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오 클리닉의 건강하게 나이 드는 법 - 나이를 초월하는 건강수명의 과학
네이선 르브라쇠르.크리스티나 첸 지음, 김주희 옮김, 이윤환 감수 / 청림Life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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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오 클리닉 코고드 노화 센터 소속 연구원들은 나이가 들면 발생하는 만성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 이 연구의 목적은 수명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더 오래 사는 것 또한 가능한 결과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목적은 사람들이 질병과 장애 없이 비교적 건강하게 생활하는 기간을 늘려서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책의 저자 네이선 르브라쇠르 박사는 코고드 노화 센터의 소장이자 글렌 노화생물학 연구의 공동 소장이다. 메이오 클리닉 의과대학의 재활의학 교수이자 생리학 부교수이기도 하다. 현재 국립노화연구소에서 노화 및 발달에 관한 세포 메커니즘 연구 부문의 의장을 맡고 있다. 
공저자인 크리스티나 첸 박사는 메이오 클리닉의 내과, 노인의학 및 완화 치료 부서의 노인병 전문의이며, 침술 치료를 수련한 통합 의학 및 건강 분야에서 겸직하고 있다.

책은 2부 19장으로 구성되어 노화는 어떻게 찾아오는가와 무엇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즉 노화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바탕으로 건강하게 나이 듦을 위해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함으로써 건강 노화를 위한 유익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알츠하이머병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건강한 뇌 조직이 점진적으로 퇴화해 돌이킬 수 없는 정신장애를 초래할 때 진단된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사람들 대부분은 특정 징후와 증상을 공유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알츠하이머 징후

최근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점차 사라지며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지 못한다
같은 말을 반복하고, 물건을 잘못된 장소에 두며, 길을 잃는 일이 점차 많아진다
인격과 판단력이 점차 붕괴한다
짜증, 불안, 우울, 혼란, 초조함을 느끼는 빈도가 늘어난다

하지만 치매와 관련된 뇌의 변화를 경험하는 모든 사람이 치매 징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 사람은 기억력이 감퇴하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은 기억력에 전혀 문제가 없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차이가 ‘인지 예비력’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인지 예비력이란 치매와 관련된 뇌 영역의 변화 등 병리적 변화가 일어났을 때 뇌가 잘 적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개개인의 인지 예비력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인지 예비력은 일평생 발달하고 확장되며, 치매로 이어지는 일부 변화를 상쇄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언어를 배우는 일처럼 뇌를 적당히 자극하는 활동은 인지 예비력을 키우는 데 가장 도움이 된다고 여겨진다.

신체  활동 지속하기

한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한 집단은 유산소 운동을 하고, 다른 집단은 스트레칭과 균형 운동을 했다. 1년 후 과학자들은 유산소 운동을 한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뇌 영역인 해마가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매주 150분 이상 운동하면 알츠하이머병 발병이 수년 늦춰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대로 이런 사람이 매주 150분 미만 운동하면 알츠하이머병 발병이 더 빨라졌다. 운동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도를 줄일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연구 결과는 그러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청각은 어떻게 변하는가

청력은 귀를 구성하는 세 가지 복랍한 부위인 외이, 중이, 내이가 서로 연결을 이루어 조율한다. 욍;는 컵퍼럼 셍긴 구조로 주위 환경에서 음파를 모은다. 음파는 와이도로 전달되어 고막을 진동시킨다. 중이는 고막 뒤에 잇는 공기로 가득한 공간으로, 소골이라는 3개의 뼈가 자리한다. 소골은 고막과 내이 입구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 각 소골은 작은 지렛대처럼 앞뒤로 움직이며 내이에 도달하는 소리의 크기를 증폭한다.

노인성 청력 소실은 신체에 나타나는 노화 현상과 누적된 신체적, 환경적 요인의 영향으로 서서히 발생한다. 이는 노년층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흔한 문제로 꼽힌다. 노인성 청력 소실은 대개 양쪽 귀에 동시에 발생해 똑같은 영향을 미친다. 청력 소실은 점진적으로 진행되므로 청력의 일부 소실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뼈의 재형성

뼈의 골격 형성은 끝없이 집을 수리하는 작업과 유사하다. 뼈는 평생 뼈 재형성(bone remodeling)이라는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거되고 새로운 뼈로 대체된다. 뼈 표면의 작은 영역 수백만 개에서는 동시에 뼈의 재형성이 이루어진다.

뼈 재형성은 몇 가지 중요한 이유로 발생한다. 첫째는 마모에 따른 손상을 단순히 복구하는 것이다. 둘째는 무기질에 의존하는 신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충분한 칼슘과 기타 무기질이 혈류를 타고 순환하도록 돕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뼈 재형성은 신체 활동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난다. 골격은 새로운 뼈를 형성해 더 무거운 무게와 강한 압력에 적응한다.

