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크 숍 더 문 : 흉산의 주인 앤티크 숍 더 문
선우 지음 / 달꽃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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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작가는 신화와 전설, 초자연적 존재를 현대적 배경에 독창적으로 엮어냈습니다. 그의 작품은 주로 퇴마와 영적 이야기를 소재로 하며, 현실과 판타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전개가 특징입니다. 선우 작가는 긴장감 넘치는 서사와 섬세한 심리 묘사로 독자들을 몰입시킵니다.

이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전통적 신화와 민담, 무속신앙의 요소를 아는 것이 유리합니다. 특히, 이무기, 산도깨비, 서낭신과 같은 개념은 한국 고유의 민속적 색채를 띠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지식이 이해도를 높이고, 작품 속에서 사용되는 은유와 상징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한다고 사료됩니다.

작가는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그리고 초자연적 존재들과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흉산’이라는 공간은 이러한 주제를 더욱 심화하며, 인간과 신의 관계에서 얽힌 권력 다툼과 연관된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 윤회에 대한 고민을 유도했습니다.

"앤티크 숍 더문 - 흉산의 주인"은 신비롭고 어둠이 깃든 산 ‘용골’과 그곳의 주인으로 군림하는 이무기, 퇴마를 전문으로 하는 문 사장과 그의 동료들이 벌이는 치열한 싸움이 중심이 됩다. 이들의 대립은 인간의 욕망, 신들의 위력, 그리고 초자연적 존재 간의 힘의 균형을 탐구하며 스릴 넘치는 전개를 이끌어갑니다. 다양한 신화적 요소와 전설이 결합된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듭니다.

📌“예부터 이곳은 용골이라고 해서 험준한 산으로 유명했지. 원래 이런 산에는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아 영기 가득한 산이 되지”

용골이라는 가상의 산을 배경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곳은 영험한 기운으로 가득하지만, 산에 발을 들인 이들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이러한 배경 설정은 초자연적 서스펜스를 강화하며 독자를 매료시킵니다. 특히, 이 산의 주인인 ‘산주인’과 인간들이 맺는 복잡한 관계는 독특한 서사의 출발점이 됩니다. 송 이장과 같은 인물들이 영생을 갈망하며, 영적 존재와 위험한 거래를 감행하는 모습은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과 도덕적 한계를 보여줍니다.


주인공 문 사장은 앤티크 숍을 운영하는 신비로운 인물로, 퇴마와 초자연적인 사건에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의 비범한 능력과 복잡한 과거는 이야기에 깊이를 더해 줍니다. 송 이장은 영생을 얻기 위해 산주인의 힘을 사용하려는 무속인으로, 자신의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를 보조하는 은섭은 어린 시절 신병에 걸려 송 이장의 제자로 들어선 인물로, 그의 비극적인 과거는 동정을 자아냈습니다.

📌“주인님은 저승신장 산도깨비와의 악연으로 복수를, 송 이장은 환혼을 통한 영생을, 각자 원하고 있습니다”

문 사장과 송 이장 사이의 갈등은 인간의 탐욕이 초자연적 세계를 얼마나 어지럽힐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특히, 산주인이 점점 인간을 잡아먹고 기생하는 존재로 변모하며 무속적 세계의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래, 한번 해보라지. 그게 어떤 삶인지…… 텅빈 삶……”
— 문 사장이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던지는 이 말은 인간의 욕심과 윤회의 고통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 산은 내 터이다. 시간이 흐르면 내 기운이 신을 누를 테고 그때 너희 모두를 먹어주마!”
— 산주인의 말은 그의 지배적인 성향과 위험성을 강조합니다.

📌“신을 훔치는 방법이 여럿 있기는 하지만 예부터 신기가 빠진 무당이 더 큰 신을 받거나, 부리기 위해 다른 신을 훔치는 일이 종종 있기는 했었다.”
— 작품의 중심 갈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설명입니다.

