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컵스는 2016년,마침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면서 ‘염소의 저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는다. 상대는 역시 ‘와후추장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재는 가디언스로 팀이름을 바꿈). 메이저리그의 4대 저주 중에 남은 2개의 저주 중 하나는 무조건 풀리게 될 ‘저주‘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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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마음 - 도시는 어떻게 시민을 환대할 수 있는가
김승수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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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마음’은 도시를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시는 도로나 건물 등 물리적 구조에만 관심을 가질 뿐, 마음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법률이나 제도, 규정보다 더 강한 생명력을 가집니다. ‘도시의 마음’이 도시를 의미 있게 움직이는 하나의 실체라는 걸 인식할 때 진정한 변화가 찾아옵니다. 아무리 작은 공간이나 장소라도 마음이 담기면 밀도가 달라집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김승수는 25년간 공공정책과 도시에 천착해 온 도시혁신가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전주 시장으로 재임했던 시기엔 전주시 곳곳에 도서관과 책놀이터를 조성하고 작가들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전주를 문화도시로 발돋움시켰다.

다섯 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도시의 의미, 도시의 역할, 도사의 마음, 도시의 확장, 도시의 미래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도시는 사람을 담는 그릇이며, 삶이 담긴 곳에는 마음도 함께 담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가 마음을 '변화의 실체'로 받아들일 때 시민들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인간은 말로, 혹은 표정으로 누군가를 위로합니다. 그러나 말은 단어의 한계를, 표정은 얼굴 근육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지요. 반면 자연은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누군가의 상실을 치유합니다. 인간의 말과 표정에는 위로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도가 담기지만, 자연은 위로받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에 그저 묵묵히 교감할 따름입니다. - 스튜어트 스미스, <정원의 쓸모>중에서

도시의 의미

좋은 도시는 아름다운 공원과 미술관, 놀이터와 정원, 도서관과 가로수 같은 공공장소를 통해 시민들의 삶의 무게를 덜어주려 노력한다. 다양한 공공장소가 시민들의 '마음 둘 곳'이 되어주는 것이다. 이런 공간들은 시민에게 말을 건넨다. '우리 도시가 당신의 짐을 반쯤, 혹은 아주 일부라도 대신 짊어지겠습니다'라고 말이다. 

많은 학자들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도시를 꼽는다. 도시는 원래 인간이 겪는 문제의 해결책으로써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도시는 수천 년간 인류의 문제들을 해결해 왔다. 안전과 위생, 건강과 복지, 문화와 예술, 산업과 일자리 등 인간이 홀로 이겨낼 수 없는 것들을 해결해 준 절대적 보호막이 바로 도시였다.

요즘의 도시에서는 자본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것에서 일상처럼 줄 세우기가 일어난다. 모든 도시에 앞선 자와 뒤선 자,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이런 살벌한 도시에서 공공장소는 중재자가 되어준다. 이곳에서는 시민 모두가 환대받는다. 물론 공공장소가 도시의 경쟁과 경계 그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공공장소의 환대는 사회적 잣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공공장소는 조건 없는 환대의 장소이다. 돈이 없더라도 입장할 수 있고, 돈이 없더라도 이름을 불러준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우리 모두를 품어주는 '도시의 친구' 같은 공공장소이다. 누구나 갈 수 있고, 누구나 가고 싶은 모두의 공공장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도시에게 우리의 자격을 물어야 한다. "우리는 고객입니까, 아니면 시민입니까?"

도시의 역할

전주는 책의 도시이다. 저자는 전주 시장으로 일하면서 이런 이미지의 터를 닦는데 성심을 다했다. 독서는 그에겐 '시간의 문턱'이었다. 도서관 건물의 벽은 약 30센티미터 안팎의 건축자재일 뿐이지만 벽으로 구분되는 안과 밖은 차원이 다르다. 다른 세상을 넘나드는 곳이 문턱이자 '경계'이다. 책이 바로 그러하다.

"많은 책들은, 자신의 성 안에 있는 어떤 낯선 방들로 들어가는 열쇠 같은 역할을 하네." - 프란츠 카프카,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이는 카프카가 친구 오스카에게 보낸 편지에 적힌 글이다. 그렇다. 책은 우리들에게 들어가지 못한 , 아니 외면햇던 방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삶에 쌓인 고착된 사유를 흔들어 새로운 만남의 세계로 스며들게 하는 시간의 문턱이다.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은 이불장 한편에 자리잡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자신만의 도서관이었다. 학교에서 버려지는 낡고 찢어진 책들을 얻어서 만든 곳이다.  

