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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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인식을 벗어던지기가 쉽지 않다. 용어도 어렵고 철학자마다 주장하는 사상도 다양하고 책 분량도 만만치 않다. 어렵고 지루한 철학을 조금이나마 쉽게 접근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분이라면 하타케야마 소의 <대논쟁! 철학배틀>이라는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배틀이라는 말이 풍기는 뉘앙스 때문에 무언가 격렬한 사상적 대립을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사상적 대립도 있고, 격렬한 논쟁도 있지만 그 끝에 앙금이 남지 않아 대립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어떤 이들의 토론과는 달리 말이다.

 

저자는 철학을 음미(사유)와 대화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던지는 물음이 바로 철학의 첫 걸음이고, 이를 다른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깊게 논의하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철학의 모습이다. 저자는 철학사적 문제,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시사문제 등을 15가지로 나누어 각 토론에 어울리는 동서양의 철학가들을 소환해 대화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소크라테스의 진행으로 시작된 각 토론은 간략하지만 각 철학가의 핵심 사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아주 쉬운 일상의 언어로 이루어졌으며 대화의 내용에 나오는 철학 용어나 중요 사상들은 별도로 설명하여 독자 이해를 돕는다. 또한 이와모코 다쓰로의 일러스트가 곁들여져 있어서 마치 실제 방송에서 진행하는 토론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15가지 토론 주제가 서로 다른 듯 이어진 부분이 있고, 토론에 등장하는 철학가가 한정적이라 내용이 반복된다는 생각에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저자의 바람처럼 철학자들의 대화와 논쟁을 읽으면서 독자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주고 있어 사유의 근육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짧은 분량으로 많은 주제를 다루는 관계로 각 철학자의 사상을 깊이 있게 설명하지 않지만 철학계의 거장들이 논쟁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결코 적지 않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싶다. 철학을 생각하면서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다는 바로 그런 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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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때 천사였다
카린 지에벨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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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 지에벨의 소설은 화가가 붓으로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바를 하나씩 덧입혀가며 형상화하듯이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심리 상태에 세밀한 색깔을 덧입혀 등장인물을 구체화시킨다는 생각이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넘기는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에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서 흐릿했던 그들의 모습이 뚜렷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는 한때 천사였다>에 나오는 두 인물 역시 그렇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프랑수아, 마피아 가족의 해결사로 살인을 업으로 삼은 폴. 평상시 이들의 모습은 우리의 눈에 뚜렷하게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먼 나라 혹은 딴 나라에서 그들만의 삶을 살아가는 별종들일 뿐이다.

 

전혀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던 이 둘이 서로 만나면서 그들의 색깔이 어우러지고 또 점점 진해지면서 우리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잘 나가는 변호사인 프랑수아가 시한부인생이라는 판정을 받지 않았다면 과연 히치하이킹을 하는 폴을 자신의 차에 태워주었을까?

 

보색 관계인 두 사람은 예정에 없던 동행의 철로를 따라가면서 점차 서로의 색깔이 섞이며 중성색을 띄게 된다. 범죄하고는 거리가 먼 듯한 프랑수아가 폴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총을 잡고 뛰어드는 장면에서도, 거칠게 사랑하는 법밖에 몰랐던 폴이 서두르지 않고 누군가를 애정으로 손길로 대하는 모습을 보면 이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지에벨의 전작들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책 소개에서도 나오지만 스릴러 소설이지만 탐정이나 경찰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프랑수아와 폴이라는 두 사람의 시선이 번갈아 교차하면서 내면에 숨겨진 이야기와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형식을 취한다.

 

또한 전작들과는 달리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와 같은 절대 악의 상징인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사회에 만연한 하지만 서로의 이익을 위해 못 본 채 넘어가는 사회적 문제들이 툭툭 튀어나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과연 누구에게 있는지 생각해보라는 듯이.

 

두 명의 주인공이 끔찍한 범죄와 연루되고 마지막 순간에 놀랄만한 반전이 우리를 기다라는 유형의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점에서는 스릴러 소설이라기보다는 따뜻한 감정을 찾아가는 감상적인 드라마 같은 소설로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 두 사람에게 몰입하기가 좋다. 죽음을 앞 둔 프랑수아의 마음도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폴의 마음이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간간히 느껴지는 긴장감과 함께

 

전작들과 조금은 다른 느낌이라 생소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깊이 몰입해서 소설 속 상황으로 빠져들며 두 사람을 응원했다. 지지 말라고, 죽음에. 사회에. 폭력에. 그 모든 걸 밟고 일어나라고. 두 사람 모두 한때 천사였고, 또한 앞으로 천사로 살아가리라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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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회화 순간패턴 200 - 핵심패턴만 담은 스피킹 입문서
전대건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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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라는 게 참 묘하다. 한때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회사에서 근무할 때는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가 가능했는데 전혀 다른 업종으로 이직한 이후로 영어를 사용할 경우가 거의 없다보니 영어가 들리지도 않고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거의 들리지도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지도 않는 영어를 다시 하려고 학원을 다닐지, 전화 회화를 할지, 온라인 강의를 들을지 고민하다가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책 제목에서 전달하는 내용이 언어의 핵심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화의 형태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알게 된다. 수없이 많은 형태가 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예전에 다닌 회사에서 사용했던 영어 표현들을 돌이켜보니 이런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업무에 필요한 형태 몇 가지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했었다.

