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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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아직 알 수 없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경제적 성장, 기술 진보, 정치적 발전을 통해서 이룰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 최진석 교수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사람들 수준의 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선진국 수준에서 바라보는 시선? 이게 무슨 말일까?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자 건명원초대 원장인 저자는 선진국 수준으로 사유하는 시선은 철학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철학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과는 다르다. 우리는 철학하면 누군가가 세운 이론을 떠올리지만 저자가 말하는 철학은 누군가가 고심하고 또 고심해서 이끌어낸 결과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활동인 사유를 말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사항이 바로 그것이다. 이론으로 정립된 철학이 아니라 철학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철학적 사유가 가능한 환경, 철학적 사유가 일궈낸 변화 등을 깨닫고 이를 통해 선진국들이 앞서 경험한 그 단계로 나아가자고 말한다.

 

저자는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어 철학적 사유가 한 나라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면서, 철학적 차원의 사유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부정(버리다), 선도(이끌다), 독립(홀로 서다), 진인(참된 나를 찾다), 문답(공유하다)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철학적 사유는 쇼펜하우어가 주장하는 바와 일맥상통한다.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미래도 꿈도 있을 수 없고, 주체적인 삶이 불가능하기에 누군가에 얽매인 종속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이들의 주장이 가슴 한 곳을 예리하게 찌르고 들어온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외교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만 한다. 모든 것이 뒤엉킨 시대에 철학적 사유를 통해 선진국이라는 문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갈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 새겨져, 저자가 인용한 백범 김구 선생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나의 소원>의 일부를 인용하고자 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중략]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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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양장) - 최고의 수학 난제가 남긴 최고의 수학소설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풀빛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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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다는 건 어떤 걸까? 현재까지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무언가에 제대로 미쳤다고 말할 정도의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다. 처음에는 의욕에 넘쳐 덤벼들었다가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으면 곧바로 포기해버리던 모습만이 떠오른다. 나만 의지박약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처럼 그런 걸까?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난제는 수학을 전공한 동생에게서 처음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때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는 생각했지만 막상 그 문제를 증명한 사람이 아직 없다는 말에 상당히 놀라면서 그렇게 어려운 문제인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문제를 나처럼 생각할지 모르겠다. 수학이라고 하면 여러 공식을 응용해 정답을 찾아내는 문제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학의 개념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수학의 본질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수학은 단순한 문제풀이가 아니 저 너머의 새로운 세계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사고의 영역이라고.

 

수학을 전공한 작가가 쓴 이야기라 우리가 알고 있던 통상적인 수학이 아니라 껍질 속에 싸인 본질적인 면모를 분명하게 알려준다. 처음에는 작가의 낯선 주장에 어리둥절하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소설은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수학적 난제에 온 생을 바친 삼촌의 지나온 나날들을 주인공의 시선으로 쫓아가면서 진행된다. 어린 주인공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패배자로 비쳐지는 삼촌이 마치 영화 속 영웅처럼 느껴지면서 삼촌과 같은 수학자의 길을 걷고자 한다. 하지만 어린 조카의 꿈을 알게 된 삼촌은 자신이 풀지 못한 골드바흐의 추측을 조카에게 풀어보라고 한 후 이를 풀지 못하면 수학자의 꿈을 접으라고 말한다. 문제를 풀지 못한 주인공은 수학과는 관계없는 분야로 나아가지만 삼촌이 낸 문제가 그 어느 누구도 풀지 못한 문제임을 알고 삼촌이 자신에게 그런 문제를 낸 이유를 따져 묻는 도중 삼촌의 지나온 삶에 대해 듣게 된다.

 

작가는 골드바흐의 추측에 온 생을 바쳤지만 결국 실패하고만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의 삶을 추적하면서 앞서 말한 수학의 본질 뿐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한 분야에 미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미친다는 건 도달할 수 있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일까, 도달할 수 없지만 스스로 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일까? 저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미친다는 건 결과를 보고 시작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빠져든 그 자체를 보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후자가 아닐까 싶다. 한 때 무언가에 미쳤던 내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그렇게 무언가에 미친 삶은 결과에 관계없이 존중받아야 한다. 그 속에 담긴 열정과 땀과 시간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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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서자들 1 -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마린 카르테롱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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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을 한다고는 하지만 열네 살밖에 안 된 철부지 오빠와 숫자, 계측 등과 관련해 천재성을 드러내지만 세상일에 대한 이해력이 조금은 남다른 여동생의 조합, 재미있을까?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봐야 고만고만한 애들 얘기겠지 하면서. , 정말 좋다면 해리포터 정도 될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개인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별다른 기대도 하지 않으면서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분서자들>이라는 책 제목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분서란 우리가 분서하면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말 분서갱유분서가 맞다. 고로 분서자란 지식의 대중화를 두려워해 책을 없애려고 하는 사람들로 생각하면 된다.

 

책을 없애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니, 책을 너무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책을 없애려고 하는 거라는 지극히 당연한 궁금증과 분서자들에 대적하는 이들이 당연히 앞서 말한 남매라는 지당한 생각과 함께.

 

, 그런데 생각과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야기의 흐름이 다르다기보다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다. 무술 소년 오귀스트와 천재 소녀 세자린의 시각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 맛이 남다르다.

 

일단 유쾌하다. 결코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열네 살의 오귀스트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집안 대대로 이어져온 비밀을 알게 되는 과정이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게 한다. 열네 살이라면 딱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할만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오귀스트.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등장인물의 매력은 오귀스트 한 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귀스트의 동생 세자린은 더욱 매력적이다. 일기를 통해 드러나는 세자린은 속된 말로 깨물어주고 싶은 정도로 귀엽고 깜찍하다. 숫자에는 천재적이지만 사람들이 비유로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에 저절로 아빠 미소를 짓게 된다.

