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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리 종활 사진관
아시자와 요 지음, 이영미 옮김 / 엘리 / 2017년 11월
평점 :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사실 글자를 잘못 읽어서이다. 처음에 책 제목을 <아마리 종활 사진관>이 아니라 아마리 종일 사진관으로 읽었다. 24시간 사진관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에 대한 소설이 아닌가 했는데 다시 보니 종일이 아니라 종활이었다. 종활? 무슨 의미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사전을 찾아보니 ‘종활’의 의미는 말 그대로 ‘끝내는 활동’이란 뜻으로, 일본고령자들이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행하는 활동을 말하는 것이었다. 노령, 죽음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저 너머에 있는 것이지만 궁금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종활이 무엇인지가.
소설에서도 종활을 정의한 내용이 있다.
마칠 ‘종’자에 ‘활동’ 할 때 ‘활’을 붙여서 ‘종활’이에요. 인생을 아쉬움 없이 마무리할 수 있도록, 예를 들면 유산 상속과 관련된 확실한 유언장을 마련한다거나 [중략] 자기 영정사진을 살아 있는 동안 찍어두는 활동도 포함돼요.(p.174)
아마리 종활 사진관이 바로 영정 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진관이다. 소설은 ‘첫 번째 유언장’, ‘십이 년 만의 가족사진’, ‘세 번째 유품’, ‘두 번째 영정사진’이라는 네 개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우리에게 삶과 죽음, 가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생의 끝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그러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p.14)
아직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주제이지만 부모님을 생각해보니 아버지, 어머니가 지금 그러고 계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 가족은 종교적 신념을 토대로 죽음 이후의 삶을 기대하고 있지만 그래도 육신을 가진 인간으로서 가족과의 일시적인 헤어짐을 전혀 준비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였나? 문득 궁금해졌다. 부모님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실지, 무엇을 보고 계실지.
4편의 이야기에서 다룬 영정 사진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참 따뜻하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또한 죽음 이후에서도 가족이 얼마나 따뜻한 존재일지를 깨닫게 해주기에 말이다. 그런 가족인데 평상시에는 어쩌면 그렇게 무심하게 살았는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사진이 될 수 있도록.....
누군가에게는 진정한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생각만큼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일, 내일하면서 미루지 말아야겠다.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무심코 흘려보내고 있을지 모르니까. 그 시간을 평생을 두고 후회할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