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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신학 수업
강영안 지음 / 복있는사람 / 2021년 3월
평점 :
그리스도인으로서 철학을 한다는 것이 왠지 어울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학'은 하나님의 계시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철학'은 합리적 사고와 철저한 존재론적 질문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렇듯 신학과 철학은 정반대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주어진 계시 안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철저하게 비판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회의적인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형성된 것들을 내려놓고 집요하게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진리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할 때, 우리는 우리를 드러내고 살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철학'과 '신학'은 다르지만 같습니다. 어디로부터 시작하는지는 다르지만, 끊임없이 질문함에 있어 비슷합니다.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 신앙과 이성의 관계, 세상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반복된 질문으로 인해 우리가 찾는 그 무엇은 보다 더 섬세해지고 정교해집니다. 더 따뜻하고 넓어집니다.
철학과 신학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신앙을 철학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강영안 교수. 저자는 오랫동안 동서양의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에 대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더불어 꾸준히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철학적으로 모색하는 글을 써왔습니다.
이 책 『철학자의 신학 수업』은 조금 더 직접적으로 신학과 철학의 대화를 모색합니다. 저자는 체스터턴과 파스칼, 아우구스티누스, 에라스무스, 함석헌 등의 다양한 철학자를 통해 '하나님과 인간, 이성과 신앙, 세상과 그리스도인'이라는 신학적 질문에 대답하고자 합니다.
이 책을 써 내려가는 저자의 글쓰기는 독특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아왔던 명제가 실제로는 잘못 알려졌음을 밝힙니다. 예를 들어 "불합리하기 때문에 나는 믿는다"라는 말이 테르툴리아누스의 말이라고 대부분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여러 텍스트를 면밀하게 살핀 뒤에 그러한 주장은 테르툴리아누스의 말이 아니라고 밝힙니다.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오랫동안 잘못 알려졌던 명제의 근원을 살펴서 교정함과 동시에 그 명제의 깊은 뜻을 헤아려 봅니다. 또한 그 문장을 주장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진의에 주목합니다. 독자들은 그릇된 명제를 알게 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전후 문맥을 통해 더욱 풍성한 가르침을 얻게 됩니다.
더불어 이 책은 매우 실제적이고 구체적입니다. 이 책은 2021년 3월에 출간된 책입니다. 한참 코로나 팬데믹 상황 가운데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우왕좌왕하는 때였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비판적으로 질문을 던지며, 일상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 줍니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과 교회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행동해야 할지를 비판적으로 되물어봅니다. 철학자의 시선에서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현상을 분석합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하게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제안합니다.
여전히 이 책은 유효합니다. 아직도 거짓 뉴스는 확대 재생산됩니다. 지금도 자신들의 사고와 세계관에 갇혀 편을 짓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주어진 진리에 우리를 드러내고, 과감하게 우리를 내려놓고, 우리를 나누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