한때는 도서관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바로 '장서'였다. 몇 백만 권의 장서 규모가 그 도시 또는 국가의 도서관 정책과 문화력의 상징이었다. 지금도 장서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도서관의 전부는 아니다. 전주시에 주제가 있는 특화 도서관들이 들어서고, 도서관들이 큐레이션을 강화함으로써 서로 다른 길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도시의 마음

덕진공원은 전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시민들과 관광객들 모두의 많은 추억이 쌓여 있다. 연화정도서관이 들어서기 전까지 이 자리엔 콘크리트로 지은 팔각정이 있었다. 1층은 편의점, 2층은 카페, 3층은 전망대 겸 전시실로 사용되었는데 컵라면, 아이스크림, 뻥튀기, 음료, 과자, 커피 등 관공지 먹거리를 팔아 관광 특수를 누렸다.

이처럼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덕진공원의 이 장소는 어떠한 공공의 목적과 의미를 지녔는지를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연화정도서관은 '유산'의 관점으로 지어졌고, 유산의 관점으로 물려지는 것으로 공공 목적과 의미를 해석했다. 


(사진, 전주시 연화정도서관)

공공청사의 물리적 한계는 물리적인 데 있지 않다. 바로 시민들을 생각하는 도사의 마음에 있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시청사市廳舍는 시민들에게 두 가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시민을 대하는 마음이다. 시청은 시민을 위한 정책들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곳이지만 경험의 장소로서의 시청 또한 정책 못지않게 시민들을 향한 도시의 태도를 결정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도시의 대표적인 공공장소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도시의 지향이다. 시청사의 상징이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상징은 허상에 그치고 만다. 멋지다는 이유로 관광용 사진 찍기에 활용되기도 하지만 진정한 상징은 '우리 도시'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그 길을 묻고 함께 가자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팔복예술공장은 전주시 팔복동에 위치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주시는 1957년 동洞을 신설했는데 팔과정八科亭의 팔八과 신복리新福里의 복福을 합쳐 '팔복동이라 명명했다. 팔과정은 17세기 이곳에 살던 선비 송사심의 제자 8명이 과거에 급제하자 이를 기념해 지은 정자이다. 신복리는 당시 이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을이었다. 이후 팔복동은 1969년부터 전주와 전라북도의 핵심 산업단지로 한 축을 담당했다.

팔복예술공장의 재생은 2015년 전주시가 문체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공모에 선정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곳은 폐업한 카세트테이프 공장인 '쏘렉스'를 매입해 재생한 공공장소이다. 쏘렉스는 1997년 썬전자라는 이름으로 카세트테이프 공장을 시작, 한때 500여 명의 공장 직원이 근무할 정도로 전주와 팔복동을 대표하는 기업이었지만 사양산업이 되면서 1989년 폐업했다. 이후 이곳은 팔복예술공장으로 탈바꿈하기가지 방치된 채 세월의 풍화風化를 견디고 있었다.  


(사진, 팔복예술공장)

풍화는 우리를 기억의 문으로 안내한다. 기억의 문을 열면 광대한 이야기 세상이 펼쳐진다. 도시의 기억에서 읽어내는 이야기들은 그 도시의 고유성과 정체성, 공동체성을 만들어내기에 우리의 생활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도시의 이야기는 우리 마음속에 단단하게 뿌리 내린 나무 같은 존재로 만들어준다. 도시는 바로 기억의 집합이다.

도시의 확장

도시의 경험적 확장이 삶의 확장이다. 좋은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도시를 다양하고 넓게 쓴다. 아중호수도서관은 국내 최장의, 100미터가 넘는 곡선 모양의 도서관이다. 숲과 정원, 나무와 꽃, 하천과 호수까지 끼고 있는 곳이라 자연과 도시,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최적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호수를 따라 걷는 '책의 길'이 생겨났듯, 책과 자연을 통해 시민들의 다른 삶도 생겨날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아름다운 곳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어떻게 호수를 따라 길다란 도서관이 탄생했을지에 대한 궁금함 때문에 향후 완공시 자부감 넘치는 공공장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도시의 미래

'책의 도시 전주'라는 표어는 책이 삶이 됨을 상징한다. 이는 전주의 정체성과 이상을 선언한 셈이다. 그래서 이어가야 할 유산이기도 하다. 책의 도시 전주의 뿌리는 전주 한지로부터 시작된다. 전주는 최고의 한지를 생산했다. 한지 장인이 생산해 낸 종이가 외교문서, 국가의 공문서, 서적출판 등에 사용되었다.

