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인간다움을 말하다 - 정의가 사라진 시대, 참된 인간다움을 다시 묻다
송용구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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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하지만 인간다움이라는 표현이 내 마음에는 너무 따뜻하게 들렸고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에는 더 따뜻한 사랑과 존중이 담겨 있기에 책 제목도 좋고, 내용은 더 좋았다고, 이 책을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그렇다(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다).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세상이 흉흉해지면서 못 믿을 게 사람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이런 분위기가 이해가 된다. 국민의 대다수가 가난했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던 그 시절. 조그마한 것 하나조차 이웃과 나누던 사람이 사람답게 살던 시절. 그런 시절이 이제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은 왜 드는 걸까?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까?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며 다양한 인문학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끊임없이 연구하는 저자 송용구는 참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위대한 사상가들의 눈을 통해 찾아보고자 한다.

 

8장으로 나누어진 본문에서 각 장마다 한 편의 고전을 선정하고 이를 철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인간다움에 대해 논의한다. 각 장의 첫 장과 마지막 장에서 철학자 혹은 작품의 중심 사상을 전달한다. 간략하지만 각 장에서 들려주는 인간다움의 핵심이 담긴 글이라 책을 읽기 전 혹은 다 읽은 후 해당 글귀를 읽으며 깊은 사색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책에서 주장하는 사랑과 상호존중의 모습이 가장 인간적이지 않을까 싶다. 기독교적인 사고가 많은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사랑이 없는 인간의 모습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 같다고 해야 할까, 본질이 사라진 허수아비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또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는 관계에서는 아주 사소한 문제에도 분노를 터트리게 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비인격적인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인간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가장 인간적인 모습인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은 이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본성이다. 이를 잃어버릴 때,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반대로 이런 본성이 살아있을 때,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이상적인 모습을 가지게 된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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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 - 자본주의가 앓는 정신병을 진단하다
토마스 세들라체크.올리버 탄처 지음, 배명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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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제를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정신분석학적 분석은 사람에게만 행해지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진 이들의 허를 찌르며 경제도 역시 프로이트나 융의 사상을 토대로 진단할 수 있다니, 그 내용에 대한 판단을 차치하고서라도 그 접근법만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쉬운 책은 아니다. 릴리스, 아킬레우스, 아폴론 등 신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끌어다 심리적 분석을 시도하고, 이를 다시 경제적 시스템에 도입하는 방식이라 일면 재미있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다만 신화나 성경에 관한 지식이 없는 독자들은 저자가 신화와 경제적 상황을 연결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저자들은 경제에 스며든 정신장애로 현실인식장애, 공포증, 정서장애/정동장애, 충동조절장애 성격장애를 든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사디즘, 나르시시즘, 도벽, 양극성장애, 물신숭배 등이 현대 자본주의가 앓고 있는 질환으로 제시한다.

 

이런 질환들은 고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정신질환을 치료하듯이 경제적 질환들도 당연히 치료할 수 있다. 자본주의라는 경제시스템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자가 말한 다음 구절을 한 번 곰씹어보자.

 

우리도 경제면에서 더 인간적이 될 수 있으리라. 아킬레우스의 표현을 빌리면, 조금 더 가난하고 조금 더 느릴 뿐 아주 활기차게 살 수 있는데, 도대체 왜 시장과 인간은 무의미한 경쟁을 하며 서로를 죽일까?(p.153)

 

저자의 이 말은 경제 시스템도 인간의 변화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 아닐까? 저자가 말한 꿈과 희망이 바로 이런 변화를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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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의 여인들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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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흐름인가? 역사적 인물들을 기존의 시각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책이나 드라마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역사적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요즘 자주 보는 드라마 <신사임당 빛의 일기>도 그런 흐름의 하나이다(이 드라마를 보는 유일한 이유는 친구가 출연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신사임당의 사랑에 관한 소설, 드라마가 주를 이뤘다면 올해 새롭게 부각시킨 인물은 최문희 작가가 쓴 <정약용의 여인들>의 주인공 정약용이 아닐까 싶다(정약용이 주인공인지 아닌지는 약간 헛갈린다).

 

정약용이라고 하면 실학사상과 더불어 백성들을 진심으로 대한 선각자라는 인식이 강하기에 정약용의 여인들이라는 책 제목은 많은 이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는 자극적인 문구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새하얀 백지 같은 인물에게 먹물을 확 끼얹은 듯한 그런 느낌??

 

그런데 제목과는 책 내용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여인들이라는 말이 풍기는 뉘앙스 때문에, 혹은 신사임당의 사랑을 다룬 소설이나 드라마의 여파 때문에 정약용의 로맨스를 다룬 소설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막상 소설에서 다룬 내용은 그런 로맨스보다 정약용과 함께 시대를 살았던 여인들, 그리고 그를 이은 여인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정약용의 정실부인인 혜완, 정약용의 유배 생활을 함께 한 진솔, 홍연과 홍임 등 소설에 나오는 모든 여인들이 바로 정약용의 여인들이다. 이들은 그저 단순한 사랑의 관계로만 이어졌다고 볼 수 없다. 누군가와는 삶의 큰 틀에서 함께 한 여인이고, 누군가는 힘들고 어려운 역경 속에서 힘이 되어준 여인이고, 누군가는 그의 삶과 정신을 이어간 여인이다.