📌“송 이장은 집을 나서 아직 어둑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 깊이 자리한 이 마을은 예부터 '용골'이라고 불리던 곳이었다”

선우 작가는 능숙하게 긴장감을 조율합니다. 도입부부터 등장인물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사건은 독자에게 깊은 불안감을 조성하며, 용골 산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예상치 못한 전개로 이어집니다. 각종 전설과 신화 속 등장하는 창귀와 산주인의 모습은 무속과 설화의 색채를 강하게 띠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속적 의례와 신의 분노를 묘사하는 장면은 독특한 몰입감을 줍니다.


📌“결국 이 산은 내 터이다. 시간이 흐르면 내 기운이 신을 누를 테고 그때 너희 모두를 먹어주마!”

이야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인간과 신의 관계입니다. 송 이장처럼 신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려는 그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줍니다. 이무기로 변한 산주인이나 송 이장의 복잡한 과거는 신의 힘을 빌린 인간이 결국에는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는 사례입니다.

소설은 공포 소설의 전형적인 특징인 어둠, 비밀스러운 사건들, 산속의 비명과 같은 요소를 통해 독자의 긴장감을 끌어올립니다. 예를 들어,
📌“시신은 인간들의 영역이지만, 혼은 다르지”라는 문장은 소름 끼치는 느낌을 주며, 이야기에 미묘한 불안감을 심어 주었습니다.

작가는 작품에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비극을 낳고, 자연의 질서가 그것을 어떻게 조율하는지를 다룹니다. 이 이야기는 영생을 꿈꾸는 인간의 허망함과 자연을 거스르는 자의 운명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은섭이 자신의 비극적 과거를 뒤로하고 스스로 벌을 받겠다는 결심을 하는 장면은 인간의 구속과 자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선우 작가의 "앤티크 숍 더 문 - 흉산의 주인"은 한국 전통 무속과 설화를 현대적 서스펜스와 결합한 독특한 작품입니다. 무속 신앙과 인간의 본성을 다룬 이 책은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어 독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섬세한 심리 묘사, 그리고 인간의 본성과 초자연적 존재 사이의 갈등은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용골의 신비로운 배경은 미신의 집합체가 아니라, 인간의 욕심이 자연의 이치를 깨뜨릴 때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보여 줍니다. 이 과정에서 문 사장의 퇴마 활동은 악을 물리치는 행위가 아니라, 더 큰 그림에서 조화와 균형을 찾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작품은 결말에서 주인공들의 변화와 성장을 강조합니다. 문 사장의 결단과 산도깨비와의 협력은 새로운 시작을 암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영생과 욕망의 추구는 인간에게 진정한 해방을 주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또한 작가는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신의 영역을 넘보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무속의 세계와 전설이 현대적 서사에 잘 녹아들어 있는 것은 물론, 한국 오컬트, 영화 파묘 등 이 장르에 흥미 있는 독자라면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퇴마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욕망, 그리고 그 사이의 선을 탐구하는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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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팅 데이
이현진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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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 작가는 한국 문학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데뷔한 신예 작가입니다. 그가 그려낸 다크 히어로의 세계는 국내 문학에서는 드물게 반사회적 성향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심리적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능력이 특히 돋보였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의 정의와 윤리적 기준을 재검토하고자 합니다. 작품 속 주인공 희태의 ‘치팅 데이’라는 설정은 인간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과 복수심을 인정하되, 그것이 어떻게 제어되고 사회적 제도 속에서 나타나는지를 보여줍니다. 작가는 선과 악의 경계를 고민하며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유도했습니다.


