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정유경 지음 / 시공사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관점 중 하나는 역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하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하는 방법의 중심에는 각 시대를 이끈 왕조 혹은 국가가 있다. 그렇기에 때로는 왕조 혹은 국가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를 왕조 혹은 국가를 중심으로, 다른 말로 하자면 권력의 행방에 따라 서술하였다. 저자는 권력 다툼의 역사를 통해 국왕과 그 가족, 혹은 왕족들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그로 인해 역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저자는 ‘세계를 뒤흔든 국가 간 권력 투쟁, 왕좌의 게임 승자는 누구인가, 희생과 혁명으로 세워진 권력, 왕좌 앞에서는 혈육도 사랑도 없다’라는 꼭지 아래 역사에서 드러난 권력 투쟁의 사건들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각 챕터 뒤에는 해당 내용과 관련이 있는 인물 혹은 사건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다른 ‘더 읽어보기’를 집어넣어 독자의 역사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욱 심화시킨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 ‘파트4 왕좌 앞에서는 혈육도 사랑도 없다’에서 다룬 이야기들이 눈길을 끌었다. 예전에 우리나라 왕조 이야기를 다룬 책에서도 권력 앞에서는 혈육도 사랑도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논조의 주장을 했었는데 이 책에서도 역시 비슷한 시각을 보여준다.

 

권력을 잡기 위해 아내가 남편을, 아버지와 아들이, 형제가 형제를 마치 철천지원수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권력이 뭐길래,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행동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본성이 그런 걸까라는 생각도 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이트 스쿨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내 꿈은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해서 군인이 되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삼촌이 경찰 공무원이셨고 사촌 형들이 장교였던 집안 분위기에서 군인에 대한 꿈을 꾼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이런 내 꿈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완전히 바뀌었지만.

 

잭 리처는 내가 꿈꾸던 바로 그런 군인이다. 육체적으로 강인하여 어떤 임무도 결코 실패하지 않는 군인. 그뿐이 아니라 두뇌 또한 뛰어나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한 전술, 전략을 짜낼 수 있는 군인. 잭 리처와 같은 군인은 많은 남성들이 로망으로 꿈꾸는 인물이다.

 

리 차일드라는 작가가 머릿속에 각인된 이유는 그가 만들어낸 잭 리처라는 인물 때문이었다. 얼마나 멋지게 인물을 그려냈던지 다음 작품이 나오기를 매번 손꼽아 기다렸다. 이번에 <나이트 스쿨>이라는 책에서 만난 잭 리처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며 책을 읽었다.

 

나이트 스쿨이라는 제목에서는 이 소설이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우리말로 번역하기도 애매해서였을까, 나이트 스쿨이라는 영어 표현을 그대로 쓴 것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기 시작한 소설은 잭 리처가 미 육군이 수여하는 훈장을 받은 후 다시 학교에 다니라는 명령을 받으면서 시작한다.

 

학교로 위장한 그곳에는 FBI와 CIA 요원들도 차출되어 잭 리처와 한 팀을 이루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CIA 스파이가 보낸 1억 달러의 거래를 쫓아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이다. 여기에서부터 작가의 뛰어난 이야기 구성 능력이 발휘하기 시작한다.

 

1억 달러에 해당하는 그 무엇과 거래를 제안한 미국인이라는 두 가지 의문 사항을 두고 잭 리처와 동료들은 이를 추적해간다. 한 가지씩 진실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다른 사건들이 얽히고설키고, 상대편의 허를 찌르는 다양한 두뇌 싸움에 독자는 결코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또한 강력한 하드보일드 액션에 더해진 싱클레어와 리처의 야릇한 관계는 이 소설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소설마다 각각의 매력 포인트가 다르겠지만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하면 화끈한 액션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지적 게임이 마치 실제 상황처럼 눈앞에 펼쳐진다는 점이다. 책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주에 읽은 두 권의 책이 우연치 않게도 군인에 관한 소설이었다. 한 권은 잭 리처라는 강한 군인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나이트 스쿨>. 다른 한 권은 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전쟁터의 요리사들>이었다.

 

<전쟁터의 요리사>를 읽은 이유는 첫째 이 소설을 쓴 작가가 이 책을 쓸 때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가장 많이 참조했다는 말 때문이었다. 워낙에 좋아한 미드였기에 이 책 역시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책을 선택했다. 두 번째는 전쟁터에서 요리사를 주인공으로 택한 작가의 선택이 묘했기 때문이다.

