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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의 과학 - 사랑, 섹스, 모든 끌림에 대한 과학적 접근
래리 영.브라이언 알렉산더 지음. 권예리 옮김 / 케미스토리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사랑, 이라고 하면 왠지 가슴 한 쪽 어딘가가 쿵쿵거리면서 주체할 수 없는 떨림을 느끼거나 스쳐가는 바람에도 영혼의 한 쪽이 날아갈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달리 말하자면 아무도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삶의 비밀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사랑을 과학적으로 파헤친다면? 왠지 그래선 안 될 것 같다. 신비로운 건 그냥 신비로운 채로 놓아두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하지만 나와는 정반대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제대로 알면 제대로 사랑한 게 된다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아주 훌륭하다. 사회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래리 영과 저널리스트 브라이언 알렉산더가 함께 집필하면서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자면 과학책이 가지는 지루함 혹은 어려움이라는 한계도, 과학 저널이 가지는 두루뭉술한 정보 제공이라는 한계도 넘어선 책이 아닐까 싶다.
저자들은 다양한 인터뷰와 실험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지루할 틈 없이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설명을 담아 보는 이의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채워준다. 각 장의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명하여 독자가 전체적인 윤곽을 쉽게 그릴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렇다면 여기서 저자들의 주장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끌림이라는 상큼한 단어를 사용하여 저자들이 설명한 사랑, 모성애, 동성애 등이 우리의 환상과는 달리 뇌에 영향을 주는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옥시토신, 도파민, 오피오이드 등의 화학물질들이 신경회로에 작용한 현상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정말로 그런 건가? 모든 환상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다. 물론 이런 주장을 처음 접하는 것은 아니지만 얼핏 흘려들었던 내용을 한 권의 책을 통해 보니 그 강도가 완전히 다르다. 이제는 어떻게도 낭만적인 환상을 더 이상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연인 간의 사랑도, 그 고귀한 어머니의 사랑도 갑자기 천상에서 땅 위로 툭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낭만을 꿈꾸는 나이는 아니기에 바로 정신을 차렸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이런 아쉬움을 별도로 한다면 끌림이라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깊이 있게 이해하면서도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런 발견이 앞으로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지도 무척 궁금해지기도 했고.
<끌림의 과학>으로 과학에 강력하게 끌린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