전립샘의 비대

남성은 40세가 지나면 전립샘, 그중에서도 전립샘의 이행 부위가 비대해지기 시작하는데, 이는 때대로 2차 급성장기라고 불린다. 60~70대 남성의 약 70%, 80세 이상 남성의 거의 90%가 어느 정도의 전립샘 비대를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립샘이 비대해지면 전립샘 내 조직이 울퉁불퉁해지면서 고르지 않은 세포 덩어리들이 특징적으로 생성된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전립샘의 민무늬근은 요도 주변부를 조이고 수축시켜서 방광에서 나오는 소변의 흐름을 방해한다. 일부 남성들에겐 심각하지만 일부에겐 거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전립샘비대 징후와 증상

빈번하게 또는 급하게 소변이 마렵다
밤에 소변을 자주 본다
배뇨를 시작하기가 힘들다
소변 줄기가 약하거나, 소변줄기가 끊겼다가 다시 시작
배뇨가 끝난 뒤에 소변 방울이 떨어진다
방광을 완전히 비울 수 없다

수면 부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수면 부족은 충동적 행동, 그릇된 판단, 짜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잠을 자지 않으면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흥미롭게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낮에 깨어 있는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마다 건강한 식품을 선택할 가능성은 2%씩 감소한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수면과 면역 체계는 양방향 관계를 맺는다. 감염에 따른 면역 체계의 활성화는 수면을 방해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수면을 깊고 길게 유지시켜 신체가 회복에 필요한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다.

수면의 질이 낮으면 세포 스트레스가 발생해 신체의 염증 반응이 경미하지만 만성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 수면은 신체가 회복 과정을 거치며 염증이 유발한 일상적 손상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다. 잠이 너무 부족하면 기존의 염증 손상이 복구되지 않는 동시에, 더 많은 세포 손상이 누적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사진, 잠은 얼마나 자야 할까?)


노쇠를 예방하는 식단 전략

과일, 채소, 단백질, 건강한 지방, 통곡물, 저지방 유제품을 포함하는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루 세 끼 먹도록 목표를 정한다. 특히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자. 체중 유지를 위한 단백질의 일일 영양 권장량은 1킬로그램당 0.8그램이므로, 체중 68킬로그램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54그램이다. 심지어 근육을 늘리려면 이보다 더 많은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지만, 대다수 노인은 단백질을 이처럼 많이 섭취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을 일일 영양 권장량보다 많이 섭취하는 것이 더 좋다. 신체는 연령대가 높아지면 단백질 사용 효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감염이나 질환으로 만성 염증이 생기면 단백질 필요량은 증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 약물은 단백질을 식단에서 충분한 양으로 섭취하지 않으면, 근육에서 단백질을 끌어내 근육량과 근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작은 변화가 쌓여 식단이 된다

우리는 자기 행동과 습관에 익숙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건강에 이롭지 않더라도 익숙해진 행동과 습관은 삶에 질서와 안정성을 제공한다. 그래서 사람들 대부분은 익숙한 행동을 바꾸는 것을 꺼린다.

식단 바꾸기가 어려울 수는 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의 변화 능력을 과소평가할 뿐, 작은 행동의 변화는 건강에 막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많은 사람이 전유(일반 우유)를 탈지유로 대체해 마신다. 이들은 전유 섭취량을 점차 줄이거나 한 번에 과감히 바꾸었을 수 있다. 어쨌든 그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변화를 이루었다. 탈지유는 처음에 밍밍하게 느껴지지만, 그 맛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전유가 너무 진하고 걸쭉하게 느껴진다.  간단한 방식으로 1년에 체중 약 6킬로그램을 감량할 수 있다.


(사진, 뒷표지)

#건강 #메이오클리닉 #건강하게나이드는법 #건강수명 #네이선르브라쇠르 #청림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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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우리들의 슈퍼스타 - 스포츠, 영화와 만나다
이석재 지음 / 북오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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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고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유는 승리 때문이 아니라 바로 '꿈' 때문이라는 것을, '꿈'을 향해 달리는 이 감동적인 이야기들은 수없이 많은 영화들로 재탄생되었다. 그중에서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스무 편의 영화들은 평생을 스포츠와 함께 살아온 나의 마음속에 앉아 있는 '최고'의 이야기들이다. - '머리말' 중에서


책의 저자 이석재는 스포츠 마니아이자 영화와 책에 미친 사람으로 현재 MBC 스포츠플러스 PD이다. 1995년부터 MBC <출발! 비디오 여행>, <아주 특별한 아침> 등을 연출하다가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에 스포츠 PD로 변신, 지금까지 각종 국제대회 중계, 스포츠 다큐멘터리 제작, 메이저리그 및 KBO리그 중계 등 스포츠 프로그램을 연출해왔다.

