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밖으로 나가 걸으면서 즐거움을 얻으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자유로운 시간, 자유롭게 걸을 장소, 질병이나 사회적 속박에서 자유로운 육체가 그것이다. 이 기본적 자유는 무수한 투쟁의 목적이 되어왔다.
보행을 위해 단체를 조직하는 것은 얼핏 보기에는 이상하다. 실제로 보행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자주 언급하는 독립, 고독, 자유는 조직과 통솔이 없는 데서 온다.
즐거움을 위해 걷는 일은 인간의 가능성을 구성하는 레퍼토리 중 하나가 되었고, 그 가능성의 실현을 경험한 사람들 가운데 몇몇이 세상을 바꾸는 작업에 나섰다. 그 결과로 세상은 일종의 정원, 요컨대 모두가 출입할 수 있는 담장 없는 정원이 되었다.
세상이 정원이라는 생각은 본질적으로 탈정치적인 생각, 세상이 정원이 되는 것을 방해하는 온갖 고통들을 외면하는 생각이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길은 그것의 풍경을 지나는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한 앞사람의 해석이다. 길을 따라간다는 것은 먼저 간 사람의 해석을 받아들인다는 것, 학자나 탐정이나 순례자처럼 먼저 간 사람의 뒤를 밟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