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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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연재되던 소설<별들의 고향>은 당시 대학가에서 선풍적인 인기였다. 1970년대 초 고도의 경제 성장은 농민과 노동자들에게 소외감이라는 그늘을 안겼다. 반면, 성장의 대가로 지갑이 두툼해진 일부 계층은 쾌락을 추구할 수 있었다. 새로 등장한 향락산업이라는 거대한 조류는 현대판 기생들을 만들어냈다. 여성들에게 호스티스라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된 것이다.

 

착하고 예쁜 처녀 경아는 가난 때문에 다니던 대학교를 1학년 때에 중도 포기하고 만다. 믿었던 남자 친구에게 배신을 당했지만 어렵사리 결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잦은 낙태의 경험은 그녀에게 불행의 씨앗이 된다. 낙태의 후유증은 그녀를 후천적 목녀로 만들고 말았다. 결국 남편에게 조차 버림을 받는다. 그녀는 기꺼이 호스티스의 길을 걷는다. 27살에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다.

 

최인호의 연재 소설을 읽기 위해 신문을 샀을 정도였다. 이렇게 나는 그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한동안 그의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이미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그는 암투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달 여의 항암 치료로 손톱과 발톱이 빠지는 고통을 겪었지만, 그는 매일 20~30 매의 분량의 원고를 써내려갔다. 이 장편 소설이 탄생했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K라는 이름의 남자가 3일 동안 겪게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K는 자신이 겪고 있는 현실이 마치 가짜 인생인 것처럼 혼란에 빠진다.

토요일 아침 7시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깬 그는 토요일은 출근을 하지 않기에 어제 밤 고교 동창인 H와 늦도록 술을 마셨고 귀가해서는 아내와 섹스까지 즐겼던 기억이 생생하다. 

 

갑자기 요의를 느끼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맞은 편 거울에 벌거벗은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 번도 잠옷을 걸치지 않은 채 나체로 잠자리에 든 적이 없었던 그로서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더구나 아내도 섹스를 할 때 벌거벗은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 헷갈렸다. 면도후 스킨을 사용했다. 그런데,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낯선 제품이었다.

 

지난 밤 아내와의 섹스 때 아내의 몸은 얼음처럼 차가왔다. 마치 시체를 만지는 기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매주 금요일 밤 둘만의 '전야제'는 오래 전부터의 약속이었고 그렇게 즐겨 왔기에 아내도 분명 섹스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아내의 몸에서 나오는 냉기는 나를 발기불능 상태로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아내가 한마디 했다. '아니 왜 그래요' 

 

 

K는 담배를 피며 어제밤 기억을 다시 생각해본다. 얼마간 필름이 끊겼음을 알게 되었다. 21시 30분부터 23시까지의 기억은 깜깜했기 때문이다. 토요일 12시 호텔 예식장에서 처제의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나는 장인이 없다. 그런데, 장모 옆에 왠 남자가 서 있었다. 분실한 휴대폰을 습득한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돌려받는 조건으로 보험에 가입했다. 영화관 좌석에서 주웠다고 한다.  

 

K는 기억에서 사라진 1시간 30분의 행적을 영화관에서부터 찾아 나선다. 이별이란 현실에서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은 면도후 스킨의 사용같은 일상적인 일이 일어나는 공간을 의미한다. K는 자신이 알고있는 현실로 돌아가려고 무척 애를 쓴다. 또한, 말투와 행동이 평소와 다른 아내를 통하여 현실이란 잊혀지지 않는 기억임을 그는 깨닫게 된다.

 

선의 화신인 지킬박사와 악의 화신인 하이드가 인간의 마음 속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악한 본성을 더욱 악하게 만들 수있고, 선한 본성을 더욱 선하게 만들 수 있는 약물을 발명한 지킬박사는 이를 복용하고 살인을 저지른다. 마침내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하이드로 변신한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에서도 1시간 30분의 행적을 쫓는 과정에서 K는 또 다른 K를 만난다.

 

환락의 금요일 밤을 지나 처제의 결혼식이 있던 토요일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성스러운 성당가는 일요일을 거쳐 다시 일상이 시작되는 월요일 출근에서 끝이 난다.

출근길 인파로 붐비는 지하철 9호선, 월요일 8시 14분, 이곳에서 그는 작별식을 거행한다. 이틀 동안 등장했던 인물들이 하나씩 그에게 인사하며 사라진다.

 

드디어, 나와 또 다른 나는 합체하여 온전한 'K'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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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Power -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힘의 논리
문재철 지음 / 글로세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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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5년마다 바뀐다. 이 책은 정치 일선의 기자로 활동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권력 주변에서 벌어지는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저자의 바람에서 이 책이 탄생되었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단임제이다. 시한부 정권이라는 속성 때문에 부작용이 많이 발생한다. 

