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리시 -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을 성장의 무기로 만드는 법
조용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평점 :
그동안 계속 회사에 소속되어 출퇴근을 하는 방식으로만 일을 해와서인지, 딱히 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요즘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애매한 기분일 때가 많다. 프리랜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그럭저럭 자유로운 시간 활용 덕분에 일을 하는 틈틈이 오전 시간을 활용해서 강의를 듣기도 하고, 원데이 클래스 체험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렇게 배운 것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도, 또 뭘 배우고 갖춰야 할지도 모든 게 좀 막연했다. 일하는 현장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이나 업무 담당자에게 필요한 역량이 너무 빠른 속도로 바뀌어 가서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점도 내 고민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그런 고민들이 쌓여가는 타이밍에 이 책의 소개를 읽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먼저 활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거기까지만 읽고는 지금까지 읽어왔던 누구에게나 무한한 잠재력이 있으니 그것을 발견하자!라는 말랑한 주장을 담고 있을까봐 살짝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 우려를 할 거라는 걸 짐작이라도 한듯 저자는 책의 앞부분에서 그런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새로운 잠재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며 프롤로그에서부터 전체적으로 기대가 되었는데, 올해 읽은 책 중에서 프롤로그가 가장 군더더기 없이 짜임새가 깔끔했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통해 어떤 내용을 어떤 순서로 읽게 될 것이며, 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지가 일목요연하게 적혀있었다. 앞으로 책의 모든 챕터가 이렇게 논리정연하겠다는 기대를 안고 책을 읽어나갔다.

아무래도 언리시라는 개념이 생소했는데,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이미 어떤 의미이고 어떤 의도로 사용했는지가 명확하게 와닿았다. 이건 그냥 개인적인 취향인 것 같기도 한데, 중언부언하며 핵심을 흐리지 않고 깔끔하고 짜임새 있게 모든 부분이 구성되어 있어서 처음 접하는 개념도 이해하기가 쉬웠다. 그리고 내가 하는 고민이 초반부터 다루어지고 있어서 더 집중해서 읽었다. 새로운 걸 계속해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으니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으로 이해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은 런이었는데, 언런과 리런도 중요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전례없는 문제에 대응할 수는 없으니, 이미 배운 걸 일부러 잊고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배우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내용이 새로웠다.

지금까지도 늘 그래왔지만 앞으로는 더욱, 답이 하나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상황보다는 여러 상황들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가 많아질 거다. 실제로 마지막에 다녔던 회사에서는 시한폭탄처럼 터지는 문제들과 정확하게 겹치는 전례가 거의 없었다. 그때마다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느라 머리가 터졌던 기억이 나면서, 그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이 이 부분이었던 것 같다. 장점과 단점이 아닌 '특성'을 파악해서, 그 특성을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 재료를 쓸 것과 버릴 것으로 구분하지 않는 정관스님의 부엌처럼 나 자신을 스스로 그렇게 파악하는 훈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사람이 무리에서 가장 똑똑해 보인다는 걸 안다는 부분을 읽으며 나도 깊이 공감했다. 실제로 회사에서 회의할 때 저런 의견을 내는 게 제일 쉽고 일을 잘하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걸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왜 반대를 위한 반대를 저렇게 피곤하게 하는 걸까를 늘 고민했는데, 그렇게 해야 일잘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누군가의 의견에 꼬투리를 잡기 위해서, 단순히 반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데이터를 주도적으로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하는 버릇을 들여야겠다.

책에는 이미 어디선가 한번은 들어봤을 내용들도 제법 있었는데, 그 내용을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흥미로웠다. 알고 있는 내용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책에는 이미 어디선가 한번은 들어봤을 내용들도 제법 있었는데, 그 내용을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흥미로웠다. 알고 있는 내용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최소 19곳에서 불합격 연락을 받았는데, 그때는 절망했을지 몰라도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때 회복탄력성이 많이 길러진 것 같다고 했다. 크든 작든 실패를 하면 정신적으로 타격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회복을 잘 해내면 그게 또다른 능력이 될 수 있다니 이미 일어난 실패에 너무 골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손으로 필사를 하기 전에 미리 나 혼자보는 독서노트를 정리할 때 이 책을 읽으면서 역대급으로 많은 문장을 기록했다. 생각해볼만한 문장이 많기도 했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이기도 했다. 많은 이야기들이 인상적이었지만, 책의 주요한 주장이기도 한 두 가지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첫째는 나에게 주어진 상황, 도구, 정보, 당면한 문제 등 모든 것이 내 새로운 잠재력이 될 수 있으므로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할 것, 둘째는 장점과 단점, 강점과 약점으로 무조건 구분하지 말고 특성으로 객관적으로 보는 습관을 들일 것이었다. 특히 책에서 권했던 고해상도 자기 설명서를 오늘부터 작성해보려고 한다. 주관적인 해석이 섞이지 않도록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실 관계만 적는 방식으로. 이미 알고 있었든, 아직 몰랐든 내 특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열심히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