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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순원 지음 / 뿔(웅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옛날에 어린 신랑과 신부가 살았다. 가진 거라곤 민둥산과 그 안에 있는
밤나무 몇 그루밖에 없었다. 그 해 흉년이 들었는데 그 나무에서 밤이 열렸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그걸 먹거나 팔아서 양식을 샀겠지만 신랑은 굶으면서도
그걸 부엌에 묻어놓고 산에다가 밤을 심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게 언제 다
자라냐며 말렸지만 신랑과 신부는 꿋꿋이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밤 한 알은
부엌 앞에다 심었다. 몇 년 후, 신랑과 신부가 심은 밤나무가 크게 자라 가지마다 밤을 잔뜩 달았다. 곧 부엌 앞에다 심은 나무는 할아버지나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손자나무가 났다. 아직 어린 나무는 할아버지 나무한테서 많은 것을
들었다. 어린 신랑 이야기와 어린 신랑과 할아버지나무의 우정얘기도 들었다.
그 사람은 할아버지나무를 진짜 친구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 집 마당에 있는 매화나무, 대추나무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매화나무는
남보다 겨울잠에서 일찍 깨서 예쁜 꽃을 피운다. 그리고 대추나무는 가장 늦게
일어난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꽃을 피우고 부지런히 열매를 맺는다.
냉이꽃도 마찬가지다. 겉보기엔 볼품없어도 뿌리를 내린 땅을 절대로 내주지
않는다. 어린 나무는 겉으로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다.
할아버지나무는 어린 나무에게 자신과 보통 나무들은 누군가가 심어서 났지만
어린 나무는 스스로 났다며 격려해 주었다. 지난 해, 어린 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했다. 태풍과 장마가 모두 쓸어갔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나무는 열매에 너무
욕심부리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어린 나무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다가 태풍이 지나갈 때 할아버지나무가 어린 나무를 위해 가지를 부러뜨려 어린 나무를
지켜주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열매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
할아버지나무는 그것도 위험하다며 하나를 떨어뜨리라고 했다. 그러자 훨씬
홀가분해진 느낌이었다. 어린 나무가 첫 번째로 맺은 그 열매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친구에게 주었다. 그 친구는 어린 나무를 찾아와서 할아버지나무와
그 사람처럼 대화도 할 것이다. 어린 나무는 일년 만에 훌쩍 컸고, 할아버지는
그 사람을 만나러 하늘로 갔다.
어린 나무는 아버지가 죽은 자리에서 났다. 어린 나무는 고집이 좀 센 것 같다. 할아버지나무가 그렇게 말하는데도 안 듣고 할 수없이 할아버지나무가 희생했다. 하지만 한번쯤의 실수는 좋은 경험이다. 다음부터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게 직접
배우는 거니까 어떻게 보면 더 좋을 수도 있다. 어린 신랑과 할아버지나무는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 둘 다 지혜롭다. 그래서 성공을 했다. 어린 신랑도 밤으로
부자가 되었고, 할아버지나무도 오래 살고, 어린 나무에게 많은 걸 가르쳐 줬다. 그리고 어린 신랑에게서 정말 본받을 점은 계속 끈기있게 노력하는 것이다.
삼 년 동안이나 좋은 나무의 묘목을 받으러 먼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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