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여는 창 - 생각을 쓰는 24가지 비법
황보현 외 지음 / 넌참예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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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림책을 읽고 생각의 24가지 요소별로 익힐 수 있는 학습전략과 체계적 프로세스를 개발하였다. '목표'라는 생각의 방법을 학습하기 위해 '목표'에 대하여 생각하는 다양한 방법을 살펴보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총 9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공저자 9인이 각각 1개 장 씩 맡아 글을 썼다.  

목표로 생각을 쓰는 방법

우리는 삶을 영위하면서 목표를 설정할 때가 있다. 목표를 설정할 때는 세 가지를 고령한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지, 자신의 가치관에 적합한지,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는 기한을 정하고 시간을 배분한다. 이후 목표에 도착하려면 열정과 끈기가 필요하다. 

책을 읽고 목표를 활용하여 다음과 같이 생각을 쓸 수 있다.

작가의 목표는 무엇이다.

등장인물 A가 이러한 말을 한 목표는 무엇이다.
등장인물 A가 이러한 행동을 한 목표는 무엇이다.
이 작품에 등장한 사물 B의 목표는 무엇이다.
이 작품에서 시간으로 C를 설정한 목표는 무엇이다.
이 작품에 공간으로 D를 설정한 목표는 무엇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그림책을 읽고 쓴 사례를 소개한다. 2012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비밀의 강'(마저리 키넌 롤링스 글/사계절), 2014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수상한 존 클라센 작가와 2013년 칼데곳 아너상을 수상한 맥 바넷 작가의 그림책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시공주니어),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메이션 창작자인 피터 레이놀즈의 '단어수집가'(문학동네) 등이다.


목적으로 생각을 쓰는 방법

목적으로 생각을 쓰는 방법은 욕구 목록, 가치, 
신념 등을 활용하여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작가의 목적은 무엇을 위해서이다.

등장인물 A가 이러한 말을 한 목적은 무엇을 위해서이다.
등장인물 A가 이러한 행동을 한 목적은 무엇을 위해서이다.
이 작품에 사물 B를 설정한 목적은 무엇을 위해서이다.
이 작품에서 시간으로 C를 설정한 목적은 무엇을 위해서이다.
이 작품에 공간으로 D를 설정한 목적은 무엇을 위해서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그림책을 읽고 생각을 쓴 사례를 소개한다. 베스트셀러 작가 마르쿠스 피스터의 '무지개 물고기'(식공주니어), 일본의 그림책 작가이자 수필가인 사노 요코의 '백만 번 산 고양이'(비룡소), 칼데곳 명예상을 수상한 작가 몰리 뱅의 '소피가 화나면, 정말정말 화나면'(책읽는곰) 등이다.

의도로 생각하기

의도는 인간의 행동이나 사고의 배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목적보다 더 아래에 깊이 숨어 있는 의식적인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로 표현되지 않고 숨겨져 있기 때문에 의도를 알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세상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로 일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의도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문제로 생각하기

문제는 목표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나 장애물이다. 문제는 특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나 불만족스러운 상태를 의미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과 방법이 필요하다. 문제의 정의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

현상~ 현재 발생하고 있는 상태나 상황
목표~ 문제 해결을 위해 달성하하려는 것이나 원하는 상태
차이~ 현재의 상태와 원하는 상태와의 간극
장애물~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요소
원인~ 문제의 근본 이유

논점으로 생각을 쓰는 방법

논점은 논리적 사고를 강화한다. 주장을 하고 근거를 제시하며 반론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력이 향상된다. 논점으로 생각을 쓰려면 일반적으로 주장, 근거, 반론, 반론 꺾기, 결론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논점의 구성 요소를 활용하여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저자는 A의 문제에 대하여 B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것에 대한 근거로 가,나,다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A의 문제에 대하여 B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반론을 제시하면서 근거로 가, 나, 다를 제시하고 있다.