완판본完板本의 의미를 아는가? 이는 전주의 옛 이름인 완산完山의 완完과 목판木板의 판板에서 유래된 말이다. 조선 후기 전주에서 싱업 목적으로 출간한 방각본坊刻本을 일컫는다. 넓은 의미로는 조선시대 전주에서 출간된 책을 말하기도 한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책과 함께 살아야 할 운명이었다. 반면 서민들에겐 독서는 다른 세상의 일이었다. 일단 한문 서적에 접근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후에는 서민들이 책을 접할 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세책점은 돈을 받고 필사본 소설을 빌려주는 점포였는데, 책쾌와 더불어 조선시대 서민들의 독서에 큰 영향을 미쳤다. 18세기 후반엔 전기수가 등장, 마을이나 시장판, 양반집을 넘나들며 소설에다 맛깔스런 연기를 곁들여 이야기 세계를 사로잡았다. 

도시가 마음을 놓치면 시민들의 삶도 놓치게 된다

지난 약 25년 동안 도시 현장에서 많은 정책이 새롭게 태어나고, 또 사라지는 걸 보았습니다. 돌아보면 부침은 있어도 10년, 20년이 넘는 동안에도 잘 이어지는 정책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역사를 잇고, 만들어가는 정책들에는 늘 깨어 있는 관점과 안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늘 따뜻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인문 #도시의마음 #김승수 #전주시장역임 #도시혁신가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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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교양수업 - 6000년 인류사를 단숨에 꿰뚫는 60가지 필수 교양
임성훈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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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물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류사를 이 책에서는 시대순으로 정리했다. 어디서 들어보긴 했는데, 정확히 알지 못하는 교양 지식 때문에 우물쭈물해 본 경험이 있다면 잘 찾아왔다. 교양 이야기 앞에서 움츠러들기만 했던 당신을 위해 이 한 권의 책이 든든한 교양 밑천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임성훈은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중 
삶의 본질을 꿰뚫는 '문사철文史哲'을 접한 후 인문학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인류가 쌓은 방대한 지식으로부터의 깨달음을 대중들과 소통하며 나누고 있다. 현재 아레테인문아카데미를 운영하며 공공 기관, 기업체, 학교 등에서 다양한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총 네개의 장에 걸처 60가지 필수 교양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은 문명의 시작, 신과 인간, 이성과 자유 그리고 혁명의 시대, 죽음과 사랑 그리고 인간이라는 학문 등의 주제로 교양의 진한 재미를 제대로 느끼도록 만들어준다. 억지로 이를 암기하려 애쓰기보다는 마치 지나가는 풍경 감상처럼 편안하게 즐기면 된다. 이에 책 속 인상적인 교양 지식을 요약해 봄으로써 서평에 갈음하려 한다.   

로마제국의 내전內戰

강력한 군사력으로 주변국과의 정복전쟁을 통해 점차 영토를 확장하던 로마제국은 귀족과 민중 간의 부의 격차가 커지고 군사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제국의 운영 시스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술라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크라수스는 상호 협력하는 '삼두 정치'를 고안해냈다.

갈리아 총독으로 10년 동안 800개 도시와 300개 나라를 굴복시키면서 카이사르의 인기는 날로 높아졌다. 원로원 보수파 귀족들은 폼페이우스를 이용해 카이사르 제거 작전에 들어갔다. 군대를 해산하고 로마로 귀국하라는 원로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카이사르는 군대와 함께 로마를 향해 진격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렇게 로마에서는 5년간의 내전이 발발했다. 카이사르는 3개월 만에 로마를 접수하고 폼페이우스군을 격파했다. 이집트로 달아난 폼페이우스는 결국 피살된다. 카이사르는 클레오파트라를 첩으로 삼고, 알렉산드리아 전쟁에서 승리해 그녀를 이집트 왕좌에 앉혔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당시 이집트를 떠나 돌아오던 길에 말썽을 부리던 폰토스 왕국의 군대를 빠르게 제압한 카이사르가 원로원에 전했던 이 말은 지금까지도 너무나도 유명한 명언으로 알려져 있다.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카이사르에게 맡겼다. 하지만 민중들의 이같은 지지가 독이 되었다. 두려움에 떨던 원로원은 브루투스를 앞세워 카이사르 암살을 결행했다. 시대의 영웅 카이사르는 친아들로 여겼던 브루투스의 배신에 발등이 찍히고 말았다. 

소크라테스의 신탁 검증

소크라테스는 서른일곱 살에 포티다이아 전투에 참전했다. 당시 아테네는 테세우스를 숭배하고 있었는데, 테세우스는 크레타의 미궁에서 인신 공양을 받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비롯한 여러 괴물을 해치우고 아테네의 왕위를 물려받았다는 그리스 신화 속 영웅이다.