책은 2부로 구성되어 1부(야구, 영화를 만나다)에선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다룬 영화 <백 투 더 퓨처 2>, 삼미 슈퍼스타즈의 감사용 투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등 총 8편의 야구 관련 영화들이 소개되며 2부(영화, 스포츠를 담다)에선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 간에 벌어진 세계 헤비급 권투 타이틀전을 다룬 영화 <우리가 왕이었을 때>, 1947년 보스톤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서윤복 마라토너 이야기를 다룬 영화 <1947 보스톤> 등 총 12편의 스포츠 영화를 소개한다.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1945년 10월 6일, 전 세계의 야구팬들에게 가장 유명해진 사건 하나가 일어난다. 장장 108년 동안 시카고 컵스를 따라다닐 지긋지긋한 '염소의 저주'가 발생한 날이기 때문이다. 시카고 컵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월드시리즈 4차전이 열리던 날에 한 열성 팬이 애완 염소를 데리고 경기를 구경하러 왔던 것이다.

이 팬은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 근처에서 ‘빌리 고트 태번(Billy Goat Tavern)’이라는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날 컵스의 열성 팬 빌리 시아니스는 자신의 애완 염소인 ‘머피’(이 이름은 꼭 기억해야 하는데, 70년 후 다시 등장한다)를 데리고 리글리 필드에 입장한다.

하지만 염소의 악취 때문에 주위 관중들이 항의를 하자 구단주는 빌리를 퇴장 조치했다. 이에 이 팬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패배할 것이고, 앞으로도 염소의 저주로 인해 월드시리즈에서 결코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정말 2승 1패로 우세했던 컵스는 오히려 3승 4패로 역전당하며 우승에 실패했다. 이후 컵스는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영화에선 2015년 컵스가 우승하지만 실제론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상대팀 뉴욕 메츠에게 내리 네 판을 모두 지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까지 4경기 연속 홈런을 친 대니얼 머피(
과거 저주를 유발한 애완 염소의 이름도 '머피')였으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016년 컵스는 그토록 염원하던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상대팀은 '와후추장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재는 가디언스로 개명)였다. 두 팀 중 한 팀은 비로소 저주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시리즈 4차전까지 1승 3패로 뒤진 컵스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그런데, 컵스는 5차전과 6차전 모두 극적으로 승리, 3승 3패로 균형을 맞추었다. 운명의 7차전, 컵스는 8회말 투아웃까지 2점을 앞서고 있었다. 김칫국을 먼저 마신 탓일까? 믿었던 마무리투수가 동점 홈런을 허용,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접전 끝에 8대 7로 승리함으로써 108년간 이어온 '염소의 저주'가 마침내 풀렸다. 참고로,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1908년이었다.

삼미 슈퍼스타즈와 감사용 투수

2004년에 개봉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한국 프로야구 출범 첫해,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였던 감사용을 주인공으로 다루었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전기리그 10승 30패로 승률 2할 5푼, 후기리그는 5승 35패로 승률 1할 2푼 5리를 기록해 종합 승률 1할 8푼 8리의 전무후무한 진짜 꼴찌팀이었다.

그렇다면 감사용 투수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주축 선수였을까? 아니다. 루저 중의 루저였다. 어떻게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전두환 정권은 국민들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도록 야심차게 추진한 것이 소위 '3S'정책이었다. 스포츠에 해당하는 프로야구 출범도 추진되었다. 서울엔 MBC, 경상도엔 롯데와 삼성, 충청도엔 OB, 전라도엔 해태 등 5개 팀이 확정되었다. 

인천-경기-강원-이북 5도를 연고로 하는 팀을 창단할 기업이 없었다. 강원도가 고향인 현대 정주영 회장에게 제안했지만 거절당하고(훗날 이를 크게 후회하고 뒤늦게 프로야구 리그에 뛰어듬), 5개 팀만으로 출범하자니 애로점이 많았다. 심지어 프로야구 리그 출범을 1년 늦추자는 의견도 제기되던 차에 삼미그룹의 젊은 총수 김현철 회장이 KBO에 야구팀 창단 의사를 밝혔던 것이다.

사실 삼미그룹은 무역, 해운, 특수강, 광업 등이 주된 사업이라 홍보 효과를 노릴 만한 소비재 분야는 전무했다. 얻을 것도 별로 없는 프로야구팀 창단을 결정한 것은 오직 김현철 회장의 프로야구 사랑이었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메이저리그의 열렬한 팬이었던 것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선수 구성은 지역 연고 선수로 충당해야 했다. 삼미구단은 인천의 동산고와 인천고에서 충당해야만 했다. 특히 투수가 가장 부족했다. 겨우 6명뿐, 그나마 좌완 투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미구단은 창원으로 동계전지훈련를 갔다가 그곳에서 직장인 야구리그의 슈퍼스타였던 왼손투수 감사용을 목격했던 것이다.

