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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엽서
안느 브레스트 지음, 이수진 옮김 / 사유와공감 / 2024년 1월
평점 :
이 소설은 안느 브레스트의 실제 가족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2003년 1월 눈이 쌓인 아침에 받은 익명의 엽서를 시작으로 한 가족의 역사를 쫓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브레스트는 이 작품을 통해 유대인 가족의 희생과 역사를 다루며 현대사회에서의 삶에 대한 진술을 담아냈습니다. 우편엽서는 현지와 유럽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브레스트는 자신의 경험과 역사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진정한 소설을 창작한 것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2003년 1월, 온 동네에 눈이 가득 쌓인 아침. ‘나’는 익명으로 온 엽서 한 장을 받았다. 한 면에는 오페라 가르니에 사진, 다른 면에는 삐뚤빼뚤한 필체로 네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외삼촌의 이름이었다. 이들은 1942년 아우슈비츠에서 생을 마감한 자들이었다. 보내는 사람의 이름이나 서명은 없었다. 오직 네 사람의 이름만 적혀 있을 뿐. 이 엽서는 누가, 왜 보낸 것일까?
‘나’의 아버지는 엽서에 붙은 우표를 통해 이 우편엽서가 1990년대 초에 보내졌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시간이 흐르며 우편엽서에 대한 의문은 점차 그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3년, 그 의문은 ‘나’에 의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작가 안느 브레스트의 실제 가족사를 기록한 이 소설은, 꺼림칙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한 장의 엽서에서 시작된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엽서를 보낸 이를 찾고자 유럽 곳곳에서 조사를 시작하고, 범죄학자인 사립 탐정의 도움을 받아 가족이 체포되었던 마을의 주민들과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실제 조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이 소설은 백 년 전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비노비치 부부의 낭만적인 운명, 러시아에서의 탈출, 라트비아를 거쳐 팔레스타인으로 향하는 여정을 조망한다. 2차 세계 대전 시기 프랑스의 유대인 박해와 학살을 방조한 행동과, 침묵하고 망각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세련된 문체로 기술한다.
이 작품은 한 집안의 가계와 역사를 파헤친 조사서이자 소설이며, 현대에 ‘유대인’으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현지에서 35만 부가 판매되었고, 유럽권 다수 국가에 판권 수출이 이루어졌다.
안느 브레스트는 우편엽서가 꼼꼼한 역사적 연구와 자신의 실제 경험에 기반을 둔 ‘진정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소설적 기법(만들어진 대사, 내러티브 압축)을 사용하여 추리 소설의 페이지를 넘기는 듯한 긴박감과 삶이 전개되는 즉각성을 모두 부여했다.
‘고등학생이 선정한 르노도상’, ‘미국 공쿠르상’, ‘엘르 독자 선정 문학상’ 외 다수의 문학상을 받은 작가 안느 브레스트는 이 작품에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녹여냈다. 담담한 문체 속에 세밀한 감정선이 담겨 있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라비노비치 가족의 모든 후손에게 남긴다는 이 소설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길 원하는 저자의 의지와 소망이 담겨 있다. 우편엽서는 저자 안느 브레스트의 인생의 한 부분을 매듭지어주는 책이다.
20세기의 중요하고 비극적인 역사의 한 조각, 우편엽서를 통해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