아테네는 힘없는 도시였던 포티다이아에 무리한 조공을 요구한 것도 모자라 중무장 보명 1천여 명을 선발대로 파견, 소크라테스도 그중 한 명이었다. 3년간의 장기전으로 인해 아테네군의 사기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전염병으로 사망한 아테네군의 시체는 매장도 못해 들짐승의 먹이가 되었고, 한편 포위당한 포티다이아인들은 서로를 잡아먹는 아비규환 상태였다. 이 비극은 아테네의 팀욕 때문에 빚어진 참상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이 전쟁터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포티다이아 전투가 한창이던 시기, 소크라테스의 친구이자 제자였던 카이레폰은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을 찾았다. 그는 아폴론 신에게 소크라테스보다 지혜로운 인간이 있는지 물었고, 신의 뜻을 전하는 여사제의 답은 ‘없다’였다. 카이레폰의 말을 전해 들은 소크라테스는 혼란스러웠다. ‘나는 전쟁터에서 그토록 혼란스러웠는데 왜 신은 나보다 지혜로운 자가 없다고 말했을까?’ 고민 끝에 그는 신탁을 검증해 보기로 한다. 

그때부터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유명 인사들을 찾아다니며 미덕이 무엇인지 캐물었다. 정치가, 작가, 장인 등등. 그들과 대화를 나눈 소크라테스는 비로소 신의 뜻을 알게 된다. 그가 만난 유명 인사들은 하나같이 자신처럼 무지했지만 놀랍게도 안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오직 소크라테스만이 ‘아는 것이 없다’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검증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 플라톤,<소크라테스의 변명>

오디세우스의 귀향歸鄕

그리스의 전설적인 서사시인 호메로스의 작품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는 서양 문학의 원형이 되었다. 한편, 호메로스는 눈이 먼 소경으로 구걸하고 다녔다고도 말하고,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그럼에도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그리스 지성인들은 호메로스의 작품을 수없이 인용, 작품 속의 영웅 이야기에 열광했다.

<일리아스>는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 간에 10년 동안이나 이어진 트로이 전쟁이 배경이다. 전쟁의 마지막 50여 일 동안 그리스와 트로이 영웅들의 명예, 분노, 절망, 죽음 등을 그렸다. <오디세이아>는 <일리아스>에 이어지는 이야기로 그리스가 승리한 후 그리스의 작은 섬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귀향하면서 겪는 모험담을 다룬다. 이는 서양 문학에서 모험담의 원형이라고 불린다.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고난苦難. 오디세우스의 귀향이 바로 그러하다. 호메로스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우리네 인생이라는 여정이 한편으로 오디세우스의 귀향길과 같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고난을 통해 단련되고 성장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전해지는 오디세우스의 최후에 관한 여러 설을 망라했을 때 그의 노년이 불행했다는 기록은 없다. 화해와 평온이 가득했던 그의 말년처럼 고난의 길목마다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고향에 돌아온 그의 의지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인류사 최악의 펜데믹 흑사병

12~13세기에 찬란한 꽃을 피웠던 중세 유럽 봉건사회는 14세기부터 무너졌다. 장원 중심의 농촌경제와 길드 중심의 도시경제가 근간부터 흔들렸다. 그 원인으로는 기근, 십자군 원정 등 많은 것들이 얽혀 있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흑사병이었다. 

흑사병은 페스트의 일종으로 급성 열성 감염병인데, 종류가 많았고 유럽에서는 처음에 선腺페스트가, 나중에 폐肺페스트가 유행했다. 선페스트는 벼룩에 의해 감염되어 고열로 고통받다가 정신을 잃고 사망에 이르고 폐페스트는 페스트균이 폐에 침입해 피를 토하거나 고열 증세를 보이다가 호흡 곤란에 이어 정신을 잃고 사망하는데, 발병 후 사망까지 불과 2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망 직전 온몸에 종기가 번진 뒤 피부가 검은색으로 변해 이를 ‘흑사병’이라 불렀다. 

14세기 유럽의 의학 수준에서 흑사병에 걸린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았다. 페스트균을 막기 위해 환자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문에 못을 박거나 방에 불을 지르는 정도가 일반적이었다. 사람들은 헝겊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안심할 수 없었고 하늘을 바라보며 신을 향해 기도할 뿐이었다.