 

"권력이란 지나고 보면 한낱 뜬구름 같은 거죠.... 힘 있다면 벌떼, 아니 똥파리처럼 달라붙다다 힘 빠지면 어느새 그 많던 사람들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맙니다"

(15 쪽)

 

한때 정권의 실세였던 A씨의 말이다. 힘이 떨어지면 대통령 임기 막판에 장관직을 제의해도 사양하는 것이 권력의 종말에 찾아오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집권 후반기엔 여지없이 배신의 계절이 찾아온다. 권력의 누수, 즉 레임덕이다. 누구를 탓할 필요도 없다. 이것이 바로 권력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YS의 문민정부가 출범했다. 이들은 투쟁에 매우 익숙한 사람들이어서 6공의 퇴임 권력에 대해선 반격을 가했다. 초대 내각의 인선 원칙은 '과거와의 단절'이었다. 조각의 첫 단추를 구경해보자. YS는 군부와 인맥이 없기에 평소 친분을 유지했던 육사 17기 이병태 전 장군을 장관급인 비상기획위원장으로 내정했다. 당시 호놀룰루 총영사로 근무 중이었다. 한편, 보훈처장으로 당초 내정된 인물이 강력하게 고사하는 바람에 귀국 중이던 이병태 총영사를 차관급인 보훈처장으로 급히 돌리면서 각료직에서 비상기획위원장 자리를 아예 빼버렸다.

 

"비상기획위원장이 빠진 채 문민정부 첫 조각 명단을 발표한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였지요" (55 쪽)

 

3공(박정희)과 5공(전두환) 때의 인물을 제외하고 사람을 찾으려니 마땅한 인재가 없었다. 그러자, 한완상은 서울대 간판이니 통일부장관으로, 한승주는 영어를 잘하니 외무장관으로... 식으로 조각했다. 내각 인선이 발표되자 언론은 집중포격을 가했다. 서울시장은 그린벨트 내 호화주택 파문, 보사부장관은 부동산 투기 의혹, 법무장관은 자녀의 국적문제 등으로 줄줄이 낙마했다.

 

야권의 총수로 오랜 세월을 보내며 YS는 모든 일을 혼자 결정하는 것이 몸에 배여 있었다. 더욱 나쁜 것은 다른 사람의 얘기를 아예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오로지 개혁과 청산에만 관심을 두었다. 군부의 하나회와 과거 핵심 정치인들의 청산, 이후 중앙청 건물의 철거를 감행하는 가운데 YS에 대한 국민들의 인기가 급격히 시들어졌다.

 

"수십 년간 야당지도자였다는 특징 때문인지 독불장군식이었습니다"

- 한승주 전 외무장관-

 

문민정부 출범 4년 만에 인기도는 10%대로 급락했다. 이후 퇴임까지 결코 회복되지 않았다. 권력은 유리처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혼자 차지하면 독재요, 지나치게 쪼개지면 혼란스럽다. 집권 후반기에 외환위기가 찾아오고 이에 늦장 대응하면서 한국은 백척간두의 끝으로 내몰렸다. 문민정부는 이렇게 끝이 나면서 영원한 라이벌 DJ에게로 권력이 이동되었다.

 

 

DJ도 별반 다를게 없었다. 입으론 엄청난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없이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DJ 역시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었다. 집권 2년차 '옷 로비 사건'이 터지면서 레임덕이 일찍부터 왔다. 정현준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최규선 게이트까지 줄줄이 비엔나처럼 이권 개입의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YS와 DJ는 자식들의 문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형의 문제로..., 결국 친족이 대통령과 정권을 망친 겁니다" (111 쪽)

 

DJ와 YS는 약속을 번복하면서 우리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두 사람은 각각 14대, 15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약속을 지켰다면 DJ는 대통령에 불출마했을 것이고, YS도 내각제 총리가 되었을지 모른다. 과거부터 정치는 약속위반의 연속이었다. 퇴장 약속을 지킨 정치인은 몇 손가락 꼽을 정도이다.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 많이 나와야 우리 정치가 발전할 것이다.

 

 

10년 만에 보수진영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MB는 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게 역대 최대표차인 537만여 표차로 압승을 거두었다. 득표율 48.7%로 기업인 출신에게 표심이 몰린 것은 경제회복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바램이었다. MB는 취임사를 통해 '국민을 섬겨 나라를 편안하게'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통합하겠다'하며 자신의 통치 방향을 천명했다.

 

MB정부 또한 출발이 순탄하지 못했다. 2008년 2월 초대 각료 예정자가 발표되었다. 후보자들의 부동산 과다보유, 투기의혹, 논문표절, 재산신고 누락 등의 문제가 노출되면서 각계에서 여론이 들끓자 청와대는 일부 인사의 교체 카드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강부자'(강남-부자-자산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출신) 등의 정치 유행어가 확산되며 출범부터 상처를 받고 말았다.

 

MB의 의견수렴 과정은 독특하다. 그는 한 사람에게만 특정 업무를 맡기지 않는다. 예를 들어, 홍보 담당이 홍보에만 매달리는 걸 견제한다. 홍보 담당이 있음에도 정무 담당에게 홍보 관련 아이디어를 구하는 스타일이다. MB는 자신을 중심으로 '방사형'리더십을 구사한다. 그래서, 업무 구분이 모호하고 상충되므로 뒤죽박죽인 문제점이 노출된다.

 

'피라미드'형 의사결정은 협의 과정에서 위로 갈수록 불필요한 의견들이 걸러진다. 의사결정이 느려지는 단점이 있긴해도 일단 결정된 후에는 잡음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잡음이 적다는 것은 구성원 간의 갈등요인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사형' 의사결정방식은 어느 쪽이 채택될지 모르는 무한경쟁을 촉발하게 되므로 잡음이 증폭될 우려가 매우 크다.

