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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탱고클럽
안드레아스 이즈퀴에르도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이 소설 진짜 마음에 안 든다. 현실과 너무 다른,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이다. 교통사고로 다친 데 대한 피해 보상으로 교사를 해달라고 요청한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아이들을 맡기겠다고? 그것도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은 다른 아이들을? 이게 현실적인 걸까?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이런 요구를 하는 교장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가버도(물론 회사 오너의 아내와의 관계가 들통 나서 자신의 미래를 망칠까봐 그런 거라는 설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냉정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기업 컨설턴트가 교장과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하다니). 아우, 이런 설정 정말 마음에 안 든다. 그런데 책을 덮으려는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
잘 나가는 기업 컨설턴트 가버. 그에게 다친 시련 아닌 시련은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쳐 여름 축제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것. 가버 자신이야 어렸을 때부터 교습소에서 닦은 춤 실력이라 모든 이의 눈길을 끌 정도로 굉장한 수준이지만 아이들은, 그것도 한 명, 한 명이 육체적인 상처와 심적인 상처를 갖고 있는 아이들은? 쉽지 않다. 게다가 가버는 회사 파트너가 될 기회를 잡기 위해 피 튀기는 전투장으로 나아가야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설령 그들을 맡는다고 해도 진심으로 대할 수 있을까?
문제는 가버의 현실을 교장 카트린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면서 가버를 옴짝달싹도 못하게 한다. 가버에게 너무 몰입한 걸까? 그녀의 모습에 울컥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라면. 교장 카트린이 심술궂은 마귀 할머니처럼 느껴진다. 가버, 힘내라!!!!
그런데 서서히 가버의 마음이 변해간다. 마음만 변해가는 게 아니라 일을 대하는 모습도 변하고 춤을 추며 만난 여자들에 대한 마음도 변해간다. 이게 무슨 일이지?
아이들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가버는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고, 이제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소중한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신뢰하며, 서로를 의지하는 탱고처럼.
작가는 좌충우돌하는 가버와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한편 각 아이들이 가진 깊은 상처를 한 명씩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들이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보듬어 안아주는지를 잔잔하게 그려낸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런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베풀 때 우리가 가진 무언가를 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자신이 그들로부터 무언가 소중한 것을 받는다는. 가버가 자신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처럼. 이런 생각이 마지막에 나를 울렸나보다. 힘든 짐을 짊어진 채 살아가는 또 다른 가버인 나도 무언가 커다란 행복을 받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