이 병은 1346년경 크림반도의 해안 도시 카파에서 시작되어 흑해를 지나는 지중해 항로를 따라 퍼지며 순식간에 이탈리아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당시 이탈리아 상인들이 중앙아시아에서 유목민의 공격을 받고 카파로 피난 온 뒤 이탈리아로 귀국했는데, 이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 흑사병이 전염되었다. 중앙아시아와 흑해 인근에 흑사병을 옮긴 것은 몽골군이었다.

단테의 <신곡>

<신곡>은 지옥 편, 연옥 편, 천국 편 총 세 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지옥과 연옥에선 주인공 단테를 이끌어주는 길잡이로 베르길리우스가 등장하고 천국에선 베아트리체가 완벽한 신성이자 빛, 이상향이라면 지옥과 연옥의 베르길리우스는 아주 현실적인 길잡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단테는 행동만이 사람들을 비참함에서 행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작품 <신곡>을 ‘코메디아(Commedia)’라고 불렀다고 한다. <신곡>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희극으로 여긴 것이다. 단테가 기획한 <신곡>은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희망만을 이야기하는 대서사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이 시기, 인류의 역사도 드디어 <신곡>의 희망적인 메시지처럼 암흑과 같던 중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이성과 자유로 상징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내려 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책은 시민혁명의 전형으로 불리는 '프랑스 대혁명', 냉소적인 비관주의자 쇼펜하우어의 '삶은 고통'이란 외침, 미국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 선언과 이에 대한 찬반으로 인해 발생한 미국 님북전쟁이 초래한 산업화,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가 말한 '위버멘쉬'의 의미, 헤밍웨이의 작품 <노인과 바다>가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등을 얘기한다.


교양을 채워 줄 든든한 밑천

책에 나오는 60가지 초압축 교양수업을 굳이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을 필요는 없다. 이미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자신이 꼭 알고 싶은 이야기로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아무튼 한 권의 책이 우리들의 교양 수준을 업그레이해 줄 든든한 밑천임엔 틀림 없으니까 말이다. 교양에 목마른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인문 #인문교양 #문사철 #초압축교양수업 #임성훈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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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기쁨 - 온몸으로 불안을 깨부수며 나아가는 해방에 대하여
벨라 매키 지음, 김고명 옮김 / 갤리온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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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무너져 내리지 않기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붙든다. 누군가는 침묵 속에서, 누군가는 웃음 속에서, 그리고 벨라 매키는 달리면서 그 시간을 견뎠다. 아니 살아냈다. <달리기의 기쁨>은 단지 달리기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건 거대한 불안장애와 우울에 맞선 치열한 생존의 일기장이자, 녹다운 되어 나가떨어진 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아주 유용한 '인생 재부팅 매뉴얼'이다. - '추천의 말'중에서


책의 저자
벨라 매키는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밀리언셀러 작가, 그리고 러너이다. 런던 태생으로 <가디언>, <보그>, <바이스 뉴스> 등 유수의 매체에서 저널리스트 경력을 쌓았다. 어릴 적부터 언제 공황 발작이 나타날지 모르는 불안장애를 안고 살았다. 직장 동료와의 결혼 생활도 1년만에 파경을 맞았고, 이후 악화된 불안장애가 그녀의 삶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어느날 갑자기 이 모든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그녀는 난생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다. 다리는 무겁고, 숨은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뛰는 중엔 아무런 생각조차 없었다. 포기하고 싶을 땐 속으로 '딱 1분만 더'를 외치며 5분을 더 내달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세상은 달려온 거리만큼 커져 있었다.

총 10개 단락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 밸라 매키가 러닝을 통해 불안장애를 극복한 경험담을 다루는 에세이다. 영국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화제가 되었으며,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00만 부 이상 팔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그녀는 '영국의 포레스트 검프'로 불리는 '러닝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마치 거울 유리가 산산조각 난 듯한 결혼 후 파경破鏡은 여성에게 견딜 수 없는 슬픔과 껄그러운 질문, 때론 수치심까지 남긴다. 다시 싱글 신분이 되고 일주일 쯤 지났을 때 문득 달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냥 달리고 싶었다. 그날은 그냥 달리고 싶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운동장을 내달릴 엄두는 안 났다. 마트도 무서워서 못 가는 주제에 이런 야심 찬 포부는 언감생심임에도 열쇠를 챙기고 운동화 끈을 묶고 있었다. 낡은 레깅스 위에 티셔츠를 걸치고 아파트에서 30초 거리에 있는 어둑어둑한 골목길로 나섰다. 이튿날도 그 골목으로 나섰다.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느릿느릿 달리다가 이내 멈춰 쉬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자 욕심이 과해 정강이 통증이 찾아왔고, 언덕길을 오르다가 패배를 인정하고 버스를 타기도 했다.