감사용은 중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 마산고 시절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어렵게 대학에 진학했지만 부상을 입은 후 군에 입대하고 말았다. 군 전역 후 계속 야구를 하고 싶었지만 실업야구에서도 그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이에 그는 삼미 종합특수강 창원공장에 취직, 매 관리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파견근무 형태로 동계훈련 중인 삼미 슈퍼스타즈 선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졌다. 영화 속의 장면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입단하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이는 극적 효과를 노린 픽션이었다. 

정글 속의 대혈투 

1974년 10월 30일, ‘복싱 역사를 통틀어 단 한 경기를 꼽으라면 어떤 경기를 꼽겠는가’라는 질문에 지금까지도 압도적인 1위로 꼽히는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의 세기의 대결이 아프리카 자이레의 수도 킨샤사에서 열렸다. ‘정글 속의 대혈투(The Rumble In The Jungle)’라고 불린 이 경기는 자이레 현지 시각으로 새벽 4시에 펼쳐졌는데 막대한 중계권료를 지불한 방송사들이 미국의 저녁 시간대에 중계가 방송될 수 있도록 경기 시간을 조정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자이레의 독재자 모부투는 아프리카 흑인의 위대함을 전세계에 알리고 자신의 통치 정당성을 확보할 목적으로 막대한 돈을 투자하여 이 세계적인 경기를 유치했던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너무 더운 곳이라 경기는 새벽 4시에 이뤄졌음에도 수만 명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이 이 경기를 지켜볼 정도였다.


이 대결의 경기 내용은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알린는 로프에 등을 기댄 채 핵주먹의 포먼을 기다렸다. 정면승부론 승산이 없다고 판단, 체력을 비축하면서 포먼의 공격을 유도해 계속 피하면서 결정적인 한방을 노렸던 것이다. 경기 초반에 늘 KO로 승리했던 포먼은 7라운드 이상 뛰어본 경험이 없었다. 이미 일방적인 공격으로 인해 매우 지쳐 있었다.  로프에 기댄 알리는 8라운드에 경기를 끝내기로 결심, 포먼의 안면에 정확한 원투 콤비네이션으로 KO승을 거두었다.

영화 <우리가 왕이었을 때>(1996년)는 바로 이 대혈투를 영상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다큐멘터리 거장 레온 가스트가 연출한 이 영화는 개봉 이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고 대중적 흥행에도 성공하여 지금까지도 최고의 복싱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힌다.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

1960년, 무명의 에티오피아 선수가 부상 대체 선수로 로마 올림픽에 참가해 마라톤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한다. 그는 레이스 중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수많은 우승 후보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다음 날 ㅈ주요 언론들은 "이탈리아는 근홧발로 에티오피아를 짓밟았지만 에티오피아는 맨발로 로마를 정복했다"라며 이 소식을 전 세계에 알렸다.

아베베는 에타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로부터 약 130km 떨어진 '자토'라는 작은 마을에서 1932년 태어났다. 에티오피아 고원지대에서 소몰이 목동을 하며 지냈던 그는 우연힌 기회에 셀라시에 황제의 친위대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 그는 한국전쟁 때 에티오피아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우리와는 각별한 인연을 지닌 인물이다.

한국전쟁 후 고국으로 돌아간 아베베는 우연히 1956년 멜버른 올림픽 마라톤 경기를 보게 되는데 이 경기에 완전히 매료된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시작했는데 그때 그의 나이는 24세, 사실 마라토너로서 너무 늦은 나이였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고원지대에서 소를 몰면서 단련된 강력한 심폐기능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마라톤 선수로서도 빠르게 성장세를 보였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The Athlete>는 화려했던 올림픽 2연패 시절보다 교통사고 이후 좌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아베베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춘 감동적인 영화이다. 실제 로마 올림픽과 도쿄 올림픽 마라톤 장면이 삽입되면서 다큐멘터리 느낌도 나지만,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고 이후의 모습을 자세히 그려냈다.

#영화이야기 #스포츠영화 #영화로만나는우리들의슈퍼스타 #이석재 #북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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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컵스는 2016년,마침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면서 ‘염소의 저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는다. 상대는 역시 ‘와후추장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재는 가디언스로 팀이름을 바꿈). 메이저리그의 4대 저주 중에 남은 2개의 저주 중 하나는 무조건 풀리게 될 ‘저주‘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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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마음 - 도시는 어떻게 시민을 환대할 수 있는가
김승수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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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마음’은 도시를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시는 도로나 건물 등 물리적 구조에만 관심을 가질 뿐, 마음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법률이나 제도, 규정보다 더 강한 생명력을 가집니다. ‘도시의 마음’이 도시를 의미 있게 움직이는 하나의 실체라는 걸 인식할 때 진정한 변화가 찾아옵니다. 아무리 작은 공간이나 장소라도 마음이 담기면 밀도가 달라집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김승수는 25년간 공공정책과 도시에 천착해 온 도시혁신가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전주 시장으로 재임했던 시기엔 전주시 곳곳에 도서관과 책놀이터를 조성하고 작가들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전주를 문화도시로 발돋움시켰다.

