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 로드 - 마르틴 루터의 500년 유산, 종교개혁의 길을 걷다
구영철 지음 / CBS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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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500년 되는 해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의 교회를 보면 세상 사람들의 수많은 지탄을 받는 대상이 되어 버렸다. 도대체 이런 현상이 생기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는 이때 루터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종교개혁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구영철 목사님의 <루터 로드>를 읽게 되었다.

 

저자는 복음의 정신을 인생의 최고 가치로 여겼던 루터가 남긴 다양한 흔적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허망한 영혼에 다시 복음을 채우고, 무너져가는 교회에 새로운 도전을 던지고자 했던 결과물이 바로 <루터 로드>라고 말한다.

 

저자는 루터가 오래 살았던 주요 도시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진과 글로 루터의 신학과 삶을 들려준다. 어린 시절 루터가 다닌 성 게오르그 교회, 루터의 도시 비텐베르크, 성상 논쟁으로 혼돈과 소동에 빠진 사람들에게 복음으로 평화를 다시 찾게 한 칼라, 세상의 권세와 하나님의 권세 중 하나를 택일해야 했던 보름스 대성당 등 루터의 흔적이 남은 도시들을 저자의 시선을 쫓아가다 보니 어느새 그가 남긴 흔적 하나하나가 내 마음 속에서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권능이 들어올 때 하나님의 권능은 나가고

우리의 권능이 나갈 때 하나님의 권능이 들어옵니다.(p.53)

 

결코 세상과 타협할 수 없었던 루터의 마음이 내게 오롯이 전달된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너무나 풍족한 삶 속에 젖어 우리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 우리에게도 스스로의 부패를 타파할 개혁 정신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살펴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는 ‘하나님의 형상’ 혹은 ‘그리스도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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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미 배드 미 미드나잇 스릴러
알리 랜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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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밀리라는 이 아이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이 아이의 내면 깊은 곳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지, 이 아이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생각하면 왠지 모를 두려움, 섬뜩함이 느껴지면서 공포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밀리는 분명 피해자이다. 9명의 아이를 죽인 엄마의 살해 행각에서 그녀는 아이들을 구할 수도 없고, 엄마를 말릴 수도 없었던 자신을 자책하는 희생자이다. 그런데 작가는 그녀의 내면을 조금씩 비춰주면서 정말 그런지, 밀리가 정말 선한(굿) 아이인지 아니면 악한(배드) 아이인지를 확인해 보라고 한다.

 

열여섯 살 생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밀리는 아홉 명의 아이를 죽인 엄마를 경찰에 고발한다. 그녀는 놀이방이라고 불리는 장소에서 엄마가 아이들을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한 증인으로 법정에 출두하기로 한다. 법정에서 증언할 때까지 마이크의 집에서 지내기로 한 밀리는 마이크의 딸인 피비와 처음부터 좋지 못한 관계를 맺고 만다. 반면 마이크의 집 근처에 사는 모건과는 서서히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소설은 밀리가 엄마의 살인을 되짚어보는 과거의 이야기와 마이크의 집에서 일어나는 현재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면서 마지막을 향해 나아간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마냥 희생자로만 생각했던 밀리가 어쩌면 단순한 희생자만은 아니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마지막 희생자인 대니얼을 죽인 사람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이런 의심을 최고조에 이르게 한다.

 

이 소설의 묘미는 항상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할 수 없었던 밀리가 마이크의 집으로 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내는 내면을 통해 과연 밀리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데 있다. 언뜻 그녀를 선하다고 말할 수도 있고, 악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소설을 다 읽은 후 곰곰이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그녀를 선하다고도, 그렇다고 악하다고도 말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엄마라는 세계에 갇힌 애니(밀리)의 행동은 그녀 자신의 의지일까? 아니면 그녀에게 주어진 유전적 요인일까? 아니면 그녀를 둘러싼 환경 탓일까? 이런 의문은 끝없이 이어지는 환경과 유전 논쟁의 연장선에 있기에 단정적으로 대답하기 어렵다. 어쩌면 영원히 답을 찾지 못할 지도 모르고.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 게임을 벌이는 밀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아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를 만날 것이지도 모른다. 섬뜩하면서도 궁금한 그녀의 이야기, 당신은 새로운 심리의 세계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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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짧지만 우아하게 46억 년을 말하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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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의 제목이 참 묘하다.

 

편견으로 가득한 세계사로의 초대

 

공정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결과를 놓고 생각하면 공정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역사이기에 사람들은 역사를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보면 저자가 말한 편견으로 가득한 세계사라는 말은 가장 공정한 말일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부터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롭다.

 

저자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저널리스트이다. 그렇기에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남다를 수 있었나 보다. 여는 글을 대신한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그의 역사관에 상당히 공감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 중에서도 이 글이 오랫동안 눈길을 끌었다.