점점 더 멀리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두 달 동안은 아파트에서 가까운 길만 골라 달렸다. 몸뚱이는 느렸고, 마음은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과정 속에 두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하나는 달리는 동안엔 별로 슬프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달리는 동안엔 불안하지 않았다. 

결혼이 파국을 맞고 몇 주가 지났지만 벨라 매키는 여전히 그 후유증에 비틀거렸다. 회사에 출근해선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숨죽여 울었다. 퇴근해 귀가한 후엔 바로 잠옷으로 환복換服, TV를 틀어 아무 방송이나 멍하니 시청했다. 외출하는 날엔 술을 때려 붓고 또 울었다. 

하지만 달릴 때는 그 모든 것을 잊어 버릴 수 있었다. 누군가의 안쓰럽다는 표정을 보지 않아도 됐고, 허그를 한답시고 강한 포옹으로 숨통을 조이는 사람도 없었다. 아니,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 자체가 없었다. 형광색 옷을 입고 나른하게 달리는 사람들 중 하나가 되어 도시에 녹아들었다.

불안장애 유형

강박장애
공황장애
공포증(광장공포증, 폐소공포증 등)
사회불안장애(사회공포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범불안장애


(사진, 58쪽)

불안과 걱정은 엄연히 다르다.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정신 질환을 흉으로 보는 분위기를 완화하고 정신 질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면 불안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이 단순히 ‘슬픈 느낌’을 의미하지 않고 산후 우울증이 단순히 ‘육아 스트레스’를 의미하지 않듯이 불안증도 초조한 것과 다르다. 그리고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다.(58쪽)

오늘은 타이머를 보지 않고 10분 동안 쭉 달렸다. 처음이다. 평소엔 얼마나 버텼는지 봐야만 했다. 장족의 발전이다. 집을 나와 10분 동안 직선으로 달렸다. 큰 길이 끝난 후에는 큰 맘 먹고 언덕길을 올랐다. 두 팔의 흔들림을 원동력 삼아 지면을 디디며 속도를 높였다. 이제 날마다 달리는 게 익숙해지고 팔다리도 적응했는지 기분이 좋았다. 이날 총 18분을 달렸다.

처음으로 여동생과 함께 달렸다. 남과 같이 달리는 경우는 처음이다. 동생은 키도 크고 힘도 무지 세다. 170센티미터 키의 언니를 맨날 땅꼬마라고 놀린다. 팔씨름도 못한다, 병뚜껑 하나 따는 데도 낑낑댄다는 등 놀림받는 일이 일상이다. 이런 동생은 몇 년 더 일찍 달리기를 시작해 금방 재미를 붙인 후 밤에 와인 한 병 마시고 자도 다음 날 하프 마라톤을 거뜬히 완주한다.

여기는 베네치아, 외국에서 달리는 것은 처음이다. 엄마의 제안에 따라 주말을 낀 연휴에 여행을 갔다. 몇 달 동안 꾸준히 달리면서 두려움이 많이 잠잠해진 상태였다. 사흘이 지나자 도시의 구조가 얼추 감이 잡힌다. 마지막 날 아침, 낮잠 자는 엄마를 두고 달리고 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달린다.

딱 1분만 더!’가 나의 슬로건이 됐다. 1분만 더 달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매초가 지옥 같아도 1분은 버틸 수 있다. 1분만 더 뛰자고 기를 쓰고 발을 떼다 보면 최소 5분은 더 뛰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려워했던 것과 달리 낯선 곳에 가도 공황 발작이 일어나지 않았다. 고요와 여유를 누렸다.

오늘은 에든버러를 달렸다. 친구와 휴대폰을 호텔에 남겨둔 채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번화가를 내달렸다. 붉은빛에 물든 에든버러성의 위용에 넋을 잃었다. 휴대폰 없이 달리기는 처음이다. 휴대폰 없이 가게에도 가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만약에, 혹시,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휴대폰은 그녀의 안전망이 셈이었다.   

처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저자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발언권을 모두 잃은 기분이었다. 남편은 그녀를 버렸고, 그녀의 내면에서 갈수록 커지는 불안감이 언젠가 자신을 집어삼킬 것이 뻔한데도 방법이 없었다. 그녀의 인생이 갑자기 자신에게서 달아나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 말이 완전히 도망가 버리기 전에 고삐를 잡으려고 황급히 달려가고 있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후에는 그 고삐가 손에 닿을 만한 거리에 있는 것 같았다.