 

MB측 인수위원회의 원칙은 ABR이었다. 'Anything But Roh, moo-hyun', 노무현과의 단절과 청산에만 집착하는 분위기였다. 다른 정권에서 이미 시행착오를 겪었던 일이 또 반복되었다. 이는 '내가 하면 연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논리와 동일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막판에 기자실에 대목을 박아 물의를 빚었던 국정홍보처를 폐지했다. 정작 MB는 정부 정책을 홍보할 창구가 없어진 셈이 된 것이다.

 

취임 첫 해에 부실조각, 쇠고기 촛불시위, 종교계 갈등, 글로벌 금융위기, 10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 등 악재로 넘쳐났다. 통상 1년차의 난제들이 2년차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더하는 법이다. 특히,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2년차를 맞이 했지만 북한의 대남 위협이 극성이었다. 여기에다 경찰 특공대에 의한 용산참사, 전직 대통령의 자살 등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정치적으로 여야 간의 대화 부재, 사회적으론 공권력의 운영미숙, 남북관계에선 북의 도발과 위협 등으로 총체적 난국 상황이 재현되었다. 2년차 징크스가 여지없이 찾아왔다. 원망과 성토로 인해 벌써부터 통치권은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88년부터 시작된 대통령 직선제에 의한 '5년 단임제' 권력구조는 노태우-YS-DJ-노무현-MB에 이르기까지 어느덧 5번이나 이어지고 있다. 5년제 단임 정권에서 야기되는 공통된 패턴의 반복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를 단순한 학습효과로 여겨서는 안되겠다. 화려한 출발과 초라한 퇴장을 반복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민심은 언제나 선거를 통해 권력의 적절한 배분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대명제에 충실한 것이다.

 

5년 단임제 때문에 정치인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정부의 엘리트 공직자와 산업계의 두뇌들도 '권력의 사이클'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래서야 어찌 글로벌 시대에 국가 경쟁을 이끌어 갈 수 있겠는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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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일하는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박현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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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매월 19일에 모이는 모임이 있다. 자의든 타의든 직장을 그만둔 예전 동료들과 만나서 새로운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자리이다. 저녁 모임이라 당연히 음주를 하게 된다. 취기가 오르면 그만둔 직장의 상사를 안주로 삼아 씹어대기 시작한다. '그 자식이 보기 싫어 내가 그만 두었어'라고 누가 한마디 뱉어내면 '맞아, 맞아!' 라고 맞장구 치면서 자기가 당했던 경험 한 두 가지를 도마 위에 올려 놓는다. 이때 만큼은 모두 일류 요리사 부럽지 않게 회를 친다.

 

전철 안에서 멍한 채 앉아 '아, 오늘도 피곤한 하루였어'라는 생각을 한다. 이어서 정말 그 상사는 생각할수록 개 같은 인간이네. 인간인 내가 왜 그런 개의 명령을 받으면서 일을 해야 되는지 세상 말세다. 개라면 개사료를 먹어야지 왜 우리와 같이 직원식당에서 점심을 먹는거지? 생각할수록 열불이 올라온다.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이 책은 <생각버리기 연습>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일본 동경대 출신의 신세대 스님 코이케 류노스케의 신작 도서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일하면서 겪게되는 정신적 스트레스의 근원을 밝히고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특히,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마음 훈련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젠 카툰이 눈길을 끌어 흥미롭다.

 

사람의 말투에는 그 사람 특유의 '욕망, 분노, 어리석음'이라는 번뇌 에너지가 숨어 있다. 불가에서는 '탐.진.치貪嗔痴'라부르며 삼독三毒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근본적인 번뇌 요소라는 것이다. 이러한 탐진치는 지금까지 그에게 축적되어 왔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다가 그 사람에 대해서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탐진치를 가미하여 받아들이면 마음속에서 반발심이 생기게 된다.

 

예를 들어, 상대가 "이 서류 정리 좀 해줘"라고 나에게 부탁했다고 치자. 이 말을 듣는 순간 '미안하지만'이란 말을 붙이는 게 예의인데, 왜 이렇게 무례하지? 란 생각이 든다면 불쾌해 질 것이다. 상대방의 욕망 에너지에다 '나를 존중해 달라'는 나의 욕망 에너지가 합쳐지고 또한 이것이 충족되지 못해서 생기는 분노 에너지가 마치 양념처럼 한데 버무려질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례한 말투에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예. 그러죠, 뭐" 라고 대답하는 사람들도 있다.

생각해보면 내가 불쾌해졌던 이유는 상대방의 말투나 행동 때문만이 아니다. 내 마음 안에 있던 나의 번뇌 에너지, 즉 '자존심이라는 번뇌' 때문이었던 것이다.

