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조예은 지음 / 마카롱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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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옮기는 능력을 가진 찬. 이런 찬을 자신을 이용하는 한승목, 한승태 형제. 동생 란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야만 하는 찬은 결국 자신의 목숨마저 희생하게 된다. 그 후 그의 능력은 동생인 란에게 이어지고, 란은 자신과 형을 끝없이 몰아간 한 목사 형제에게 복수하고자 하는데....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시프트>의 개략적인 줄거리이다. 다른 사람의 병을 옮길 수 있는 능력이라는 소재가 나름 신선하다. 게다가 스릴러 소설에 판타지 요소가 덧붙여져 여타의 스릴러 소설과는 다른 구성과 내용도 상당히 재미있다.

 

물론 여타의 스릴러 소설처럼 대단한 반전이 있는 작품은 아니다. 어쩌면 어느 정도 결말이 예상되는 소설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소설을 놓지 못했던 건 소재의 독특함과 소재를 흥미진진하게 살려나가는 작가의 글솜씨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의 작가는 93년생으로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하는 있다. 작가는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한다. 아마 이 작품에도 그런 작가의 소망이 가득 담겨있지 않나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 작품에서 무엇을 남기고 싶어 했을까?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모든 일에는 분명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권선징악이라는 보편적인 교훈을 우리에게 던지고 싶었던 걸까?

 

소설을 모두 읽은 후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타의 교훈적인 무언가라기보다는 그냥 한 편의 오락 영화를 본 것 같다는 그런 느낌. 악당들에게 이용당한 형의 복수에 나선 동생, 자신 때문에 죽은 누이를 대신해 조카를 살리려는 경찰,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사람 목숨마저 너무나 가볍게 여기는 정치인. 흥미진진한 오락 요소가 모두 들어있는 작품이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타인의 고통을 넘긴다는 소재 그 자체에 작가의 생각이 담긴 것 아닌가 싶은.

 

아쉬움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장르 소설을 애독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결말이 조금은 아쉽다. 오픈 결말이라 다음 작품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이런 아쉬움을 상쇄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런 생각이 든다. 영화로 나온다면 꼭 보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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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당신에게 실망하셨다
마크 러셀 지음, 섀넌 휠러 그림, 김태령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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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신앙으로 평생 성경을 읽었지만 성경을 묵상할 때마다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수두룩하고 그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는 결코 모든 부분을 알 수 없는.

 

인간의 지혜로 결코 모든 부분을 알 수 없다고 해서 성경을 대충 읽고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성령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 가운데서 성경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매년 1월 1일이면 성경 1독을 굳게 다짐하며 시작하지만 모세 오경을 넘기기 어렵다. 구약이 어렵다는 핑계로 신약을 다시 들춰보지만 이 또한 복음서를 넘기지 못한다. 결국 성경의 일부분만 알 뿐 66권 전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된다.

 

이런 일을 겪은 이는 나만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마크 러셀도 역시 그러했던 것 같다. 그도 역시 성경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주일학교에서도 배우지 못한 성경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성경 전체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성경의 66권을 저자 나름의 화법과 표현을 사용해서 들려준다. 사실 저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경의 내용을 들려주는 것이라 거부감이 드는 부분이 적지 않다. 유머와 독설이 주는 카타르시스, 유쾌 상쾌 통쾌한 성경 에세이라고 표현하지만 우리나라 성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라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그래도 저자가 이 글을 쓴 의도대로 성경을 쉽게 이해하는 데에는 나름의 역할을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어려운 말에 뒤덮여 손도 대지 않을 그런 성경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말씀들을 하셨는지 궁금해서 계속해서 읽고 싶어지는 그런 책,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말처럼 너무 저자 중심의 표현이라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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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심령학자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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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작가를 표현하는 한 단어를 꼽으라고 하면 기발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들의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것이야 두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배명훈 작가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소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전작들에게서 받은 신선한 충격의 여운이 여전히 내 가슴을 채우고 있을 정도니까.

 

그런 그가 이번에는 ‘고고심령학’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고고학과 심령학을 합친 고고심령학. 배명훈 작가가 아니면 이런 발상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런데 과학 소설을 지향하는 작가의 방향성이랑 맞는 걸까? 심령학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과학적이라고 하기는 좀 그런데.

 

고고심령학이란 고고학적인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심령학적인 수단을 활용하는 학문(p.27)이다. 기발하지만 실제 이런 학문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진위 여부야 우리가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여하튼 소설은 고고심령학의 대가인 문인지 박사가 세상을 떠난 후 문인지 박사의 서재를 정리하는 일을 맡은 조은수, 그녀의 친구이자 동기인 김은경, 문 박사의 친구 한나 파키노티를 중심으로 이어나간다.