소설은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아 선과 악의 경계와 사회 정의의 실체를 탐구합니다. 이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회색 지대와 초법적 정의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도덕적 상대주의와 사회의 정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야기는 평범한 초등 교사 정희태가 자신의 선을 침범하는 악인들을 처단하며 내면의 반사회적 본성을 해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가 규칙적으로 실행하는 '치팅 데이'와, 예상치 못한 맞대결을 펼치게 되는 또 다른 사이코패스와의 대립은 극도로 긴장감 있는 전개를 이끕니다. ‘치팅 데이’라는 개념은 범죄자의 살인 충동을 정당화하는 독특한 장치로, 작가가 정의하는 ‘악’을 처리하는 그의 방식을 통해 사회적 정의의 개념과 그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작가는 희태의 과거와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그가 왜 ‘치팅 데이’를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합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의 폭력은 그가 왜 자기만의 법을 따르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 소설은 스릴러가 아닌,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모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결과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걸리느냐 안 걸리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는 희태의 사고방식이 사회적 규범보다는 개인적인 윤리 기준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희태가 겪는 감정의 결핍과 고립은 그가 평범함을 갈구하면서도 본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는 📌“속여도 되는 날. 내가 다시 착한 아이가 되었다고 믿는 엄마를 속이고”라는 구절처럼 표면적으로는 정상적인 삶을 사는 척하지만, 내면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치명적인 방식으로 발현됩니다. 이와 같이 작가는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며 공감과 비난을 동시에 자아내는 묘미를 선사합니다.


작품은 희태의 치밀한 계획이 예상치 못한 인물, 경찰 한동규에 의해 방해받는 순간 큰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두 사이코패스의 대결은 단순히 선악의 싸움이 아니라, 누구의 정의가 더 강력한지를 놓고 벌이는 심리전으로 발전합니다. 이는 스릴러를 넘어 인간의 본능과 사회적 가치의 충돌을 궁구하는 무대가 됩니다. 한동규의 등장으로 희태는 자신이 확신하던 정의와 행동의 정당성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되며, 이야기는 보다 복합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이 소설은 희태의 경험을 통해 법과 제도가 모든 부조리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비판합니다. 그는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처벌을 피하는 범죄자들을 응징하며, 그의 행동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특히 📌“법은 그렇게 가해자들을 교화시키지도, 피해자들을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나게 하지도 못한다”는 문장은 법과 정의의 본질적 한계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며, 개인적 정의 실현의 위험성을 동시에 상기시킵니다.


작가는 작품의 후반부에서 희태가 자신의 행동의 의미와 결과에 대한 회의에 빠지는 모습을 통해 다크 히어로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결국 네가 하는 짓 역시 계속해서 또 다른 피해자와 괴물을 만들어 낼 뿐이야”라는 한동규의 말은 희태의 신념을 흔들며, 그가 진정으로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악인과의 대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의롭다고 믿는 행동이 오히려 새로운 폭력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로 작용합니다.


이현진 작가의 "치팅 데이"는 평범함과 기이함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를 도덕과 정의의 혼란 속으로 인도합니다. 작품은 흔히 볼 수 있는 초법적 정의의 다크 히어로 스토리이지만, 한국적 맥락과 작가의 세심한 내면 묘사로 특별함을 더합니다. 희태의 치팅 데이는 스스로에게 허용한 예외일 뿐이지만, 이는 독자로 하여금 정의와 복수의 차이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희태의 행동을 '악'으로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릴 적 겪은 부당함과 트라우마는 그의 심리적 성향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어린 시절 학대받은 경험과 어머니의 교육은 그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인간이 가진 폭력성과 복수심의 뿌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특히 다른 사이코패스 살인마인 한동규는 인간 본성의 다면성을 보여 주며, 폭력과 복수의 악순환을 통해 그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동기와 배경을 강조합니다. 법과 질서가 보호하지 못하는 빈틈을 메우려는 희태의 행동은 법과 도덕의 한계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치팅 데이"는 "악을 처단한다"는 서사에서 벗어나, 이러한 행동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그리고 결국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작가는 각 인물들의 선택과 결과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한동규와의 대립은 희태의 신념에 의문을 던지고, 희태가 자신의 행동을 멈추려는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피해자였다는 거"라는 동규의 말은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인간의 심리를 드러냅니다.

희태의 치팅 데이는 심리적 방출구이며, 그가 사회적 억압과 개인적 욕망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방법입니다. 살인을 정당화하는 그의 사고방식은 법과 정의의 허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특히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내가 세상을 매일매일 조금씩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이라는 구절은 독자로 하여금 정의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요구합니다.