갈등으로 생각하기

갈등은 개인이나 집단 간에 서로 상충되는 이해관게나 목표, 감정 등이 충돌하여 발생하는 불일치나 긴장을 의미한다. 이는 인간관계, 조직 내, 사회적 상황 등 다양한 맥락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해결되지 않을 경우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문학에서 갈등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고, 캐릭터를 발전시키며, 주제를 강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갈등이 있기에 독자는 인물의 내면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이야기가 진정성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갈등은 단순히 문제를 야기하는 요소가 아니라, 이야기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며, 이를 통해 인물들은 성숙하고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갈등은 문학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관찰로 생각하기

관찰은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보는 일이다. 뇌에서 받아들이는 정보의 70%가 시각 경로로 이루어진다고 하니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한다.

욕조에 들어가서 몸을 담글 때 수면이 높아지는 것을 관찰하고 유레카를 외쳤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나 파이프를 묘사한 그림에서 이미지의 반역을 꿈구었던 르네 마그리트, 변기를 일상품이 아닌 관찰 대상으로 재구성한 마르셀 뒤샹 같은 예술가를 보면 관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이는 과학자나 예술가뿐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은 모두에게 해당한다.

추론으로 생각하기

추론은 주어진 정보나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결론이나 지식을 도출하는 사고 과정이다. 이는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전제와 결론 간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방법이다. 추론은 연역적 추론, 귀납적 추론, 원인 추론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연역적 추론의 예시는 아래와 같다.

(일반적인 법칙) 모든 사람은 죽는다.
(전제)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결론)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귀납적 추론은 여러 사례에서 공통점을 찾아 일반적인 결론을 도출한다. 이는 확률에 근거를 둔 결론 제시이므로 반드시 참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원인 추론은 특정 결과나 현상이 발생한 원인을 추론하는 과정으로 수평적 방법과 수직적 방법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수직적 방법에는 5WHY 기법이 있다. ‘왜’ 질문을 다섯 번 던지며 아래로 깊이 있게 원인을 탐구한다. 이에 대한 사례로 미국 워싱턴에 있는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의 이야기가 있다. 기념관이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데 이 대리석이 부식되는 것이 큰 문제였다. 이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해 아래와 같이 꼬리를 물고 다섯 질문을 한다.


(사진, 5WHY 기법)

유추類推로 생각하기

유추는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상황 간의 유사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실이나 개념을 추론하는 방법이다. 이는 한 상황이나 개념을 다른 상황이나 개념에 비추어 비교함으로써 새로운 이해를 도출한다. 종류로는 구조적 유추, 기능적 유추, 상황적 유추, 비유적 유추 등이 있다.

특히, 책을 읽는 과정에서 유추는 독자의 이해력과 비판적 사고를 증진시키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비유, 은유, 또는 유사성으로 이루어지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데 사용된다.

원리原理로 생각하기

원리는 사물이나 현상의 근본적인 이치나 법칙을 의미한다. 이는 특정 현상이나 행동이 왜 일어나는지, 어떻게 일어나는지 설명하는 근본적인 법칙이나 규칙이다. 원리는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복잡한 문제나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과학, 수학, 철학,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리로 생각하는 방법은 특정 문제나 상황을 근본적인 법칙이나 규칙을 기반으로 분석하고 해결하는 과정이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을 찾는 데 유용하다.

결론結論으로 생각하기

결론은 생각이나 연구 끝에 최종적으로 판단 내리는 것ㅇㄹ 말하며, 옳고 그름을 따져 결정한다. 결론은 주로 글이나 말의 끝을 말한다. 한편으로는 어떤 주제나 주장에 대한 마무리를 내리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론은 주제에 대한 요약이나 최종적인 결정,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포함할 수 있다. 

글쓰기에서 결론은 전체적인 내용을 간결하게 요약하고,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남길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결론은 글의 목적이나 주제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요약 과정만 포함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독자에게 행동을 취하거나 생각해 볼 주제를 제시하기도 한다.

관점觀點으로 생각하기

관점이란 바라보는 지점이다.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방향이나 태도이기도 하다. 머그잔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컵을 위에서 보면 원이다.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아도 원이다. 하지만 방향을 조금 비스듬히 보면 타원이 된다. 옆에서 보면 직사각형에 둥근 손잡이가 보일 것이다. 이렇게 보는 각도와 방향에 따라 모양은 당연하게 달라진다. 이처럼 보는 각도, 또는 보는 지점이 바로 관점이다.

