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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 원년의 풋볼 (무선) ㅣ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4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평점 :
한때 일본 소설에 빠졌던 적이 있다. 무라카미 류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들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었다. 이들의 작품은 모두 사서 소장할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읽었지만 다른 일본 작가들의 소설은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나마 읽었던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 정도일까?
한쪽으로 치우친 독서력 때문인지 오에 겐자부로의 <만엔 원년의 풋볼>가 주는 첫 느낌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았다. 시대의 지성이라고 불리는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이라 이전부터 읽고 싶어 했지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워 보이는 주제에 노벨 문학상 수상이라는 무게감이 더해져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웅진 지식하우스에서 기획한 일문학선집 작품 중 <금각사>를 읽고 일본 소설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역사적 관계를 제외하고 오직 문학적 관점에서만 바라봤을 때 일본 작품들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다.
학생운동가 다카시와 그의 형 미쓰사부로의 대립과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이 소설은 55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독자를 깊이 빨아들이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한 페이지 넘기기조차 힘들다고 생각하는 내게는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
이 소설이 이해하기 쉽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상당히 어렵다. 작가의 생각이 깊숙이 담겨있는 느낌이 들지만 선뜻 끌어올리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책을 읽은 이유는 말 그대로 작품의 구성력과 이야기로써의 매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풀어야할 수수께끼를 하나씩 벗겨나가는 그런 기분이 드는 흐름, 과연 마지막이 어떻게 마무리될지에 대한 궁금함이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세 가지 큰 사건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연관성,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정체성 문제로 힘들어하는 인물의 모습, 형제의 대립각에서 엿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일면, 이런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는 구원의 길 등 소설에서 던지는 화두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했고, 고통 받는 영혼들을 치유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작가의 이런 마음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상처 입은 이들을 위로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과 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