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소본능 - 환경부 2018 우수과학도서 선정, 국립중앙도서관 2018년 휴가철에 읽기 좋은 도서 선정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이경아 옮김 / 더숲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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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출신의 친구들이나 친척들이 종종 때때로 고향으로 돌아가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 서울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만 살다온 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도대체 어떤 감정인지를 이해하지 못해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곤 한다.

 

고향을 그리는 혹은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본능은 인간만의 것은 아니다. 동물들에게서도 그런 본능이 찾아볼 수 있다. 아니, 대부분의 동물들에게서 그런 본능인 귀소본능, 책에서 말한 귀소성을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귀소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귀소성이란 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이동하고, 그렇게 찾아낸 곳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만들고, 떠나갔던 보금자리를 찾아 되돌아오는 능력을 말한다.(p.14)

 

저자는 귀소성을 보이는 동물들을 살펴 동물들이 보이는 이런 귀소성에 욕구, 감정, 어느 정도의 이성적인 모습이 담겨있다고 설명한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사실 중 하나는 1만 킬로미터에 가까운 거리를 날아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새들의 경우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미리 축적한 에너지를 남김없이 소진할 뿐 아니라 근육, 소화관, 내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신체기간이 손상돼 몸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이었다.

 

저자가 직접 관찰한 캐나다두루미의 귀향과 ‘출입 금지’ 신호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흥미진진했다. 춤사위와 걸음걸이에 대한 삽화가 함께 실어 독자의 이해력을 더해준다. 2부에서는 동물들이 집(저자는 이 책에서 동물의 ‘세력권’, ‘행동권’을 집으로 명명해서 설명한다)을 짓고 가꾸는 법을 설명하는데 우리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꿀벌의 집짓기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소라게, 주머니나방, 누에나방 등의 집도 삽화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평상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던 분야는 아니었지만 상당히 흥미진진한 내용이었다. 저자가 전해주는 동물의 모습들에서 자연의 신비를 살짝 들여다본 기분이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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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 - 인간은 왜 믿음을 저버리는가
아비샤이 마갈릿 지음, 황미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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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좋은 단어나 주제가 얼마나 많은 데 하필 배신이라는 주제를 선택했을까? 여차저차해서 배신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다고 하자. 배신이라는 주제로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 역사적 배신자, 배신자의 말로, 배신의 종류? 께름칙한 느낌이 들면서도 궁금한 것만은 사실이라 어떤 내용이 담긴 책일지 한 번 살펴보기로 했다.

 

저자 아비샤이 마갈릿은 현재 예루살렘의 히브리대 철학과 명예 교수로 정치 및 윤리, 철학에 관한 업적을 인정받아 이스라엘 총리가 수여하는 에메트 상을 받은 인물이다. 옥스퍼드, 뉴욕대 등에서 강의와 연구를 한 지성으로 그는 이 책에서 배신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가장 먼저 1장에서는 배신이라는 주제가 과연 철학적 논제로 다룰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살펴본 후 2장에서 배신이라는 개념이 지닌 모호함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3장과 4장에서는 배신의 결과가 무엇인지, 배신의 어떤 면이 두터운 인간관계를 손상시키는지를 역으로 짚어나간다. 5장에서는 반역을, 6장-7장에서는 군사적 배신인 부역, 8장에서는 종교적 배신, 9장에서는 계급에 대한 배신에 대해 설명한 후 마지막 10장에서는 배신과 위선이 투명하지 않은 사회가 낳은 부산물인지에 대해 논의한다.

 

저자의 기본 주장은 간단하다. 배신이란 두터운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신뢰 파괴이다. 저자는 얕은 인간관계와 두터운 인간관계를 구분한 후 이를 다시 도덕과 윤리와의 관계를 통해 설명한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이런 저자의 주장에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내게 배신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배신이란 믿고 의지하던 누군가에게서 받는 상처이니까.

 

나 역시 배신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초기에 사업을 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마주친 적이 있다. 그때 함께 사업하던 친구들은 극명하게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달아난 친구와 끝까지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친구. 당연히 전자에 해당하는 친구에게서 극도의 배신감을 느꼈다. 지금도 떨쳐버리지 못할 정도의. 배신이란 이처럼 가장 믿고 신뢰하는 사람, 저자에 따르면 두터운 인간관계에 있는 사람에게서 받는 깊은 상처이다.

 

저자는 다양한 종류의 배신들과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배신에 담긴 다양한 면들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특히 2장에서 다룬 배신의 모호성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정치인들에게서 보는 여러 모습들을 떠오르면서 피식 실소가 터지기도 했고.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배신을 살피면서 지금은 많이 사라져버린 듯한 신뢰, 형제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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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리 종활 사진관
아시자와 요 지음, 이영미 옮김 / 엘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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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사실 글자를 잘못 읽어서이다. 처음에 책 제목을 <아마리 종활 사진관>이 아니라 아마리 종일 사진관으로 읽었다. 24시간 사진관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에 대한 소설이 아닌가 했는데 다시 보니 종일이 아니라 종활이었다. 종활? 무슨 의미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사전을 찾아보니 ‘종활’의 의미는 말 그대로 ‘끝내는 활동’이란 뜻으로, 일본고령자들이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행하는 활동을 말하는 것이었다. 노령, 죽음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저 너머에 있는 것이지만 궁금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종활이 무엇인지가.

 

소설에서도 종활을 정의한 내용이 있다.