다섯 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도시의 의미, 도시의 역할, 도사의 마음, 도시의 확장, 도시의 미래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도시는 사람을 담는 그릇이며, 삶이 담긴 곳에는 마음도 함께 담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가 마음을 '변화의 실체'로 받아들일 때 시민들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인간은 말로, 혹은 표정으로 누군가를 위로합니다. 그러나 말은 단어의 한계를, 표정은 얼굴 근육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지요. 반면 자연은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누군가의 상실을 치유합니다. 인간의 말과 표정에는 위로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도가 담기지만, 자연은 위로받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에 그저 묵묵히 교감할 따름입니다. - 스튜어트 스미스, <정원의 쓸모>중에서

도시의 의미

좋은 도시는 아름다운 공원과 미술관, 놀이터와 정원, 도서관과 가로수 같은 공공장소를 통해 시민들의 삶의 무게를 덜어주려 노력한다. 다양한 공공장소가 시민들의 '마음 둘 곳'이 되어주는 것이다. 이런 공간들은 시민에게 말을 건넨다. '우리 도시가 당신의 짐을 반쯤, 혹은 아주 일부라도 대신 짊어지겠습니다'라고 말이다. 

많은 학자들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도시를 꼽는다. 도시는 원래 인간이 겪는 문제의 해결책으로써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도시는 수천 년간 인류의 문제들을 해결해 왔다. 안전과 위생, 건강과 복지, 문화와 예술, 산업과 일자리 등 인간이 홀로 이겨낼 수 없는 것들을 해결해 준 절대적 보호막이 바로 도시였다.

요즘의 도시에서는 자본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것에서 일상처럼 줄 세우기가 일어난다. 모든 도시에 앞선 자와 뒤선 자,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이런 살벌한 도시에서 공공장소는 중재자가 되어준다. 이곳에서는 시민 모두가 환대받는다. 물론 공공장소가 도시의 경쟁과 경계 그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공공장소의 환대는 사회적 잣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공공장소는 조건 없는 환대의 장소이다. 돈이 없더라도 입장할 수 있고, 돈이 없더라도 이름을 불러준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우리 모두를 품어주는 '도시의 친구' 같은 공공장소이다. 누구나 갈 수 있고, 누구나 가고 싶은 모두의 공공장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도시에게 우리의 자격을 물어야 한다. "우리는 고객입니까, 아니면 시민입니까?"

도시의 역할

전주는 책의 도시이다. 저자는 전주 시장으로 일하면서 이런 이미지의 터를 닦는데 성심을 다했다. 독서는 그에겐 '시간의 문턱'이었다. 도서관 건물의 벽은 약 30센티미터 안팎의 건축자재일 뿐이지만 벽으로 구분되는 안과 밖은 차원이 다르다. 다른 세상을 넘나드는 곳이 문턱이자 '경계'이다. 책이 바로 그러하다.

"많은 책들은, 자신의 성 안에 있는 어떤 낯선 방들로 들어가는 열쇠 같은 역할을 하네." - 프란츠 카프카,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이는 카프카가 친구 오스카에게 보낸 편지에 적힌 글이다. 그렇다. 책은 우리들에게 들어가지 못한 , 아니 외면햇던 방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삶에 쌓인 고착된 사유를 흔들어 새로운 만남의 세계로 스며들게 하는 시간의 문턱이다.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은 이불장 한편에 자리잡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자신만의 도서관이었다. 학교에서 버려지는 낡고 찢어진 책들을 얻어서 만든 곳이다.  

한때는 도서관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바로 '장서'였다. 몇 백만 권의 장서 규모가 그 도시 또는 국가의 도서관 정책과 문화력의 상징이었다. 지금도 장서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도서관의 전부는 아니다. 전주시에 주제가 있는 특화 도서관들이 들어서고, 도서관들이 큐레이션을 강화함으로써 서로 다른 길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도시의 마음

덕진공원은 전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시민들과 관광객들 모두의 많은 추억이 쌓여 있다. 연화정도서관이 들어서기 전까지 이 자리엔 콘크리트로 지은 팔각정이 있었다. 1층은 편의점, 2층은 카페, 3층은 전망대 겸 전시실로 사용되었는데 컵라면, 아이스크림, 뻥튀기, 음료, 과자, 커피 등 관공지 먹거리를 팔아 관광 특수를 누렸다.

이처럼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덕진공원의 이 장소는 어떠한 공공의 목적과 의미를 지녔는지를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연화정도서관은 '유산'의 관점으로 지어졌고, 유산의 관점으로 물려지는 것으로 공공 목적과 의미를 해석했다. 


