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토마스 산체스 에디션) -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음, 토마스 산체스 그림, 박미경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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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선과 악을 구분하려 합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 합니다. 주로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틀림'이라는 범주에 넣습니다. 반면 자신의 언행은 '옳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상대방에 비해 더 지혜 있고, 더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혹 동일한 반응을 보이더라도 자신에게는 훨씬 관대합니다. 자신이 그 선택을 했던 여러 정황까지도 고려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는 가차없습니다. 그저 그 언행으로 시비가 가려집니다. 상대방의 이면에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가벼운 예를 들어보자면, '했던 말을 반복하는 사람'을 폄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며 자신을 귀찮게 하는 사람에 대한 추억을 너무도 자주 말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넉넉한 사람이었다 회상하는 것이지요. 자신이 했던 말을 반복하는 사람인 것은 추호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웨덴 출신의 대기업 임원이었던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Bjorn Natthiko Lindeblad)는 20대 중반 홀연히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옵니다. 세상의 관점으로는 모든 것을 이룬, 전도유망(前途有望)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선택은 자신이 지금껏 살아왔던 삶에 대한 회의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저자의 삶과 깨달음이 담겨 있습니다. 사직서를 낸 후 태국 밀림의 숲속 사원에 귀의한 삶은 이전의 삶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저자는 주변의 요구와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지만, 이제 자신의 내면과 존재를 위한 삶으로 한 발을 내딛습니다.


많은 현대인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삶을 들여다보면 비교와 경쟁,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합니다. 나만을 위해 치열하게 달려왔지만, 정작 나 자신은 없는 인생입니다. 최소한의 양심은 있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배신을 경험하고서야, 허망한 삶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저자는 논리적인 사고가 세상을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시대의 이면을 봅니다. 유익이 있긴 하지만, 더 중요한 요소들을 잃어버렸음을 한탄합니다. 정작 더욱 필요한 것은 지혜입니다. 자신을 포기하고,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지혜입니다.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통제하려 합니다. 미래의 일까지도 자신이 움켜쥐려고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해 보세요. 그러면 닥치지 않을 미래에 대한 염려는 사라집니다.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집니다. 그저 열린 마음으로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갑니다.


저자는 17년간 수행한 후 한 걸음 더 전진하기로 결정하고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진정한 자유와 평화에 대한 통찰을 전합니다. 2018년 루게릭병을 진단받은 뒤, 몸의 기능을 잃어가면서도 여러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 지혜를 선물합니다.


2022년 1월, 그는 떠났지만 저자가 경험한 내면의 분투와 깨달음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치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함께 한 듯합니다. 그 가운데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과 놓아야 할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현재에 충실한 삶이 곧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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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정작 중요한 건 따로 있었지요. 현재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 진실을 말하기. 서로 돕기. 쉼 없이 떠오르는 생각보다 침묵을 신뢰하기. - P81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 때, 이 주문을 마음속으로 세 번만 반복하세요. 어떤 언어로든 진심으로 세 번만 되뇐다면, 여러분의 근심은 여름날 아침 풀밭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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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쓰기 - 나의 단어로
대니 샤피로 지음, 한유주 옮김 / 마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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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뜩이는 글, 멋들어진 글을 쓰고 싶습니다. 생각하고 느낀 바를 자유자재로 적실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책상 앞에 앉으면 막막합니다. 어떤 단어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스치듯 지나갔던 생각들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적습니다. 끙끙대며 자판을 두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봅니다. 생각과 감정 말이죠. 이상적인 글에 대한 기대보다 현재 상태를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넋두리부터 시작하는 것이죠. 그렇게 매일 씁니다. 억지로라도 하루에 한 편의 글은 쓰려고 노력합니다.


미국의 소설가 대니 샤피로(Dani Shapiro)는 이 책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를 통해 글 쓰는 모두에게 큰 힘과 용기, 위로를 건넵니다. 저자는 글 쓰는 자의 탁월한 재능이나 글쓰기 방법만을 논하지 않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체의 힘을 말합니다.


저자는 누구나 해볼 수 있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을 던져줍니다. 그저 적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다른 그 무엇도 글쓰기보다 우선될 수 없습니다. 심지어 글쓰기의 자료를 찾아보는 것도요. 지금 현재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은 부차적입니다. 지금 당장 글쓰기에 집중하세요.