기준基準으로 생각하기

기준은 어떤 판단이나 행동을 할 때 근거로 삼는 표준이나 원칙을 의미한다.기준은 주로 비교나 평가를 위해 사용되며, 상황에 다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책을 읽을 때에도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먼저 책을 읽기 전에 자신만의 기준을 설정한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내가 배울 점이 무엇인지 찾겠다.’라는 목표를 세운다. 이는 독서의 방향성을 잡는 기준이 된다.

기준을 활용하여 생각을 쓰는 방법

등장인물 A가 그렇게 행동한 기준은 B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A의 행동은 바람직하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생각의 방법을 배우다

책은 생각의 방법을 24가지 요소별로 익힐 수 있는 학습전략과 체계적 프로세스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24가지 생각의 요소는 서울대 철학과 김영정 교수의 논저와 비판적 사고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리처드 폴 박사의 연구를 바탕으로 공저자들이 선택했다. 생각법과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인문 #글쓰기 #생각을여는창 #황보현외8인 #넌참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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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같은 언어 - 같은 밤을 보낸 사람들에게
고은지 지음, 정혜윤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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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번역이 완벽하지 않음을 잘 안다. 만약 엄마의 편지가 잠을 잘 수 있다면 나의 번약은 그것이 꾸는 꿈일 것이다. 편지는 내가 머무는 곳이 어디든 그곳으로 엄마를 데려와 거듭거듭 엄마의 사랑을 베풀어준다. - '번역에 관하여' 중에서


(사진, 책표지)

작가 고은지는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번역가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줄곧 공부하면서 성장한 이민 2세로 특히 15살 때부터 아버지가 한국에서 일하게 됨에 따라 부모님 모두 한국으로 떠난 이후 심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되었다.

책은 당초 한국에서 딸에게 보내온 엄마의 한글 편지 49통을 영어로 번역한 것과 두 페이지 정도의 옮긴이 말로 구성된 초안이었는데, 이후 최종 출판 과정에서 엄마의 한글 편지는 10통만 실리게 되었고 2쪽의 후기가 200쪽의 에세이가 되었다고 한다. 미국 현지에서 출판된 도서엔 엄마의 한글 편지가 영어로 번역된 것이 실린 반면, 한국에서의 출간 도서엔 엄마의 한글 편지가 그대로 실렸다.   

한국에선 윤회설을 근거로 이런 얘기가 있다. 즉 전생에 누군가의 마음을 매우 아프게 했던 원수 같은 사람은 그 사람의 부모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와 자식의 전생前生은 원수 사이라고 흔히 말한다. 작가는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출생, 억울한 누군가의 환생으로 복수한 셈이었다.

작가가 네 살 때 의사는 언어장애 소견을 밝히며 글을 읽을 수 있을지를 의심할 정도였다. 4년 반 동안 거의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학교에선 학습 장애를 겪는 아동을 위한 특수학교에 보내길 원했지만 엄마는 직접 딸을 가르치기로 했었다.

아빠가 한국의 한 전자 회사로부터 좋은 조건으로 취업 제안을 받음에 따라 작가의 삶에 변화가 오게 된다. 서울에서 근무하며 기술 부서를 이끌어야 하므로 작가의 부모는 생활터전을 서울로 옮기게 되었다. 계약기간 3년 동안 자식 곁을 떠나야 하지만 든든한 경제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생겼던 것이다. 작가의 나이는 15살이었다.


(사진, 엄마의 한글 편지)

엄마는 2005년부터 한국에서 편지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꼴이었다. 전화기 너머로의 짧은 국제통화에 비하면 편지글 속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더 가깝게 들렸다. 읽고서 봉투에 넣었다가 또 꺼내어 읽었다. 어떤 날은 두 번씩이나 읽었다. 놓친 단어를 찾는 심정이었다. 그 편지를 치우고 나면 공황이 다시 찾아왔다. 엄마가 서울로 함께 가자고 했을 때 가지 않은 게 아마도 후회되었을 듯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름, 작가는 비행기를 타고 엄마를 만나러 갔다. 인천공항에 도착, 서울 근교 분당의 부모님이 사는 동네로 갔다. 탄천 인근의 고층아파트였다. 아파트엔 작가의 방도 마련되어 있었다. 잘 꾸며진 방에 와서 함께 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가득 차 있었다. 아빠는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미 2년 더 계약을 연장했을 때였다. 엄마가 자주 다니는 32층짜리 고급 백화점에도 동행했다. 흥정 끝에 비싼 코트를 선물로 사주었다. 백화점 직원은 이런 말을 했다.