 

어릴 적 갖고 놀았던 말굽 자석을 떠 올려보자.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아니 과학적으로는 자력磁力에 의해 서로 자석을 밀쳐 내거나 때론 합쳐지는 장면을 목격했을 것이다. 번뇌 에너지에도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같은 종류의 번뇌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은 서로 끌리고, 다른 번뇌 에너지를 가진 경우에는 서로 반발하거나 미워한다는 것이다. 직장이 마음에 안든다, 잔소리 해대는 상사 또는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직장인들의 고민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런 고민들은 자기자신이 지금까지 쌓아 온 마음의 충동 에너지가 상대방이 가지는 번뇌 에너지를 자극해서 마음의 세 가지 독인 '욕망', '분노', '미망'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생긴다" (29~30 쪽)

 

우리는 눈, 코, 귀, 혀, 신체 그리고 의식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감각기관을 통해 '색, 성, 향, 미, 촉, 법色聲香味觸法'이라는 욕구를 느낀다고 한다. 마음에서 충동이 일어나는 에너지를 '욕망'이라고 한다. 반대로 들어온 정보를 거부하는 충동 에너지를 '분노'라고 하며, 아예 흥미가 없어 이를 무시해 버리는 마음 에너지를 '미망' 이라고 한다. '미망'의 경우는 권태기에 빠진 연인관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어리석음'이라 할 수 있다. 상대가 열심히 얘기해도 내 마음은 콩 밭에 가 있어서 상대의 이야기는 마이동풍 격이다. '무시해야지' 하는 번뇌 에너지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럴진대 '나를 소중하게 대해 달란 말이야!'라고 말하는 쪼잔함을 추구하려는가? 아니면 나의 번뇌 에너지를 통제해서 스스로 더욱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람으로 나를 변화시킬 것인가? 아무도 쪼잔함을 유지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아무튼 어느 것을 선택하든 이는 자신의 몫이다.

 

마음 속에 에너지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이를 멈출 수가 없어 계속 마음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처럼 과거의 생각이 계속해서 다른 생각에 영향을 주는 에너지를 '업業'이라고 부른다. 불가에서는 함부로 말하는 사람에게 '구업을 짓지 마라'고 충고한다. 직장에서의 점심시간, 삼삼오오 식사하러 나간다. 그런데, 그 중 유독 한 사람이 싫지만 따돌림이 두려워 어울리게 된다.

 

퇴근해서도 점심시간의 장면이 생각나며 '아, 아까 정말 싫었어'라는 부정적인 사고가 계속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일에 마음을 붙잡는다면 부정적인 에너지를 떨칠 수 있을 것이다. 방을 청소하는 것이 싫더라도 억지로 이런 마음을 뇌 속에서 쫓아내고 몸이 하도록 하자. 이런 경험이 쌓이면 '싫어도 참고 했더니 즐거울 수 있구나'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법륜스님이 진행하는 '즉문즉설'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들의 육아때문에 직장을 그만 둬야 할까요?, 아이들이 학교에 안가는데 어떻게 할까요?, 새벽기도는 어떻게 하면 힘들지 않을까요?, 며느리가 미워 죽겠는데 어쩌면 좋아요? 등의 질문에 법륜스님이 즉석에서 명쾌한 답을 내려준다. 어떤 질문자는 스님의 즉답을 듣고 감동하여 그 자리에서 울기도 한다.

 

이 책의 3장(류노스케 스님에게 일에 대해 묻습니다)도 '즉문즉설'과 유사하다. 점심시간에 자리에 없는 사람을 험담하는 무리가 있는데, 그 자리에 내가 없다면 나 역시 난도당할 것같아 동참하지만 이젠 점심시간이 두렵다는 질문에 험담에 자주 동참하면 자신의 마음도 덩달아 오염되므로 이젠 점심을 제의해 오면 그들에게 분노를 표출하지 말고 센스있는 말로 거절하라고 답한다.

 

"화를 내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 화를 내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화를 내는 사람이 되지 말고 분노의 연극을 멀리서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70 쪽)

 

부하직원에게 호통치고 싶은가? 그러나, 말하기 전에 3초 정도 자신의 마음을 정지시켜 보자. 자신의 분노가 무슨 원인 때문인지, 이 분노가 자신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호통의 결과는 무엇일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한다. 호통치는 대신에 오히려 부하직원에게 스스로 통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현명하다.

 

"이 일에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어떤 점이 불만인지 들려주지 않겠나?"

 

반대로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고 화가 났는가? 이를 해소하려고 동료들과의 위로성 음주, 분위기 쇄신용 고스톱 등에 탐닉하면서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도망쳐서는 안된다. 오히려 자신을 혼낸 상사에게 보란듯이 평소보다 배의 노력을 기울여 업무에 몰두해보라. 일로 인한 스트레스는 일을 통해 긍정적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스트레스 관리법이다.

 

일에 의욕이 없다는 말은 눈 앞에 당장 해야 할 일에 대해 '아, 일하기 싫어 죽겠어'라는 분노의 에너지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취할 정도의 음주나 도박 등이 업무 의욕을 되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중대한 착각이다. 일시적인 기분전환은 '일하기 싫다'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잠시 맨홀 뚜껑으로 덮어 둔 꼴이다. 당장 해야 할 일은 먼저 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탐진치'라는 삼독은 고통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를 해소해야 할까? 석가는 수행의 기본을 이루는 여덟 개의 덕德을 설법했다. 불가에서는 이를 팔정도八正道라고 하는데, 원시불교의 경전인 <아함경>에 수록되어 있다. 이중 둘째 '정사'와 셋째 '정어', 그리고 넷째 '정업'은 일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는 덕목이다. 