(사진, 전주시 연화정도서관)

공공청사의 물리적 한계는 물리적인 데 있지 않다. 바로 시민들을 생각하는 도사의 마음에 있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시청사市廳舍는 시민들에게 두 가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시민을 대하는 마음이다. 시청은 시민을 위한 정책들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곳이지만 경험의 장소로서의 시청 또한 정책 못지않게 시민들을 향한 도시의 태도를 결정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도시의 대표적인 공공장소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도시의 지향이다. 시청사의 상징이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상징은 허상에 그치고 만다. 멋지다는 이유로 관광용 사진 찍기에 활용되기도 하지만 진정한 상징은 '우리 도시'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그 길을 묻고 함께 가자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팔복예술공장은 전주시 팔복동에 위치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주시는 1957년 동洞을 신설했는데 팔과정八科亭의 팔八과 신복리新福里의 복福을 합쳐 '팔복동이라 명명했다. 팔과정은 17세기 이곳에 살던 선비 송사심의 제자 8명이 과거에 급제하자 이를 기념해 지은 정자이다. 신복리는 당시 이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을이었다. 이후 팔복동은 1969년부터 전주와 전라북도의 핵심 산업단지로 한 축을 담당했다.

팔복예술공장의 재생은 2015년 전주시가 문체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공모에 선정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곳은 폐업한 카세트테이프 공장인 '쏘렉스'를 매입해 재생한 공공장소이다. 쏘렉스는 1997년 썬전자라는 이름으로 카세트테이프 공장을 시작, 한때 500여 명의 공장 직원이 근무할 정도로 전주와 팔복동을 대표하는 기업이었지만 사양산업이 되면서 1989년 폐업했다. 이후 이곳은 팔복예술공장으로 탈바꿈하기가지 방치된 채 세월의 풍화風化를 견디고 있었다.  


(사진, 팔복예술공장)

풍화는 우리를 기억의 문으로 안내한다. 기억의 문을 열면 광대한 이야기 세상이 펼쳐진다. 도시의 기억에서 읽어내는 이야기들은 그 도시의 고유성과 정체성, 공동체성을 만들어내기에 우리의 생활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도시의 이야기는 우리 마음속에 단단하게 뿌리 내린 나무 같은 존재로 만들어준다. 도시는 바로 기억의 집합이다.

도시의 확장

도시의 경험적 확장이 삶의 확장이다. 좋은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도시를 다양하고 넓게 쓴다. 아중호수도서관은 국내 최장의, 100미터가 넘는 곡선 모양의 도서관이다. 숲과 정원, 나무와 꽃, 하천과 호수까지 끼고 있는 곳이라 자연과 도시,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최적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호수를 따라 걷는 '책의 길'이 생겨났듯, 책과 자연을 통해 시민들의 다른 삶도 생겨날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아름다운 곳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어떻게 호수를 따라 길다란 도서관이 탄생했을지에 대한 궁금함 때문에 향후 완공시 자부감 넘치는 공공장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도시의 미래

'책의 도시 전주'라는 표어는 책이 삶이 됨을 상징한다. 이는 전주의 정체성과 이상을 선언한 셈이다. 그래서 이어가야 할 유산이기도 하다. 책의 도시 전주의 뿌리는 전주 한지로부터 시작된다. 전주는 최고의 한지를 생산했다. 한지 장인이 생산해 낸 종이가 외교문서, 국가의 공문서, 서적출판 등에 사용되었다.

완판본完板本의 의미를 아는가? 이는 전주의 옛 이름인 완산完山의 완完과 목판木板의 판板에서 유래된 말이다. 조선 후기 전주에서 싱업 목적으로 출간한 방각본坊刻本을 일컫는다. 넓은 의미로는 조선시대 전주에서 출간된 책을 말하기도 한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책과 함께 살아야 할 운명이었다. 반면 서민들에겐 독서는 다른 세상의 일이었다. 일단 한문 서적에 접근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후에는 서민들이 책을 접할 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세책점은 돈을 받고 필사본 소설을 빌려주는 점포였는데, 책쾌와 더불어 조선시대 서민들의 독서에 큰 영향을 미쳤다. 18세기 후반엔 전기수가 등장, 마을이나 시장판, 양반집을 넘나들며 소설에다 맛깔스런 연기를 곁들여 이야기 세계를 사로잡았다. 