 

문인지 박사가 죽은 후 서울 한복판에 검은 성벽이 출현한다. 검은 성벽의 출현 후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사람들 사이에 목격담이 퍼져가는 가운데 조은수는 이 현상이 심령현상인 빙의와 관련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녀는 한나 파키노티와 함께 스승인 문 박사의 서재를 정리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소설 도입 부분은 솔직히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서울에 일어난 요새빙의 현상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이 마치 퍼즐을 맞추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할 정도로 짜릿함을 더해준다. 특히 장기, 체스와 관련된 내용들은 호기심이 일어 인터넷을 찾아보면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 할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이야기 자체가 주는 신선함도 상당했지만 툭툭 던지는 작가의 질문 혹은 생각들을 읽고 고민하는 즐거움도 상당했다. 특히 학문에 대한 생각이 그러했다.

 

살림살이에 보탬은 안 됐지만,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닫혀 있는 문 몇 개를 열어주는 일이 틀림없었다.(p.103)

 

평생 교육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언가를 배우는 일은 우리가 나아갈 또 다른 문을 열어준다. 정체된 느낌에 고민스러웠던 내게 이 말은 큰 도움을 주었다.

 

볼수록 매력적인 작가, 배명훈. 그가 상상력의 끝은 어디일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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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으로 그린 그림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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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 작가하면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작품이 바로 <인간시장>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장총찬이라는 인물이 준 강렬한 인상이 김홍신 작가와 겹치면서 왠지 김홍신 작가하면 마초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만 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다 이런 고정관념을 버리게 된 작품이 전작 <단 한 번의 사랑>이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사랑이야기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사랑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를 풀어낸 그의 이야기는 아련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했다.

 

이 시대의 로맨티스트라고 불러도 좋을만한 작가의 성향을 알게 되었기에 <바람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이번 신작 역시 당연히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이라고 추측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제목이 풍기는 이미지를 그려내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가장 먼저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라는 글을 써서 책상에 붙여놓았다는 작가의 말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마저 걸릴 수밖에 없는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 왠지 모르게 아픔이 느껴지면서도 그 속에 담긴 무언가가 강렬하게 독자를 끌어당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소설 속 목차를 들여다보면 이런 인상이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제1부 철조망 또는 성벽

 

1부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벌써 작가가 그린 사랑이 일반적인 사랑이 아님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사랑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서 철조망 혹은 성벽이라니 말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일반인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벽은 무엇일까? 여기에서 작가가 말하는 벽은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연령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마음속에서 서로를 존중하기 위한 벽이기도 하다.

 

2부와 3부에서 작가가 그린 내용들도 마냥 행복한 사랑 이야기가 아님을 암시한다. ‘사랑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이제 내게 남은 사랑은 없다’라는 문구들은 달달한 사랑 이야기 대신 아픔과 고통이 넘쳐나는 사랑을 얘기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물론 리노와 모니카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모니카와 이준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지막 4부 ‘깊은 용서’에서 작가는 아무리 쓰라린 상처라도 용서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생각을 드러낸다.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예상한 내용이었기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읽었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떨지는 솔직히 아직은 모르겠다. 과연 모니카와 리노의 가족에게 일어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이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가 아직은 모호하지만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이라면 바람조차 걸릴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생각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된다. 실제 내 삶에서 그런 일이 쉽게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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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현대작가들 A To Z
캐롤라인 타가트 지음, 앤디 튜이 그림, 정윤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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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책을 읽었지만 한 작가에 깊이 빠져들지는 않았다. 물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보다는 작품 위주로 책을 읽어서 그런지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고 자신 있게 말할만한 그런 작가는 없다.

 

그러다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을 읽으면서 한 작가에 대해 깊이 안다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깨닫게 되면서 작가들 중심으로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막상 어떤 작가의 작품을 읽어야할지 결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런 내게 큰 도움을 준 책이 있다. 시그마북스에서 출판한 <위대한 현대작가들 A to Z>이다.

 

이 책은 지은이 앤디 튜이가 <위대한 현대미술가들 A to Z>, <위대한 영화감독들 A to Z> 이어 집필한 것으로, 현대적이면서 20세기를 빛낸 작가 52명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 중 어떤 이들은 위대한 현대작가로 선정될 수 있을 지를 놓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생생하고 인생적인 묘사가 가능한 작가 위주로 선별했다는 지은이의 설명으로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개략적인 설명, 일러스트, 사진 등으로 각 작가들에 대해 소개한 후 그들이 남긴 작품들 중 꼭 읽어야 할 작품들과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사실 등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길지 않은 소개이지만 각 작가에 대한 기본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의 설명이기에 작가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라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017년 남은 시간 동안 이 책에서 소개한 작가 52명 중 한 명을 선택해 깊이 있게 그 혹은 그녀를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이 책에서 소개한 그 혹은 그녀의 모습을 온전히 그려보고 싶은 욕심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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