“부모만큼 자길 사랑해주는 사람은 없단 걸 알아야 해요. 남편도 아이들도 부모만큼 사랑해주진 않아요.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원 없이 그 사랑을 받아먹어요. 그게 남은 평생을 지탱해줄 거예요.”(54~5쪽)

엄마의 고향은 대전이다. 할머니 '준'은 그 일대에서 알아주는 부자였다. 준의 딸인 엄마는 산업화가  한창이고 예방접종과 구불구불 뻗은 고속도로와 텔레비전이 있는 세상에 태어났던 것이다. 준의 남편 '리'는 풍채 좋은 근육질 몸에 씀씀이가 후한 사람이었다. 여자 문제를 제외하곤 말이다. 준은 리가 밖에서 낳아 데리고 온 딸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친자식처럼 키웠다. 작가의 엄마는 막내딸이었는데, 서울에서 석 달 동안 별거 생활을 즐기던 준을 결국 대전으로 귀가하게 만들었다. 딸이 절대로 자신처럼 되지 말라는 바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준은 마흔 살의 나이로 대전의 한 병원 침상에서 심징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준이 사망한 후 3년이 지난 1983년 10월 어느 날, 리는 낚시 여행을 마치고 차로 귀가하던 중 빗길에 미끄러져 개천 아래로 굴러 떨어져 사망했다.

작가는엄마와 함께 보낸 시간을 뒤로 하고 열일곱에 일본어를 배우고자 일본의 한 국제학교에서 개강한 여름 교육과정을 다녔다. 오카치마치의 한 호텔에 숙소를 정했는데, 학교는 시나노마치에 위치해 있었다.. 도쿄에서 보내는 마지막 주에 학교는 도시 밖으로 떠나는 료칸旅館 여행을 주선했다. 80여 명의 학생은 남녀로 나뉘어 야외 온천에 입장했다. 언어로 자신을 고립시키는 법을 배웠다. 처음엔 영어를, 그다음엔 한국어와 일본어를 차례로 방어막 삼아. 무서울 정도로 유용했다. 언어는 나를 열어주기도 하지만 내가 닫을 수 있게도 해줬다.

대학교 3학년 봄 학기, 성적이 더 내갔다. 졸업을 하려면 성적을 올려야만 했다. 이에 학업 상담 교사는 시詩를 추천했다. 작가는 시를 쓰며 캄캄한 어둠 속에서 빠져나왔다. 엄마와 할머니에 관한 시를 수백 편씩 썼다. 오직 자신의 머릿속에만 있을 것 같은 이야기를 쓰느라 안간힘을 다했다. 조이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학생의 시들은 용서가 없어요.” 조이가 말했다. “어머니를 용서해야 한단 게 아니에요. 실제로 용서하란 말이 아니에요. 하지만 시에서는 그분을 혹은 용서하지 않는 자신을 용서해야 해요. 안 그러면 그건 시가 아니에요.”(195쪽)

2년 후 작가는 뉴욕시의 한 대학원에 입학해 난생처음으로 시詩 워크숍에 참석했다. 대학 졸업 후 1년이 지났을 때 부모님은 7년 만에 켈리포니아로 귀국했다. 뉴욕으로 떠나려고 짐을 꾸리는데 엄마의 전화가 울렸다. "네 오빠가 우리랑 말을 안 하려 해서 이젠 그만 돌아가려고" 오빠는 더는 기다리지 못했다. 아빠는 아들을 잃어버릴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훌륭한 시인이 되고 싶다면 번역을 하라는 노아 교수의 조언에 따라 작가는 대학원 사무실에 들러 번역을 복수 전공으로 올렸다. 일주일에 두 번씩 받는 일대일 개인교수를 신청했다. 다음 학기엔 학교에서 제공하는 유일한 번역 세미나를 추가했다. 고대 시인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고 난 후 부모님은 캘리포니아의 집을 팔고 저축한 돈까지 털어서 워싱턴주에 작은 모텔을 하나 구입했다. 이를테면 수익형 부동산 투자로 생계를 준비한 모양이다.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뉴욕시를 떠나 시애틀 근처의 섬으로 이사햇다. 그곳 아파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기 위해서였다.