"치팅 데이"는 한국 문학에서 다크 히어로물을 성공적으로 풀어낸 드문 사례로, 미국 드라마 '덱스터'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사이코패스라는 소재를 자극제로 쓰지 않았고, 이를 통해 독자는 희태의 시선을 통해 불편한 진실과 맞닥뜨리고, 끝없는 질문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했습니다.

비록 희태의 행동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일지라도, 그에게 동정과 연민이 섞인 복잡한 감정을 품게 만듭니다. 정의와 악,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그 누구의 행동도 절대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음을 깨닫게됩니다.

🌟악을 제거하는 것이 더 큰 선을 위해 필요한 행위인가? 희태의 방식이 불완전한 법체계를 보완할 수 있는가? 결국, 이러한 질문들은 독자로 하여금 현실의 부조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정의와 복수의 경계를 새롭게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희태와 동규가 보여주는 경계 없는 게임은 현실에서도 진정한 정의와 악의 존재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져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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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 제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79
김지완 지음, 경혜원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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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완 작가는 첫 작품 아일랜드로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하며 독창적이고도 깊은 서사를 선보였습니다. 이후 순일여중 레시피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작가는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아동과 청소년 문학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능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일랜드"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고찰하는 작품입니다. 책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발전,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다룬 SF 장르의 주요 테마에 대한 이해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존재의 고유성, 영혼의 의미 등에 관한 질문은 오랫동안 문학과 철학에서 다루어져 온 주제이기에 이를 기반으로 한 독서가 책의 감상을 더욱 풍부하게 해줄 것입니다. 또한, 김지완의 작품에서 다루는 소외와 정체성 탐구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본 독자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는 로봇 유니온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만이 아닌 모든 존재에게 고유함과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말하고 싶어 했습니다. 독자에게 기술의 발전을 넘어선 더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당신이 고유하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유니온의 여정은, 기계에게도 따뜻함과 의미가 깃들 수 있다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아일랜드"는 줄라이 국제공항에서 안내 역할을 맡은 인공지능 로봇 유니온 2호의 이야기로 인간적인 감정을 탐색하며 존재의 고유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철학적이면서도 따뜻한 SF 동화입니다. 이 이야기는 로봇과 인간의 교감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며, 우리의 삶에서 고유함과 다정함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다양한 캐릭터들과의 교류는 유니온이 기계 이상의 존재로 성장하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다른 유니온들과 외형은 동일하지만, 유니온 2호는 자신만의 특별한 감정을 품기 시작하면서 고유성에 대해 의문을 갖습니다. 폭발물 탐지견 티미와의 교감, 제인 리 감독의 존재하지 않는 섬 차크라마에 대한 질문, 그리고 미화원 안다오와의 대화를 통해 유니온은 더 깊은 자아 탐색의 길로 들어섭니다. 이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로봇의 인공지능이 얼마나 인간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질문들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주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유니온은 자신을 설명하며 “나는 고유하지 않다. 나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열여섯 대의 유니온이 나를 대체할 수 있다”고 토로합니다. 이는 인간 사회에서 우리의 고유성과 가치가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반영하는 듯하며, 기계로서 느끼는 불안과 존재의 무상함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독자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작가는 이 문장을 통해 개개인이 느끼는 자아와 소속감, 그리고 그로 인한 고독감을 절묘하게 표현했습니다.

“인간이 이름을 지어 준다는 건 쉽게 지나치지 않겠다는 뜻이야.”

이름과 존재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문구입니다.

“꼭 영원히 친해야만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주 잠깐만 친했어도, 우리가 친했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가 버린다 해도, 우리는 친구지? 그렇지?”

관계의 본질을 보여주는 따뜻한 문장입니다.

