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나를 깨부수는 망치
지식공동체 Meta 지음 / 북포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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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이나 성품의 변화는 매우 더딥니다. 실상 거의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최소한의 배려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했다가 번번이 실망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유익과 손해를 재빠르게 계산하지만, 상대방의 상황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수년 전의 첫 만남에서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간혹 긍정적 변화를 보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배움에 있습니다. 배움의 통로는 만남입니다. 사람과의 관계나 책과의 만남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삶의 지혜를 깨닫게 됩니다. 자신을 정직하게 돌아보아 자신의 허물과 그릇된 세계관을 깨뜨릴 준비가 된 사람만이 변할 수 있습니다.


책과 사람을 통해 자신을 뛰어넘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원하는 지식공동체 Meta. 이곳에 소속된 11명의 저자는 이 책 『독서, 나를 깨부수는 망치』를 통해 자신의 변화를 각자의 언어로 풀어냅니다. 함께 읽고 나누며 움트게 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들려줍니다.


지혜로운 사람(혹은 그런 사람이 쓴 책)을 만나면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성숙하게 됩니다. 일차적으로 자신을 정직하게 돌아보게 됩니다. 진지하고 진실한 자신과의 대면은 자신의 부족함과 약함, 악함을 인식하게 합니다.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삶이 무너지는 경험을 동반합니다.


만남(독서)은 자기 직면 이후의 우리에게 공감할 수 있는 힘을 선물합니다. 그동안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억울함과 분노를 넘어서 타인과 그의 삶을 이해하는 지경까지 나아가게 합니다. 깊은 감정 이입을 통해 나에게만 맞추어져 있었던 시선이 타인에게로 향하게 됩니다. '나'의 고통에서 '너'의 슬픔을 읽어냅니다.


가령 윤한나 작가의 '인생아, 안녕'에서는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을 통해 어머니의 삶을 반추합니다. 어머니가 경험했던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혼불』에 나오는 여자들의 삶을 통해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한 공감은 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더하여 줍니다. 인생을 살아지게 하는 놀라운 능력입니다.


자신을 대면하고, 타인을 공감한 사람은 세상을 사랑하게 됩니다. 탐욕에 지배당하지 않고, 자기 안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너'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입니다. 자연을 느끼고, 주변을 돌아보아 '함께'를 고민합니다.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세상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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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을 구하기 위하여 십자가에 달린 그분의 교회는 십자가가 지닌 그 모순에 상응하여 그가 그 속에 서 있고 또 관계하고 있는 구체적인 사회-정치적 갈등에 편파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으며, 어느 한편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는 현존하는 파당들을 위하여 어떤 한편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버림받는 인간성과 억압된 자유의 편에 서기 위하여 한편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단 하나의 정당한 출발점은 그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속에 처한 구체적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의 자유하게 하는 십자가를 인식하는 데 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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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설계자들 - 이스라엘 민족의 비밀스러운 흔적
이스라엘 크놀 지음, 정예중 옮김 / PCKBOOKS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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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변하는 진리가 있을까요? 인생은 모호합니다. 학문의 세계는 치열합니다. 합리적이라고 여겨졌던 이론도, 보다 세밀하고 논리적인 주장 앞에 자신의 자리를 내어줍니다. 새로운 고고학적 발견이 있다면, 기존의 논의들은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들게 됩니다.


신앙과 학문의 긴장은 여기서 발생합니다. 흔히 성경이 진리라고 말합니다. 성경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진리입니다. 하지만 '성경에 기록된 문자 자체의 오류가 없다'라는 말이라면 그 말은 참이 아닙니다. 성경은 오랜 시간 기록되고 형성되어 왔기에 다양한 맥락과 환경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고대 이스라엘의 형성에 관련된 부분은 성서학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의견으로 나누어집니다. 성경이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라는 공통된 의견은 모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성경의 기록을 어디까지 신뢰하며 근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다양한 주장이 공존합니다.


예루살렘 히브리대 성서학과 석좌 교수인 이스라엘 크놀(Israel Knohl)은 이스라엘 민족의 형성과 성서 신앙의 근원에 대해 기존의 성서학자와 고고학자들의 학설과는 다른 시각을 제안합니다. 그는 그동안의 연구를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고고학적 유물과 성서 기록에서의 불일치의 문제를 상기시킵니다.


저자는 최소주의(성서의 역사성을 최소로 인정하며 고고학 등과 같은 성서 외의 자료를 1차 자료로 보는 관점)와 거리를 두지만, 최대주의자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이는 이스라엘 민족의 탄생과 문명의 형성이 복합적이고 다분화된 과정들의 산물임을 강조하는 그의 태도와 일치합니다.


크놀은 고고학적 자료들을 면밀하고 주의 깊게 활용하면서도 성경의 말씀 또한 두루 살펴봅니다. 그는 성서가 신앙을 전수하기 위해 기록되었음을 강조합니다. 그렇기에 불일치와 모순이 보일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그 가운데 역사적인 요소들이 잠재되어 있을 수 있음을 주장합니다.


저자는 이스라엘의 탄생과 성서 신앙의 배경이 되는 큰 전환점이 청동기 시대에서 철기 시대로 전환되는 주전 13~12세기 사이에 발생했다고 주장합니다. 이 시기에 중동 지역과 에게해 연안을 휩쓸었던 대대적 재난으로 인해, 거대한 왕국들과 도시들은 파괴되었습니다.