 

참으로 이상했던 건, 약용과 함께 본가로 올라온 진솔과 홍임을 강진으로 돌려보낸 혜원이 마음이 이해가 된다. 그러면서 약용을 향한 진솔의 마음과 지극 정성의 모습 또한 이해가 된다. 게다가 두 사람 사이에서 선 정약용의 모습 또한 충분히 이해가 된다. 어쩌면 이 모든 일들이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그런 사랑이기에 그런 걸까?

 

정약용의 삶과 사랑 모두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또 다른 모습의 정약용이 떠오른다. 소설의 묘미가 바로 이런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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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 살인 사건 - 카뮈의 <이방인>,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
카멜 다우드 지음, 조현실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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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시키는 대로 해야 손해를 안 본다. <이방인>과 이 책을 함께 읽어야 한다는 르몽드의 충고를 무시하고 그냥 이 책만 읽었더니, 아이고 머리가 너무 아프다. 까뮈의 <이방인>을 안 읽은 건 아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그런지 자세한 내용도 가물거리고 소설에서 까뮈가 말하고자 했던 내용도 그다지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번역 논란이 한참 일었을 때 다시 보고자 했는데 이리저리 다른 책을 읽느라 다시 들쳐볼 여력도 시간도 없어서 지나쳤던지. 아쉽다.

 

이 책을 <이방인>과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는 ‘오늘, 엄마가 죽었다’는 말을 반박하는 듯한 첫 구절에서부터 드러난다.

 

오늘, 엄마는 아직 살아 있네.

 

도대체 어떤 작가이기에 이렇게 대놓고 까뮈의 작품에 도전장을 내던진 걸까? 작가의 이력을 보니 알제리 태생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라고 한다. 호, 까뮈의 이력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일단 호기심이 생긴다. 호, 이력을 살펴보니 대단하다. 이슬람 문화를 직설적으로 비판해 이슬람 종교 재판인 파트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단다. 이런 이력을 가진 작가니 대놓고 까뮈와 맞장을 뜨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소설은 뫼르소가 어느 이름 없는 아랍인의 동생이 돌아본 뫼르소 살인 사건의 기억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방인을 읽었을 때 뫼르소가 죽인 아랍인에 대한 묘사를 본 적이 없었다. 그저 한 장면의 일부를 채운 단역 배우에 불과했다는 생각만 했을 뿐.

 

그런데 그 사람은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런 아들이었고, 자랑스런 형이었다. 물론 그만의 이름도 갖고 있는(묘한 건 무싸라는 이름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설정이다). 누군가가 대신할 수 없는 무싸의 죽음은 그의 가족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세상 사람들도, 까뮈도, 뫼르소 사건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지만 말이다.

 

아랍인 무싸의 죽임이 그의 가족, 특히 그의 어머니와 화자인 동생에게 끼친 영향, 알제리의 독립 후에도 여전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현실, 아버지로 표현된 신에 대한 부정 등 소설에서 다루는 내용이 너무 무겁고 어려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묘하게 빠져든다. 바에 앉아 누군가의 독백을 듣고 있는 것처럼. 그러면서 그 사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이방인>과 함께 다시 읽어야겠다. 그래야 이 책의 묘미를 진정으로 맛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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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마법사들 - 연평균 수익률 70%, 90%, 그리고 220% 시장을 이기는 마법을 찾아서! 시장의 마법사들
잭 슈웨거 지음, 김인정 옮김 / 이레미디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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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17년 3월 3일) 주식시장이 완전 하락세이다.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우리나라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제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기사에 대부분의 주식들이 하락세이다. 특히 중국 유커들과 관련이 깊은 화장품, 식품, 면세점 등의 주식이 상대적으로 더 하락세이다.

 

주식시장은 이처럼 어렵다. 단 하나의 발표가 주식시장을 온통 뒤흔든다. 때로는 이런 하락세가 수일 동안 이어져 수많은 개인들이 회생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입기도 한다. 예측 불가능한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들이 주식을 매수, 매도하는 기준과 시점은 어떻게 결정될까? 이들이 주식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선물 및 헤지펀드 전문가로 유명 금융 서적을 펴낸 잭 슈웨거가 펴낸 <주식시장의 마법사들>은 지속적으로 이익을 이끌어낸 전설적 주식 트레이더들 13인과의 인터뷰를 수록한 책이다. 저자는 13명의 트레이더들과의 인터뷰로 주식 마법사들의 특징을 4개로 나누어 서술한다.

 

마법사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다.

마법사는 시장을 예측하지 않는다.

마법사는 끊임없이 인내하고 시장을 리서치한다.

마법사는 늘 혁신한다.

 

13인과의 인터뷰에는 이들이 주식시장에 들어선 이유에서부터 그들이 겪은 주식시장의 어려움, 매수나 매도 시점을 결정하는 방법, 주식을 선택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인 사례들과 간략하지만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들과의 인터뷰만으로 주식시장에서 승리하는 실제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지는 않다. 그보다는 주식시장을 대하는 올바른 인식 혹은 태도 등을 이해하게 된다. 각자가 얻는 교훈이 다르겠지만 내게 가장 크게 다가온 주식은 다른 사람의 말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자신만의 전략과 리서치로 다가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알고 있는 조언이지만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전설적인 주식시장의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식시장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평범한 개미가 되기 위해서다. 이것이 이 책이 내게 준 가장 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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