(사진, 235쪽)


달리기에 정석은 없다. 우리 동네의 어떤 할아버지는 매일 마트까지 달려간다. 낯 뜨거울 만큼 짧은 반바지를 입고 이마에는 1980년대 삼류 영화에 나왔을 법한 땀 흘림 방지 헤어밴드를 두른 채로. 할아버지가 놀라울 만큼 빠르게 달리는 것을 보면 그게 할아버지에게 맞는 방식인 것 같다. 나도 처음 몇 주 동안은 근처 골목길을 벗어나지 못한 게 떠올랐다.(263쪽)

공원을 달리고 있다. 10킬로미터쯤 달렸다. 푹푹 찌는 날이다. 잔인한 여름은 여태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 나는 바짝 마른 땅이 좋고 눈을 찌르는 태양이 좋다. 매순간이 도전으로 느껴진다. 거의 발가벗다시피 하고 달리니까 얼마나 홀가분한지 모른다. 최근엔 덜 멈추고 더 빨리, 더 멀리 달리려고 밀어붙인다. 달리기가 인생의 일부가 됐다. 달리기가 체질이 됐다.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

한때 전업투자자의 길을 걸었다. IMF 시절에 다니던 회사의 임원 신분을 던지고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내 인생의 리즈 시절이었다. 큰 돈을 벌었다. '욕심은 끝이 없다'는 말처럼, 당시 나는 '딱 1억원만 더!'를 끝없이 추구했다. 승승장구하던 내 투자사업은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다. 심적 고통을  이겨내려고 집 근처 올림픽공원을 매일 뛰었다. 아침에 거의 10킬로미터 이상을 뛰었다. 이후 주식을 정리한 돈으로 코스닥 기업 인수에 나섰다. 마魔가 끼었다. 졸지에 수백억을 탕진했다. 또다시 뛰면서 만회할 수 있다고 최면을 걸었다. 그러나 더 이상 리즈 시절은 없었다. 현재 힘든 시기를 건너고 있는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에세이 #달리기의기쁨 #벨라매키 #갤리온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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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글은 처음이라 - 한번 깨달으면 평생 써먹는 글쓰기 수업
제갈현열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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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를 떤다고 믿었던 그 친구의 글에는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었어요. 반대로 당당하게 주장한다고 믿었던 내 글은 ‘읽는 사람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죠.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참 오래 걸렸습니다. 고작 한 줄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어요. 이 한 줄이 실은, 모든 것이었어요. 한 줄의 글이 만들 수 있는 놀라운 변화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 합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제갈현렬은 작가, 마케팅 기획자, 경영 컨설턴트, 콘텐츠 기획자로 활동하며 모든 영역의 글쓰기를 다룬다. 20대엔 공모전 43관왕의 타이틀로 메이저 광고대행사에서 기획의 귀재로 불렸고, 30대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쓰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최근엔 경영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며 다수의 기업체를 위해 경영 자문과 함께 대학교에서 경영과 기획을 교육한다.

총 5부로 구성된 책은 생산 수단으로서의 글쓰기, 관점 깨닫기, 구조 익히기, 표현 배우기, 기가 막히게 팔리는 글의 비밀 등을 차례로 설명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글은 무엇이 다른지와 필 듀센베리, 스티븐 킹 등 글쓰기 대가의 비법을 통해 '팔리는글'의 본질을 꿰뚫는 글쓰기 입문을 제시한다. 

살아가는 것은 시장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판매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삶은 언제나 시장에 속해 있다. 즉 가족 관계나 친구 관계 또는 연인 관계와 같은 관계 시장, 초중고와 대학교를 포함한 교육 시장, 그리고 직장이나 장사, 사업 같은 경제 시장 처럼 말이다. 그 어느 시장이든 우리는 적어도 한 곳 이상에는 속해 있다. 산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수행자가 아닌 이상 우리는 죽을 때까지 시장을 벗어날 수 없다.

이같은 시장에 속해 있다는 의미는 시장 속에서 누군가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가 무언가를 교환한다는 것인데 친구 사이엔 마음을, 연인 사이엔 사랑을, 직장에선 직무 능력에 대한 인정과 믿음 등을 교환하는 것이다. 나아가 장사는 자신의 물건과 소비자의 돈을 교환한다. 그렇다. 이는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판다는 의미로 이어지는 셈이다. 

시장이 내 글을 산다

내 글을 시장에서 파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인 시장이 주도적으로 ‘내 글’을 사게 되는 것니다. ‘내 글’은 팔리기 위해 존재하는 수동적 대상이다. 그래서 내 글을 산다고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시장이 되므로 아래와 같은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어떤 시장이 산다는 거지?’, 
‘그 시장은 내 글을 왜 사는 거지?’, 
‘그 시장이 원하는 건 뭐지?’ 

