소 일을 단순히 '돈이라는 대가를 위한 활동'으로 생각하던 유리코가 진정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을 찾은 후 보람과 성취감을 얻는 모습과 그런 유리코의 분투를 응원하며 집안일을 분담하는 가족의 변화가 마치 한 편의 TV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현장감과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40세, 신입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구직 활동을 해본 사람은 안다. 얼마나 자주 불합격 소식을 접하게 되는지를. 편의점, 슈퍼, 패밀리 레스토랑, 빵집 등 수없이 낙방하고 만다. 그런 실패 끝에 마침내 처음으로 합격한 곳은 인쇄 회사, 컴퓨터로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사실 그녀는 컴퓨터를 다룰 줄도 모른다. 그럼에도 자신을 뽑아준 게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취업에 대한 감동은 너무나도 짧았다. 실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워낙 부족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잔업은 없다고 말하지만 맡은 일은 반드시 다 끝나야 한다는 사실, 그녀는 업무 처리의 미숙함으로 인해 정시 퇴근은 아예 불가능했다. 이 뿐이랴! 업무 시간 내내 나이 어린 직장 선배에게 혼나기 일수였다. 정시보다 대략 두세 시간 늦게 퇴근할 수밖에 없었기에 귀가하면 파김치가 불가피했다. 결국 열등감이 싹트고 말아 회사를 퇴직하고 말았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자

 

실무의 무게감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못하고 입사한 부작용은 생각보다 컸다. 그러던 차에 지인 워킹맘으로부터 '일하는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한 조언을 받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한다.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는 쪽의 일이 적성에 맞음을 깨닫고 산속 료칸의 청소 일을 시작한다. 여행객을 위해 객실을 쾌적한 상태로 정리하는 일을 통해 주인공 유리코는 비로소 일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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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다시 읽기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6
양지열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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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만든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사람들이 모여 살고, 나라 살림은 누가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하는지, 국민인 우리는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정리해 놓은 것이 헌법이야. 네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을 때, 혹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게 바로 헌법이란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헌법, 얼마나 아시나요?


이 책의 저자 양지열은 법무법인 가율의 대표 변호사로 헌법을 이야기로 쉽게 풀어서 자녀들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기자 출신의 변호사'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중앙일보에서 8년간 사회부, 문화부 기자로 일했고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짧지 않은 기자 생활을 하며 돈이 없고 마땅한 조언자가 없어 법적 곤란을 겪는 사람을 수없이 봐왔고, 펜만으로는 그 짐을 덜기가 힘들다는 생각에 늦깎이로 사법시험에 응시해

 

"책에 쓴 얘기들은 대부분 너를 보면서 떠올린 것들이야.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기능을 가지고 노는 모습에서 인공지능을 생각해 냈고, 하늘공원에 놀러 갔던 사진을 보다 우리 경제에 관한 얘기를 썼고, 네가 학급회장에 출마했을 때를 떠올리며 선거제도와 민주주의에 관한 글을 쓴 거야. 그렇게 네가 일상생활에서 겪었던 일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헌법에 대해 이해하기 편하고 쉬울 거 같아서 말이야"

 

 

 

 

 

헌법은 초등학생이 왜 공부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저자의 딸 시연은 왜 공부를 하러 학교에 다니고, 커서 뭐가 될 수 있을지 그런 게 궁금했다. 그래서 변호사인 아빠에게 법대로 답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 당연히 아빠가 얘기할 거리가 없을 줄로 알았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아빠는 당연히 법에 정해져 있다고 대답을 하자 놀라고 만다.

 

"법대로? 왜 공부를 하는지는 헌법을 보면 되지. 시연이도 학교에서 헌법에 관해서는 배우지"

 


"헌법? 사회 시간에 조금 배우기는 했어요. 민주주의가 어떻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어떻고 하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내가 왜 공부를 하는지 헌법에 나와 있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연이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어.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타고난 능력을 갈고 닦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겠지? 그래서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야. 그것도 무상으로 말이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교육은 학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평생 계속 받을 수 있어야 해. 부자 아빠를 만난 사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공부를 해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교육이기도 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하는 것도 그렇게 노력해서 평등해질 수 있는 기회를 줘야 진짜니까. 대한민국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이지. 국민은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아 나라를 운영하도록 맡기는데, 뭘 알아야 누구를 뽑을지 정하지. 그것도 교육을 받는 이유가 되겠구나. 누구나 공무원 시험을 치러 공무원이 될 수도 있는데, 그것도 교육이 뒷받침을 해줘야 하고 말이야. 어때? 대답이 어느 정도 됐을까? 그러고 보니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알고 싶은 시연이의 궁금증에 대해 헌법이 어느 정도는 대답이 될 수 있겠구나"

 

그렇다. 저자의 설명처럼, 헌법 제10조 전문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3항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제5항은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 제11조 제1항 전문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제24조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기본권의 영역

 

1. 평등권~ 법 앞에 평등하다

2. 자유권~ 국가는 국민의 삶에 함부로 간섭할 수 없다

3. 사회권~ 교육을 받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4. 청구권~ 기본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

5. 참정권~ 선거 또는 공무원이 돼서 나라 살림에 참여할 수 있다

 

 

헌법은 크게 다섯 가지 권리와 거기에 포함된 여러 가지 권리들을 자세하게 정해 놓았다. 그리고 헌법 제37조 제1항에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않는다'고 정함으로써 혹시 빠진 것이 있더라도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면 헌법이나 마찬가지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무엇을 위해서? 바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말이다.

 

 

평등권의 의미

 

시연이는 얼마 전 TV에서 본 어느 중학생 오빠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강원도 산골 마을에 사는 그 오빠는 스키를 너무너무 잘 탔다. 취미 정도가 아니라 선수로서 나라를 빛낼 만큼 말이다. 따로 배운 적도 없다는데 실력이 대학교 언니, 오빠들과 막상막하였다. 국가대표 감독님이 중학생 오빠를 선수로서 크게 활약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그 오빠는 집안 형편 때문에 본격적인 선수 활동을 망설였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어린 동생들을 돌보면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스포츠 단체와 기업에서 후원해주기로 했다는 TV 프로그램의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 시연이는 그 오빠는 헌법에서 말하는 평등권 이상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게 아닐까란 의심이 들었다. 물론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골고루 기회를 주는 걸 넘어서서 특별대우를 해주는 것은 평등권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평등에는 적극적인 뜻도 내포되어 있다. 예를 들어 눈이 불편한 사람이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올록볼록하게 특별한 보도블록을 설치해 놓고, 팔 다리가 불편한 사람을 위해 계단 옆에는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모두를 위한 투자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시설을 설치함으로써 많은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므로 개인적인 장애를 이기고 국가에, 나아가 인류 전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평등권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본권에 대한 과잉금지원칙

 

과잉금지원칙이란 게 있다. 이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지 판단하는 것인데, 첫번째는 목적이 정당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알아서 옷차림을 하면 가정환경에 따른 차이도 나니까 이런 차별을 막기 위해 교복을 입는다면 이는 나쁜 목적이 아니다. 두번째는 수단과 방법이 적절해야 한다. 교복으로 아주 이상한 옷을 강요하거나 머리를 빡빡 밀자고 하는 게 아니라면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세번째는 그런 일로 입게 되는 피해를 최소한도로 줄여야 한다.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는 피해는 있겠지만 역시 아주 엄격한 제한만 아니라면 받아들일 만하다. 네번째는 목적을 달성해서 얻는 이익이 희생보다 크거나 최소한 같아야 한다는 균형성이다.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친구와 원만하게 지낼 수 있다면 멋 부리는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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