 

정견正見 올바로 보는 것

정사正思 올바로 사고하는 것

정어正語 올바로 말하는 것

정업正業 올바로 행동하는 것

정명正命 올바로 생명을 유지하는 것

정정진正精進 올바로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

정념正念 올바로 기억하고 생각하는 것

정정正定 올바로 마음을 안정하는것

 

마음과 몸과 언어가 가능한 일치되어야 충실감을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일을 지속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불교의 가르침에서는 이를 신체의 행동 '신身'과 언어 '구口', 그리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의意'의 삼업三業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거짓말하지 않기', '비난하지 않기', '나쁜 소문 만들어 내지 않기', '그 자리에 필요 없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남에게 하지 않기'의 네 가지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이제 묵언수행을 왜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그것도 충실하게 살면서 행복하고 싶은 것이다. 충실하려면 '진지하게 몰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살아가기 위해서'란 의미는 나만의 의식주만이 아니라 가족, 동료, 회사원 모두의 그것도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라는 말이다. '노는 것도 일이다'라며 빈둥댄다면 남에게 경멸받기 쉽다. 사람들은 타인의 번뇌를 아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귀찮아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분노의 에너지는 삽시간에 주위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린 이미 배웠다.

 

 

"석가가 살아있던 시대의 원시불교는 '사람의 마음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완벽하게 해명한 학문과 그런 탄탄한 심리학에 기초하여 마음을 단련하기 위한 연습이라는 두 가지로 나눠져 있다. 즉 당시 불교에는 신과 부처가 존재하지 않았다. 석가시대의 불교란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다 잘 살기 위한 도구였기 때문이다" (245~246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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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
이장희 글.그림 / 지식노마드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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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말이 새끼를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이 자식을 낳으면 한양으로 보낸다"고 했던가. 까까머리 고등학생인 나는 어머님의 손에 이끌려 시골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다. 사촌 누나의 끈질긴 설득이 한판 승을 했다. 어릴 적 우리 집에서 공부하며 신세를 졌던 사촌 누나는 서울로 시집갔다. 츨세를 하려면 서울에서 공부해야 한다며 사촌 누나는 우리 집을 여러 차례 들락거렸다. 사실은 택시 운송업을 하던 자형의 사업자금이 부족해서 어머니에게 돈 부탁차 사촌 누나는 시골집에 자주 들렀던 것이다.

 

한강이 내려보이는 보광동에서 서울 생활이 시작되었다. 말이 누나이지 나하곤 나이 차이가 많아 말걸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이들과 어울린다. 비록 나에겐 조카 뻘이지만 나이가 비슷한 조카들은 형처럼 나를 잘 따랐다. 그래서, 일요일이면 택시를 타고 멀리 놀러 다니곤 했다. 북한산성, 서오릉, 남한산성, 뚝섬유원지 등 난 별천지를 구경했다. 이후 대학생 때는 노선 버스를 타고 종점과 종점을 다니면서 길을 익혔다. 당시 나의 눈에 비친 서울은 정말 넓고 깊었다.

 







 

나는,

오랫동안 서울에서 살아왔다.

그래,

내가 살아 온 곳들을 담아보자.

 

서울 속에 바람,

바람 속에 나,

내 속에 서울

서울의 시간,

그 시간을 그리다. (9 쪽)

 

 

통의동 백송

 

소나무는 중국의 진시황이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한 고마움을 담아 나무 木 공작 公 목공이라 불렀다. 이를 합쳐 소나무 松이 되었다. 소나무도 여러 종류인데 나무 껍질이 하얀 색을 띄는 것이 백송이다. 중국이 원산지인데, 옮겨심기가 까다롭고 성장이 매우 더딘 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선 수령이 100살만 넘어도 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며 보호한다.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백송은 우리나라 것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이다. 1990년 여름, 거센 태풍이 몰아쳐 수령 300살로 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통의동은 청와대가 가깝다. 그래서, 다각도로 나무의 회생 수술과 치료 등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살아날 기미가 보이는 나무는 결국 1993년 사망했다. 누군가 백송으로 관을 만들려고 제초제를 뿌렸다는 얘기도 들렸다.

 

경복궁

 

경복궁의 궁궐 이름은 삼봉 정도전이 지었다. 그는 공자의 '시경'에 나오는 두 글자를 인용했는데, '길이길이 크게 복을 누리라'는 뜻이다. 그의 바램과 달리 조선 왕조는 오래 가지 못했다. 또한, 임진왜란으로 건물 모두 잿더미가 되는 수모를 당했다. 273년 간 폐허로 방치되다가 1865년 대원군 이하응이 7,581칸으로 복원했다. 당초 390여 칸이었는데, 왕권을 강화한답시고 무리를 했다.

 

조선총독부가 홍예문 자리에 건설되어 광화문이 사라질 운명에 놓이기도 했지만 다행하게도 경복궁 동쪽으로 이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를 성사시킨 인물은 민예운동의 선구자로 불린 일본인 무네요시였다. 그러나, 한국전쟁 때 완전히 전소되었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철조 콘크리트로 복원했다가 2010년 신응수 대목장에 의해 원형으로 복원된 광화문이 탄생했다. 제일 힘든 일은 금강송을 찾는 일이었다.

 







 

신무문(神武) ~ 북쪽을 지키는 문이었다.

영추문(迎秋) ~ 신하들이 출입했다.

광화문(光化) ~ 경복궁을 상징하는 중심이었다.

건춘문(建春) ~ 종친과 외척, 상궁, 나인들이 출입했다.

