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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 살인 사건 - 카뮈의 <이방인>,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
카멜 다우드 지음, 조현실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1월
평점 :
역시 시키는 대로 해야 손해를 안 본다. <이방인>과 이 책을 함께 읽어야 한다는 르몽드의 충고를 무시하고 그냥 이 책만 읽었더니, 아이고 머리가 너무 아프다. 까뮈의 <이방인>을 안 읽은 건 아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그런지 자세한 내용도 가물거리고 소설에서 까뮈가 말하고자 했던 내용도 그다지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번역 논란이 한참 일었을 때 다시 보고자 했는데 이리저리 다른 책을 읽느라 다시 들쳐볼 여력도 시간도 없어서 지나쳤던지. 아쉽다.
이 책을 <이방인>과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는 ‘오늘, 엄마가 죽었다’는 말을 반박하는 듯한 첫 구절에서부터 드러난다.
오늘, 엄마는 아직 살아 있네.
도대체 어떤 작가이기에 이렇게 대놓고 까뮈의 작품에 도전장을 내던진 걸까? 작가의 이력을 보니 알제리 태생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라고 한다. 호, 까뮈의 이력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일단 호기심이 생긴다. 호, 이력을 살펴보니 대단하다. 이슬람 문화를 직설적으로 비판해 이슬람 종교 재판인 파트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단다. 이런 이력을 가진 작가니 대놓고 까뮈와 맞장을 뜨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소설은 뫼르소가 어느 이름 없는 아랍인의 동생이 돌아본 뫼르소 살인 사건의 기억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방인을 읽었을 때 뫼르소가 죽인 아랍인에 대한 묘사를 본 적이 없었다. 그저 한 장면의 일부를 채운 단역 배우에 불과했다는 생각만 했을 뿐.
그런데 그 사람은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런 아들이었고, 자랑스런 형이었다. 물론 그만의 이름도 갖고 있는(묘한 건 무싸라는 이름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설정이다). 누군가가 대신할 수 없는 무싸의 죽음은 그의 가족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세상 사람들도, 까뮈도, 뫼르소 사건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지만 말이다.
아랍인 무싸의 죽임이 그의 가족, 특히 그의 어머니와 화자인 동생에게 끼친 영향, 알제리의 독립 후에도 여전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현실, 아버지로 표현된 신에 대한 부정 등 소설에서 다루는 내용이 너무 무겁고 어려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묘하게 빠져든다. 바에 앉아 누군가의 독백을 듣고 있는 것처럼. 그러면서 그 사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이방인>과 함께 다시 읽어야겠다. 그래야 이 책의 묘미를 진정으로 맛볼 수 있을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