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기쁨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류재화 옮김 / 열림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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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키스하는 듯한 모습의 책표지가 너무 강렬해서 이 소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검은 기쁨>이라는 책 제목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 단편집의 작가는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인데,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는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또한 영화제작이자 에세이스트로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인물이다.

 

이 단편집에는 ‘생 소를랭의 이상한 여인’, ‘귀한’, ‘검은 기쁨’, ‘엘리제의 사랑’이라는 4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그 뒤에 작가 일기, 발문, 옮긴이의 말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 일기에 실린 글을 보면서 4편의 단편집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조금 더 깊이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4편의 단편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어쩌면 작가가 전하는 내용이 너무나 분명해서 오히려 헷갈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과연 작가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혹시 무언가 이중적인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궁금증은 앞서 말했듯이 작가의 말을 참고하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책 표지의 이미지는 <검은 기쁨>의 주인공인 크리스와 악셀의 마지막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 작품은 가인과 아벨이라는 성경의 이야기에 빗대어 두 사람의 뒤엉킨 인생을 묘사한 소설이다. 한 순간의 사고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크리스와 악셀. 그런 그들은 어쩌면 서로 닮은 쌍둥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깊은 곳에 품고 있던 상대방의 모습을 사건을 통해 드러나면서 말이다.

 

발문을 쓴 한은형 작가의 말처럼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는 긍정과 부정의 가능성이 우리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말한다. 그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라고 말하면서.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문을 열고 나아가고 있을까? 긍정의 문? 부정의 문? 쉿, 그건 나만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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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에프 모던 클래식
애니 프루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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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이안 감독의 영화로 먼저 알게 된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을 읽었다. 원작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가 이번에 우연치 않게 알게 되어 읽었는데 이 책에는 ‘브로크백 마운틴’을 포함해 총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원작 소설을 쓴 이는 애니 프루이다. 그는 펜 포크너 상, 퓰리처 상 등을 수상한 미국 문학의 살아있는 거장이다. 그가 쓴 와이오밍에 대한 단편들이 바로 이 책에서 만나게 된 11편의 작품들이었다. 11편의 작품 중 ‘가죽 벗긴 소’는 존 업다이크가 금세기 최고의 단편소설로 뽑은 작품이다.

 

2페이지에 불과한 작품도 있고 제법 상당한 분량의 작품도 있지만 11편의 작품들이 모두 나름대로의 재미와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래도 역시 가장 궁금한 작품은 영화로 먼저 만나본 ‘브로크백 마운틴’이었다.

 

와이오밍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잭과 에니스라는 두 인물을 조명한 작품인 ‘브로크백 마운틴’은 사실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 개인 대 개인, 사람 대 사람 간의 사랑이라고 말하며 이를 아름답게 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내 신앙 안에서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영화를 보았을 때도 원작 소설을 볼 때도 여전히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마초 냄새가 물씬 풍기는 에니스와 잭.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양떼를 치던 그들의 모습은 거친 남성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그들이 그곳을 떠나 각자의 생활 속에서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은 그들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거친 남성의 모습과 섬세한 모습이 공존하는 것은 이 소설을 쓴 작가 애니 프루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궁금해졌다. 와이오밍이라는 지역이 어떤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만 살아온 내게는 그런 대자연이 주는 광활함, 웅장함, 두려움 등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어서 더욱 궁금해졌다. 그런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자연을 대할지.

 

‘지옥에선 모두 한 잔의 물을 구할 뿐’, ‘가죽 벗긴 소’ 등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들이다. 2페이지 분량의 ‘다음 주유소까지 앞으로 90km'도 짧지만 기묘한 느낌을 준 작품이고. 오랜만에 깊은 생각에 잠겨 곱씹고 또 곱씹으면서 읽은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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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조예은 지음 / 마카롱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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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옮기는 능력을 가진 찬. 이런 찬을 자신을 이용하는 한승목, 한승태 형제. 동생 란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야만 하는 찬은 결국 자신의 목숨마저 희생하게 된다. 그 후 그의 능력은 동생인 란에게 이어지고, 란은 자신과 형을 끝없이 몰아간 한 목사 형제에게 복수하고자 하는데....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시프트>의 개략적인 줄거리이다. 다른 사람의 병을 옮길 수 있는 능력이라는 소재가 나름 신선하다. 게다가 스릴러 소설에 판타지 요소가 덧붙여져 여타의 스릴러 소설과는 다른 구성과 내용도 상당히 재미있다.

 

물론 여타의 스릴러 소설처럼 대단한 반전이 있는 작품은 아니다. 어쩌면 어느 정도 결말이 예상되는 소설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소설을 놓지 못했던 건 소재의 독특함과 소재를 흥미진진하게 살려나가는 작가의 글솜씨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의 작가는 93년생으로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하는 있다. 작가는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한다. 아마 이 작품에도 그런 작가의 소망이 가득 담겨있지 않나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 작품에서 무엇을 남기고 싶어 했을까?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모든 일에는 분명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권선징악이라는 보편적인 교훈을 우리에게 던지고 싶었던 걸까?

