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 대한 철저한 이해 없이 기독교 교리를 이해할 수 없다. 기독교 교리가 어떻게 역사적으로 형성되었는지도 이해할 수 없으며, 현재 기독교 교리가 주장하는 진리에 관해 고유하고 정당한 판단도 가질 수 없다. 역사비평적 성서주석으로부터 조직신학으로 이행하는 것은 철학적으로 형성된 의식 없이 올바르게 -자립적 판단형성을 향한 이행이라는 의미에서- 수행될 수 없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런 철학 혹은 저런 철학의 견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학적 개념형성과 철학적 개념형성의 역사에 대한 탐구를 통해서 생기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 P13

우리 시대의 평균적인 기독교 설교의 안타까운 상황은 특히 조직신학의 과제들과 씨름하는 것을 꺼리는 태도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조직신학의 과제들과 의미 있게 씨름하려면 바로 철학적 문제 지평에 대한 충분한 숙지가 또한 필요하다. 조직적·신학적 판단형성이 이 철학적 문제 지평 안에서 실행되기 때문이다. 성서주석, 철학, 교리사 그리고 신학사의 지식들이 결합되고 난 후에 우리는 비로소 기독교 교리의 문제들에서 논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 P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기 교회의 성경
후스토 L. 곤잘레스 지음, 김기철 옮김 / 복있는사람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 시간 동안 성경만큼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책이 있을까요? 언어와 문화, 사회적 배경 등으로 인한 차이는 다양한 해석을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성경을 어떠한 책으로 규정하는가에 따라 성경에 관한 관점은 더욱 상이해집니다. 기독교인들이라면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그 논의는 매우 복잡해집니다.



『초기 교회의 성경』은 이러한 논쟁을 해결하고자 쓴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역사학자인 후스토 L. 곤잘레스(Justo L. González)는 특유의 객관적이고 간결한 글쓰기를 통해 명쾌하게 성경의 역사를 제시합니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첨예한 논쟁이 있을 수 있는 성경에 대한 관점을 깔끔하게 정리해 줍니다. 저자는 그저 최대한 꼼꼼하게 초대 교회에서 형성된 성경의 역사를 살필 뿐인데도 말입니다.



저자는 고대 교회에서부터 형성된 성경이 오랜 세월 우리에게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그 과정을 세세하게 그려냅니다. 마치 고대의 시점으로 돌아가 정성을 다해 성경을 받아쓰는 필경사가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우리는 초기 필사자들의 헌신을 목도합니다. 그들의 열정에 감사하는 길은 하나님의 말씀을 살아내고, 전하고, 나누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성경이 필사되고 번역되고 해석되는 과정에서 오류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 자체는 진실하고 무오하나, 성경에는 오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겸손하게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성경 연구나 적용에 있어 항상 겸손함을 유지하는 자세는 필수입니다.



성경은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었습니다. 돌에 새겨졌던 말씀은 가죽으로 만든 두루마리에 쓰였습니다. 기독교가 널리 퍼지면서 성경은 파피루스나 양피지에 베껴졌고, 두루마리는 다시 코덱스 형태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인쇄술의 발달로 인해 성경은 종이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이제는 디지털 형태로 어디서든 성경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형이 아닙니다. 변화가 있을 때마다 불평의 목소리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자세로 성경을 대하는지가 핵심입니다. 그것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살아내는지가 중요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언제나 동일합니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으로 쉽게 성경의 역사를 톺아보는 이 책은 어떻게 성경을 대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책이 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을 ‘전능‘하신 분으로 고백할 때 우리는 하나님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다 하실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통치 곧 다스림 아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말은 죄와 악과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만물에는 질서가 있다는 뜻이다. - P182

과거에서 배우는 이 교훈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성경이 두루마리나 코덱스 안에 있어도, 양피지나 종이 위에 있어도, 인쇄물이나 디지털 형태로 있어도 하나님의 말씀은 언제나 동일하다. 그리고 약속도 이처럼 동일하다. "하나님이 내보내신 이 말씀은 빈손으로 하나님께 되돌아가는 법이 없으며, 그 보내신 목적을 이루고야 말 것이다!" - P2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틸리케의 설교는 눈을 번쩍 뜨게 만들고, 가슴을 치게 만든다. 그 누구도 그의 말씀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말씀에 반응할 때에만 진정한 자유가 주어진다.

그는 피하여 지나가면서 그 불쌍한 사람을 보지 않습니다. 그 불쌍한 사람의 얼굴이 그를 고발하며 그의 손을 쳐서 수많은 이유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자도 가난한 나사로를 문 밖에 있게 했었지요. 그가 나사로를 자기 집에 들이지 않은 것은, 나사로에게서 이가 옮을까, 또는 자기가 결핵에 걸릴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나사로를 보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우리는 자진해서 모든 이를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웃의 불행을 보는 것, 이것이 이웃 사랑의 첫 번째 행위인데 말입니다. 사랑은 먼저 찾도록 하고, 발견하게 합니다. 사랑은 눈을 먼저 사로잡고, 그 다음에 손을 사로잡습니다. 눈을 감으면, 손도 할 일이 없게 됩니다. 결국엔 양심도 잠들고 맙니다. - P310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자기중심적인 계획과 의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하나님이 오늘 나에게 맡기시는 과제를 기다릴 용의가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나에게 즉석 실행을 요구하십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맡기시는 과제는 언제나 의외성을 가지고 있고, 갇히거나 다치거나 걱정하는 형제자매들은-구원자께서는 이들의 모습을 하고 나를 만나십니다- 내가 하필 다른 일을 계획하거나 전혀 다른 의무들에 몰두할 때 결정적으로 내 앞길에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 P3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님의 날개 아래
코넬리우스 플랜팅가 Jr. 지음, 홍종락 옮김 / 복있는사람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님의 본을 받아 그를 따라가는 것이 제자의 길입니다. 힘들고 고되지만,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하나님 나라 백성의 삶입니다. 척박한 길을 걸어갈 때 넘어질 수 있습니다. 때로는 목표를 잃어버릴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힘을 북돋아 주고, 방향을 지시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깊은 묵상과 치밀한 연구, 타인을 향한 공감이 배어있는 설교를 들으면 머리가 번쩍이고 가슴이 뜁니다. 그러한 설교는 깨달음과 더불어, 태도나 행동의 변화까지 이어집니다. 결국 그런 설교를 통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갑니다.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자양분이 됩니다.



이 책의 저자 코넬리우스 플랜팅가 Jr.(Cornelius Plantinga Jr.)는 『우리의 죄, 하나님의 샬롬』, 『설교자의 서재』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그는 조직신학을 가르쳤고, 인문학 전반에 해박한 학자입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저자는 설교를 사랑한 설교자입니다.



플랜팅가는 성경 본문을 다른 시각으로 보려 합니다. 흔히 우리가 접하는 설교와는 다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자신의 글을 묵상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묵상은 반추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자와 함께 본문을 묵상하다 보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을 맛보게 됩니다.



스무 편의 묵상과 짧은 기도문을 통해 우리는 저자와 함께 본문을 항해합니다. 그동안 피상적으로 알았던 본문을 새롭게 탐색합니다. 저자는 본문 자체의 문맥과 배경뿐만 아니라 성경에서 본문이 차지하는 위치를 파악하여 더 깊은 세계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하나님 나라를 살아간다는 것은 신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누구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외롭고 고독한 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말씀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은 우리에게 필수입니다. 이 묵상집을 통해 홀로 있는 것만 같을 때 여전히 함께 하시며 손 내미시는 하나님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