도시가 마음을 놓치면 시민들의 삶도 놓치게 된다

지난 약 25년 동안 도시 현장에서 많은 정책이 새롭게 태어나고, 또 사라지는 걸 보았습니다. 돌아보면 부침은 있어도 10년, 20년이 넘는 동안에도 잘 이어지는 정책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역사를 잇고, 만들어가는 정책들에는 늘 깨어 있는 관점과 안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늘 따뜻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인문 #도시의마음 #김승수 #전주시장역임 #도시혁신가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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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교양수업 - 6000년 인류사를 단숨에 꿰뚫는 60가지 필수 교양
임성훈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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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물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류사를 이 책에서는 시대순으로 정리했다. 어디서 들어보긴 했는데, 정확히 알지 못하는 교양 지식 때문에 우물쭈물해 본 경험이 있다면 잘 찾아왔다. 교양 이야기 앞에서 움츠러들기만 했던 당신을 위해 이 한 권의 책이 든든한 교양 밑천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임성훈은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중 
삶의 본질을 꿰뚫는 '문사철文史哲'을 접한 후 인문학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인류가 쌓은 방대한 지식으로부터의 깨달음을 대중들과 소통하며 나누고 있다. 현재 아레테인문아카데미를 운영하며 공공 기관, 기업체, 학교 등에서 다양한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총 네개의 장에 걸처 60가지 필수 교양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은 문명의 시작, 신과 인간, 이성과 자유 그리고 혁명의 시대, 죽음과 사랑 그리고 인간이라는 학문 등의 주제로 교양의 진한 재미를 제대로 느끼도록 만들어준다. 억지로 이를 암기하려 애쓰기보다는 마치 지나가는 풍경 감상처럼 편안하게 즐기면 된다. 이에 책 속 인상적인 교양 지식을 요약해 봄으로써 서평에 갈음하려 한다.   

로마제국의 내전內戰

강력한 군사력으로 주변국과의 정복전쟁을 통해 점차 영토를 확장하던 로마제국은 귀족과 민중 간의 부의 격차가 커지고 군사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제국의 운영 시스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술라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크라수스는 상호 협력하는 '삼두 정치'를 고안해냈다.

갈리아 총독으로 10년 동안 800개 도시와 300개 나라를 굴복시키면서 카이사르의 인기는 날로 높아졌다. 원로원 보수파 귀족들은 폼페이우스를 이용해 카이사르 제거 작전에 들어갔다. 군대를 해산하고 로마로 귀국하라는 원로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카이사르는 군대와 함께 로마를 향해 진격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렇게 로마에서는 5년간의 내전이 발발했다. 카이사르는 3개월 만에 로마를 접수하고 폼페이우스군을 격파했다. 이집트로 달아난 폼페이우스는 결국 피살된다. 카이사르는 클레오파트라를 첩으로 삼고, 알렉산드리아 전쟁에서 승리해 그녀를 이집트 왕좌에 앉혔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당시 이집트를 떠나 돌아오던 길에 말썽을 부리던 폰토스 왕국의 군대를 빠르게 제압한 카이사르가 원로원에 전했던 이 말은 지금까지도 너무나도 유명한 명언으로 알려져 있다.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카이사르에게 맡겼다. 하지만 민중들의 이같은 지지가 독이 되었다. 두려움에 떨던 원로원은 브루투스를 앞세워 카이사르 암살을 결행했다. 시대의 영웅 카이사르는 친아들로 여겼던 브루투스의 배신에 발등이 찍히고 말았다. 

소크라테스의 신탁 검증

소크라테스는 서른일곱 살에 포티다이아 전투에 참전했다. 당시 아테네는 테세우스를 숭배하고 있었는데, 테세우스는 크레타의 미궁에서 인신 공양을 받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비롯한 여러 괴물을 해치우고 아테네의 왕위를 물려받았다는 그리스 신화 속 영웅이다.

아테네는 힘없는 도시였던 포티다이아에 무리한 조공을 요구한 것도 모자라 중무장 보명 1천여 명을 선발대로 파견, 소크라테스도 그중 한 명이었다. 3년간의 장기전으로 인해 아테네군의 사기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전염병으로 사망한 아테네군의 시체는 매장도 못해 들짐승의 먹이가 되었고, 한편 포위당한 포티다이아인들은 서로를 잡아먹는 아비규환 상태였다. 이 비극은 아테네의 팀욕 때문에 빚어진 참상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이 전쟁터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포티다이아 전투가 한창이던 시기, 소크라테스의 친구이자 제자였던 카이레폰은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을 찾았다. 그는 아폴론 신에게 소크라테스보다 지혜로운 인간이 있는지 물었고, 신의 뜻을 전하는 여사제의 답은 ‘없다’였다. 카이레폰의 말을 전해 들은 소크라테스는 혼란스러웠다. ‘나는 전쟁터에서 그토록 혼란스러웠는데 왜 신은 나보다 지혜로운 자가 없다고 말했을까?’ 고민 끝에 그는 신탁을 검증해 보기로 한다. 