 

"총독부 건물이 사라진 이유는 오로지 하나, 위치의 문제가 아니었던가. 경복궁을 밀어내고 서 있는 그 위용은 결코 그 건물이 그 자리에 존재할 수 없었다는 것을 나 역시 공감한다. 하지만 진정 식민지 시기의 극복과 청산, 나아가 역사적 교훈까지 얻고자 했다면, 일부라도 그대로 옮겨 일제 침략의 전시물을 모아 박물관으로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47 쪽)

 






 
 

청계천

 

청계천에 고가도로가 있던 시절, 나는 삼일빌딩에서 근무했다. 퇴근이 늦을 경우 창 밖 아래에 펼쳐지는 고가도로 위의 차량행렬은 붉은 선으로 보이기도 했다. 고가도로 아래엔 개울이 흐르고 있었지만,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개천을 복개하고 그 위에 고가도로를 설치했던 것이다. 한국경제의 개발초기 모습을 대변하는 상직적인 건축물이었다.

 

2003년 7월, 고가도로의 철거와 함께 복개된 도로의 상판을 뜯어내자 여전히 개천물은 흐르고 있었다. 청계천은 북쪽의 북악산, 동쪽의 낙산, 남쪽의 남산, 서쪽의 인왕산이라는 내사산內四山들의 수원지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만나서 한양을 관통하는 하천이다. 한양이 조선의 수도로 정해지자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개천의 범람과 오염이 문제거리였다.

 

당시 불도저라 불리던 서울시장 김현옥이 고가도로의 아이디어를 내고 건축가 김수근에 의해 구체화되었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1967년 기어코 착공되었다. 설계 당시 서울의 자동차는 3만대도 안되었지만 2000년대 초반에 300만대로 급증했기에 고가도로는 늘 수리와 보수공사 중이었다. 안전문제까지 거론되자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3년만에 현재의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1420년 만들어진 다리에 청계천의 수위를 측정하기 위해 수표가 설치되었다. 수표교의 다리는 마름모 꼴로 물의 저항을 줄이면서 아름다움까지 잘 표현하고 있다. 청계천 복개공사 때 이를 철거하여 1965년 장충단 공원에 옮겨 놓았다. 화강암을 짜맞추어 세종 2년에 세운 다리인데 당시엔 소시장이 있어 '마전교'라 불리었고 세종 23년(1441년) 수표를 만들어 홍수에 대비토록 했다.

 






 

청계천의 역사를 살펴보면 조선시대엔 개천開川이라고 불렀는데, 태종 대에 개천의 양안을 정비했고, 세종 대에 수표를 설치했으며, 영조 대엔 준설공사를 실시했다. 일제강점기엔 도시의 교통과 위생문제를 명목으로 복개가 시작되어 해방 전까지 태평로에서 광교까지 완료되었다. 이후 1958년부터 복개를 다시 시작하여 1977년 현재의 마장동까지 전체를 완료했다. 1916년 '조선하천령'이 제정되면서 상류의 청풍계천淸風溪川을 줄여서 청계천으로 불렀다고 한다.

 

오간수문五間水門은 청계천 위로 지나는 서울성곽 밑에 있던 문이다. 1907년 토사의 흐름을 원할히 한다는 이유로 성벽이 없어지고 대신 다리가 놓였다. 이것이 오간수교이다. 오간수문 근처엔 모래산이 있었다. 청계천을 준설하면서 퍼 올린 흙 때문에 가짜 산이 만들어졌고, 이를 가산假山이라고 불렀다. 이곳엔 전과자들이 모여서 땅굴을 파 살고 있었다. 그러나, 가산에도 아름다운 꽃은 피었다. 향기로운 꽃이 피는 산, 방산芳山이란 이름이 생겼다. 서울의 방산시장은 이곳에서 탄생된 시장이다.

 

숭례문

 

화재로 숭례문이 타는 모습을 TV로 생중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의 국보 1호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 버려지듯 홀로 남겨져 있어서 그동안 문화재 보호가 소홀하다는 지탄을 받아 왔었다. 광화문이 경복궁의 얼굴이라면 숭례문은 수도 한양의 얼굴인 셈이다. 철없는 아저씨의 어처구니 없는 그런 소행은 이젠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숭례문 현판은 세로로 쓰게 했는데, 이는 음양오행에 있어서 '예禮'자가 불 '화火'에 해당되기 때문에 불을 더욱 높인다는 차원이다. 즉, '이화제화以火制火'인 바, 불로서 불을 제압한다는 정신이다. 천하명필인 추사 김정희도 서울에 들릴 때면 숭례문 앞에서 해지는 줄 모르고 이 편액을 감상했다고 한다. 이는 세종의 형인 양녕대군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스럽게 지난 화재시에 약간 부서지긴 했지만 무사하다고 한다.

 

조선시대 최고의 간신은 김안로이다. 그는 귀양과 출세를 밥 먹듯 번갈아 하면서 연산군 때부터 중종 때까지 줄 곧 정치에 관여했다. 그에 관련된 일화가 있다. 그가 죽자 성난 민중들이 몰려와 고래등 같은 집을 부수고 그 터를 파서 커다란 연못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렇게 만들어진 못이 남지南池이다. 이 남지는 조선조 내내 정치권력의 힘겨루기 때문에 생겼다 메워졌다를 반복했다.

 



 

 

우리 대부분은 숭례문만 보고 떠난다. 건너 편에서 성곽까지 머릿속에 그려봐야 제대로 당시를 느낄 수 있다.길을 건너면 큰 연못이 있던 자리라는 표지석을 만나게 된다. 숭례문 앞에 큰 연못이 있었다고 상상해보라. 정말 멋진 그림이 그려진다. 선조 때의 대표 문인인 이항복은 남지에서 시 한 수를 읊었다.