이러한 공황 시대에 다양한 민족과 부족들이 자신의 정착지를 떠나 유목생활을 시작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가정합니다. 여러 난민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종교 등을 간직한 채 이곳저곳으로 방랑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언어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토착민들과의 접촉으로 인해 여러 전통이 결합되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스라엘 민족은 여러 조각들이 모여 재탄생한 견고한 민족 공동체의 이야기라고 주장합니다. 성서 신앙은 소수의 이스라엘인들로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공존했습니다. 성서의 신앙은 진공상태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종교와의 접촉을 통해 형성되었습니다.


우리는 신앙과 학문의 긴장 가운데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한 저자의 치열한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성서 신앙을 지키기 위한 고대 이스라엘인들의 분투는 비단 그때 당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복음을 사수하는 것은 급변하는 세상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붙들어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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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_하나님의 흔적 1 - 40인의 일상 속에 새겨진 하나님의 흔적
신재철 지음 / 세움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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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에 기록된 한 문장만으로 그 사람을 알 수 없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잇속만 차리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공동체의 상황보다 자신의 앞날을 더 생각하는 사람으로 느껴집니다. 그 사람만 포기하면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을 텐데, 왜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렇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더 내밀한 사정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공동체의 리더와 그 공동체가 처음부터 매우 큰 실수와 강요를 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공동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여러 상황과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그 사람의 인생을 이해할 때 그 사람을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서사는 각자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뜻과 소명을 인식하게 만듭니다. 나의 필요로 인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는 귀한 존재인 것입니다.


『만화방 교회 이야기』의 저자 신재철 목사는 '좋은 인터뷰'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 살아갑니다. 사역자, 기업인, 의사, 강사, 작가, 예술가 등,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직업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저자는 코로나로 인해 대면접촉이 제한되던 때에 보다 의미 있는 사역에 대한 고민을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좋아했던 찬양사역자들의 근황이 궁금했고, 이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러한 여러 차례의 만남이 이 책으로 열매 맺습니다.


저자는 각자의 이야기를 터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최대한 자신의 역할을 제한하고, 상대방이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끔 말입니다. 저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은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인생을 살아오며 느꼈던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는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됩니다.


이들은 자신이 경험한 삶의 고통과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안에 매 순간 함께하신 분의 더 큰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아픔의 순간에 우리는 그분을 잊었을 수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눈물 흘리시며 우리와 함께 계셨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40인의 이야기는 일상 가운데 함께 하셨던 하나님을 향하게 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다양하게 변주됩니다. 놀라운 하모니를 만들어냅니다.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경험한 그들만의 이야기가 이제 삼위일체 하나님을 향한 아름다운 노래가 됩니다.


이야기가 가진 힘은 '너'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된다는 데 있습니다. 홀로 경험하는 외로운 싸움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그 싸움을 함께 한 동료들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 가운데 함께 하셨던 하나님을 우리 또한 경험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도 함께 노래합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하나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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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계속 -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모토로 아무튼 시리즈 7
김교석 지음 / 위고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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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같은 오늘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 가운데 무엇인가 끝까지 붙잡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하루하루이지만, 그래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 만듭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이지만, 그동안의 습관이 또 하루를 살아가게 합니다.


악인은 떵떵거리며 약자에게 한 행동에 대한 일말의 뉘우침도 없습니다. 마땅히 해야 하는 자신의 일임에도 부풀려 포장합니다. 모든 삶이 걸려 있는 중차대한 타인의 일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악인들은 외칩니다. 사랑하세요. 소통하세요. 공감하세요. 배려하세요.


그럼에도 일상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그저 앉을 수 있게 해줍니다. 읽고 쓸 수 있게 해줍니다. 가슴을 치며 읽고, 통곡하면서도 쓸 수 있게 해줍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만들기 위해 억울함과 분노를 잠시 내려놓게 합니다. 여전히 내 삶의 주인이 나임을 깨우쳐 줍니다.


TV 칼럼니스트이자 전 『필름 2.0』의 기자였던 김교석은 이 책 『아무튼, 계속』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전해줍니다. 소소한 자신의 반복되는 삶이 자신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음을 말합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무언가를 붙들고 살아가는 삶이 어떠한지를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모든 시간을 붙들고 싶어 합니다. 흘러가 버리는 것을 뒤에 아련하게 놓아두고 가는 삶이 아니라, 여전히 그 자리에 묵묵하게 서 있는 삶을 선택합니다. 더 빠른 속도를 경쟁하듯 추구하는 세상 한가운데서, 느리지만 삶의 의미를 천천히 되새기며 사는 삶을 살아갑니다.


운동과 청소, 요리와 같은 소소한 일상을 삶의 중심에 둡니다. 똑같은 요일과 시간에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만 어느새 그것이 하나의 의미가 됩니다. 변화 없는 일상으로 인해 변화무쌍한 세상과 맞섭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 행위는 전복적입니다.


세상은 자신의 가치가 최우선이라 합니다. 자신의 탐욕을 쫓으라 합니다. 사람보다 중요한 것이 자신의 돈과 자신의 행복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반복된 삶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그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요. 간혹 내가 힘들어질 수 있지만, 주변의 사람을 돌아보라고요. 사랑을 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일상의 위대함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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