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재 이상설 평전 - 독립운동의 선구자
김삼웅 지음 / 채륜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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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도자들>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이 땅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받쳤지만 우리들의 기억에서는 너무나 쉽게 사라진 영웅들을 다시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임시정부의 기반을 마련한 홍진 선생에 대해 알게 되면서 너무 부끄럽다. 그런 분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나 자신과 우리의 역사 교육이.

 

김삼웅의 <보재 이상설 평전>도 다시 그런 부끄러움에 빠지게 한다. 이상설이라는 항일독립운동의 선구자를 기억하지 못하는 나 자신과 단 몇 줄로 그의 생각과 행적을 정리한 오늘날의 역사 교육에 대해서 말이다.

 

얼핏 이상설 선생이라는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봤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어떤 분인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이 책의 여는 말을 보면서 이준, 이위종 선생과 함께 헤이그에 특사로 파견된 분임을 알게 되었다. 이런 사실은 빙산의 일각이 뿐이다. 이상설 선생은 고종에게 을사조약을 막지 못하면 자결하라는 상소를 올린 인물이며, 해외 최초의 독립운동기지 ‘한흥동’을 건설했고, 북간도에 최초의 민족교육 기관인 ‘서전서숙’을 세웠으며, 독립운동단체 ‘성명회’, ‘권업회’와 최초의 망명정부 ‘대한광복군정부’를 세운 인물이다. 이런 분을 우리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 김상웅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런 점이다. 역사적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상설 선생과 같은 분들을 제대로 알리고자 이런 책을 썼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자도, 이 책도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나 싶다.

 

저자는 이상설 선생의 출생에서부터 국내에서 추방된 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다 결국 48세의 나이로 망명지 니콜리스크에서 순국하는 과정을 사료와 사진 등을 통해 세세하게 설명한다. 제목에 쓰인 평전이라는 말처럼 객관적 사실에 더해 저자의 평론이 곁들여지면서 독자들이 이상설 선생에 대해 깊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오늘날의 현실을 보면서 이 땅의 위정자들 중에 제대로 된 이들이 있는가라는 깊은 회의감에 빠진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민족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영위만을 추구하는 이들에게서 그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는 말들이 삶의 곳곳에서 흘러 다니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이상설 선생과 같은 위정자를 만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솟구쳐 오르는 것은.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과 아쉬움이 끝없이 뒤섞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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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꽃이다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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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강사로 일하던 시절에 사람들에게 늘 하던 얘기가 있었다. 공교육이 살아나야 한다고. 학원 강사가 입에 담아서는 안 될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늘 그렇게 말했다. 공교육이 살아나지 않으면 이 땅에 미래가 없다고.

 

 

교육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공평하기 위해서는 사교육보다 공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당연히 차별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이 책에 2권에서도 그런 상황을 다룬다. 부모의 부에 따라 가난한 집 학생이 결국은 성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들의 장래를 결정하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는 사회이다. 작가는 이런 사회를 석우라는 학생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준다. 개천에서 결코 용이 나지 않는 시대, 합법적 불법의 약육강식이 도입되어 개천에서 태어난 용의 씨를 말리고 있는 현실을.

 

 

이처럼 2권에서도 작가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교육 문제를 하나하나 꼬집어 설명한다. 작가가 그린 교육 현실을 나는 전혀 알지 못했던가? 결코 그렇지 않다.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내 일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일로만 치부했기에 그런 사회의 불평등을 너무나 쉽게 용인하고 있었다.

 

 

1부에서 이어진 자발적 문화식민지에 관한 이야기,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 아이들에게 어설픈 엘리트 의식에 빠져 정형화된 틀만 제시하는 부모들, 대물림 되는 가난 속에서 생활 전선으로 뛰어든 어린 학생들, 이런 학생들을 등쳐먹는 악덕 업주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작가는 그 이유가 끝없는 부모의 경쟁의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부모의 광적인 경쟁의식이 자발적 문화식민지를 만들고, 엘리트주의에 빠진 사회적 흐름이 학교에서 올바른 교육이 사라지게 만들었으며, 정형화된 삶의 모습이 미래를 만들어갈 학생들에게서 꿈과 비전을 빼앗았다.