그때부터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유명 인사들을 찾아다니며 미덕이 무엇인지 캐물었다. 정치가, 작가, 장인 등등. 그들과 대화를 나눈 소크라테스는 비로소 신의 뜻을 알게 된다. 그가 만난 유명 인사들은 하나같이 자신처럼 무지했지만 놀랍게도 안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오직 소크라테스만이 ‘아는 것이 없다’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검증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 플라톤,<소크라테스의 변명>

오디세우스의 귀향歸鄕

그리스의 전설적인 서사시인 호메로스의 작품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는 서양 문학의 원형이 되었다. 한편, 호메로스는 눈이 먼 소경으로 구걸하고 다녔다고도 말하고,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그럼에도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그리스 지성인들은 호메로스의 작품을 수없이 인용, 작품 속의 영웅 이야기에 열광했다.

<일리아스>는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 간에 10년 동안이나 이어진 트로이 전쟁이 배경이다. 전쟁의 마지막 50여 일 동안 그리스와 트로이 영웅들의 명예, 분노, 절망, 죽음 등을 그렸다. <오디세이아>는 <일리아스>에 이어지는 이야기로 그리스가 승리한 후 그리스의 작은 섬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귀향하면서 겪는 모험담을 다룬다. 이는 서양 문학에서 모험담의 원형이라고 불린다.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고난苦難. 오디세우스의 귀향이 바로 그러하다. 호메로스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우리네 인생이라는 여정이 한편으로 오디세우스의 귀향길과 같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고난을 통해 단련되고 성장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전해지는 오디세우스의 최후에 관한 여러 설을 망라했을 때 그의 노년이 불행했다는 기록은 없다. 화해와 평온이 가득했던 그의 말년처럼 고난의 길목마다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고향에 돌아온 그의 의지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인류사 최악의 펜데믹 흑사병

12~13세기에 찬란한 꽃을 피웠던 중세 유럽 봉건사회는 14세기부터 무너졌다. 장원 중심의 농촌경제와 길드 중심의 도시경제가 근간부터 흔들렸다. 그 원인으로는 기근, 십자군 원정 등 많은 것들이 얽혀 있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흑사병이었다. 

흑사병은 페스트의 일종으로 급성 열성 감염병인데, 종류가 많았고 유럽에서는 처음에 선腺페스트가, 나중에 폐肺페스트가 유행했다. 선페스트는 벼룩에 의해 감염되어 고열로 고통받다가 정신을 잃고 사망에 이르고 폐페스트는 페스트균이 폐에 침입해 피를 토하거나 고열 증세를 보이다가 호흡 곤란에 이어 정신을 잃고 사망하는데, 발병 후 사망까지 불과 2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망 직전 온몸에 종기가 번진 뒤 피부가 검은색으로 변해 이를 ‘흑사병’이라 불렀다. 

14세기 유럽의 의학 수준에서 흑사병에 걸린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았다. 페스트균을 막기 위해 환자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문에 못을 박거나 방에 불을 지르는 정도가 일반적이었다. 사람들은 헝겊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안심할 수 없었고 하늘을 바라보며 신을 향해 기도할 뿐이었다.

이 병은 1346년경 크림반도의 해안 도시 카파에서 시작되어 흑해를 지나는 지중해 항로를 따라 퍼지며 순식간에 이탈리아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당시 이탈리아 상인들이 중앙아시아에서 유목민의 공격을 받고 카파로 피난 온 뒤 이탈리아로 귀국했는데, 이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 흑사병이 전염되었다. 중앙아시아와 흑해 인근에 흑사병을 옮긴 것은 몽골군이었다.

단테의 <신곡>

<신곡>은 지옥 편, 연옥 편, 천국 편 총 세 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지옥과 연옥에선 주인공 단테를 이끌어주는 길잡이로 베르길리우스가 등장하고 천국에선 베아트리체가 완벽한 신성이자 빛, 이상향이라면 지옥과 연옥의 베르길리우스는 아주 현실적인 길잡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단테는 행동만이 사람들을 비참함에서 행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작품 <신곡>을 ‘코메디아(Commedia)’라고 불렀다고 한다. <신곡>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희극으로 여긴 것이다. 단테가 기획한 <신곡>은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희망만을 이야기하는 대서사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이 시기, 인류의 역사도 드디어 <신곡>의 희망적인 메시지처럼 암흑과 같던 중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이성과 자유로 상징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내려 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책은 시민혁명의 전형으로 불리는 '프랑스 대혁명', 냉소적인 비관주의자 쇼펜하우어의 '삶은 고통'이란 외침, 미국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 선언과 이에 대한 찬반으로 인해 발생한 미국 님북전쟁이 초래한 산업화,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가 말한 '위버멘쉬'의 의미, 헤밍웨이의 작품 <노인과 바다>가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등을 얘기한다.


교양을 채워 줄 든든한 밑천

책에 나오는 60가지 초압축 교양수업을 굳이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을 필요는 없다. 이미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자신이 꼭 알고 싶은 이야기로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아무튼 한 권의 책이 우리들의 교양 수준을 업그레이해 줄 든든한 밑천임엔 틀림 없으니까 말이다. 교양에 목마른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인문 #인문교양 #문사철 #초압축교양수업 #임성훈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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