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트 기도의 길 - 다시 깨어나는 거룩한 상상력 사회 속의 교회, 교회 속의 사회
에스더 드발 지음, 이민희 옮김 / 비아토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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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히 주님께 나아갑니다. 온갖 소음에 찌들어버린 우리. 걱정과 염려에 사로잡혀 버린 우리. 단순하게 주님을 의뢰하고 싶지만, 우리의 탐욕과 주변의 환경은 우리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기대하며 나아갑니다.



묵묵부답일 때가 많습니다. 누구는 더 크게 소리치라 합니다. 더 간절하게 외쳐야 한다 말합니다. 답답한 우리의 마음 어찌할 수 없으니 애써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인가 어긋나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더 크게 외칠수록 나 자신이 점점 더 커져가는 것만 같습니다.



역사 속의 지혜를 펼쳐봅니다. 켈트 그리스도교의 영성을 들추어봅니다. 그들이 고대했고, 붙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봅니다. 다시 중심을 맞춥니다. 삼위일체 하나님께 초점을 맞춥니다. 나 자신을 내려놓습니다. 침묵합니다. 다가갑니다. 주위를 둘러봅니다.



『켈트 기도의 길』의 저자 에스더 드발(Esther de Waal)은 켈트 그리스도교의 전통과 영성을 통해 지금 우리가 배우고 따라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줍니다. 우리가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찬찬히 돌아봅니다. 혹여나 가장 중요한 것을 빠뜨리지는 않았는지 물어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깊은 영성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신비로의 여정입니다. 무엇인가 정답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를 이 여정 가운데 함께하자 손 내밉니다. 철저하게 삼위일체 하나님과 독대하는 여정인 듯하지만, 이미 걸어간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응원합니다.



이 책에는 켈트 그리스도교의 다양한 기도문이 실려있습니다. 우리는 이 기도를 읊조리며 하나님께 나가봅니다. 이 기도문들은 삼위일체 하나님이 중심이 되며, 일상에 잇대어 있습니다. 더불어 전 우주를 감싸고 품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켈트 기도의 길을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만물을 품는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나 자신을 위해, 나의 무엇을 위해 울부짖었던 우리의 모습에서 벗어납니다. 더 낮아지길 원하며, 더 침묵하게 됩니다. 삼위일체 하나님과 함께하며, 일상을 붙들고, 온 우주를 감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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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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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참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좋아합니다. 그 '말'이라는 게 개입하고 참견한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사람에게 그러한 말 한마디는 비수가 됩니다. 애당초 배려와 공감에는 서툰 것 같아 이해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는 본인입니다. 자신만 잘하면 됩니다. 그러면 변합니다. 주변도 변하고 세상도 변합니다. 최선으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뚱맞은 자신의 철학을 주입시키려 해서는 안 됩니다. 그저 마음을 헤아려주면 됩니다. 그 사람들은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따뜻함일까요? 함께 하는 것일까요? 공감일까요? 아무튼 이 책 『시와 산책』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책입니다. 무엇인가를 강요하지도 않고, 변화를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옆에서 함께 있어주고, 자신이 해야 할 바를 묵묵히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관심을 줍니다. 살짝 손을 건네는 느낌이랄까요? 어루만져 주고 쓰다듬어줍니다. 한정원 작가의 글은 시와 가까이한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군더더기 없습니다. 시와 같은 산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자와 함께 걷다 보면 어느새 고요해집니다. 숙연해집니다. 따뜻해집니다. 얼음장같이 차가웠던 마음에 조금씩 졸졸 물이 흐릅니다. 조금 지나다 보면 그 물소리는 더 커지겠지요. 우리네 마음은 소중합니다. 그 누구도 강제할 수 없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우리를 살립니다.




그러고 보니 똑같은 '말'이네요.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것이 말입니다. 살리는 말, 감싸는 말, 생동감 넘치게 하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마음에 폭풍우가 휘몰아칠 때, 그러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이 책의 작가처럼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따듯한 말 한마디 보태고 싶은 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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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엔도 슈사쿠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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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쓴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대부분 작가들이 자신의 소설에서는 본인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소설에서는 작가보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더 집중됩니다. 그것이 이야기에 푹 빠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서사에 몰입되어 이야기의 세상 안으로 들어갑니다.



반면 에세이는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표현됩니다. 그의 세계를 알 수 있습니다. 어디에 사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하루 종일 무엇을 하는지와 같이 말입니다. 소설이 이야기에 몰입되었다면, 에세이는 문장 하나하나에 집중됩니다. 작가의 일상이 새로운 옷을 입고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특별히 소설가의 에세이는 독특합니다. 소설에서 경험하지 못한 작가들의 내밀한 세계를 엿보는 느낌이랄까요. 더불어 문장이 예술입니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도 힘이지만, 문장 자체가 가진 완성도에 놀랍니다. 문장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엔도 슈사쿠의 에세이입니다. 동물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담긴 책입니다. 네. 맞습니다. 그 엔도 슈사쿠입니다. 『침묵』, 『예수의 생애』, 『깊은 강』의 저자입니다. 그래서 더 놀랍습니다. 이게 정말 엔도 슈사쿠가 쓴 글이야? 하고 되물어보면서 읽습니다.