(사진, 뒷표지) 


#에세이 #마법같은언어 #고은지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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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라는 세계 -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 것인가
켄 베인 지음, 오수원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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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는 이 도서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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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라는 세계 -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 것인가
켄 베인 지음, 오수원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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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 책을 읽은 많은 학생과 귀중한 소통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이 책을 통해 학습 접근법과 독서 습관을 바꾸고 깊이 있는 사고를 배우는 데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이 책 덕분에 학문을 깊게 이해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이 책의 저자 켄 베인은 세계 최고 석학들의 교수법을 공개해 화제가 된 세계 최고의 교수법 전문가이자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알려진 인물이다. 밴드빌트대학교, 노스웨스턴대학교, 뉴욕대학교, 몰클레어주립대학교 등에 학습과 교수법 관련 교육센터를 설립했다. 현재 뉴저지주에 위치한 최우수교수연구소의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책은 8개 장으로 구성되어 성공이란 무엇인가, 어떤 배움을 선택할 것인가,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어떻게 실패할 것인가, 받아들일 것인가 질문할 것인가, 삶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나는 무엇으로 세상과 연결되는가,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등의 순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참고로, 이 도서는 버지니아 및 워런 스톤 기금이 제정한 하버드대학교 출판부상을 받으며 탁월한 도서로 인정받았으며, 한국에선 <최고의 공부>로 2013년 번역 출간(와이즈베리)된 바 있다.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들을 총망라하여 공부의 본질과 진정한 베움의 태도가 무엇인지를 밝혀냈다.


(사진, '최고의 공부' 책표지)

공부라는 세계에 첫 발을 내딛었던 소아 시절, 나는 이미 작고한 아버님으로부터 천자문千字文을 비롯한 여러 책을 통해 배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당시의 매운 회초리 맛과 종아리에 난 상흔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장례식을 마치고 영구차로 대구에서 출발, 장지인 경기도 용인 천주교공원 묘원에 안장한 후 초촐한 가족 모임을 가졌다. 

이때 사촌형이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아버지에 대한 고마운 추억을 물었을 때 회초리를 맞으며 천자문 등을 공부했던 순간과 "소년이노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이란 가르침이었다고 즉답했다. 이어서 가세家勢가 크게 기울어 상업고등학교를 졸업, 은행에 취업해 집안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면서 사회생활을 이어가던 중 이대로 학업을 끝내기엔 너무나도 아쉬워 아버님을 찾아뵙고 초급 은행원을 사직하고 대학교에 입학하겠다는 나를 격려하며 어려운 가계에도 불구하고 풍요로운 대학생활을 마감할 수 있도록 배려한 고마움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년이노학난성
少年易老學難成

이는 공자의 말씀이다. 그렇다. 우리들은 금방 늙는다. 젊음이 항상 유지되지 않는다. 공부란 바로 그때 행해야 한다. 내일병病에 걸려 자꾸 미루다 보면 그렇잖아도 성취하기 힘든 것이 공부인데,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책장을 덮고 마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그나마 늦게라도 이를 깨닫고 만학晩學을 즐기는 사람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셈이다.

     
최고의 학생들은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도 배웠다. 성장에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은 복잡한 곳이다. 인간은 습관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습관의 동물’이다. 배움은 내면 깊이 각인된 습관적 정신 상태를 벗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스스로 채찍질하며 계속해서 무언가를 세우고 또 세우고, 질문을 던지고, 고군분투하며 길을 모색해야 한다.(42쪽)

학생들은 자신이 배우는 모든 것에서 심오한 의미를 발견한다. 또한 자신의 배움 속에 숨은 의미와 응용에 대해 생각할 줄도 안다. 이같은 세계에서 배움은 사람들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바꾸며, 더 나은 문제 해결사이자 더 창의적이고 책임감이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으로 변모시킨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세계가 매우 복잡다단함을 인정할 줄 아는 겸허함을 갖춘다. 배움은 성적에서 높은 학점을 받는 것으로 귀결되는 게 결코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내 역할은 무엇인가?