 

마칠 ‘종’자에 ‘활동’ 할 때 ‘활’을 붙여서 ‘종활’이에요. 인생을 아쉬움 없이 마무리할 수 있도록, 예를 들면 유산 상속과 관련된 확실한 유언장을 마련한다거나 [중략] 자기 영정사진을 살아 있는 동안 찍어두는 활동도 포함돼요.(p.174)

 

아마리 종활 사진관이 바로 영정 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진관이다. 소설은 ‘첫 번째 유언장’, ‘십이 년 만의 가족사진’, ‘세 번째 유품’, ‘두 번째 영정사진’이라는 네 개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우리에게 삶과 죽음, 가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생의 끝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그러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p.14)

 

아직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주제이지만 부모님을 생각해보니 아버지, 어머니가 지금 그러고 계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 가족은 종교적 신념을 토대로 죽음 이후의 삶을 기대하고 있지만 그래도 육신을 가진 인간으로서 가족과의 일시적인 헤어짐을 전혀 준비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였나? 문득 궁금해졌다. 부모님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실지, 무엇을 보고 계실지.

 

4편의 이야기에서 다룬 영정 사진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참 따뜻하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또한 죽음 이후에서도 가족이 얼마나 따뜻한 존재일지를 깨닫게 해주기에 말이다. 그런 가족인데 평상시에는 어쩌면 그렇게 무심하게 살았는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사진이 될 수 있도록.....

 

누군가에게는 진정한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생각만큼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일, 내일하면서 미루지 말아야겠다.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무심코 흘려보내고 있을지 모르니까. 그 시간을 평생을 두고 후회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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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도시 - 스마트 시티는 어떻게 건설되는가?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7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지음, 김일선 옮김 / 한림출판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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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중국 관련 사업 중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던 사업이 스마트 시티 계획이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시작한 스마트 시티 계획은 예산 규모 면에서도 엄청났을 뿐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최첨단의 모든 기술이 집약된 최고의 계획이었다. 당시 LED 관련 사업을 진행하던 중이라 관심을 많이 가졌지만 중국 사업의 특성 상 시간, 자금적인 면에서 감당할 수 없는 사업이라 판단하고 포기했던 기억인 난다.

 

스마트 시티는 비단 중국만의 계획은 아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최우선 정책으로 고려하고 있는 계획 중 하나가 스마트 시티 계획이 아닐까 싶다. 이런 현실을 깊이 분석해서 다룬 책이 한림SA에서 출간한 <미래의 도시>이다.

 

1부 ‘미래의 도시’에서는 스마트 시티를 구성하는 요소들인 지속 가능성, 협력, 네트워크 등에 대해 설명한다. 2부 ‘원동력’에서는 도시의 원동력이 인적자원에 대해서 논한 후 환경 도시를 지향하는 시카고의 실제 사례를 3부에서 다룬다. 5부 ‘재생 가능 전력’에서 7부 ‘깨끗한 물’에서는 스마트 시티의 또 다른 특징들을 다루고 있고 마지막 8부에서는 도시의 공공보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앞서 얘기한 중국의 스마트 시티 계획에서도 집중적으로 고려했던 부분은 시카고에서 현재 진행 중인 환경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언뜻 생각하면 환경과 스마트 시티가 무슨 관련성이 있는가 싶지만 온실 가스, 미세 먼지, 지진 등이 도시 생활에 주는 영향은 지금도 우리 모두가 경험하고 있듯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아니, 어쩌면 모든 것에 우선해서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스마트 시티는 결국 그곳에 사는 이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문에서 밝히듯이 도시를 더욱 지능적으로 만들어 지속 가능한 경제와 사회적 개발을 이루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다양하다. 어떤 이는 미래의 사회가 인간들이 살기에 더욱 좋은 환경을 이룰 것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다수의 사람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멀지 않은 미래에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어떤 예측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건 어떤 미래를 만들지는 결국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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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뿌리는 소녀
니시 카나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케미스토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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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이 장편 소설이 정말 좋았던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소설을 읽으면서 잊어버리고 있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어서 가장 좋았다고 말할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어린 시절은 기억의 끝자락으로 밀려나 거의 생각하지도 않는 지나간 세월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잊어버린 어린 시절이 사토시와 고즈에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떠오르며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그 시절 내 모습도 사토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11살의 나도 그랬다. 사토시처럼 신체적 변화에 호기심도, 놀라움도,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싶지만 그 당시에는 조금씩 변해가는 친구들(사토시가 생각하듯이 특히 여자 친구들)의 변화는 눈에 띄게 나타나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였을까, 변해간다는 게 무섭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한 사토시의 생각, 나도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한 불안감, 두려움, 비호감 등이 어우러져 나 역시 그런 존재가 된다는 사실에 지레 겁을 먹었다. 물론 사토시가 아버지의 외도에 대한 영향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과는 다르지만 큰 소리로 다투는 어른들의 모습이나 하지 말아야 하는 모습들을 보고 들었을 때,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한 실망감이 점점 더 커지면서 그냥 어린 아이에 머무르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고즈에의 모습을 보면서는 딸아이가 생각났다. 토성 근처에 있는 별에서 우주선을 타고 왔다는 엉뚱 소녀 고즈에. 하지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고즈에의 모습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딸아이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 옛날의 나와도 다르지 않고.

 

잊어버렸던 시간과 나이가 들면서 달라진 내 모습. 또한 새롭게 자라가는 딸아이. 이런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한 한 소설. 11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내게 또 다른 기쁨을 주었다. 세상이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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