왜냐하면 소설과는 다르게 이 에세이는 매우 명랑합니다. 작가에게 이런 면모가 있다니. 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함을 곳곳에서 마주합니다. 이 에세이에서의 엔도 슈사쿠는 유쾌하며, 따뜻합니다. 물론 이러한 섬세함이 그의 소설의 등장인물들에게 우리가 몰입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말입니다.



무엇보다 작가는 동물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을 사랑합니다. 개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지만, 원숭이와 너구리, 새와 식물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자가 얼마나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지, 그의 애틋한 마음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반대로 동물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동물에게 느끼는 어떠함이라는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서 흥미진진합니다. 동물들의 행동과 감정의 변화를 보면서 잔잔한 웃음을 짓다가, 눈물을 훔칠 때도 있습니다. 동물과의 서사가 있는 독자에게 많은 것을 불러일으키는 책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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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당 선생, 일상을 말하다
홍정환 지음 / 죠이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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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러 잣대로 그리스도인을 평가합니다. 말씀과 기도 생활, 주일 성수 등이 핵심적인 판단 기준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현장은 '일상'입니다. 먹고, 자고, 직장 생활을 하는 등의 일상적 풍경이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문제는 일상을 구속하지 않은 채 말씀과 기도, 주일 성수만을 강조하는 데 있습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우리네 삶에 대한 통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자세로 일상을 보내야 하는지,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오랫동안 일상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던 『호당 선생, 일상을 말하다』의 저자 홍정환. 그는 서른 살부터 10여 년을 일상생활 사역연구소에서 일상과 신앙의 연결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그러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야기라는 장르를 통해 일상의 가치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며, 진지함과 엉뚱함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뚜렷한 한 가지 사실을 붙들고 갑니다. 우리의 삶에서 마주한 모든 것들이 소중함을 말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소소한 것들에 집중합니다. 가령 설거지, 잠, 똥, 밥 등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의 감정, 관계, 하나님 나라로 그 영역은 확장됩니다. 호당 선생과 함께 하는 이야기 속에 우리는 삶의 소중함을 재발견합니다.



신앙과 삶은 잇대어 있습니다. 동떨어질 수 없습니다. 결국 우리의 신앙은 우리의 삶에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태도와 말은 우리의 신앙을 보여주기 위한 통로입니다. 일상에서 보이는 작은 삶의 습관은 우리가 참 그리스도인인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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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과 함께 - 고대 근동의 눈으로 구약의 하나님 보기
이상환 지음 / 도서출판 학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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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진일보를 이루기 위해서 넘어야 할 장벽이 많습니다. 먼저는 객관적 정보를 알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관계는 시작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계를 통한 주관적 정보가 쌓입니다. 이러한 정보는 다른 누군가가 대신 알려줄 수 없습니다. '너와 나'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자연스레 얻을 수 있는 선물과 같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도 동일합니다. 화석화된 정보는 관계의 시작점은 되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더 깊은 친밀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하나님 이야기에서 하나님을 발견해야 합니다. 이해되고 설득된 하나님은 추상적이거나 객관적인 실체로 머무르지 않습니다. 나에게 다가오며, 나의 삶에 개입하십니다.



『신들과 함께』의 이상환 저자는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주장합니다. 관계의 시작점인 암기의 영역에서 머물렀던 하나님에 대한 이해를 탈박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즉 암기의 영역에서 벗어나 이해의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구약성경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봅니다. 흔히 '고대 근동'이라고 명명하는 공간입니다. 언약 백성이었던 이스라엘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입니다. 특히 고대 근동의 다신관과 이스라엘 하나님의 '오직-야훼-신앙'과의 비교를 통해 하나님의 속성을 파악하고자 합니다.



저자는 고대 근동의 신관을 다신론이라 합니다. 그 이유는 고대인들이 생각하는 신은 존재할 수 있는 범위나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 신이 모든 우주를 다스린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들의 사고 밖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당시의 눈으로 본다면 야훼 하나님은 매우 독특하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성경이 우주 만물을 주관하시는 무소부재한 하나님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초월성, 전능하심, 무소부재하심을 성경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은 학문적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신학 서적과 신앙 서점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고대 근동의 신'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쉽게 저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대 근동의 신들과 야훼 하나님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의 신앙을 고취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고대 근동의 신에 대한 다양한 책과 병행하여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좀 더 폭넓게 고대 근동의 문화와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저자가 강조하듯 암기의 영역이 아닌 이해의 영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더욱 세심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구약성경은 신약성경에 비해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높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구약을 '하나님 이야기'로 읽어나가다 보면 신약과는 다른 풍성하고 다채로운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고대 근동에 대한 선지식입니다. 구약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책들이 나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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