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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7월
평점 :
표지. 저 표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참으로 적절하고도 대단한 표지 선택이 아닌가?
이 소설은 표지와 제목 그대로 도심 한복판에 느닷없이 생겨난 거대한 구멍을 주제로 한 이야기다. 즉 서양 블록버스터 영화에 흔히 나타나는 재난 영화의 소설 버전인 셈이다.
하지만 소설의 2분의 1 이상은 흔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고산등정에 한 평생을 바쳐 부인과도 별거 상태가 되버린데다 같이 등정하던 처남마저 산에서 잃은 혁. 그를 짝사랑하는 같은 등반대원 소희. 엄친아로 자랐으나 철혈의 여회장인 모친과는 달리 감성과 맑은 마음이 인상적인 의사 동호. 가난한 꽃집 아가씨지만 씩씩한 민주. 기타 어쩔수없이 돈과 투자에 매달려 홀로 거대한 기업을 일궈낸 동호의 모친 양미자 회장과, 혁의 아내와 딸인 영희와 안나 등.
뭐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앞 절반 부분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매끄러운 짜임새를 보이지만.
이 소설이 본격화되는 것은 절반을 또 약간 넘어서다. 양회장이 세운 국내 최대 고층 건물인 시저스 빌딩이 오픈 당일 자정에 느닷없이 지하로 푹 꺼진 것이다. 싱크홀 현상이라는,쉽게 말해 땅이 꺼지면서 빌딩 자체가 아예 그냥 통채로 땅 속에 가라앉은 셈인데......
무너져내린 빌딩속은 처참하고 밖에서는 구조를 위한 사투가 벌어진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지루하지 않고 제법 긴박감있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상관없어 보이던 사람들이 어느샌가 연관되며 하나로 모여드는 접점 역시도. 하지만 재난 소설인데도 너무 일상부분에 많은 양을 할애한게 아닐까? 적어도 앞쪽 부분을 3분의 1 이하로 줄이고 3분의 2 정도는 재난 상황에 할애했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사투를 벌이는 부분도 속된 말로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무섭다거나 덜덜 떨린다거나 읽는 이조차도 숨막히는 느낌은 솔직히 매우 미약하다.
다만 마지막 장면-혁의 최종 선택에서는 절대 식상하지 않고 감동마저 느껴졌다. 가장으로써는 마이너스 점에 가까운 0점짜리 인간이었으나 최후의 모습은 최고였달까? 흉악범이 설치는 앞쪽 짧은 장면보다 가장 인상적이었으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2% 부족한 재난 소설이긴 하나 읽어서 절대 후회할 일은 없다. 우리나라엔 아직 지극히 부족한 장르 중 하나가 스릴러 부분이기도 하니,이렇게 재능있는 분들이 앞으로 계속 소설을 발표해주었으면 한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조만간 서양을 능가하는 대단한 소설도 나올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