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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ㅣ 하서명작선 36
쉘 실버스타인 지음, 황종호 옮김 / (주)하서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옛날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를 사랑하는 소년이 한 명 있었다. 그 소년은 날마다 나무에게 가서 떨어지는 나뭇잎으로 왕관을 만들어 쓰고 숲 속의 왕자 노릇을 했다. 소년은 나무 줄기를 기어 올라가서 나뭇가지에 매달려 그네도 뛰고 사과도 따먹곤 했다. 나무와 소년은 때로는 숨바꼭질도 했다. 그러다가 피곤해지면 소년은 나무 그늘에서 단잠을 자기도 했다. 소년은 나무를 무척 사랑했고, 나무는 행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소년도 점점 나이가 들어갔다. 그래서 나무는 혼자 있을 때가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나무를 찾아 갔을 때 나무가 소년에게 줄기를 타고 기어 올라와서 가지에 매달려 그네도 뛰고 사과도 따먹고 그늘에서 놀면서 즐겁게 지내자고 했다. 그런데 소년이 너무 커서 못 논다고 했다. 소년은 돈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나무가 사과를 따서 도회지에 팔라고 했다. 말하자면 나무는 엄마다 .
그래서 소년은 나무 위로 올라가서 사과를 따가지고 갔다. 그러나 소년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오지 않다가 어느 날 돌아왔다. 나무는 저번에 했던 말을 또 했다. 그런데 소년이 한가롭지 않아서 놀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돈달라는 소리다 . 요즘 싸가지 없는 자식 새끼들하고 똑같다 .
그리고 집이 필요하다고 해서 나무가 자기의 가지를 베어서 집을 지으라고 했다. 이게 잘못됐다 . 절대로 주면 안 된다 . 그래서 소년은 가지를 베어서 자기의 집을 지으러 갔다. 또 소년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안 오다가 돌아 왔다. 그래서 나무는 놀자고 했다. 그런데 소년은 너무 나이가 들고 비참해서 못 논다고 했다. 그리고 소년은 먼 곳으로 갈 수 있는 배 한 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나무가 자기의 줄기를 베어서 배를 만들라고 했다. 아주 껍질을 벗겨가는 걸로 끝나는 부모와 자식의 그릇된 기생관계.
그래서 소년은 줄기를 베어서 배를 만들어 타고 멀리 떠났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소년이 다시 돌아 왔다. 그런데 나무는 나무 밑둥 밖에 없었다. 소년은 필요한 것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앉아서 쉴 조용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무가 밑둥에 앉으라고 했다. 그래서 소년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다.
나도 여기에 나오는 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아낌없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나무는 엄청 어리석다 . 소년한테 너무 잘해주어 소년을 망친 것이다 .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해주면 다 해달라고 한다. 화를 낼 땐 화내고, 웃을 때 웃고 때릴 땐 대려야 하낟 . 자식은 속으로 귀하게 여겨야 한다 .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소년은 모든 사가지 없는 자식들의 원형이다 .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자기가 돈 벌어서 하면 되는데 이 책에 나오는 나무에게만 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내가 다시 자식이 된다면 이 책에 나오는 나무가 있으면 같이 놀고,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그런데 후회를 할 때쯤은 이미 부모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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