 

소설은 팀 콜이라는 요리사를 중심으로 흘러나간다. 먹는 것의 즐거움을 아는 팀 콜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군대에 자원하지만 곧바로 자신의 능력을 깨닫는다. 결코 전투병으로서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팀 콜은 좌절하는 대신 자신이 가진 능력, 즉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레시피와 요리 능력을 토대로 조리병의 임무를 수행한다.

 

전쟁터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소설에서 다루는 미스터리는 이런 독자의 기대와는 달리 작가의 치밀한 구성에 따라 어떻게 보면 너무나 소소한 이야기들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점이 이 소설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미 사용한 낙하산을 모으는 라이너스, 600 상자나 되는 분말 달걀이 사라진 사건, 네덜란드에서 마주친 기묘한 죽음, 전쟁터에 떠도는 유령에 대한 이야기들. 소소한 이야기들이 전쟁과 이어지면서 하나의 큰 그림이 그려지고 책을 읽는 순간순간 전해지는 따뜻한 느낌은 마지막까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책을 다 읽은 후 참 대단한 작가를 만났다는 생각을 했다. 남성도 아닌 여성이 전쟁, 군인 등에 얽힌 이야기를 이렇게 사실처럼 그려낼 수 있다니. 그녀가 앞으로 그려낼 세계가 무척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회계사는 보았다! - 회계사의 눈으로 기업의 '뒷모습'을 밝혀내다
마에카와 오사미쓰 지음, 정혜주 옮김 / 도슨트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주식투자를 시작하면서 회계사 친구한테 가장 먼저 들은 조언은 회사를 나타내는 수치의 의미를 분명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친구의 조언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되었다.

 

기업의 참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또는 결손금처리계산서 및 현금흐름표, 주기 및 주석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사안을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면 주식 투자는 아예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친구의 조언과 유사한 조언을 하는 책을 읽었다. 마에카와 오사미쓰의 <회계사는 보았다>라는 책이다. 저자는 일본 기업의 결산서에서 드러나는 기업의 참모습을 보여주면서 결산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두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내가 기업의 결산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 기업의 본 모습을 파악할 수 있을까? 이런 독자들에게는 저자의 한 마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결산서를 작성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지식이 필요하지만 사실 읽기만 한다면 매우 간단한 서류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처럼 대부분의 독자는 회계사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어렵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막상 책에서 소니, 오쓰카 가구, 닛산, 키엔스, 도시바 등 일본 기업의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내용을 읽어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음을, 어쩌면 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도시바의 주력 사업이 바뀐 것, 오쓰카 가구의 부녀 경영 분쟁, 도시바의 회계 부정 등 결산서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읽다보면 기업의 참 모습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짧지만 이 책이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디치 가문 이야기 - 르네상스의 주역 현대지성 클래식 14
G.F. 영 지음, 이길상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는 특정한 누군가가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의 흐름을 이끄는 이들은 분명 존재한다. 때로는 한 개인으로 역사의 방향을 바꿀만한 업적을 이룬 이들도 있고 때로는 한 가문이 기나긴 시간 동안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역사의 안동 김씨, 풍양 조씨 등이 그러한 가문이 아닐까 싶다.

 

서양 역사에서도 이런 가문들을 찾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살펴보는 프리메이슨의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드러나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그런 가문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음모와 관련된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가문이라면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며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한 가문을 얘기하자면 르네상스 시대에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메디치 가문을 빼놓을 수 없다. 메디치 가문은 어떤 가문이며, 이들이 후원한 인물들은 누구일까?

 

이 책을 보면 메디치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 가문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부흥이 이들이 후원한 수많은 인물들에 이루어진 것임을 감안한다면 이들 가문이 역사에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피렌체의 평범한 중산층 가문이었던 메디치가가 역사에 길이 남을 발자취를 남기기 시작한 것은 조반니 디 비치에서부터이다. 그가 활동하던 1400년대 전후의 상황과 그가 가문의 기반을 닦은 과정을 설명한 후 그의 뒤를 이은 장남 코시모와 그의 후손들에 관하여 1부에서 다룬 후 2부에서는 차남 로렌초의 그 후손들을 다루고 있다.

 

메디치 가문이 역사에 그 이름을 남긴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그들이 귀족에 대립한 상태에서 평민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면 진정 위대한 가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이들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350여년에 걸친 이들의 행적을 쫓아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 독자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를지도 모른다. 이름조차 생소한 한 사람, 한 사람을 알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 수많은 민초들이 역사를 이어가지만 때로는 한 사람이, 때로는 한 가문의 모습이 인류의 삶에 커다란 희망을 선사하기도 했기에. 그리고 그런 희망을 이어갈 사람이 바로 당신일지도 모르기에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