작가라면 대부분 경험하는 어려움에 대해 저자는 솔직하게 말합니다. 우리 안의 검열관은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이제 그만해. 너무 지루한 글이야. 이런 글이 다른 사람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 검열관은 우리를 멈추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단호하게 거부해야 합니다. 시작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거창한 무엇을 써보고자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글 말이죠. 하지만 그러한 글도 작은 한 페이지부터 시작했습니다. 한 단어로부터 문장이 시작하며, 그러한 문장이 모여 한 문단이 이루어집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겠지만 일단 써야 합니다.


때로는 고통스러운 사건이나 배신의 경험을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잊고 싶고 지우고 싶겠지만, 그러한 기억은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물론 기쁨의 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를 들썩였던 강하고 깊은 감정에 집중해 본다면, 의외로 그 안에 많은 흔적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흔적들이 훌륭한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이죠.


사실 글쓰기가 쉽고 재미있지만은 않습니다. 그럼에도 글쓰기의 근육을 키워가야 합니다. 습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말을 들어야 할 한 사람을 생각해서, 그 사람에게 글을 적어도 좋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글을 적어야 합니다. 그러한 일이 반복될 때 자신만의 리듬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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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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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행복이란, 우리의 일상에 비밀스레 숨겨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적극적으로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거든요. 갑작스레 짠하고 나타나는 경우도 드문 것 같아요. 주변에 꼭꼭 숨어 있어 쉽게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네요. 그래서 신중하게 찾아보고 있어요.


참으로 신기한 것은 행복이란 것이 상황과는 상관이 없다는 거예요. 물론 비극적인 순간에 행복을 느끼기는 어렵겠지요. 풍족하고 만족스러운 순간에 행복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힘든 와중에도 행복을 느낄 수가 있거든요.


절망의 순간 함께해 준 위로와 응원이 그 어떤 상황에서보다도 더욱 벅차게 느껴졌어요. 물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실타래이긴 하지만, 분명 그 어디쯤에서인가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비합리적인 강요와 압박, 교묘한 술수 속에서도 여전히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이 참 큰 힘이 되더라고요.


백수린 작가의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은 누구나 느끼는 행복한 환경을 말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보이는 행복함, 쉽게 휘발되는 만족을 말하지 않아요. 힘겹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그 안에서 경험하는 끈끈하고 농도가 매우 짙은 행복을 저자의 글에서 발견하게 돼요.


작가는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추억해요. 그곳은 서울이지만 세련된 건물이 없는 곳이에요. 좁은 골목과 비탈, 낡은 집으로 이루어진 동네예요. 주민들은 이곳의 속도와 리듬을 즐겨요. 작가도 이러한 질서를 존중해요. 그러면서 주위를 둘러봐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노을의 아름다움을요.


작가가 그려내는 세상에서는 부와 가난도 뒤바뀌어요. 타인에게 자신의 것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끊임없이 자신의 손익을 계산하며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사람보다도 더 많이 가진 사람인 것이죠. 에어컨이 없어도 함께 웃고 떠들며 마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것이 더 행복한 사람인 거예요.


인근에 사는 친한 언니와의 식사 자리에서 했던 말이 떠올라요.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 같아...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상태를 찾아가는 여정 말이야." 각자가 다른 방식으로 목적지를 향해 가지만, 어쩌면 우리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여행자인 것 같아요.


행복을 발견하는 삶은 마냥 기쁨 가운데 있지는 않아요. 슬픔을 안고 살아가죠. 그럼에도 작가는 마주하는 일상에서 의미를 찾아요. 능동적이고 주체적이지만, 그러한 삶의 의미가 선물이라는 것도 잘 알아요. 내가 쟁취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울부짖고 싸웠던 것들이었어요.


맞아요. 우리네 삶은 여전히 골치 아파요. 분투하는 삶이지요. 뭔가 딱딱 맞아들어가지를 않아요. 한쪽이 맞춰지면 다른 쪽은 무너져요. 그럼에도 주변을 둘러보면 곳곳에 여전히 사랑이 움트고 있어요. 아직은 살만해요.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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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 같아."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상태를 찾아가는 여정 말이야."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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