 

 

이런 현실을 타파할 답은 없는가? 작가는 2권에서 이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제시한다. 현실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대안학교, 혁신학교 등이 바로 그 답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꿈과 비전을 펼칠 수 있는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작가는 주장한다.

 

 

여기서 다시 작가의 퀴즈를 돌아보자. 앞서 1권에서는 교민의 뜻을 교감하는 민족(민중)이라고 추측했지만 2권을 읽어보면 주인공 강교민의 이름이 지닌 뜻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강교민이라는 이름은 강력할 교육 민주화의 첫 글자들을 따서 지은 이름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나는 강교민의 의미를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강물처럼 교감하는 민중(민족). 교육 민주화와도 연결이 되는 의미이지만 이 책에서 계속 드러나는 현실의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교감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 간의, 선생과 학생 간의, 학생과 사회 간의, 학교와 정부 간의 교감. 모든 물줄기를 받아들여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 사회의 교육에도 모두의 생각이 통하는 그런 물줄기가 흐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는 강물처럼 교감하는 민중이라 생각하고 싶다.

 

교육을 가리켜 백년대계라고 한다. 이 땅의 교육이 정말로 그러한지 우리 모두 돌아보아야 할 때다. 하나의 촛불이 이 땅에 새로운 역사를 가져왔듯이 한 사람의 깨어진 생각이 우리의 미래를 분명하게 그려줄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일을 즐겁게 해나가면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인생을 사는, 그런 미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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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도자들
한시준 지음 / 역사공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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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알게 된 식민사관의 폐단은 생각보다 컸다. 고대 역사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제가 우리의 역사를 왜곡해 민족적 자긍심을 헤치려고 한 것도 분노를 금치 못할 일이지만 이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은 그런 역사를 마치 우리의 실제 역사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가르치는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의 행태에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식민사관의 폐해가 더욱 두드러진 시기는 건국절 논쟁을 거치면서였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보아야한다는 주장이 대두되면서 마치 대한민국 정부의 시작이 광복 이후인 것처럼 왜곡해 친일주의자들을 이 땅의 영웅으로 부각시키고 그 전에 있었던 임시정부의 의미를 축소시키려는 시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다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사명의식에 이 책의 저자 한시준 교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도자들>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정의는 간단하다. 돌아갈 몫이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정의이다.

 

이 말을 다시 돌려보면 결국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돌아가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목숨을 바쳐 조국의 독립을 원했던 이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어느덧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자신의 영화를 위해 조국을 배신했던 이들이 마치 이 땅의 구세주인양 인식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저자는 역사적 사료들을 토대로 임정의 의미가 무엇인지, 대한민국의 시초가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는 1부 임시정부 기반을 마련한 지도자 편에서는 홍진과 안창호 선생을, 2부 임시정부의 행정수반을 지낸 지도자 편에서는 이승만, 박은식, 홍진, 김구 선생을, 3부 임시정부의 이론가 편에서는 조소앙, 신익희 선생을, 4부 한국광복군의 지휘관 편에서는 이청천, 황학수 총사령을 소개한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한 번쯤 이름이라도 들어보았지만 임시정부의 기초를 마련하고 국무령을 지낸 홍진이라는 분은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처럼 무지한 후손들이 있음에 어찌나 부끄러웠는지. 그분이 제4대 국무령으로 되어 발표한 비타협적 자주 독립운동의 기치는 지금도 우리가 지켜야 할 큰 뜻은 아닐지.

 