유니온의 여정은 업무를 넘어 ‘영혼’을 탐구하는 길로 확장됩니다. 안다오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것에는 영혼이 있고, 그 영혼은 각기 다른 색깔과 모양을 가지고 있단다”라는 문장은 유니온이 기계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이런 탐구는 독자로 하여금 감정과 영혼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왜 특별한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가? 기계가 감정의 따뜻함을 이해할 수 있을까? 유니온의 사유와 관찰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의 철학적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유니온의 친구인 폭발물 탐지견 티미의 사건은 유니온에게 큰 충격을 줍니다. “나는 그렇게나마 내 슬픔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의 고백은 로봇이 감정의 영역을 경험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애도는 인간의 고유한 행동으로 여겨지지만, 작가는 이를 통해 기계조차도 관계와 상실을 경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독자에게 삶의 본질적인 가치인 관계와 애도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인간성을 재정의하게 합니다.


작품의 후반부에서 유니온은 공항 철도로 재배치되며 고립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공항 철도에서 떠오른 ‘믿을 수 있다면 차크라마로 떠나 주시겠습니까?’라는 문구는 유니온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결국 유니온이 자신의 고유한 기억과 관계를 통해 새로운 목표를 발견하고, 자신의 존재가 의미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기억과 관계는 소멸되지 않으며, 그것이 바로 인간과 기계를 구분짓는 요소이자 유니온이 찾고자 했던 본질입니다.

유니온은 상상의 섬 차크라마에 입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선별하며 “안다오처럼 동물과 식물, 기계와 로봇까지 각기 다른 영혼을 알아볼 줄 알고 그들의 마음을 돌볼 줄 아는 승객은 당연히 합격이었다”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은 따뜻한 공동체와 관계를 통해 우리가 서로에게 다정한 존재로 기억되길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일랜드"는 인간성의 본질과 존재의 고유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유니온이라는 로봇이 자신을 탐구하며 경험한 사랑, 슬픔, 애도는 인간이 경험하는 감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당신의 여행이 당신이 원하는 모양이길 바라요”라는 따뜻한 응원을 건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의 삶과 타인의 고유성을 존중하며, 모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받습니다.

책은 아동과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 독자들도 작가가 던지는 철학적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감동적인 서사로 가득했습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유니온의 이야기는 타자와의 교감을 통해 존재의 고유성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리며,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따뜻한 이야기와 철학적 깊이를 함께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누구나 언젠가 경험할 법한 소외감,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는 순간들을 유니온의 눈을 통해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차크라마를 상상하고 꿈꾸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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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아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 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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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피터스(Ellis Peters)는 역사추리소설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로, 특히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탁월한 역사적 상상력과 심리적 깊이를 담은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이 시리즈는 수도사 캐드펠이 고뇌하는 인간성과 도덕적 갈등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독자들에게 추리소설 이상의 철학적 사유를 제공합니다.

"귀신 들린 아이"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으로, 수도원에 들어온 견습 수사의 비밀과 지역 성직자의 실종 사건이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품은 중세 수도원과 귀족 사회의 복잡한 면모를 정교하게 그려내며, 인간의 죄책감, 용서, 구원의 본질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소설은 1140년대의 중세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하며, 스티븐 국왕과 모드 황후 사이의 왕위 계승 전쟁으로 사회가 혼란에 빠져있던 시대적 맥락을 반영합니다. 수도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중심으로 하여, 종교적 신념과 인간 본성의 충돌, 정치적 음모의 긴장감이 스토리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사실감 넘치게 재현하며 독자들에게 중세 잉글랜드의 냄새와 색채를 전하는 독창적인 설정을 제공합니다.

