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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캔들 - 우리 시대 최고 문호들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 ㅣ 세계문학비교학회 총서 1
세계문학비교학회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7년 6월
평점 :
스캔들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 때문일까? 무언가 은밀한 이야기라는 묘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부제도 우리 시대 최고 문호들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로 되어 있으니 어떤 생각을 품었든 이상하지(?) 않다고 하면 나만의 변명인 걸까?
기대감을 품고 첫 장을 넘겼는데 왠지 분위기가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듯하다. 지은이들의 면면이 그러했다. 한국외대, 건국대, 전북대 등 교수진이 집필한 학술지 <세계문학비교연구>의 기획시리즈 첫 호가 바로 <문학스캔들>이다. 그런데 왜 스캔들이라는 단어를 쓴 걸까? 발간사를 보면 그 의의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문학작품 뒤에 숨어있는 작가들의 시선, 평범한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고 다른 언어로 색다르게 전해주는 작가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한다. 흠, 그럼 그렇지. 대문호들의 스캔들, 뒷 이야기가 그렇고 그런 이야기는 아니겠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 채 지은이들이 쓴 10편의 글을 읽었다.
백석, 발자크, 이상, 유진 오닐, 모옌, 토마스 베른하르트, 쉬즈모, 샐린저, 두보, 헤세. 말 그대로 대문호들의 이야기이다. 각각의 문호들의 삶과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스캔들이 주는 이미지보다 훨씬 강하게 다가왔다. 재미있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흥미로웠던 내용 중 하나는 ‘말은 사라지지만 글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글귀로 시작한 모옌에 관한 것이었다. 모옌이라는 필명은 ‘말하지 마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는 말을 줄이고 과묵하고 침착하고 대범한 아이가 되길 바랬던 어머니의 뜻을 받든 이름이기도 하고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시대적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한다.
또한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교육이 자신을 이야기꾼으로 만들었다는 글에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는지는 부모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하는지에 달려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모옌이 글을 쓰는 소재에 대한 생각에서는 결국 소설이란 사람에 대한 글이라는 것을 또 한 번 알게 되었다.
대문호들의 삶과 그들이 세상을 보고 글을 쓰는 방식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우리와 너무나 비슷한 평범한 삶의 모습들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그들이 삶이 문학으로 승화된 건 어쩌면 그렇게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동반자였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