말 그대로 시장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마치 말장난 같은 이 문장은 사실 사고의 흐름을 완벽하게 바꾸어놓는 마법의 문장이다. 그리고 이 문장 안에 팔리는 글쓰기의 원리가 숨어 있다. '내 글을 시장에 파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내 글을 사는 것이다', 이 짧은 한 줄 속에 세상에서 팔리는 모든 글의 원리가 담겨 있는 셈이다. 그렇다. 팔리는 글은 시장이 원하는 것을 담은 글이다.

대가들의 공통점, '시장 우선주의'

사장, 시장, 시장 등등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모든 가치는 시장에서 나온다. 그래서 항상 시장을 염두에 두고 모든 것을 시장 중심으로 생각하는 관점이 바로 '시장 우선주의'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글을 쓰기 전에 시장을 먼저 본다"고 강조한다. 그렇다. 저자의 절대 기준이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시장이 듣길 원하는 이야기를 쓰겠다’

저자가 첫 책을 쓸때가 2012년, 벌써 13년 전이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힐링 열푼에 휩싸여 있었다. '힐링 캠프'라는 TV 프로그램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아프니가 청춘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의 힐링 서적이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사람들이 조금씩 지쳐가는 시기이기도 했다. 식상해한다는 얘기다. 누군가의 위로가 잠깐은 마음을 편하게 해줄지 몰라도 결국 현실을 바구지 못한다는 사실을 하나둘 깨닫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따뜻한 힐링이 아니라 현실적인 조언이란 생각이 들어 저자는 첫 책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를 집필 출간했던 것이다. 이후 <부의 확장>, <돈 공부는 처음이라> 등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았던 거다.  

처음부터 제대로

뭐든지 처음 시작할 때 올바른 방법을 익히지 않으면 나쁜 버릇이 들게 된다. 나쁜 버릇에 익숙해지면 옳은 방법으로 다시 바로잡는 데 더 많은 정성이 필요한 법이다. 처음 배울 때보다 훨씬 큰 노력과 시간이 말이다. 첫 단추가 잘못되면 갈수록 옷의 어그러짐이 심해지는 법임을 우린 모두 잘 안다.

그래서 저자는 기획을 가르치면서 제일 힘들어하는 부류의 사람은 초보자가 아니라 잘못된 습관을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임을 강조한다. 잘못된 습관과 방식으로 기획을 하는 사람이나, 잘못된 글쓰기 버릇이 있는 사람을 가르치는 건, 기획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나 글쓰기를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을 가르치는 것보다 몇 곱절의 노력이 들어가서다. 

왜냐하면 이미 그들에게도 그 나름의 익숙함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익숙함은 탄성을 가지고 있다. 그 질긴 익숙함을 덜어내고 새로운 올바름을 넣는 일에는 많은 시간이 투입되어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받아들이는 그들이나 공히 마찬가지이니까. 처음에 제대로 배워야 한다.

팔리는 글의 비밀(나탈리 골드버그의 '습관')

나탈리 골드버그는 미국의 유명 작가이자 글쓰기 교육자이다. 그녀의 대표작이 바로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로 전 세계에 150만 부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을 정도이다. 그녀의 글쓰기 철학은 한 문장으로 쓰여 있다. "글쓰기는 호흡과 같다. 멈추면 죽는다."

그녀는 글쓰기에 어떠한 핑계도 허용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도구가 없어도, 상황이 여의치않아도, 할 일이 많아도, 글이 생각나지 않아도, 글 쓸 기분이 아니라도 써야 한다고 말이다. 계속 쓰다보면 어느새 쓰고 싶어지는 경험을 함으로써 글쓰기 자체가 삶의 한 부분이 된다고 조언한다.   

팔리는 글에 관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어도 유독 글쓰기가 안되는 날이 올 것이다. 글을 쓰는 데 한참을 망설이게 되는 날 말이다. 몰라서가 아니라도, 익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도 그런 날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그럴 때 나탈리 골드버그를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글이 잘 써지지 않아도 뭐라도 쓸 수 있는 습관을 들일 수 있길 기대한다.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어떻게든 글을 부여잡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 말이다.


기억에 남을 글 한 줄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말에 진정성을 담으라는 교훈이다. 이런 말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글 한 줄은 정말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 한 줄의 글을 만들기 위해 우린 쉼없이 글쓰기에 도전한다. 그러나 멈추는 순간 도전은 끝난다. 작가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처럼 글쓰기가 습관이 되었는지 나에게 질문한다. 글쓰기에 진심인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글쓰기 #팔리는글은처음이라 #제갈현열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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