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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카시대
스토리공장 지음 / 펜타클 / 2024년 11월
평점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이카시대"는 여러 작가가 협업한 스토리공장의 작품으로, 신춘문예 당선작가부터 신예 작가들까지 참여하여 다채로운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각 작가는 자동차라는 공통 주제를 통해 산업화, 경제적 발전, 사회 변화 등 한국 현대사의 일면을 생생히 그려냈습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의 급격한 산업화는 자동차를 개인의 소유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포니 엑셀, 프라이드, 각그랜저 등은 자동차 보급화와 경제성장의 상징이었습니다. 자동차는 이동 수단을 넘어 삶의 질 향상, 경제적 성공, 가족의 추억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며 당시 사회 변화를 촉진했습니다.
"마이카시대"는 개인과 가족의 삶을 변화시킨 자동차의 상징적 의미를 재조명합니다. 작가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동차가 우리의 꿈과 희망, 그리고 삶의 동반자였음을 보여주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따뜻한 공감을 선사하고자 했습니다.
📌“자동차는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을 담고 있는 역사적 상징이다.”
각 에피소드는 특정 차량과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동차가 그들의 꿈, 자부심, 그리고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예컨대, 포니 엑셀과 함께 배달을 하며 자식을 키운 어머니, 제네시스를 타고 마지막 여행을 떠난 아버지, 성수대교 붕괴를 목격하며 운명처럼 살아남은 포텐샤의 주인공 등은 자동차가 그들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생생하게 전합니다.
📌“각그랜저는 당시 시세로 작은 아파트 한 채 값이었다.”
이 책은 다양한 세대의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했습니다. 70~80년대를 살아온 세대에게는 첫 차를 샀을 때의 설렘, 길거리에서 함께 웃고 울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부모 세대가 겪은 삶의 단면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특히, 아버지 세대의 경제적 성취를 상징하는 각그랜저나, 고난을 딛고 새롭게 시작한 포니 엑셀, 여유로운 중산층의 삶을 꿈꾸게 한 아반떼는 그 자체로 당시 사람들의 삶과 꿈을 대변합니다.
과거의 에피소드 속에서 “노래방이 없던 시절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던 풍경”이나 “목욕탕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등을 밀어주던” 정겨운 모습은, 지금과는 다른 시대적 분위기를 상기시키며 잊혀진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이카시대"의 가장 큰 매력은, 각 자동차와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가 감정적으로 매우 풍부하다는 점입니다.
📌“명우는 그날 이후 일절 차를 바꾸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그 아침, 갓길에서 잠시 숨을 골랐던 십여 초, 아내를 느꼈던 그 짧은 시간이 명우의 생과 사를 갈랐기 때문이다.”
포텐샤를 타고 출근하던 날, 성수대교 붕괴를 목격한 남성의 이야기는 과거 대형 재난 사고들이 가져온 충격을 생생히 환기시킵니다. '갓길에서 잠시 숨을 고르던 그 십여 초가 생과 사를 갈랐다'는 깨달음은 당시의 불안과 무기력을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아반떼에 얽힌 이야기는 개인의 성장과 관계의 재발견을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대신 돈벌이에 몰두했던 아버지가 뒤늦게 딸의 진심을 깨닫고 후회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건강원을 열어 면허를 따고 포니 엑셀로 배달을 다니며 자식들 교육비를 벌어들였다”
이 대목은 당시 사회적 현실과 개인의 투쟁이 어떻게 맞물렸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포니 엑셀은 남녀차별이 극심했던 1950년대에서 한 여성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등장합니다.
반면, 제네시스 G80 이야기는 1990년대 이후의 삶을 그려내며 경제적 풍요와 개인적인 아픔을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한 남자가 암 투병 끝에 자신의 마지막 차로 제네시스를 고집하는 이야기는 한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상징적 소유물을 통해 가족의 애환을 담아냅니다. 이 책은 이렇게 자동차를 통해 각 세대의 욕망, 도전, 그리고 현실의 단면들을 친근하고 사실적으로 풀어냅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자동차의 기술적 진보나 외형적 특징만을 다루지 않고, 자동차가 사람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며 공감을 자아냅니다. 책은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자동차가 차지한 역할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사고 등 90년대 재난의 아픔과, 산업화 속에서 지나치게 빨리 달려온 우리 삶을 성찰하게 합니다.
격변의 시대 속에서, 자동차와 함께한 순간들은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여유와 소소한 행복을 되찾고자 하는 메시지도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1970년대의 산업화, 1990년대의 경제 성장기, 그리고 현재의 다양화된 소비문화까지, 자동차는 한국 사회가 겪어온 급격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사람들의 일상적인 희로애락은 여전히 자동차와 함께였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차 뒷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기억, 첫 차를 사던 날의 설렘,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순간들까지,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는 각자만의 ‘마이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이카시대"는 자동차를 소재로 하지만, 실은 그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한국 사회의 변화 과정을 담은 인간적이고 따뜻한 책입니다. 삶과 연결된 작은 물건 하나가 얼마나 큰 이야기를 품고 있을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 가족과 함께한 추억을 되돌아보고 싶은 독자들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