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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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라는 말을 떠올린 적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사람마다 절망이라는 감정을 갖게 되는 강도가 다르기에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상태를 절망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때 절망이라는 감정에 빠졌던 적이 분명히 있다. 세상 누구도 의지할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전혀 보이지 않고,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던 그 때. 그랬기에 표지에 실린 글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나보다.

 

“시련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어설픈 위로가 얼마나 폭력처럼 느껴지는지”

 

절망이라는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내가 믿는 절망 가운데 있는 나와 함께 하는 하나님의 크신 사랑이었다. 끝없는 절망 가운데 있는 나를 위로하신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의 사랑에 더해 나를 위로해준 것은 그 때 읽은 수많은 책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기에 절망 속에서도 책을 집어 들었다. 처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책의 구절들이 어느 순간 상처 입은 내 마음들을 위로해주었다. 다시 일어서라고 격려해주었다.

 

난치병으로 13년간 투병 생활을 해야 했던 저자 역시 절망을 이겨낸 힘이 바로 책에 있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절망의 시간과 그 때 자신에게 깨달음을 2부로 나누어 설명한다. 1부에서는 절망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를, 2부에서는 절망했을 때 마음 깊은 곳에 다가온 책, 영화, 드라마 등을 소개한다.

 

슬픔은 자신만의 것

 

책 중간에 나온 이 한 구절이 참 절절하게 다가온다. 수많은 친구들이 있고, 동료가 있고, 가족이 있지만 막상 깊은 슬픔에 잠길 때는 혼자 골방에 앉아 눈물을 흘릴 때가 많았다. 슬픔을, 절망을 혼자서 절절히 느끼면서.

 

살아가면서 절망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들이기에 책을 읽는 내내 가슴 한쪽이 먹먹했다. 그 옛날의 기억이 자꾸 떠오르면서 저자의 마음이 오롯이 내게 전해졌다. 그의 따뜻한 마음과 생각이.

 

언제나 절망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삶은 우리의 그런 바람을 들어주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렇지만 우리는 절망 가운데서도 위로를 받고 다시 희망을 노래한다. 그런 여정에 함께 한 책과 사람들... 어찌 소중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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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철학 -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한 철학도의 물음
황광우 지음 / 풀빛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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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을 기억하면서 사람들은 어떤 단어를 떠올릴까? 많은 사람들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생각할 것 같다. 국민 스스로 촛불이라는 가장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대통령 탄핵을 거쳐 새롭게 출발한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크다. 정말 나라다운 나라를 세울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마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모든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다.

 

저자 역시 촛불로 이루어낸 새 정부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버려야 할 것과 이루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와 관련해 자신의 생각과 질문을 던지며 함께 정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제1부 그 시절 이야기, 제2부 성장 프레임의 파탄, 제3부 다가오는 새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우리가 돌아보아야 할 역사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저자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자세하게 설명한다.

 

<대한뉴우스>라는 첫 이야기부터 옛날 생각이 나게 하는 구성이다.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대한 뉴우스를 보아야만 했던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어린 나이였지만 박정희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 등으로 이어지는 독재 시절의 그 모습들도 함께 떠올랐다.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는 내용들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사건들이다. 성장이라는 기치 아래 이루어진 독재 정부, 정경유착, 부정축재, IMF 사태, 삼성공화국, 가계부채 등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들을 조목조목 꼬집어 나간다.

 

저자가 설명하는 이런 사건들을 돌아보면서 앞서 ‘책을 펴내며’에 먼저 제시한 저자의 열 가지 생각을 다시 살펴보았다. 모두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다. 물론 저자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주3일 노동제와 같은 제안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대한민국이 모두가 바라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깊이 고민하고 철저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누군가 한 사람의 힘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세울 수는 없다. 새 나라, 새 역사는 우리 모두가 함께 써야 한다. 촛불 정신이 바로 그것 아니겠는가? 함께 새 나라, 새 역사를 만들어가자는 그런 정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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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기술
이반 안토니오 이스쿠이에르두 지음, 김영선 옮김 / 심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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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었다. 몇몇 친구들은 얼굴이랑 이름이 모두 기억이 났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름도 얼굴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얼굴이나 체형이야 나이가 들면서 바뀌었기에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이름을 들어도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던 그 순간,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데 친구는 또 어찌나 기억을 잘하는지.

 

기억이란 참 묘하다. 누구한테는 그 옛날 일도 어제 일 같고, 누구에게는 10분 전 일도 몇 십 년 전 일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사람들이 무언가를 잊어버리거나 혹은 계속해서 기억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망각의 기술>은 학습과 기억을 연구한 신경생물학자인 이반 안토니오 이스쿠이에르두가 저술한 책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기억과 망각의 메커니즘을 역사적 개념과 문학적 견해, 과학 실험 결과 등을 토대로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기억이 떠오르지 않게 하는 방식에는 네 가지가 있다. 습관화, 소거, 차별화(변별), 억압이 바로 그것이다. 이 방식들은 기억을 지우는 대신 기억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들이다.

 

우리가 잊는 것이 우리 자신을 만든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망각하도록 학습하거나 선택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를 토대로 현재, 미래를 계획한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는 절대 우리의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상당하다. 내가 보냈던 수많은 나날들을 떠올리지 못한다는 사실에. 그 가운데는 소소했지만 결코 잊고 싶지 않았던 추억들도 분명히 있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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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07-10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최근 관심있는 주제가 바로 기억의 조작이에요....소거는 의식적인 차원인가요?
 