이같은 질문과 탐색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되고 싶은 인물상의 확립과 함께 자신이 만들고 싶은 세계와 세상을 깊이 고민하면서 내면에 숨어 있는 열정을 끌어내고 공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꾸준한 노력을 이어간다.

최고의 학생들은 자신의 지적 능력을 발전시키고 호기심을 충족하며 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탐구는 성적이나 명예를 초월한 학교셍활의 강력한 동기 요인이다. 뇌과학을 통해 인간의 머리엔 '쾌락의 뇌'가 있음을 발견했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의 길고 힘난한 여정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도 바로 이를 즐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창조하는 과정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경쟁저는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창의성과 생산성이 매우 높은 사람들에게서 발견한 패턴이 있다. 지능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은 어려운 국면을 만나지 않을 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거대한 장애물을 만나거나 실패가 거듭될 때엔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친 파도와 거센 바람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갈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이다.

성장 지향형 학생들이 보이는 반응을 살펴보면 이들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최고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이에 배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규정하려 했고, 이런 의지는 내재적 동기를 키웠던 것이다.   

성숙한 삶을 만드는 단계

지식이 가장 중요한 단계
권위자의 지식에 의지하는 단계
권위의 틈새를 자신의 믿음으로 메우려는 단계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할 증거와 근거를 찾는 단계
모든 것을 누군가의 해석으로 보는 단계
다양한 연구와 근거를 토대로 잠정적 결론을 도출
근거를 토대로 가장 합리적, 개연성 높은 결론을 도출

"배움은 경험에서 오지 않는다. 배움은 경험을 성찰하는 데서 시작한다."(241쪽) 

책의 후반부엔 최고의 배움을 얻는 11가지 독서법을 제시한다. 이는 가장 높은 수준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 능력에 도달한 최고의 학생들의 독서법이다. 깊은 목적의식이 있고, 독서 전 책에서 찾아야 할 것을 확인하거나 버려가면서 본격적인 독서에 앞서 먼저 대충 흝어보며, 최고의 학생들은 수업 준비를 하듯 책을 읽는다. 이밖에도 최고의 공부법에 대한 조언들과 글쓰기를 시작하는 법을 이어가며 책은 끝을 맺는다.

배움의 주도권을 쥐고 노력하라

책은 수많은 사례들을 말한다. 대부분 종종 겪은 실패나 좌절을 전환점 삼아 자신을 파악, 새로운 기회나 목표를 다듬어나갔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나아갈 기회가 얼마든지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타인의 성과를 통해 배우는 능력을 키운다면 호기심 왕성하고, 창의적이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공부란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하는 것이다.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인문 #공부라는세계 #켄베인 #무엇을배우고어떻게살것인가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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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 팔레오세부터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
레이다르 뮐러 지음, 황덕령 옮김 / 애플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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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사는 다양한 기후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혼란에 빠져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의 지구가 오늘날보다 더 따뜻했음을 지적하며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온난화는 지극히 자연스러룬 일로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반대 진영에 있는 사람들은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본래 안정적인 낙원과도 같았는데 인간 때문에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는 기후의 역사가 복잡하고 여러 요소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이 책의 저자 레이다르 뮐러는 지질학 박사로 현재 오슬로대학 지구과학과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 그는 노르웨이 일간지에 자연과학에 관한 글을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복잡한 과학적 개념을 일반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며 기후변화와 지구 역사에 대한 이해 증진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다.

책은 총 7개 장으로 구성되어 남극의 기후 미스터리, 탄소 수수께끼, 대혹한, 전환점의 기후, 마지막 낙원, 기후위기, 인간의 시대 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펼치면서 지구의 장구한 역사를 통해 기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이야기한다. 과거의 지구 기후를 살펴봄으로써 미래의 지구 온난화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는지 우리들에게 화두를 던진다. 

남극의 식물 화석

1911년, 로버트 스콧과 테라노바 원정대는 남극점에 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륙을 탐험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거의 하루 종일 지질 셈플을 채취했다. 암석 샘플을 영국으로 운반해 자세히 분석한 결과, 전문가들은 스콧의 탐험대가 글로소프테리스 화석을 발견했다고 결론지었다. 이 식물은 2억 8,000만 년 전에 살았던 멸종된 나무 속, 정확히 말하면 양치식물이었다. 