귀족 청년 메리엣이 수도사로서의 삶을 결심하며 수도원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비명을 지르고, 수도사들은 그의 행동을 불길하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한 성직자의 실종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도원과 그 인근 지역에 불안감이 퍼집니다. 캐드펠 수사는 두 사건의 연관성을 직감하고 조사에 나서며, 인간적 연민과 이성 사이의 갈등을 극복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메리엣의 고통과 비밀이 무엇인지, 실종된 성직자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작품 내내 독자들을 사로잡습니다. 이러한 미스터리는 범죄 해결의 긴장감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의 고뇌와 속죄에 대한 사유로까지 확장됩니다.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미스터리의 재미를 넘어 인간 심리와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캐드펠 수사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인간의 본질적인 약함과 그로 인한 죄책감을 이해하고, 용서와 구원의 가능성을 궁구합니다. “중요한 건, 어떤 식으로 그 시간을 보내느냐 하는 겁니다” 라는 캐드펠의 말은, 시간의 무게를 알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메리엣은 수도사가 되어 신앙으로 죄의 무게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그의 악몽은 과거의 어두운 비밀이 쉽게 사라지지 않음을 암시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독자에게 인간의 고통과 회복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인간은 죄를 짓고 후회하며, 종종 용서받기 어려운 죄책감에 사로잡힙니다. 피터스는 이를 사건의 일환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필수적인 부분으로써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수도원에 나타난 신입 견습 수사 메리엣의 이상 행동과 사제의 실종 사건은 각기 독립적인 듯하면서도 서서히 얽히기 시작합니다. 캐드펠의 말처럼, “한 사건에 뒤이어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 둘 사이에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네”라는 대사는 두 사건 사이의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독자의 추리를 자극했습니다.

메리엣의 불안정한 심리와 그가 느끼는 죄책감은 독자에게 어떤 죄가 인간을 어떻게 갉아먹는지를 생생히 보여줍니다. 캐드펠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싸우는 일이든, 싸움으로부터 불쌍한 영혼들을 구하는 일이든, 죽고 죽이는 일이든, 치유하는 일이든”이라는 생각을 통해 독자에게 인간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게 합니다. 이러한 철학적 고찰은 작품의 추리적 요소와 맞물려 독특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캐드펠 수사는 인간의 잘못을 단죄하는 것보다 용서와 이해를 통해 진정한 구원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다들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 죽음이라는 병을 안고 나오잖습니까. 태어난 날부터 내내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셈이에요. 중요한 건, 어떤 식으로 그 시간을 보내느냐 하는 겁니다”라는 그의 말에서 잘 드러납니다. 작품은 우리 모두가 죄와 용서의 복잡한 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캐드펠은 메리엣의 행동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알아가며,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 자신을 변호하고 자백하며, 죄책감 속에서 어떻게 자기 자신과 싸우는지를 궁구합니다. 캐드펠이 메리엣의 이야기를 듣고 “절망은 치명적인 죄지만 더 고약한 건 어리석음이야”라고 말하는 순간, 독자는 죄책감이 인간을 어떻게 옭아매는지, 그리고 구원이란 결국 자기 내면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귀신 들린 아이"는 중세 사회의 암울한 분위기와 함께, 그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인간의 양심과 도덕적 고뇌가 돋보입니다. 캐드펠 수사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으로서 이성과 감정, 법과 정의의 경계를 넘나들며 진실을 추구합니다. 독자는 캐드펠의 여정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도 용서와 구원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책은 역사적 배경을 즐기면서도 심리적 탐구와 철학적 사색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수도원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긴박한 사건은 독자에게 마치 중세의 세계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게다가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심리적 복잡성을 추리소설의 맥락 안에 통합하는 피터스의 서술 방식은 다른 어떤 미스터리 작품과도 차별화된 매력을 제공합니다.

‘선과 악, 죄와 구원’이라는 영원한 주제를 미스터리 속에 녹여낸 이 작품은, 역사와 추리가 완벽히 조화를 이루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중세의 음울한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사건과 그 속에서 빛을 찾으려는 캐드펠 수사의 이야기는 역사와 인간 본성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큰 감동과 흥미를 제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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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김영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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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작가는 국립수목원 등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식물 연구자이자 자연과 생태계에 깊은 애정을 가진 전문가입니다. 식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그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했으며, 그의 연구와 경험에서 비롯된 다양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그는 ‘쇠뿔현호색’과 같은 식물의 이름을 직접 명명한 경험도 있어, 식물학적 명명과 이야기 사이의 접점을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책에서 식물의 학명과 한국명을 넘나들며 그 이름의 유래, 의미, 역사적 맥락을 궁구합니다. 식물 이름의 어원과 문화적 배경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식물과 인간이 서로 교감하며 역사 속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식물을 향한 사랑과 관심이 그 이름을 알기 시작할 때 비로소 깊어진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작가는 식물 이름을 표식이 아니라 그 식물의 존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첫걸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독자들이 이름의 유래와 의미를 통해 식물과 더욱 친밀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생각됩니다. 책은 “이름을 아는 것이 식물과 사랑에 빠지는 첫 단계”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식물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키고자 합니다.