 

푸른 연줄기의 향그러운 바람, 당에 가득 불어오는데

층층한 성벽엔 나무 그림자 어울렸네.

노랫소리 나는 저 위 여인의 모습 옥같은 것이

물 건너 서 있는 남자 밤 깊은 줄도 모르누나 (29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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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질문법 38 - 질문을 잘해야 사람이 따른다
이혜범 지음 / 원앤원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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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자기 표현력이라고 말했다. 경영이나 관리 모두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좌우된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자신이 원했던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이야말로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려면 적절한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입에서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질문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다.

 

기분 좋은 질문을 하라

 

질문만 잘해도 대접받는다. 상대가 나에게 질문해주길 바라는 게 있다면 이를 물어보라. 이것은 바로 '역지사지'정신이다. 멋지게 차려입고 사교 모임에 나타난 여성에게 "와, 어쩜 그렇게 옷을 잘 입으세요?"라고 묻는다면 이는 누가 들어도 기분 좋은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누가 하겠지'라는 소극적 태도를 버려라. 질문은 타이밍이다.

 

질문에도 매너가 있다.

 

이혼한 동창이 오랫만에 여고 동창회에 참석했다. 누군가 이 여성에게 이혼했다고 동창 모임에도 안 나오냐며 따지듯 질문한다면 얼마나 볼성 사나운가. 자신이 답하기 싫은 질문은 상대방에게도 해서는 안된다. 이같은 질문을 받은 여성이 질문자에게 요샌 네 남편이 바람 안피우냐고 맞불을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는 속담처럼, 수준 낮은 질문엔 수준 낮은 답변이 기다리고 있다.

 

때와 장소, 그리고 목적에 맞춰 질문하라. 편하게 만난 자리에서 민감한 사안을 묻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동네 사람에게 목례하거나 간단한 안부 인사면 충분함에도 내릴 때까지 시끄럽게 말을 거는 사람도 종종 목격한다. 단순한 안부 인사인지.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내기 위한 것인지 등 질문할 때 목적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방송진행자 손석희 교수는 '송곳질문'으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남의 흉내를 내거나 자신의 지식을 과시 하려고 질문해서는 안된다. 자신만의 매력적인 질문 스타일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정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성향이나 특성에 맞춰 자신의 질문 스타일을 적당하게 수정하는 사람일 것이다.

 

듣기보다 맞장구가 더 중요하다

 

호감을 주는 대화의 원칙으로 1:2:3 원칙이 있다. 대화를 할 때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치라는 것이다. 여기서 듣기보다 맞장구가 더 중요한 이유는 실제로 그냥 듣는 것보다 들을 때 맞장구치며 긍정적으로 잘 듣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61 쪽)

 

논리보다는 감성적으로 접근하라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설득의 3요소'로 제시한 에토스(Ethos 신뢰), 파토스(Pathos 감성), 로고스(Logos 논리)의 사용 비율을 보면, 에토스와 파토스의 비율이 무려 90%를 차지한다. 질문 역시 상대방의 진심을 알고 싶다면 논리보다는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의 감정을 읽으려면 먼저 인간적인 라포를 형성해야 한다. 라포(Rapport)란 불어 용어로 긍정적인 감정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라포가 잘 형성되면 호감과 신뢰감이 생겨 상대가 원하는 것을 비교적 알기 쉬워진다.

 

기브 앤 테이크는 질문에도 적용된다

 

미국에서 사랑받는 방송진행자 오프라 윈트리는 토크쇼 <오프리 윈프리 쇼>를 진행하고 있다. 그녀는 쇼에 초대된 사람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도록 유도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그녀는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그를 주인공으로 만든다. 그녀는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를 미리 솔직히 고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정보를 얻고 싶은가? 그러면 먼저 상대방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자.

 

핵심 키워드 선택이 중요하다

 

처음 만나는 소개팅이나 비즈니스 미팅에서는 질문을 효과적으로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문을 잘하면 좀 더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상대방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가 쉬워진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잘못된 질문 제기는 잘못된 답으로 이어진다"라고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래의 유머가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하지 않은가.

 

의사: "어떻게 오셨습니까?"

환자: "기차타고 왔지요"

 

상대에게 센스있게 질문하라

 

상대방의 얘기를 정확히 듣지 못했을 경우, 대개는 "네? 뭐라구요?"를 연발한다. 그러나,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이럴 경우엔 "~라고 말씀하신 것이 맞는지요?"라고 센스있게 확인형 질문을 하는 게 좋다. 이솝우화의 '학과 여우'스토리를 생각해 보라. 자신의 집에 초대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기분 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의 행동을 생각해 보라

 

소크라테스는 그의 제자를 가르칠 때 절대로 구짖거나 혼내면서 가르치지 않았다 한다. 오로지 적절한 질문을 던져 이 질문에 답하면서 스스로 깨닫도록 했다. 이러한 질문형 학습은 오늘날까지 효과적인 교육법으로 이용되어 왔다. 어느 상사가 지각이 잦은 부하직원에게 "더 이상 지각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식으로 묻는다면 그는 이미 그 부하를 얻었다고 보면 된다.

