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루스 호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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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처음 사용했던 96년. 그 당시 그 핸드폰은 정말 소중했다. 그 속에 흘러간 시간과 이야기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핸드폰을 잃어버렸을 때 하루 온 종일을 미친 사람처럼 핸드폰을 찾으러 다녔다. 칠칠치 못했던 자신을 한없이 질책하면서.

 

요즘 핸드폰은 그냥 하나의 물건일 뿐이다. 그 속에 담긴 자료들도 모두 어딘가에 백업이 되어 있어서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별다르게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상 핸드폰을 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렌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추억이 깃든 물건들이 있다. 그런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그 물건을 잃어버리면서 추억도 잃어버린 사람들도 있고. 이 소설은 그런 이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달해주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약혼자가 세상을 떠난 날 그녀가 준 선물을 잃어버린 후 앤서니는 잃어버린 물건들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그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일지도 모르기에. 잃어버린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싶어 하는 앤서니의 마음은 그의 비서인 로라에게로 이어지고, 이는 또 다른 주인공 유니스에게로 이어진다. 서로 별다른 관계가 없어 보이는 듯한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잃어버린 것이 물건에만 한정되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물건이 아니라 시간을 잃어버렸고, 어떤 이는 세상을, 또 다른 이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 그들에게 추억을, 삶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돌려주고 싶어 했던 것, 그것이 앤서니가 진정으로 바랐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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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 원년의 풋볼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4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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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일본 소설에 빠졌던 적이 있다. 무라카미 류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들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었다. 이들의 작품은 모두 사서 소장할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읽었지만 다른 일본 작가들의 소설은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나마 읽었던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 정도일까?

 

한쪽으로 치우친 독서력 때문인지 오에 겐자부로의 <만엔 원년의 풋볼>가 주는 첫 느낌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았다. 시대의 지성이라고 불리는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이라 이전부터 읽고 싶어 했지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워 보이는 주제에 노벨 문학상 수상이라는 무게감이 더해져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웅진 지식하우스에서 기획한 일문학선집 작품 중 <금각사>를 읽고 일본 소설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역사적 관계를 제외하고 오직 문학적 관점에서만 바라봤을 때 일본 작품들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다.

 

학생운동가 다카시와 그의 형 미쓰사부로의 대립과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이 소설은 55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독자를 깊이 빨아들이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한 페이지 넘기기조차 힘들다고 생각하는 내게는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

 

이 소설이 이해하기 쉽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상당히 어렵다. 작가의 생각이 깊숙이 담겨있는 느낌이 들지만 선뜻 끌어올리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책을 읽은 이유는 말 그대로 작품의 구성력과 이야기로써의 매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풀어야할 수수께끼를 하나씩 벗겨나가는 그런 기분이 드는 흐름, 과연 마지막이 어떻게 마무리될지에 대한 궁금함이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세 가지 큰 사건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연관성,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정체성 문제로 힘들어하는 인물의 모습, 형제의 대립각에서 엿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일면, 이런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는 구원의 길 등 소설에서 던지는 화두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했고, 고통 받는 영혼들을 치유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작가의 이런 마음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상처 입은 이들을 위로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과 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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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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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하는 간단한 선택에서부터 진로나 결혼과 같은 인생의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중대한 선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택들을 한다. 이런 선택의 결과는 그 어떤 변명을 대더라도 결국은 선택한 사람 본인의 몫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데드 하트>에 나오는 닉의 선택도 결국은 자기 자신의 몫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오지에서 만난 앤지. 그녀를 떠나보낼 수 있음에도 순간적인 욕망에 넘어간 닉은 결국 울라누프라는 지도에서도 사라지고 세상에서도 잊힌 마을로 가게 된다.

 

원하지 않는 장소에서, 원하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오지의 마을에서의 삶은 닉을 절망으로 이끌지만 그 속에서 그는 또 다른 선택을 하고 그 과정에서 그 자신도 어찌할 수 없었던 사건들이 이어진다.

 

닉은 왜 오지를 향해 떠나기로 했던 걸까? 책의 제목인 ‘데드 하트’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오지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닉의 마음, 즉 죽은 마음을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런 마음 때문일까? 닉은 계속해서 어리석은 선택을 이어간다. 스스로를 막다른 길로 몰아넣는 최악의 선택을.