 

그랬기에 순간패턴 200이라면 각 상황에서 필요한 영어 구문의 대부분을 아우르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고 책으로 공부하면서 이런 내 생각이 어느 정도는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 수록된 200개의 패턴은 일상 대화에 필요한 가장 필수적인 형태로 이 정도 구문만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올 수 있다면 어지간한 대화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으로만 공부하면 지루할 수도 있는데 QR코드로 저자 직강을 들을 수 있어서 눈으로만 공부하는 것보다 두세 배는 효과가 있다. 물론 한 구문에 대한 예문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적용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단 입에 붙으면 패턴 활용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리라 생각된다. 또한 첨부한 CD파일에 본문 전체를 녹음한 파일이 있어서 듣기 연습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책과 듣기만으로 말하기 실력이 확 늘지는 않는다. 현실에서 원어민들과 대화하면서 책에서 익힌 패턴을 사용해야 말하는 실력이 분명하게 향상된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홈페이지 등으로 이런 부분까지 해결이 된다면 더욱 매력적인 학습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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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 재미와 놀이가 어떻게 세상을 창조했을까
스티븐 존슨 지음, 홍지수 옮김 / 프런티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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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다. 누군가는 사상의 관전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누군가는 경제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누군가는 정치적 입장에서 세상을 판단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무언가를 얻기 위한 투쟁의 형태로 세상을 파악한다.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의 저자 스티븐 존슨은 세상과 역사를 보는 또 다른 관점을 소개한다. 바로 놀이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 놀이로 세상의 흐름, 역사의 흐름을 바라보자고. 놀이란 그저 하나의 유희거리가 아닌가. 이런 유희가 세상의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라니. 완전히 색다른 관점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저자가 ‘벌새 효과’라고 명명한 현상, 즉 하찮아 보이는 발명품이 역사에 큰 변화를 일으킨 현상이 진짜일까?

 

재미와 놀이가 세상을 만들어갔다는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패션과 쇼핑, 음악, 맛, 환영, 게임, 공공장소(놀이터)로 나누어 역사에 나타난 다양한 놀이 문화와 그런 놀이와 관련된 발명품들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발전시켰는지를 세세하게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기에 책에 수록된 순서를 무시하고 음악에 관련된 부분부터 읽어나갔다. 여러 가지 이유로 놀랄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지만 가장 강렬하게 내 마음을 사로잡은 문구는 바로 이것이다.

 

나는 음악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색달랐기 때문에 탄생했다고 추측한다(p.114).

 

필요가 아니라 색달랐기 때문에 문자보다, 농경 생활보다 뼈로 만든 피리를 만들만큼 인류는 음악에 매진했다. 그래, 맞다. 필요가 아닌 색다름, 즉 놀이나 유희라고 표현할만한 성향이 음악의 탄생을 이루어냈고 음악의 탄생은 그 후 방직기의 발명, 키보드와 디지털 혁명 등으로 이어진다. 이 정도만 해도 저자가 주장하는 놀이의 문화가 세계를 이끌어왔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증명된 것 아닐까.

 

저자는 이처럼 역사 속에서 드러난 놀이의 문화가 6개 분야에 걸쳐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의 말처럼 놀이의 문화가 세계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놀이가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놀이가 가진 호기심과 즐거움과 색다름. 그것이 미래를 여는 열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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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천자잉 지음, 이지은 옮김 / 사람in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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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봄날 배부르게 점심을 먹은 후 변함없는 톤으로 수업을 진행하시는 교수님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 아무리 중요한 과목이라고 할지라도 끝없이 밀려드는 잠의 유혹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또 다른 세상으로 빠져들고 말거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모습이 그랬다. 꼭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시지만 못내 눈꺼풀이 잠겨 도통 무슨 얘기인지 알지 못하는 학생의 모습. 딱 그랬다. 중국 철학계를 이끄는 거장 천자잉 교수의 저서이니 얼마나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을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렇게 중요한 내용이 담긴 책인데 책만 펴면 멍해진다.

 

도대체 왜, 왜 그런 걸까? 저자이신 교수님의 스타일 때문일까? 솔직히 그런 면이 적지 않다. 저자의 강의 시간을 상상해보면 낮은 목소리로 별다른 높낮이도 없이 조근하게 수업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첫 꼭지부터 그런 느낌이 든다. 도덕과 윤리를 설명하는 용어에서부터 만만치 않겠다는 느낌이 퐉 온다. 중요 이론을 비교하며 전달하는 과정도 역시 만만치 않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주제이기도 하지만 하나하나 모든 것을 설명하는 과정이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듯한 느낌이라 더욱 어렵게만 느껴진다. 물론 중간 중간 가벼운 톤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모습도 보이기는 한다. 특히 늘 행복할 수밖에 없는 저팔계 이야기를 읽을 때는 웃음이 빵 터지기도 했다.

 

저자는 소크라테스, 공자, 노자, 공효주의(보통은 공리주의로 알고 있는), 니체, 데이비드 흄 등 동서양 철학가들의 사상을 모두 끌어들여 도덕이 무엇인지, 선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등 삶의 총체적인 모습들을 하나하나 그려나간다.

 

한 사람의 사상만 해도 쉽지 않은 데 수많은 이들의 사상을 소개하니 멍한 상태로 500페이지를 읽은 내가 이상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묘한 건 바로 여기서 부터다. 한 번 읽고 나니 다시 읽고 싶어진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고 저자가 던진 한 꼭지, 한 꼭지의 화두가 가슴에서 떠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쾌락, 행복, 선, 성선과 성악 등 모든 것이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삶과 연결된 것이다. 그저 관념적인 이론만이 아니다. 이론을 토대로 삶에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는 내용들이다. 그러니 어떻게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올 한 해 이 책을 곁에 두고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하련다. 저자가 던진 화두가 내 삶에서 어떻게 드러나게 될지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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