 

오귀스트와 세자린에 더해 범상치 않은 모습의 소유자 네네, 적이지만 적이 아닌 바르톨로메, 선생이라고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드베르지 등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 사람도 평범하지가 않다. 완전 매력덩어리들이다.

 

인물만 매력적인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아직 1권이긴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는 모양새도 예사롭지 않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라 코망드리로 이사한 오귀스트 남매. 너무나 다른 두 남매가 아버지가 남긴 노트북과 꿈에서 본 아버지의 모습으로 가문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이 조금은 판타지하게, 조금은 유쾌하게, 조금은 낭만적이게 그려진다(이자벨을 향한 오귀스트의 짝사랑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진짜 궁금하다).

 

가볍게만 보일 수 있는 이야기가 드베르지 선생의 책에 대한 정의와 분서자들과의 대립이 시작된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를 통해 묵직하게 그 중심을 잡아간다. 특히 읽히지 않는 책은 책이 아니다라는 말은 당분간 여기저기에다 써먹을 듯.

 

3권 중 1권이라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는 않았는데도 이 정도로 매력적인 책이라면 나머지 2,3권은? 무조건 읽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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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의 과학 - 사랑, 섹스, 모든 끌림에 대한 과학적 접근
래리 영.브라이언 알렉산더 지음. 권예리 옮김 / 케미스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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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라고 하면 왠지 가슴 한 쪽 어딘가가 쿵쿵거리면서 주체할 수 없는 떨림을 느끼거나 스쳐가는 바람에도 영혼의 한 쪽이 날아갈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달리 말하자면 아무도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삶의 비밀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사랑을 과학적으로 파헤친다면? 왠지 그래선 안 될 것 같다. 신비로운 건 그냥 신비로운 채로 놓아두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하지만 나와는 정반대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제대로 알면 제대로 사랑한 게 된다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아주 훌륭하다. 사회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래리 영과 저널리스트 브라이언 알렉산더가 함께 집필하면서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자면 과학책이 가지는 지루함 혹은 어려움이라는 한계도, 과학 저널이 가지는 두루뭉술한 정보 제공이라는 한계도 넘어선 책이 아닐까 싶다.

 

저자들은 다양한 인터뷰와 실험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지루할 틈 없이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설명을 담아 보는 이의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채워준다. 각 장의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명하여 독자가 전체적인 윤곽을 쉽게 그릴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렇다면 여기서 저자들의 주장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끌림이라는 상큼한 단어를 사용하여 저자들이 설명한 사랑, 모성애, 동성애 등이 우리의 환상과는 달리 뇌에 영향을 주는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옥시토신, 도파민, 오피오이드 등의 화학물질들이 신경회로에 작용한 현상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정말로 그런 건가? 모든 환상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다. 물론 이런 주장을 처음 접하는 것은 아니지만 얼핏 흘려들었던 내용을 한 권의 책을 통해 보니 그 강도가 완전히 다르다. 이제는 어떻게도 낭만적인 환상을 더 이상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연인 간의 사랑도, 그 고귀한 어머니의 사랑도 갑자기 천상에서 땅 위로 툭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낭만을 꿈꾸는 나이는 아니기에 바로 정신을 차렸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이런 아쉬움을 별도로 한다면 끌림이라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깊이 있게 이해하면서도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런 발견이 앞으로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지도 무척 궁금해지기도 했고.

 

<끌림의 과학>으로 과학에 강력하게 끌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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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의 혁명 - 역사가 감추려 한 진실을 쫓다
김대곤 지음 / 필요한책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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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진실을 안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고 눈에 드러난 사실이 온전하게 진실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진실을 찾는 이들이 있기에 왜곡된 역사가 바로잡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책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 ‘역사가 감추려 한 진실을 쫓다라는 부제가 저자의 그런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다. 저자는 부제에서 풍기는 뉘앙스에서 알 수 있듯이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한 시각을 다른 입장에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10.26사건 당시 언론사들은 중앙정보부장이었던 주범 김재규가 경호실장 차지철에 대한 시기심 때문에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보도하였다. 하지만 저자는 김재규의 집에서 나온 자유민주주의’ ‘비리법권천등의 붓글씨를 통해 이 사건이 순간적이 판단 착오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김재규의 주장처럼 유신체제를 반대한 혁명이 아닐까 추측하면서 그 과정을 쫓아간다.

 

김재규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알고 있었다. 다만 각 주장을 입증할만한 자료가 부족해 어떤 평가가 맞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에서 그런 고민이 해결되기를 기대했지만 바라던 만큼의 정보를 찾을 수는 없었다.

 

독자가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저자 나름대로 10.26사건이 벌어진 시점부터 김재규가 거사를 사전에 준비했음을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들, 또한 재판정에서 이루어진 김재규 본인의 변론 등에 관한 자료를 제시한다.

 

문제는 김재규 본인을 제외한 그 어떤 이도 거사나 혹은 그의 생각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정황일 뿐이고 그의 주장일 뿐이라고 해도 이를 반박할 자료가 부족하다. 그렇기에 김재규의 말처럼 역사가 판단하는 제4심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김재규의 인간적인 측면이다. 죽음을 눈앞에 둔 그의 부하들 모두가 그를 걱정하고 다시 한 번 그런 명령을 하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가 평상시 부하들 어떻게 대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그가 대역원흉인지 혁명가인지. 그 과정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들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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