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플라이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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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이 간지라는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보긴 했는데 어떤 작품을 쓴 작가인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의 전작이 <데드맨>이라는데 이 책 또한 본 적이 없다. 도대체 어디에서 본 걸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데블 인 헤븐>의 저자란다. 호, 그 책 나름 재미있게 읽었는데 왜 저자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았던 걸까?

 

궁금증을 뒤로 하고 첫 장을 펼쳤다. 프롤로그에서 그려진 어찌 보면 환상적인 사건 같기도 한 기묘한 사건.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진짜로 일어난 일인 걸까, 아니면 그냥 미스터리에 SF적 요소를 집어넣은 걸까? 또 하나 궁금한 점. 도대체 그래서 그가 누구라는 걸까?

 

첫 장면부터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남다르다. 일단 미스터리 소설답게 무슨 일인지 맞춰 보라는 듯 툭 던져진 프롤로그가 식욕을 돋우는 전채요리처럼 독자의 흥미를 들끓게 하면서 책 속 깊이 빠져들게 한다.

 

본격적인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시체의 발견. 윽. 상상조차 하기 싫은 모습이다. 폐를 제외한 모든 내장을 빼낸 후 불을 질러 태워버린 시체. 엽기 살인마인가 생각하려할 때 툭 던지는 가부라기 형사의 한 마디. 시체의 모습이 무언가 다른 의미가 있는 듯하다고. 범인의 연민, 죄의식, 후회, 슬픔 등이 담겨있다고. 이건 또 뭐지? 무언가 심연처럼 깊은 이야기가 숨어있는 듯한 한 마디에 궁금증은 더욱 커져간다.

 

사건 해결을 위해 모인 가부라기, 마사키, 사와다, 히메노는 시체 주변에서 찾은 목걸이를 추적해가면서 20년 전 이즈미의 부모가 살해당한 사건과 댐 건설과 관련해 히류무라에서 벌어진 일들을 알게 되고 범인을 점차 구체화한다.

 

이 소설의 재미는 범인을 찾는 데 있지 않다. 범인의 윤곽은 어쩌면 소설 초반부에서부터 혹은 늦어도 중간쯤 가면 눈치를 챌 수 있지만 과연 범인의 동기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의 재미는 범인의 동기를 파악하고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에 있다.

 

가부라기 형사와 이즈미의 시선으로 사건을 쫓아가는 구성도 흥미진진하고 조금은 비현실인 모습이라 생각되는 장면들이 적절히 섞이면서 진위 여부에 관심을 쏟기도 한다(실제로 메가네우라가 존재했었는지, 무카시톤보는 어떤 종인지 검색했다는...).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단숨에 읽었다. 그만큼 스토리를 끌고 가는 힘이 굉장한 작품이다. <데드맨>에 대한 찬사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다음 작품은 민들레를 뜻하는 <단델라이언>이라는 데 이 작품도 상당히 흥미로울 듯. 민들레의 꽃말인 ‘풀기 힘든 수수께끼’와 정말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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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악인, 유다 - 누가 그를 배신자로 만들었는가
피터 스탠퍼드 지음, 차백만 옮김 / 미래의창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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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 가롯 유다만큼 사람들의 질책을 받는 인물은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안 되는 돈인 은화 30냥에 스승인 예수를 판 인물로 결국 죄책감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으니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

 

이런 유다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한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 피터 스탠퍼드다. 영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유다가 과연 사람들이 말하는 배신의 아이콘인지 아니면 다른 사도들과 후대의 기독교 세력에 의해 사용된 희생양인지, 또한 유다의 배신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위해 예정된 계획은 아니었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유다의 삶을 다시 조명한다.