 

작가는 전작들에 담았던 메시지를 이 소설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임을. 그렇지만 그런 어리석은 선택 뒤에 또 다른 길이 열려있음을. 물론 그 대가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기는 하지만.

 

모두가 닉의 마지막 깨달음을 곰곰이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어쩌면 우리도 닉과 같을지 모르니까.

 

내 자신이 만든 막다른 골목으로 가지 않겠다. 무모한 방황도 하지 않겠다. 나는 덧없는 희망에 매달리고, 힘든 의무나 관계를 피하며 인생을 허비해 왔다....... 오로지 크리스탈만이 예외였다.

 

엄청난 실수에서도 우리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건 결국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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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박자 투자법 - 슈퍼개미 이세무사의 성공을 부르는 밸런스 주식투자
이정윤 지음 / 이레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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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라고 하면 왠지 도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주식 거래를 하면서 웃었다 울었다 하는 모습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 주식이라는 신세계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그것이 바로 3개월 전 내게 일어난 일이다.

 

3개월 밖에 안 된 주식 투자 경험은 무언가에 대해 얘기할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없어서 이 책을 평가한다는 것, 그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삼박자 투자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떠다니는 이론과 현실에서 실제로 부딪친 주식시장은 너무나 달랐기에 이런 방식이 실제 주식시장에서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평가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주식을 처음 시작하면서 들었던 가치 투자에 대한 입장은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다. 가치 투자가 분명 주식을 하는 입장에서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차트 등을 통한 기술적 매매 역시 주식 시장의 일부임이 분명하기에 이를 두고 어느 쪽이 더 낫다 혹은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저자가 말하는 재무제표 분석, 차트 분석, 재료 분석이 모두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은 기술적인 면만이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주식은 심리적인 부분이 상당히 크고 자신의 성향에 따라 투자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능력,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이런 부분들을 세밀히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초보자의 눈으로 바라본 주식시장은 황금 열매가 열린 나무들이 끝없이 이어진 에덴동산처럼 보인다. 하지만 필요한 장비들을 제대로 갖추고 출발하지 않는다면 그곳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꿈속의 유토피아일 뿐이다. 그저 꿈으로 끝날지 아니면 황금을 거머쥐는 유토피아에 이를지, 이 책에 그 비결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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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의 논리 수업 - 행복을 이끄는 논리적 사고의 비밀
무천강 지음, 이지은 옮김 / 미래지식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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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강사를 할 때 논술 수업을 하는 강사분이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논리라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서이기도 하고 논술이라는 과연 누군가를 판단하는 적절한 기준이 되는지를 알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그 때 그 강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논리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능력입니다.”

 

그 말이 참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저 멀리에 있던 논리라는 말이 바로 내 안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면서 어떻게 하면 나 자신에 대해,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런 내게 또 다른 논리적 사고력에 대한 생각을 심어준 책을 만나게 되었다 무천강이 지은 <하버드의 논리 수업>이다. 논리 수업이라는 말도 나를 끌어당겼지만 무엇보다 하버드라는 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세계적인 대학이라고 부를만한 하버드라니. 간접적이지만 그들이 배우는 바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론편과 응용편으로 나누어 논리에 대한 개념에서부터 실제 삶에서의 적용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어떤 점에서는 논리와는 동떨어진 듯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논리적 사유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본적 지식을 충분히 제시한다.

 

전체적으로 좋았지만 이론편의 하버드 논리 퀴즈와 응용편의 논리 핵심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 하버드 논리 퀴즈는 마치 셜록 홈즈가 된 듯한 기분이 들면서 문제를 추리해보는 즐거움도 있어서 더욱 좋았다. 물론 문제에 대한 tip이 바로 제시되어 있어서 무심결에 읽어버린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분명한 건 논리력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라는 점이다. 특히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논리적으로 철저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사업에 실패할 수밖에 없기에 논리력은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필요한 기초 능력 역시 논리력이다.

 

논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이런 논리는 저자의 말처럼 그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능력만이 아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행복의 길로 들어가게 해주는 마법의 열쇠이다. 이 책을 통해 모두가 행복의 열쇠를 거머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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