[세트]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세트 - 전2권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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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과는 그다지 상관없지만 주인공 정동언이 수목원을 운영하는 화천군 다목리는 내가 군 생활을 했던 곳이다. 돌이켜보면 화천에 대한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오지 중에 오지라 인적도 드물고, 마을이라고 해봐야 전방 100미터 보고 후방 100미터 정도 보면 끝인 동네. 날씨는 또 어찌나 춥던지, 5월에도 눈이 내릴 정도이니 오죽 했을까?

 

그다지 좋지 못한 인상을 준 화천이지만 확실하게 좋았던 것이 하나있다. 바로 자연이다. 청정지역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분명하게 알게 해 준 곳이 화천이다. 물 맑고, 공기 좋고, 푸르른 숲이 주는 상쾌함은 그 어떤 곳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이런 점에서 주인공 정동언이 화천에서 수목원을 운영한다는 설정(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이 이해가 된다. 추악하고 음침한 인간들 대신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식물들이 자라는 곳, 그런 곳에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설립한 의미를.

 

사설이 길었다. 이제 책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외수 작가의 작품은 빼놓지 않고 읽는 독자로써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남달랐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보복대행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묘하다. 그렇게 좋은 의미라고 할 수 없는 ‘보복’이라는 단어가 이 소설에서는 어떤 의미로 사용된 걸까?

 

주인공 정동언은 친일파의 손자다. 하지만 그는 세상의 다른 친일파 후손들과는 달리 할아버지가 저지른 죄와 아버지의 탐욕을 부끄러워하는 인물이다. 친일파 후손으로 느꼈던 열등감, 수치심 등으로 인해 그는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특이한 능력이 있었으니 바로 식물과 대화가 가능하게 해주는 채널링이라 불리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을 그는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앙갚음을 대행해주는 일에 사용하기로 한다. 이를 위해 세운 회사가 바로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이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악당들에게 시원하게 응징하는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에 그들이 행한 일들에 더 큰 통쾌함을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다. 가끔, 정말로 아주 가끔이지만 악한 사람들, 특히 국민을 끝없이 우롱하면서 자신은 죄가 없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인물들을 볼 때면 확 한 대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들의 활약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특히 4대강 사업 관련자들을 빗대어 처벌하는 모습(그들에게 녹차라떼를 마시게 하는 장면, 그들의 뇌를 자극해 환상을 보게 만들어 강에 뛰어들게 하는 장면 등)은 통쾌함을 넘어서 온 몸이 짜릿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한다.

 

물론 ‘한 사람의 개인이 행하는 보복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보복도 일종의 사랑이라고. 자신의 죄를 깊이 뉘우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게 하는 방식이라고. 유익현의 경우를 보면 이 말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환상과 현실을 엮어 오늘의 모습을 꼬집는 작가 특유의 기발함과 유쾌함, 촌철살인의 풍자가 살아있는 작품을 만나 현실의 답답함과 불쾌함을 어느 정도 잊을 수 있었지만 여전히 가슴 한 쪽이 답답하다. 언제쯤 화천 다목리처럼 맑고 상쾌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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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5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성숙한 국가 - 국가를 바라보는 젊은 중국 지식인의 반성적 사유
쉬즈위안 지음, 김태성 옮김 / 이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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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구성요소라고 하면 주권, 영토, 국민을 말한다. 어떤 나라를 미성숙한 국가라고 평가한다면 3가지 구성요소 중 무엇을 기준으로 그런 평가를 내리는 걸까? 얼핏 보기에도 주권이나 영토는 성숙 혹은 미성숙의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미성숙은 국민에 관한 내용이란 걸까?

 

쉬즈위안의 저서 <미성숙한 국가>에서도 그런 결론을 내리고 있는 걸까?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는 생각도 들고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사회비평가이자 작가로서 활동하는 쉬즈위안은 인문책방 ‘단샹제’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조국인 중국에 대한 비판과 반성적 논조를 꾸준히 발표하는 활동가이다.

 

이 책도 역시 청일전쟁에서부터 오늘에 이르는 중국의 역사와 사회를 둘러보면서 중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식으로 흘러왔고,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역사적 관점에서, 사회적 관점에서, 또한 동양적 시선과 서양적 시선으로 모두 살펴본다.

 

저자는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을 객관적 시각으로 살펴볼 뿐 아니라 쑨원, 장제스,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등 근대 중국을 이끈 인물들을 통해 중국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중국의 발전과 변화를 설명한다. 또한 자신만의 사유의 창을 통해 오늘날의 중국에 나타난 경제, 정치, 사회적 흐름을 파악해서 들려준다.

 

저자의 조국에 대한 비판과 반성은 조국에 대한 애정과 기대에서 비롯되었음을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다. 특히 저자는 ‘중국은 인민들의 꾸준한 노력을 통해 과거의 착오와 현재의 불행을 딛고 다시 한 번 위대한 국가로서 세계무대에 당당하게 서게 될 것이다’라는 페이샤오퉁의 말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대한민국은 성숙한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2016년을 달군 촛불집회와 조기 대선을 통해 새역사를 만들어가는 대한민국도 온전히 성숙한 국가라고 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가 중국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듯이 우리도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과 꿈을 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이 깨어나야 한다. 국가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고, 이런 비판이 제도적으로, 정치적으로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또한 소통을 중시 여기는 지도자들이 각 분야에서 자기의 능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성숙한 국가란 결국 국민의 의식이 깨어있는 국가를 말하는 것이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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