 

역사란 그런 것이다.

역사는 누가 어디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역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나와 당신들의 오만하고 이기적인 수많은 역사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객관적 진실이 아니라 각자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역사라는 그의 생각은 실제 우리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그게 옳은 방법인지 혹은 잘못된 방법인지는 별개의 문제로 두고.

 

이처럼 자신만의 관점으로 쓴 역사책이다 보니 여타의 책과는 달리 사건이나 시간의 순서에 따라 역사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 대신 주제에 따라 역사를 분류해 들려주는데, 때로는 도시에 관한 내용을, 때로는 인류 역사를 바꾼 말들을 중심으로, 때로는 예술이나 발명을 통해 역사를 바라본다. 이처럼 주제에 따라 분류한 방식으로 역사를 설명하기에 이 책에는 그림, 연표, 지도가 하나도 없다.

 

저널리스트가 쓴 책이라서 그런가? 글에 위트와 재미가 넘쳐난다. 역사라면 치를 떠는 사람들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 상당히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난 그래도 역사가 싫어’라고 말하는 분이라면 이 책에 수록된 TOP 10 정도만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각 주제별 설명 후 부록처럼 덧붙인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저자가 다룬 주제를 충분히 보여주면서 적당한 교양도 쌓을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내용이기에 가볍게 읽고 싶은 분이라면 이 부분만 읽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정통 역사학자들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을 지 알 수 없지만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나 같은 이들에게는 역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한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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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살해하기 - 당연한 말들 뒤에 숨은 보수주의자의 은밀한 공격
웬디 브라운 지음, 배충효.방진이 옮김 / 내인생의책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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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프랜차이즈 회사의 갑질 논란이 대한민국을 다시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가맹점을 사업의 동반자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밟고 올라가야 할 희생물로 생각하는 그들의 작태에 할 말을 잊어버렸다. 이런 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웬디 브라운의 <민주주의 살해하기>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신자유주의의 합리주의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사람을 국가의 근원으로 보지 않고 인적자원으로 보는 신자유주의적 생각이 서서히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란 도대체 무엇일까? 저자 웬디 브라운은 아직 신자유주의의 개념이 확립되지는 않았다고 말한 후 푸코의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강의를 소개하면서 그가 제시한 신자유주의 분석틀에 내포된 문제점을 비판한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폐해를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리버럴아츠교육의 축소로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이 사라지고 있고, 이로 인해 각 개인을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주체적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고 소득원, 수익성, 기술 혁신 등을 지향하는 인적 자원으로 여기는 흐름이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대학이 취업을 위해 거쳐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변질되기도 했지만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인문학에 대한 열풍이 사회 전반에 걸쳐 이어지는 현상이 함께 공존하는 것을 보면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Demos / kratia. 인민이 지배한다....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데모스, 즉 인민이 지배한다는 원칙 외에는 그 어떤 의미도 담고 있지 않다.(p.275)

 

민주주의는 자산, 부, 교육 수준, 전문성 등에 의해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인민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런 희망이 있는 나라, 그런 나라를 지금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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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광개토태왕 1~2권 - 전2권
손정미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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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역사적 인물을 꼽아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들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위대하게 여기는 인물이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 중의 한 분이 광개토대왕이 아닐까 싶다.

 

광개토대왕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광개토대왕이 어떤 인물인지를 물어본다면 대부분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저 광활한 대륙을 지배한 고구려의 왕으로만 기억할지 모른다. 역사적 사료가 많지 않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한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번영한 시대라고 할 만한 시기를 이끌었던 광개토대왕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이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책이 나왔다. 손정미 작가의 <광개토대왕>이다. 두 권으로 된 이 책은 역사소설이다. 소설이기에 역사적 사실이 아닌 작가 나름의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들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3년여에 걸친 자료 연구, 현장 답사 등을 통한 검증된 역사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짜여 있기에 소설과 사료를 넘나드는 묘한 매력이 전해진다.

 

고구려의 전성시대를 연 광개토대왕, 그의 일생은 치열한 삶의 다툼을 통해 차곡차곡 내공이 쌓여가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힘으로 모든 것을 압박하는 군주가 아닌 평화와 포용을 함께 펼친 위대하면서도 현명한 군주가 바로 광개토대왕이다.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스토리가 주는 재미이다. 역사적 사료와 달리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인간적인 광개토대왕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도 모린과의 이야기는 독자를 또 다른 즐거움으로 이끌어준다.

 

2017년의 대한민국, 그 옛날 위대한 나라의 깃발을 휘날리던 광개토대왕의 고구려처럼 나라다운 나라, 온 세계를 포용하는 나라를 향해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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