이 식물 화석은 지질 시기에 지구의 기후가 더 따뜻했을 뿐 아니라, 남극의 빙상이 한때 숲을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당시 과학자들은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분명히 밝혀낼 수 없었고, 지구의 기후가 어떻게 변하는지 이해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스콧의 나뭇잎 화석은 독일 과학자 알프레트 베게너가 세운 장대한 가설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작은 증거로 밝혀졌다. 베게너는 기후뿐만 아니라 지구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덴마크 푸르섬이 간직한 선사시대의 기후

덴마크의 푸르섬은 선사시대의 기후를 간직하고 있다. 마치 거대한 흰색 소프트 케이크 조각처럼 보이는 이 섬의 절벽은 수조 마리의 미생물 사체死體들로 이루어져 있다. 5,000만 년 전에 죽은 플랑크톤은 해저에 얇은 층으로 내려앉았다가 규조니암이라는 구멍이 많이 난 암석으로 응고되었다. 이곳에서 기후 시스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선사시대 사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섬에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5,600만 년 전의 상징적인 경계선이 있는데, 이는 지질학적으로 수천 년 만에 급격하게 기후가 변화했던 팔레오세와 에오세 사이의 전환기를 의미한다. 팔레오세-에오세 최대온난기는 미래의 과열된 지구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줄 것이다.

대혹한기의 지구

2만 년 전 지구는 3분의 1이 얼음으로 덮여 있었고, 북아메리카와 유럽 대부분 지역에 빙상이 펼쳐져 있었다. 당시는 아마도 2억 6천만 년 동안 가장 낮은 기온이었을 것이다. 빙상은 덴마크의 유틀란트반도까지 내려와 독일 함부르크 바로 북쪽, 폴란드를 거쳐 동쪽으로 뻗어 나갔고 러시아의 노바야제믈랴까지 북동쪽으로 계속 이어졌다.

간빙기와 빙하기 사이에 해수면은 예측이 쉽지 않을 정도로 급격하게 변동했다. 빙모氷帽가 느리지만 확실하게 증가하면서 해수면이 낮아졌다. 물은 얼음에 묶였고 지질학적으로 보면 아주 짧은 시간인 불과 2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의 기온이 가장 낮았던 시기에 전 세계 해수면은 지금보다 130미터나 낮았다. 

이때의 세계지도는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다. 호주는 아프리카의 기니와 연결되어 있었고 시베리아 북쪽의 랍테프, 북극의 카라해, 동시베리아해의 대부분은 육지였다. 아시아에서 북아메리카까지 베링 해협을 걸어서 건널 수 있었다. 또한 영국과 노르웨이 해안 사이에는 매머드와 털코뿔소가 살던 도거랜드(오늘날릐 북해지역에 있었던 땅)가 있었다.

전환점의 기후

코펜하겐 외곽 브뢴뷔의 산업 지역에 있는 갈색과 무채색의 창고 317호엔 현대문명에 치명적 재앙을 초래했을 수도 있었던 증거들이 잠들어 있다. 이는 동위원소, 먼지, 나트륨, 황산염, 납 등 물질적인 흔적들이다. 모두 합치면 24k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빙핵氷核 저장고가 있는데 이 얼음에는 한때 그린랜드에 내린 강수의 흔적이 기록되어 있다. 수천 년 전에 내린 눈에서 추출한 희미한 증거를 통해 기후가 어떻게 변동했는지 알 수 있다.  

요르겐 페데르 스테펜센이 들고 있는 빙핵에는 작은 점들이 가득했는데 그는 이를 ‘보물’이라고 말했다. 이 작은 점들은 눈이 내린 후 압축되면서 눈송이 사이의 공기가 일부 갇힌 기포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분석하여 대기의 구성 요소를 재구성할 수 있다. 빙핵은 산업혁명 이전, 즉 1958년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을 측정하기 전에 이산화탄소 수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이 기포는 어떤 의미에서 대기 중 온실가스와 온도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기 타임캡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날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가 100만 년 전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이는 남극의 돔 C에서 채취한 빙핵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놀랍게도 이 돔에는 최소 9번의 빙하기 동안의 눈이 포함되어 있으며 8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지막 낙원

스웨덴의과학자이자 활동가인 요한 로크스트룀은 "홀로세야말로 지구의 낙원, 우리의 에덴동산"이라고 말했다. 이 간빙기에 주요 문명이 출현했다는 사실은 기후가 안정적이었다는 뜻이다. 여러 곳에서 '홀로세의 안정된 환경 조건'에 대해 언급했다. 이러한 시대를 기준으로 우리는 현재의 기후변화를 바라본다.