 

샌드위치 꾸짖기도 질문은 필수다

 

샌드위치 기법이 있다. '칭찬 - 꾸짖기 - 칭찬'의 순서로 진행하는 데, 상대방을 꾸짖을 때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상대가 잘못 했다고 인격까지 무시하는 막말을 하거나 과거의 묵은 감정까지 다 털어 놓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상대에게 반발만 생기게 할 뿐 반성에는 도움이 안된다. 더구나 공개적인 망신이나 본보기식의 꾸짖기는 금물임을 명심하라. 꾸짖기 후의 칭찬은 엄밀하게 따지면 칭찬이 아니다. 보완을 요구하는 질문을 수용한다면 좋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결말인 것이다.

 

꾸짖기는 꼭 필요할 때 가끔해야 위력을 발휘한다. 자주 한다면 그것은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너 왜 이렇게 늦었니?"란 말 대신에 "내가 널 많이 기다렸다"고 질문하면 상대에겐 감동적인 부탁으로 들릴 것이다.

 

사적인 정보는 정면으로 캐묻지 마라

 

사적인 질문이 필요할 땐 나의 신상 정보부터 먼저 공개하는 게 기본적인 매너이다. 대개는 결혼여부, 출신대학, 남편의 직업, 아내의 직업, 자녀의 대학 등을 아무렇지 않게 질문한다. 이는 마치 학창시정 내 시험점수는 공개 안하면서 친구들의 점수를 묻고 다니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내 마음의 문을 먼저 열어야 상대방의 사적인 이야기 보따리가 자연스레 풀리는 법이다.

 

요즈음 성형미인이 많다. 그렇다고 "코 수술하셨어요?"란 질문을 하겠는가. 상대가 화려함을 추구할수록 이런 질문은 금기사항이다. 짝퉁이 판친다고 상대의 것도 그러려니 하는 식의 질문도 무례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얼마 주고 샀어요?"라고 묻기도 한다. 정히 궁금하면 나부터 먼저 밝히고 물어 보아야 한다.

 

꼬리질문, 기분 나쁘지 않게 하라

 

어린 아이들은 호기심이 발동하면 "그건 왜?"란 식으로 끝말을 이어가며 계속 질문을 한다. 다들 경험하지만 이건 정말 짜증지대로다. 비즈니스 관계에서의 꼬리질문은 일방이 아닌 쌍방향이 되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딴지 거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될가요?"식의 'Yes - But'기법을 활용하자. 특히, 뒷북치는 꼬리질문은 큰 실수이므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늘 요구된다.

 

유사성의 효과를 이용하라

 

'유사성의 효과'란 서로 비슷한 점이 있는 사람들끼리 몰린다는 것이다. 유류상종인 셈이다. 상대의 스피치 방식에 맞추어 질문하는 것이 바로 이를 이용한 기법이다. 심리학에 '거울효과(Mirror Effect)'란 말이 있다. 상대의 모습을 자연스레 따라하면, 상대가 친근감을 느껴 나에게 더욱 호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에게 이를 들키면 효과가 없다.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하라

 

살다보면 싫은 사람이나 대하기 거북한 사람에게도 질문해야 할 일이 생긴다. 부담스럽지만 싫은 감정을 외부로 나타내지 않아야 한다. 이럴 땐 선택형 질문으로 답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구질구질하게 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설득 방법으로 '풋인더도어(Foot in the door)'와 '소셜 레이블링'테크닉이 있다. '풋인더도어'는 문을 열고 발부터 순차적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서 차근차근 질문하는 기술이다.

 

'소셜 레이블링'은 사회적인 평가를 해주어서 상대가 그 평가에 스스로 부응하도록 하는 기법이다. 일례로 인상이 좋다는 평가를 받게되면 자신의 인상에 신경을 쓰게 되고, 친절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더욱 친절해 지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권위의 효과'란 상대가 믿을 수 있는 제 3의 권위를 끌고와 살득력을 높이는 것이다. 까다로운 상대가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 질문을 하면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남녀의 대화방식은 다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언급하듯 남자와 여자는 전혀 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 사고방식, 대화방식 등이 매우 다르다. 남녀간 또는 부부간 대화도 질문방식을 조금만 바꾸어도 다툼이나 싸움이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남편에게 아내가 추궁하는 듯한 질문때문에 부부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공개적인 장소일수록 멋지게 말하라

 

지식의 탑재를 위해 강연회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강의가 종료되고 질의&응답의 시간이 배정된다. 이럴 경우 멋진 질문을 해서 주목받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런데, 저자의 책 내용이 너무 부정적이라며 따지듯 질문하는 이들이 있다. 공개석상에서 적절하지 않은 질문은 참석자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주말 TV 프로그램에 좌담회 또는 토론회들이 있다. 시청하노라면 답답한 이야기. 속 터지는 이야기,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송곳질문 등을 보게 된다. 평소에 샇아 놓은 내공이 부족해 상대방에 대한 배려없이 혼자 더들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외려 큰 소리치는 토론자들을 보게 된다. 토론이 무슨 전쟁터인 줄 착각하게 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존 발도니는 "질문을 한다는 것은 매우 단순한 행동같지만 정교한 매니지먼트 전략의 기초이다"라고 이야기하며 질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 질문이야말로 가장 정교한 매니지먼트 전략의 기초이며 가장 효과적인 협상도구임을 잊지 말자 (28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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