임시정부가 완벽한 체계를 갖춘 이상적인 정부 형태는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극단적인 분열의 모습을 보이며 허술한 체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땅의 역사는 바로 그분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에게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었을까?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역사적 정의가 올바르게 평가되는 그 날, 그 날이 우리의 미래가 다시 힘차게 떠오르는 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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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인문 수업 생명과학 호모아카데미쿠스 2
다구치 히데키 지음, 김정환 옮김 / 이룸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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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가장 싫어했던 과목을 말하라면 두 번 고민하지도 않고 바로 생물이라고 말한다. 생물을 가르친 선생님의 수업 방식이 지루한 면도 있었지만 생물이라는 과목 자체가 그렇게 흥미롭지가 않았다. 수학이나 물리와 같은 과목과는 달리 암기만 하면 되는 과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생물과 관련된 책을 읽은 기억이 정말 까마득하다. 편협한 독서 습관을 타파하고자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둘러보다 눈에 띈 책이 <쓸모 있는 인문 수업 생명과학>이다. 이 책의 제목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생명과학을 인문 수업으로 분류한 제목이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인문학이라고 하면 문학, 철학, 역사와 같은 분야만을 지칭한다고 고정관념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나와 같은 이들이 생명과학의 기본 원리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만을 꼭 집어 설명하는데, 독자의 이해를 위해 생명의 기본 정의부터 시작해 세포와 단백질, 신진 대사 등 학문적 내용을 다룬 후 실제 우리의 건강과 관련된 생명과학 분야를 소개한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 내용들이기에 지루할 것이라는 처음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간단하지만 핵심만을 추려서 설명하는 방식이기에 부담 없고 그림을 통해 글자로 설명한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마치 고등학교 교과서 혹은 참고서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들의 관심을 생명과학이라는 분야로 돌렸다는 점이다. 평상시 과학 분야를 거의 접하지 않는 이들에게 과학의 기본을 차근차근 알려주면서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조금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유도한다.

 

과학은 우리의 실생활과 아주 밀접하다. 특히 생명과학은 이 책에서 살펴보았듯이 현실적인 건강, 질병, 음식 문제 등과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윤리적 문제와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생명과학은 분명 인문학의 한 분야이다. 모두가 이해하고 알아야할 필수 학문이다. 이 세상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그런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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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31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tato4 2016-12-31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모든 공부가 그저 암기 위주다보니 흥미를 느낄 기회조차 못 가졌었죠.. 문제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런 교육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죠..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 - 위대한 작가들이 간직해온 소설 쓰기의 비밀
프리츠 게징 지음, 이미옥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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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서평을 쓴 지 이제 3년 정도 되어간다. 책만 읽었을 때와 글을 써서 남길 때는 완전히 다르다. 시간이 흐른 후 기억하는 내용도 상당히 다르고 누군가에게 책을 권할 때에도 상당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서평을 쓰면서 달라진 것 중 하나는 글쓰기가 늘었다는 점이다.

 

평상시에 글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가 서평을 쓰면서 조금은 글 솜씨가 나아지지 않았나 싶다. 글쓰기에 자신감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글을 자주 쓰면서 무언가 나만의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에세이 형식도 좋고, 특정 주제에 대한 논평도 좋고, 소설이나 드라마와 같은 픽션도 좋다.

 

이런 마음이 들어 예전에 쓴 글들을 다시 돌아보니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마음에 확 와 닿는 느낌이 없다. 그저 의미 없는 문장들이 나열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도대체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일까?

 

프리츠 게징의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는 나처럼 글을 쓰면서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들 혹은 글을 쓰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첫 발도 내딛지 못하는 사람들 혹은 전문적으로 글을 쓰면서 자신의 글을 점검하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이자 어쩌면 가장 어려운 점 중의 하나는 수많은 작가들의 창작 과정을 들려주면서 글쓰기의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작가들마다 한 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운 창작의 과정을 거치는지.

 

저자는 제대로 된 글쓰기를 위해서는 명작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사실 이 책을 읽으면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나 스스로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명작에 대한 조예가 깊지 못하는 것이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책을 읽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작품이 적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베스트셀러를 읽으면서 짚어야 할 부분들을 제시하면서 다야한 작품들을 분석하면서 문학적 기술을 배우라고 말한다.

 

저자는 스토리, 캐릭터, 화자, 서술 시점, 구성, 줄거리, 공간, 언어, 수정과 퇴고 등 글쓰기에 필요한 원칙들을 세밀하게 제시하여 글쓰기를 시작한 이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들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이 책은 항목별로 기존의 글쓰기 관련 책들보다 훨씬 상세하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글쓰기 사전과 같다.

 

글쓰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연습이 대가를 만든다는 저자의 마지막 조언처럼 수많은 연습이 명작을 만드는 밑바탕이다. 연습에 더해 올바른 지침을 갖춘다면 아마 그 길이 조금은 빨라지지 않을까 싶다. 글쓰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이 이 책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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