1991년, 에리카와 헬무트 시몬 부부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경계의 외스탈-알프스산맥에 있는 피닐스피체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름길을 택해 빙하를 지나가던 중 얼음 속의 갈색 물체를 발견했다. 시체였다. 법의학자들이 조사한 결과 매우 오래된 시신임을 알아챗다. 연대 측정 결과 5,3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 고인은 '외치'(아이스맨)라는 이름을 얻었다.

외치는 5,000여 년 전 유럽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는 사냥을 위해 주목나무로 만든 활과 부싯돌 화살촉이 달린 회화나무 화살을 사용했다. 그는 염소 가죽으로 만든 상의와 샅바를 입고 있었다. 모자는 곰가죽으로 만들었고 건초를 덧대어 만든 신발을 신었다. 허리띠에는 부싯돌 단검을 차고 있었다. 그가 들고 다녔던 구리 도끼는 당시에는 다른 사람들이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매우 특별한 무기였다. 그의 몸에서 높은 수준의 비소가 검출된 것으로 보아 그가 구리 세공 기술자였음을 알 수 있다. 고대 살인 사건도 밝혀졌다. 화살이 그의 동맥을 관통하여 단 몇 분 만에 피를 흘리고 사망한 것이다. 외치는 녹아내리는 빙하 속에서 깨어난 과거 인류를 상징하게 되었다.

기후 위기

1644년에 '소빙하기'라고 불린 추운 시기가 있었다. 소빙하기는 안정된 기후를 내세우던 홀로세의 신화를 깨뜨린 예외적인 사건이었다. 지난 2,000년 동안 따뜻한 로마시대, 후기 고대 빙하기, 따뜻한 중세시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빙하기와 같은 독특한 기후 현상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은 습지와 연못의 바닥이나 나무의 나이테와 같은 자연의 기록물뿐만 아니라 일기, 기도서, 교회 서적, 편지, 기상 관측 자료, 설교, 농장 일기, 선원 일지, 그림과 문학, 세금 기록, 곡물 가격 등 풍부한 문헌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0년의 기후 역사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뭘까? 과거에 따뜻했다면 오늘날의 온난화도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는 일부 기후 회의론자들의 주장을 두고 여러 차례 논쟁이 벌어졌다. 1999년 미국 연구자 마이클 만이 발표한 하키 스틱 그래프가 가장 큰 논란을 초래했었다. 

그는 주로 북반구의 나무 나이테에서 여러 가지 대리지표를 수집햇다. 그래프에 따르면 소빙하기와 중세 온난기의 기온 변동은 인가닝 초했한 온난화에 비하면 사소한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래프 조작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를 검토하기 위해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하키 스틱 그래프는 "과학계에서 가장 정치화된 그래프"라고 불리게 되었다.

인간의 시대

두바이는 어떤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석연료는 일종의 몬순으로 변형되어 사막에 물이 흐르고 지구에서 가장 불모의 땅이 대도시로 변모했다. 두바이는 인류의 시대인 인류세에서 가장 극단적인 삶의 양상을 보여주는 곳이다. 우리 시대는 과연 어떻게 달라질까?

모든 포유류 중에서 야생동물은 전체 육류 무게의 4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가축은 무려 60퍼센트를 차지한다. 나머지 야생동물은 우리 인간이 쫓아냈다. 우리는 폭력과 힘으로 지구화학적 순환에 개입한다. 우리는 엄청난 양의 석탄, 가스, 석유를 태울 뿐만 아니라 공기에서 다량의 질소를 추출하고 땅에서 인을 추출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지구에 지속적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책은 지구의 오랜 역사를 통해 기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이야기한다. 우리가 과거의 기후를 살펴봄으로써 미래의 지구 온난화에 대해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까? 과연 우리들에게 과거는 미래 예측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과학 #기후과학 #지구는답을알고있었다 #6번째대멸종 #애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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