책은 식물의 이름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예를 들어 ‘무환자나무’의 이름은 ‘환자가 없다’는 의미로, 실제로 인도에서는 이 나무의 열매가 비누로 사용되며 건강과 위생에 기여한다는 설명은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겨우살이’는 생명력이 강해 겨우겨우 살아간다는 뜻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다른 나무에 기생하면서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모습은 고정관념을 깨뜨렸습니다.

이름은 라벨링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참’이나 ‘개’, ‘쥐’와 같은 수식어가 붙는 식물의 이름을 통해 저자는 이름이 가진 계층적 의미와 편견을 지적합니다. ‘참’이 붙은 식물은 주로 우수함이나 먹을 수 있는 특성을 나타내지만, ‘개’나 ‘쥐’가 붙으면 상대적으로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인간 중심의 해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책은 식물의 이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성찰하게 만들었습니다.


“식물의 이름을 알고 싶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며, 곧 그들과 사랑에 빠지겠다는 열린 마음입니다.”

저자는 이름을 아는 것이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사랑과 애정의 표현임을 강조합니다.

“겨우살이는 정말 겨우 살아가는 것일까요? 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에 가면 겨우살이를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겨우살이라는 이름의 생존력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 이 구절은 책의 핵심 메시지인 이름의 의미와 실체의 차이를 잘 드러냅니다.

“식물은 저마다의 존재 이유가 있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간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며, 모든 생명체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작가는 식물의 이름이 생김새나 생태적 특징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식물의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는 ‘금강초롱꽃’처럼 일제강점기에 일본 학자에 의해 명명된 토종 식물을 다루며, 한반도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식물 이름이 가지는 의미를 짚어냅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식물의 이름이 정보가 아니라, 그 속에 얽힌 시대적 맥락과 인간의 이야기까지 포함하는 복합적인 의미임을 깨닫게 합니다.

특히 현장 중심적 접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식물을 직접 보고 만지며 연구하는 과정은 책 속에서 여러 번 강조되며, 독자에게 책으로만 배우는 지식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중요성을 전달합니다. “책 속에서 식물을 깊이 있게 공부했다 하더라도 직접 보는 느낌은 다를 수 있거든요”라는 작가의 말은 식물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습니다.


책은 여러 식물의 이름과 그에 얽힌 흥미로운 사연을 통해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찔레꽃과 해당화의 이야기는 들장미와 바다장미라는 이미지 속에 내포된 다른 특성을 부각시켜, 이 두 식물이 ‘장미’라는 범주로 묶일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특성과 생태를 가진 식물을 비교하며 차이점과 유사점을 살피는 과정은 식물의 세계가 얼마나 다채로운지 깨닫게 합니다.

또한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식물들의 이름 뒤에 숨겨진 전설과 민간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예컨대, ‘너도밤나무’와 ‘나도밤나무’의 이야기를 통해 식물 이름이 인간의 문화와 상상력이 깃든 결과물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쇠뿔현호색에 이름을 지어준 경험은 식물 명명 과정이 얼마나 섬세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름 없는 잡초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로서 존재하게 된 순간을 전하는 저자의 글은 자연에 대한 경외감 마저 불러일으킵니다.


김영희 작가의 글은 식물에 대한 깊은 애정이 깃든 시선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식물을 이름으로 불러주며 그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은 식물을 대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합니다. 작가는 “이름을 알고 싶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라고 말하며, 이름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곧 식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시작임을 상기시킵니다.


책은 식물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만이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훌륭한 안내서입니다. 단순하게 이름을 알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 그 이름에 담긴 사연과 생태적 의미를 이해함으로써 독자는 식물과 더 깊이 교감할 수 있게 됩니다. 식물과 자연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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