 

저자는 1부 유다, 증명된 이야기에서 유다의 이름에서부터 시작해 유다라는 존재가 배신의 아이콘이 되는 과정을 사대복음부터 시작해 다양한 주장들을 토대로 설명하고, 2부 사탄의 도구, 유다에서는 유다라는 이름이 중세 시대에서부터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보여주며, 마지막 3부 신의 대리인, 유다에 이르러서는 유다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서부터 현대의 반유대주의 등 여전히 계속되는 유다와 관련된 논쟁과 주장들을 제시한다.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성경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와는 완전히 다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시각으로는 그렇게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성경의 무오성을 믿는 내게는 저자의 주장이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저자가 어떤 결론을 내려 유다가 배신의 아이콘인지 혹은 기독교 확장을 위한 희생물이었는지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다. 다양한 주장들을 제시하며 인문학적 관점으로 유다를 재조명한다. 쉽지 않은 책이다. 종교적인 시각에서도, 인문학적 시각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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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할 용기 - 인간관계를 둘러싼 88가지 고민에 대한 아들러의 가르침
기시미 이치로 지음, 홍성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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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베스트셀러 작품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베스트셀러 작품이 시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읽을 만한 내용이 담겨있음은 분명하지만 왠지 모르게 폭우가 쏟아져 물이 불어난 강물이 세차게 휘몰아쳐 흘러가 듯 베스트셀러 작품들도 그저 휙 지나가버리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해서이다.

 

그렇다고 모든 베스트셀러 작품을 안 읽는다는 말은 아니다. 베스트셀러이면서 스테디셀러인 작품들은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찾아서 읽는다. 문제는 나중에 읽어야하지 생각하다 그만 잊어버리고 읽지 못하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작품 중 하나가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이다.

 

아들러 심리학에 대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작품이었지만 아직까지도 읽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그의 작품이 다시 새롭게 세상에 선을 보였다. 바로 <나를 사랑할 용기>이다. 전작을 읽지 못했지만 또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들러 심리학에 대한 제대로 된 기본 지식조차 없었기에 책을 펼치면서도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완전히 기우였다. 전작이나 이 책을 읽으신 분은 알겠지만 이 책은 심리학 이론서라기보다는 아들러 심리학으로 일상의 고민들을 풀어주는 일종의 상담서 같다.

 

10장에 걸쳐 다루고 있는 고민들이 낯설지 않다. 아니,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마주치는 고민들이다. 직장 상사, 친구, 이웃 등과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 공부와 진로에 대한 고민, 연애나 결혼에서 오는 고민 등 아주 일상적인 일들에 대한 고민들이다. 저자는 이런 일상의 고민들에 대해 간략하면서도 명쾌한 답변을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모든 답변의 기저에는 아들러가 말한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명제가 그 기저에 있다. 또한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제대로 맺기에 위해서는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더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더욱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행동하기 때문이다.

 

너무 간단하게 답변하고 끝나는 고민들도 적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간략한 답변이 깊은 사색을 이끌어준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크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상의 고민을 짧지만 깊이 있는 답변으로 해결하는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미움받을 용기>는 어떤 내용일지, 빠른 시일 내에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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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재 이상설 평전 - 독립운동의 선구자
김삼웅 지음 / 채륜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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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도자들>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이 땅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받쳤지만 우리들의 기억에서는 너무나 쉽게 사라진 영웅들을 다시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임시정부의 기반을 마련한 홍진 선생에 대해 알게 되면서 너무 부끄럽다. 그런 분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나 자신과 우리의 역사 교육이.

 

김삼웅의 <보재 이상설 평전>도 다시 그런 부끄러움에 빠지게 한다. 이상설이라는 항일독립운동의 선구자를 기억하지 못하는 나 자신과 단 몇 줄로 그의 생각과 행적을 정리한 오늘날의 역사 교육에 대해서 말이다.

 

얼핏 이상설 선생이라는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봤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어떤 분인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이 책의 여는 말을 보면서 이준, 이위종 선생과 함께 헤이그에 특사로 파견된 분임을 알게 되었다. 이런 사실은 빙산의 일각이 뿐이다. 이상설 선생은 고종에게 을사조약을 막지 못하면 자결하라는 상소를 올린 인물이며, 해외 최초의 독립운동기지 ‘한흥동’을 건설했고, 북간도에 최초의 민족교육 기관인 ‘서전서숙’을 세웠으며, 독립운동단체 ‘성명회’, ‘권업회’와 최초의 망명정부 ‘대한광복군정부’를 세운 인물이다. 이런 분을 우리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 김상웅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런 점이다. 역사적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상설 선생과 같은 분들을 제대로 알리고자 이런 책을 썼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자도, 이 책도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나 싶다.