 

소설을 모두 읽은 후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타의 교훈적인 무언가라기보다는 그냥 한 편의 오락 영화를 본 것 같다는 그런 느낌. 악당들에게 이용당한 형의 복수에 나선 동생, 자신 때문에 죽은 누이를 대신해 조카를 살리려는 경찰,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사람 목숨마저 너무나 가볍게 여기는 정치인. 흥미진진한 오락 요소가 모두 들어있는 작품이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타인의 고통을 넘긴다는 소재 그 자체에 작가의 생각이 담긴 것 아닌가 싶은.

 

아쉬움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장르 소설을 애독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결말이 조금은 아쉽다. 오픈 결말이라 다음 작품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이런 아쉬움을 상쇄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런 생각이 든다. 영화로 나온다면 꼭 보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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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당신에게 실망하셨다
마크 러셀 지음, 섀넌 휠러 그림, 김태령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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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신앙으로 평생 성경을 읽었지만 성경을 묵상할 때마다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수두룩하고 그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는 결코 모든 부분을 알 수 없는.

 

인간의 지혜로 결코 모든 부분을 알 수 없다고 해서 성경을 대충 읽고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성령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 가운데서 성경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매년 1월 1일이면 성경 1독을 굳게 다짐하며 시작하지만 모세 오경을 넘기기 어렵다. 구약이 어렵다는 핑계로 신약을 다시 들춰보지만 이 또한 복음서를 넘기지 못한다. 결국 성경의 일부분만 알 뿐 66권 전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된다.

 

이런 일을 겪은 이는 나만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마크 러셀도 역시 그러했던 것 같다. 그도 역시 성경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주일학교에서도 배우지 못한 성경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성경 전체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성경의 66권을 저자 나름의 화법과 표현을 사용해서 들려준다. 사실 저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경의 내용을 들려주는 것이라 거부감이 드는 부분이 적지 않다. 유머와 독설이 주는 카타르시스, 유쾌 상쾌 통쾌한 성경 에세이라고 표현하지만 우리나라 성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라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그래도 저자가 이 글을 쓴 의도대로 성경을 쉽게 이해하는 데에는 나름의 역할을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어려운 말에 뒤덮여 손도 대지 않을 그런 성경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말씀들을 하셨는지 궁금해서 계속해서 읽고 싶어지는 그런 책,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말처럼 너무 저자 중심의 표현이라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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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심령학자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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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작가를 표현하는 한 단어를 꼽으라고 하면 기발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들의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것이야 두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배명훈 작가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소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전작들에게서 받은 신선한 충격의 여운이 여전히 내 가슴을 채우고 있을 정도니까.

 

그런 그가 이번에는 ‘고고심령학’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고고학과 심령학을 합친 고고심령학. 배명훈 작가가 아니면 이런 발상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런데 과학 소설을 지향하는 작가의 방향성이랑 맞는 걸까? 심령학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과학적이라고 하기는 좀 그런데.

 

고고심령학이란 고고학적인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심령학적인 수단을 활용하는 학문(p.27)이다. 기발하지만 실제 이런 학문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진위 여부야 우리가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여하튼 소설은 고고심령학의 대가인 문인지 박사가 세상을 떠난 후 문인지 박사의 서재를 정리하는 일을 맡은 조은수, 그녀의 친구이자 동기인 김은경, 문 박사의 친구 한나 파키노티를 중심으로 이어나간다.

 

문인지 박사가 죽은 후 서울 한복판에 검은 성벽이 출현한다. 검은 성벽의 출현 후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사람들 사이에 목격담이 퍼져가는 가운데 조은수는 이 현상이 심령현상인 빙의와 관련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녀는 한나 파키노티와 함께 스승인 문 박사의 서재를 정리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소설 도입 부분은 솔직히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서울에 일어난 요새빙의 현상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이 마치 퍼즐을 맞추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할 정도로 짜릿함을 더해준다. 특히 장기, 체스와 관련된 내용들은 호기심이 일어 인터넷을 찾아보면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 할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이야기 자체가 주는 신선함도 상당했지만 툭툭 던지는 작가의 질문 혹은 생각들을 읽고 고민하는 즐거움도 상당했다. 특히 학문에 대한 생각이 그러했다.

 

살림살이에 보탬은 안 됐지만,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닫혀 있는 문 몇 개를 열어주는 일이 틀림없었다.(p.103)

 

평생 교육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언가를 배우는 일은 우리가 나아갈 또 다른 문을 열어준다. 정체된 느낌에 고민스러웠던 내게 이 말은 큰 도움을 주었다.

 

볼수록 매력적인 작가, 배명훈. 그가 상상력의 끝은 어디일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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