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패리시 부인 미드나잇 스릴러
리브 콘스탄틴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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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속담이 딱 어울리는 소설이다. 그럴 것이라는 추측을 어느 정도 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하니 통쾌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다. 그만큼 소설에 빠져들었다는 반증인 걸까?

 

대프니. 상상을 초월하는 부자에 멋진 외모, 박학다식한 지성을 갖춘 잭슨의 부인을 부러워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앰버도 역시 그랬다. 하지만 그녀는 부럽다는 생각만으로 멈추지 않는다. 잭슨의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낭포성 섬유증을 앓다 세상을 떠난 가상의 동생을 만들어내 대프니에게 다가간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프니는 앰버의 동생이 자신의 동생과 같은 병을 앓다 숨졌다는 이야기에 앰버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두 사람은 마치 친자매처럼 점점 가까워진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앰버의 계획에 따른 것이지만.

 

소설이 이렇게만 전개되었다면 그저 그런 이야기로 끝났을지 모른다. 소설은 이제 전혀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바로 대프니의 이야기. 모두가 부러워하는 잭슨과 대프니 부부는 보이는 것과는 다른 비밀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비밀이 대프니의 시각에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독자는 어떤 결말을 향해 흘러갈지 점점 더 깊이 책 속으로 빠져든다.

 

마지막 결말은 대부분이 짐작하는 그대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재미는 어디에 있는 걸까? 이 소설의 재미는 결말의 반전에 있다기보다는 앰버와 대프니 두 사람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장면들과 앰버와 대프니의 두뇌 싸움에 있지 않을까. 또한 권선징악의 행복한 결말도 즐거움을 더해 주기도 하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빠른 전개, 세밀한 심리묘사, 모두가 바라는 행복한 결말. 이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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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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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소중한 단어. 그렇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하기는 참 어렵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도, 부부간의 사랑도, 친구와의 사랑도. 사람마다 경험하는 사랑이 다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진정한 사랑을 한 적이 없어서일까?

 

사토 쇼고의 장편소설 <달의 영휴>는 제157회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아마존재팬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의 업적을 달성한 소설이다. 이 소설의 소재는 사랑이다. 작가는 사람의 생사를 달이 차고 기우는 과정에 빗대어 ‘영휴(盈虧)’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하는데,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사랑을 그려낸다.

 

이 소설은 단순한 러브 스토리가 아니라 신비스러운 분위기, 어쩌면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독자를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환생을 믿지 않기에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말처럼 “어딘가 분명히 존재할 듯한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걸작”임은 분명하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얼마나 사랑하면 루리처럼 그렇게 끝없이 달이 차고 기울듯이 사랑하는 연인을 찾아 환생을 거듭할 수 있을까? 솔직히 루리와 미스미의 사랑이 그렇게 강렬할 수 있었던 이유를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환생이라는 과정이 있어서 누군가를 끝없이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면, 또한 그 누군가의 사인을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는 사랑이라면 그 사랑을 누군들 뭐라 할 수 있겠는가.

 

이 소설에서 내 눈길을 끈 또 다른 인물들은 오사나이 쓰요시의 아내 후지미야 고즈에와 미도리자카 유이이다. 어머니라는 이름의 두 사람. 말도 안 되는, 아니 도저히 믿기 힘든 현실을 그들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였던 걸까? 그들은 또 우리에게 어떤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사랑이라는 단어는 참 거대하다. 모든 것을, 때로는 결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만들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사랑, 살면서 한 번쯤은 꼭 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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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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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불빛

 

-- 타고르 --

 

일찌기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등불이 되라 [후략]

 

타고르하면 아마 대부분이 떠올리는 시가 ‘동방의 불빛’이다. 이 작품은 1920년 동아일보 창간에 맞춰 기고한 작품으로 그 당시 우리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힘과 위로가 되었을지는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으면 모두가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타고르이지만 정작 그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굳이 그의 작품을 찾아 읽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시라는 장르 자체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기에 그랬다.

 

나이가 들면서 책을 읽는 취향이 바뀐 것인지 ‘시’라는 장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읽게 된 타고르의 <기탄잘리>. 이 시집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옮긴이가 류시화 시인이기 때문이었다. 류시화 시인의 번역 작품들이 주는 감동이 상대적으로 높았기에 주저함 없이 이 책을 선택했다.

 

타고르는 이 작품으로 19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하는 데, 이는 동양인 최초의 수상이었다고 한다. 시집 <기탄잘리>에는 신, 고독, 사랑, 삶, 여행 등을 노래한 산문시 103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독자마다 각자 시에서 느끼는 감상이 다르겠지만 신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제목처럼 내게 다가온 부분은 신에 대한 그의 찬미, 찬양이었다. 또한 30여 점의 인도 18-19세기 세밀화가 같이 실려 있어서 각 작품에 대한 느낌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 더욱 좋았던 점은 작품뿐 아니라 예이츠의 서문,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을 사진을 곁들여 상세히 설명한 부분, 기탄잘리의 영어 원문이 함께 실려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들을 통해 <동방의 불빛>이라는 시 한편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타고르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의 인연을 설명한 부분을 통해 그에 대한 호감이 더욱 높아졌다.