 

저자는 이상설 선생의 출생에서부터 국내에서 추방된 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다 결국 48세의 나이로 망명지 니콜리스크에서 순국하는 과정을 사료와 사진 등을 통해 세세하게 설명한다. 제목에 쓰인 평전이라는 말처럼 객관적 사실에 더해 저자의 평론이 곁들여지면서 독자들이 이상설 선생에 대해 깊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오늘날의 현실을 보면서 이 땅의 위정자들 중에 제대로 된 이들이 있는가라는 깊은 회의감에 빠진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민족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영위만을 추구하는 이들에게서 그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는 말들이 삶의 곳곳에서 흘러 다니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이상설 선생과 같은 위정자를 만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솟구쳐 오르는 것은.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과 아쉬움이 끝없이 뒤섞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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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꽃이다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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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강사로 일하던 시절에 사람들에게 늘 하던 얘기가 있었다. 공교육이 살아나야 한다고. 학원 강사가 입에 담아서는 안 될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늘 그렇게 말했다. 공교육이 살아나지 않으면 이 땅에 미래가 없다고.

 

 

교육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공평하기 위해서는 사교육보다 공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당연히 차별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이 책에 2권에서도 그런 상황을 다룬다. 부모의 부에 따라 가난한 집 학생이 결국은 성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들의 장래를 결정하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는 사회이다. 작가는 이런 사회를 석우라는 학생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준다. 개천에서 결코 용이 나지 않는 시대, 합법적 불법의 약육강식이 도입되어 개천에서 태어난 용의 씨를 말리고 있는 현실을.

 

 

이처럼 2권에서도 작가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교육 문제를 하나하나 꼬집어 설명한다. 작가가 그린 교육 현실을 나는 전혀 알지 못했던가? 결코 그렇지 않다.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내 일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일로만 치부했기에 그런 사회의 불평등을 너무나 쉽게 용인하고 있었다.

 

 

1부에서 이어진 자발적 문화식민지에 관한 이야기,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 아이들에게 어설픈 엘리트 의식에 빠져 정형화된 틀만 제시하는 부모들, 대물림 되는 가난 속에서 생활 전선으로 뛰어든 어린 학생들, 이런 학생들을 등쳐먹는 악덕 업주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작가는 그 이유가 끝없는 부모의 경쟁의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부모의 광적인 경쟁의식이 자발적 문화식민지를 만들고, 엘리트주의에 빠진 사회적 흐름이 학교에서 올바른 교육이 사라지게 만들었으며, 정형화된 삶의 모습이 미래를 만들어갈 학생들에게서 꿈과 비전을 빼앗았다.

 

 

이런 현실을 타파할 답은 없는가? 작가는 2권에서 이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제시한다. 현실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대안학교, 혁신학교 등이 바로 그 답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꿈과 비전을 펼칠 수 있는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작가는 주장한다.

 

 

여기서 다시 작가의 퀴즈를 돌아보자. 앞서 1권에서는 교민의 뜻을 교감하는 민족(민중)이라고 추측했지만 2권을 읽어보면 주인공 강교민의 이름이 지닌 뜻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강교민이라는 이름은 강력할 교육 민주화의 첫 글자들을 따서 지은 이름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나는 강교민의 의미를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강물처럼 교감하는 민중(민족). 교육 민주화와도 연결이 되는 의미이지만 이 책에서 계속 드러나는 현실의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교감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 간의, 선생과 학생 간의, 학생과 사회 간의, 학교와 정부 간의 교감. 모든 물줄기를 받아들여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 사회의 교육에도 모두의 생각이 통하는 그런 물줄기가 흐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는 강물처럼 교감하는 민중이라 생각하고 싶다.

 

교육을 가리켜 백년대계라고 한다. 이 땅의 교육이 정말로 그러한지 우리 모두 돌아보아야 할 때다. 하나의 촛불이 이 땅에 새로운 역사를 가져왔듯이 한 사람의 깨어진 생각이 우리의 미래를 분명하게 그려줄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일을 즐겁게 해나가면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인생을 사는, 그런 미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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