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의 눈물
이동환 지음 / 한솜미디어(띠앗)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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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철만. 여러 면에서 참 나랑 비슷한 인물이다. 성격이 비슷하다는 말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삶의 여정과 내가 살아온 삶의 여정이 비슷하다는 말이다. 세부적인 상황이야 서로 다르지만 살면서 겪어야했던 아픔은 상당히 비슷하다. 그것이 이 책에 내가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방철만. 실향민의 외아들로 자란 그가 느낌 외로움이라는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대가족이었던 양친과 삼형제로 자란 나랑은 너무도 다르니까. 하지만 친구라는 존재에게 느낀 그의 아픔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런 경우가 있으니까.

 

물론 내 경우는 그와 다르다. 술친구(?)에게 느낀 배신감이 아니라 사업을 같이 한 친구들에게서 받은 아물지 않는 상처니까. 그래도 이 모두가 인간적인 아픔이라는 점에서는 그가 살아온 삶의 여정에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된다.

 

아픔을 가슴 한 견에 담아두고 살아야했던 방철만이 아내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 그것도 이해할 수 있다. 나 역시 사업이 망해 7년 동안 함께 했던 사람과 결국 헤어진 경험이 있기에.

 

어린 나이였기에 그랬을지 모르겠다. 눈앞의 삶이 너무 무거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옆에 있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기보다는 그저 나 혼자 아등바등 모든 것을 감당해야한다는 생각이 훨씬 컸으니까. 그것이 남자라고 생각했으니까. 소설을 읽으며 다시 돌아보니 방철만도 나도 사랑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닌데.

 

아담의 눈물, 이라는 제목이 무슨 의미일까? 아내가 죽은 후 아내가 남긴 편지를 읽으며 뒤늦은 후회를 하는 방철만이라는 아담의 아픔을 말하는 걸까? 글쎄, 그보다는 여전히 자신의 모습을 변명하는 어리석은 아담의 눈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돈, 돈, 돈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방철만의 모습에 공감하기보다는 거부감이 들기 때문일까?

 

작가는 삶의 문제를, 사랑의 문제를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소설에서 내가 찾은 사랑은 너무나 아파 보인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가슴에 담아둔 채 남편에게 못내 툭 터놓고 말하지 못했던 아픔을 편지로 전할 수밖에 없었던 지순의 모습이 평생 철만을 사랑했던 그녀의 모습보다 더 크게 다가왔기에 그랬던 걸까?

 

아프다. 그녀가 남긴 한 편의 시가 너무 아프다. 그녀의 절절한 외로움이 묻어나와 더욱 아프다. 외로움 때문에 온 세상을 헤집고 다녔다고 말하는 방철만보다 단 한 사람을 기다리면 외로워했던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아프다.

 

사랑이 무얼까? 그 중에서도 부부의 사랑은 무얼까?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이 소설에서는 ‘함께’라는 말을 내게 던져준다. 함께 할 시간이 우리의 생각만큼 그렇게 길지 않다고 말하면서 지금 이 순간 서로를 사랑하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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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의 소나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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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를 찔린 후 바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랄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온 몸을 휘감은 기분이 정말로 그랬다. 물론 시체를 유기하는 첫 장면에서부터 마지막 결론이 그렇게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반전이라니. 어렴풋이 범인의 윤곽은 예상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마지막 반전은? 정말로 장르 소설을 읽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설의 매력은 마지막 반전에 있음도 분명하지만 그에 더해 소설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등장인물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체를 유기를 첫 장면에서 등장한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 바로 그가 이 소설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또 다른 요소이다.

 

처음에 그가 하는 행동을 보면서 이건 제대로 된 변호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묘하게 그에게 빠져들게 된다. 가슴 깊은 곳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그의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으로 다가온다. 예전에 드라마에서 본 동네 변호사 조달호의 느낌에 마이클 코넬리의 미키 할러 변호사의 모습이 뒤섞여 그들보다 훨씬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그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더욱 그에게 빠져든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인물인 이나미에게서 풍기는 색다른 향기에 빠져든다. 물론 이나미는 이 소설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미코시바라는 인물이 현재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 또한 속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던진 한 마디를 이해해야만 한다(내용은 직접 확인하시길).

 

마지막으로 두 사람보다 더 큰 이미지로 다가온 인물(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지만)은 와타세이다. 도대체 이 인물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미코시바를 뒤쫓는 형사인 와타세. 별다른 특징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사건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존재이다.

 

이처럼 허를 찌르는 구성에 매력적인 인물들이 어우러져 독자를 끝없는 즐거움의 세상으로 이끌어준다.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주제인 속죄를 독자들에게 가볍게 툭 던져준다. 진정한 속죄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보라고. 물로 미코시바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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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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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영화 <파이프 오브 파이>를 먼저 관람한 후 그 감동을 잊지 못해 원작을 나중에 읽었지만 여전히 가슴 한 쪽을 톡톡 두드리는 감동과 즐거움이 넘치는 소설이었다. 이런 소설을 또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순간 저자의 신작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라는 이름을 달고.

 

이 소설에는 3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1부 집을 잃다, 2부 집으로, 3부 집. 세 남자의 이야기가 각각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듯이 보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서로의 이야기가 다시 얽히고설켜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져나간다.

 

세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그려내는 부분은 상실, 종교 등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자들이 느끼는 분노와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앞에서 끌어주고, 옆에서 함께 하고, 뒤에서 넘어지지 않게 만들어준 이들이 연달아 세상을 떠난다면 그 상실감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결국 세상을 등진다는 표현처럼 그는 그렇게 세상을 뒤로 걸어 나간다.

