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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수식. 긴 세월 힘들었던 수학 . 수학과 관련된 복잡한 책인 줄 알고 본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물론 수학과 관련된 얘기도 들어가긴 하지만
주제는 사랑에 관한 고찰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화자는 새로 박사의 집에서 일하게 된 파출부 ‘나’다.
나는 ‘나’와 심리적 동일시를 통하여 박사의 행동, 말을 유심히 보았다.
박사는 8시간마다 기억이 소멸되고 생성된다. 그래서 박사는 항상 중요한
말들을 적어서 태그처럼 옷에 붙이고 다닌다. ‘나’도 처음에는 박사의
생활방식이 적응 안 되고 어이없었지만 박사의 처지를 이해하고
더 도와주기 위해 애쓰게 된다. 박사가 이름 지어 준 ‘나’의 아들 ‘루트’와 함께
박사랑 수학적 얘기도 하고 같이 야구경기를 보러가는 등 여러 가지 인간적
교유를 나눈다.
처음 봤을 때 ‘나’와 박사의 사랑? 얘기를 적는 것 같았지만 알고 보니까 박사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는 바로 죽은 형의 부인, 즉 형수였던 것이다.
물론 일방적인 짝사랑이 아닌 형수도 박사를 사랑한다. 하지만 둘은 불륜 같은
일탈의 사랑은 하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는 선까지만 가서 사랑하는 관계를
이어온 것이다. 정말……. 이런 사랑이 정말 애틋하다고 해야 하나? 가슴을 징징 울린다 .
박사가 안타까워서 말이다. 기억도 8시간마다 사라지고, 사랑하는 사람은 지금은
죽었지만 어쨌든 형과 결혼하고……. 참 우여곡절이 많은 삶인 것 같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하는 사랑. 글쎄, 이 사랑의 안타까움, 아쉬움, 같은 감정이 아득하다 . 사랑은 정말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했을 때 성립한다 . 그리고 변한다 .많은 경우 .
설정 상 박사와 형수는 일본인이고 나이도 먹을 만치 먹었을 뿐더러 일본은 사촌들끼리 결혼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은 그저 손잡고 키스하고 같이 사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사와 형수의 일정한 거리를 두는 사랑. 우리가 보기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어느 나라 사람이 보든, 아이가 보든 노인이 보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이 사랑 또한 진실한 사랑이라는 것이다. 박사는 수학자로서 수식을 사랑하는 동시에 형수를 사랑하고, 형수는 남편을 사랑했던 동시에 시동생인 박사를 사랑한 것이다.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이 사랑이 너무 애달프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래도 둘만의 사랑방식이라면 존중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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