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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서자들 1 -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마린 카르테롱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무술을 한다고는 하지만 열네 살밖에 안 된 철부지 오빠와 숫자, 계측 등과 관련해 천재성을 드러내지만 세상일에 대한 이해력이 조금은 남다른 여동생의 조합, 재미있을까?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봐야 고만고만한 애들 얘기겠지 하면서. 뭐, 정말 좋다면 해리포터 정도 될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개인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별다른 기대도 하지 않으면서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분서자들>이라는 책 제목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분서’란 우리가 ‘분서’하면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말 ‘분서갱유’의 ‘분서’가 맞다. 고로 분서자란 지식의 대중화를 두려워해 책을 없애려고 하는 사람들로 생각하면 된다.
책을 없애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니, 책을 너무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책을 없애려고 하는 거라는 지극히 당연한 궁금증과 분서자들에 대적하는 이들이 당연히 앞서 말한 남매라는 지당한 생각과 함께.
호, 그런데 생각과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야기의 흐름이 다르다기보다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다. 무술 소년 오귀스트와 천재 소녀 세자린의 시각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 맛이 남다르다.
일단 유쾌하다. 결코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열네 살의 오귀스트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집안 대대로 이어져온 비밀을 알게 되는 과정이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게 한다. 열네 살이라면 딱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할만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오귀스트.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등장인물의 매력은 오귀스트 한 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귀스트의 동생 세자린은 더욱 매력적이다. 일기를 통해 드러나는 세자린은 속된 말로 깨물어주고 싶은 정도로 귀엽고 깜찍하다. 숫자에는 천재적이지만 사람들이 비유로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에 저절로 아빠 미소를 짓게 된다.
오귀스트와 세자린에 더해 범상치 않은 모습의 소유자 네네, 적이지만 적이 아닌 바르톨로메, 선생이라고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드베르지 등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 사람도 평범하지가 않다. 완전 매력덩어리들이다.
인물만 매력적인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아직 1권이긴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는 모양새도 예사롭지 않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라 코망드리로 이사한 오귀스트 남매. 너무나 다른 두 남매가 아버지가 남긴 노트북과 꿈에서 본 아버지의 모습으로 가문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이 조금은 판타지하게, 조금은 유쾌하게, 조금은 낭만적이게 그려진다(이자벨을 향한 오귀스트의 짝사랑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진짜 궁금하다).
가볍게만 보일 수 있는 이야기가 드베르지 선생의 책에 대한 정의와 분서자들과의 대립이 시작된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를 통해 묵직하게 그 중심을 잡아간다. 특히 ‘읽히지 않는 책은 책이 아니다’라는 말은 당분간 여기저기에다 써먹을 듯.
총 3권 중 1권이라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는 않았는데도 이 정도로 매력적인 책이라면 나머지 2,3권은? 무조건 읽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