 

다른 두 명의 등장인물들도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채 삶을 이어나간다. 이처럼 아픔에, 슬픔에, 분노에 잠긴 이들을 엮어주는 공통점이 바로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다. 여기에 작가의 의도가 어느 정도 숨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이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찾아가는 여정이 이미 무언가를 반영하고 있다는.

 

좋은 소설을 읽으면 다시 그 책을 펼쳐 읽고 싶어진다. 작가의 이야기에 다시 귀를 기울이고 소설 속 인물이 되어 끝없는 사색의 순간들을 보내게 된다. 이 소설이 바로 그렇게 독자들을 이끈다. 읽는 중에 이미 다시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라는 신형철 평론가의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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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본능 - 환경부 2018 우수과학도서 선정, 국립중앙도서관 2018년 휴가철에 읽기 좋은 도서 선정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이경아 옮김 / 더숲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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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출신의 친구들이나 친척들이 종종 때때로 고향으로 돌아가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 서울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만 살다온 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도대체 어떤 감정인지를 이해하지 못해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곤 한다.

 

고향을 그리는 혹은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본능은 인간만의 것은 아니다. 동물들에게서도 그런 본능이 찾아볼 수 있다. 아니, 대부분의 동물들에게서 그런 본능인 귀소본능, 책에서 말한 귀소성을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귀소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귀소성이란 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이동하고, 그렇게 찾아낸 곳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만들고, 떠나갔던 보금자리를 찾아 되돌아오는 능력을 말한다.(p.14)

 

저자는 귀소성을 보이는 동물들을 살펴 동물들이 보이는 이런 귀소성에 욕구, 감정, 어느 정도의 이성적인 모습이 담겨있다고 설명한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사실 중 하나는 1만 킬로미터에 가까운 거리를 날아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새들의 경우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미리 축적한 에너지를 남김없이 소진할 뿐 아니라 근육, 소화관, 내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신체기간이 손상돼 몸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이었다.

 

저자가 직접 관찰한 캐나다두루미의 귀향과 ‘출입 금지’ 신호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흥미진진했다. 춤사위와 걸음걸이에 대한 삽화가 함께 실어 독자의 이해력을 더해준다. 2부에서는 동물들이 집(저자는 이 책에서 동물의 ‘세력권’, ‘행동권’을 집으로 명명해서 설명한다)을 짓고 가꾸는 법을 설명하는데 우리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꿀벌의 집짓기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소라게, 주머니나방, 누에나방 등의 집도 삽화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평상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던 분야는 아니었지만 상당히 흥미진진한 내용이었다. 저자가 전해주는 동물의 모습들에서 자연의 신비를 살짝 들여다본 기분이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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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 - 인간은 왜 믿음을 저버리는가
아비샤이 마갈릿 지음, 황미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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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좋은 단어나 주제가 얼마나 많은 데 하필 배신이라는 주제를 선택했을까? 여차저차해서 배신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다고 하자. 배신이라는 주제로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 역사적 배신자, 배신자의 말로, 배신의 종류? 께름칙한 느낌이 들면서도 궁금한 것만은 사실이라 어떤 내용이 담긴 책일지 한 번 살펴보기로 했다.

 

저자 아비샤이 마갈릿은 현재 예루살렘의 히브리대 철학과 명예 교수로 정치 및 윤리, 철학에 관한 업적을 인정받아 이스라엘 총리가 수여하는 에메트 상을 받은 인물이다. 옥스퍼드, 뉴욕대 등에서 강의와 연구를 한 지성으로 그는 이 책에서 배신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가장 먼저 1장에서는 배신이라는 주제가 과연 철학적 논제로 다룰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살펴본 후 2장에서 배신이라는 개념이 지닌 모호함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3장과 4장에서는 배신의 결과가 무엇인지, 배신의 어떤 면이 두터운 인간관계를 손상시키는지를 역으로 짚어나간다. 5장에서는 반역을, 6장-7장에서는 군사적 배신인 부역, 8장에서는 종교적 배신, 9장에서는 계급에 대한 배신에 대해 설명한 후 마지막 10장에서는 배신과 위선이 투명하지 않은 사회가 낳은 부산물인지에 대해 논의한다.

 

저자의 기본 주장은 간단하다. 배신이란 두터운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신뢰 파괴이다. 저자는 얕은 인간관계와 두터운 인간관계를 구분한 후 이를 다시 도덕과 윤리와의 관계를 통해 설명한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이런 저자의 주장에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내게 배신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배신이란 믿고 의지하던 누군가에게서 받는 상처이니까.

 

나 역시 배신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초기에 사업을 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마주친 적이 있다. 그때 함께 사업하던 친구들은 극명하게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달아난 친구와 끝까지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친구. 당연히 전자에 해당하는 친구에게서 극도의 배신감을 느꼈다. 지금도 떨쳐버리지 못할 정도의. 배신이란 이처럼 가장 믿고 신뢰하는 사람, 저자에 따르면 두터운 인간관계에 있는 사람에게서 받는 깊은 상처이다.

 

저자는 다양한 종류의 배신들과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배신에 담긴 다양한 면들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특히 2장에서 다룬 배신의 모호성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정치인들에게서 보는 여러 모습들을 떠오르면서 피식 실소가 터지기도 했고.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배신을 살피면서 지금은 많이 사라져버린 듯한 신뢰, 형제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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