 

시에 대한 감상 대신 마음 깊이 다가온 작품으로 이를 대신하고자 한다. 한 편의 시이면서 또한 신앙 고백이기도 한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껴보기를 바란다.

 

나의 님이여, 이것이 당신에게 바치는 나의 기도입니다. 내 마음속 빈곤의 뿌리를 잘라 내고 또 잘라 내소서.

기쁨과 슬픔을 가볍게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내 사랑이 섬김 속에서 결실을 맺도록 힘을 주소서.

가난한 사람을 결코 저버리지 않고, 거만한 권력 앞에 무릎 꿇지 않을 힘을 주소서.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초월해 정신을 높이 세울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그리고 나의 힘을 사랑으로 당신의 의지에 바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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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2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otato4님, 2017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2017-12-23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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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아빠일까? 나는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아빠일까? 아니면 아이를 불행하고 힘들게 만드는 아빠일까? 귀욤 뮈소의 신작 <파리의 아파트>는 아빠로서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 소설이다. 나는 정말로 우리 아이에게 어떤 아빠인지를 돌아보게 만든.

 

소설은 미스터리 형식을 취해 독자의 호기심을 끌어내는데, 전직형사 매들린과 극작가 가스파르라는 두 인물이 우연히 숀 로렌츠라는 천재화가가 살았던 집을 동시에 임대하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숀 로렌츠의 법정상속인인 베르나르의 이야기를 통해 숀이 남긴 유작 3점이 있다는 사실과 숀의 아들인 줄리안이 숀의 아내인 페넬로페의 눈앞에서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아이가 눈앞에서 살해당하다니. 도대체 이런 설정을 하는 이유가 뭔지 가슴 한 견에서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세상이 그만큼 험해졌다는 반증인가. 이런 설정을 할 수밖에 없을 만큼. 분노에 이어 슬픔이 몰려온다. 이렇게까지 변해버린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의 삶이 안타까워서 그렇게 슬픔이 밀려왔다.

 

도대체 누가 아이를 그렇게 한 걸까? 도대체 무슨 이유로 말인가? 궁금증에 궁금증이 더해지면서 소설에 더욱 깊이 빠져든다. 이게 바로 귀욤 뮈소의 매력이란 생각을 하면서.

 

천재화가 숀이 남긴 유작 3점을 찾은 순간, 소설은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그 길을 틀어버린다. 헉, 이런 반전이라니. 생각하지도 않았던 반전에 작가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과 더불어 마지막 장면에 대한 궁금증이 더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두 사람의 은근한 썸도 상당히 재미나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끌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걸까?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걸까? 뭐, 작가의 성향으로 봤을 때 행복한 결말이리라는 추측을 잠시 해보기도 했다.

 

결론을 향해 가면서 드러나는 사건의 전모. 이럴 수가! 다시 이런 반전을 주다니. 생각지도 못했던 흐름에 놀랍기도 하고 짜릿하기도 하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과연 나는 어떤 아빠인지를.

 

귀욤 뮈소라는 이름에 걸맞은 작품이다. 소설이 주는 즐거움이, 그 속에 담긴 작가의 생각이 어우러져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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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래보고서 2018 - 세계적인 미래연구기구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2018 대전망!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이영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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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열풍이 대단하다. 아니, 대단하다는 정도로는 이 현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다. 말 그대로 광풍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처럼 오늘날의 세계는 하나로 이어져있다. 과학 기술, 문화, 경제 모두가 글로벌이라는 단어 안에서 움직인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 우리가 국내 과학 기술, 문화, 경제 뿐 아니라 세계의 과학 기술, 문화 경제를 살펴야하는 이유이다.

 

<세계미래보고서 2018>은 이런 현실을 반영해 2018년 세계의 흐름을 보여주는 책이다. 특히 과학적인 면에서 얼마나 발전했는지, 또한 2018년에 어떤 기술적 미래가 펼쳐질지를 그려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먼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말하는 기술적 발전이 어디까지 이루어졌는지를 1장에서 설명한 후 2-5장에서는 앞서 말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자율주행차, 스마트 기기,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가장 최첨단의 기술들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6장에서는 기술적인 면을 넘어서 사회 전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인 빈부 격차, 민주주의, 인구 증가, 여성의 인권 등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무한한 생명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 무한하지는 않지만 몇 백 살을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논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책에서 말한 방법은 육체적 노화를 최대한 줄이고 실제 생활이 아닌 가상의 생활에서 생활하면 현재보다 훨씬 오랫동안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 책에서는 가상현실이라는 방법이 아니라 조직의 회춘, 줄기세포 등 생명과학적인 측면에서의 영생을 논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이 보다 인간적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2018년, 이제 20일도 남지 않았다. 2018년에 어떤 사회를 만나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그 사회가 우리를 어떤 길로 이끌지도 궁금하고. 그 어떤 길이든 그 길이 우리 모두의 행복으로 이끌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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