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 - 하루 끝에 펼친 철학의 위로
민이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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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사철 100권 읽기 프로젝트처럼 현대인들이 즐겨 읽는 책들 중에는 소설, 역사에 관한 책들 외에 철학에 관한 책들도 적지 않다. 철학이라고 하면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게는 이런 현상이 참 신기하고도 놀라웠다. 요즘 철학 관련 책들이 철학을 조금이라도 쉽게 전달하기 위해 풀어서 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게는 철학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기 때문이다.

 

<밤에 읽은 소심한 철학책>은 철학을 어려워하는 내게 역시 철학은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책이다. 다섯 파트에 걸쳐 들려주는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에 대한 소개가 쉽지 않다. 솔직히 어렵다. 철학을 풀어쓴 책들에 익숙해져서 그럴지도 모르고 깊은 생각에 잠길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처럼 밤에 읽어보면 좀 달라질까 싶은 마음에 잠들기 전에 한 꼭지씩 읽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어렵다. 책만 피면 잠이 온다는 사람들의 말에 완전히 공감하게 될 정도였다. 한 꼭지 읽는 것조차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저자가 그렇게 어렵게 설명해서 그런 건가 생각해보면 결코 그렇지는 않다. 때때로 잘 알지 못하는 철학 용어들이 튀어나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근래에 읽은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책 내용 자체도 다른 입문서에 비해 무거운 편이지만 그보다는 요즘 내가 책을 읽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활자에만 빠져 넘어가는 식으로 책을 읽는데 어떻게 깊은 이해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독자에게 깊은 사색의 바다로 빠져들어야 할 화두들을 던진다. 그렇기에 제목에서 말하듯이 밤에 읽는 게 유익하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점심이나 저녁보다는 모든 것을 풀어헤치고 오롯이 저자가 말하는 내용에만 빠져들 수 있는 바로 밤 시간이 이 책을 깊이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다(물론 나처럼 처음에는 수면제 대용이 될 수도 있지만).

 

철학은 우리들이 지금 이 순간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깊이 들여다보는 학문이다. 그렇기에 어려울 때도 있지만 또한 너무나 친밀하게 다가오기도 하는 그런 학문이다. 저자와 함께 떠난 철학 여행은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 오지 여행이기도 하지만 밤하늘에 무수히 떠있는 별들을 보며 새로운 세상을 살짝 들여다본 시골 마을의 황홀한 여행 같기도 하다.

 

오늘 밤 어딘가로 떠나는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보기를 바란다. 자기 자신과 지금 이 순간을 깊이 헤아릴 수 있는 이성적이지만 또한 환상적인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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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의 모든 것 Everything About Chess K-픽션 16
김금희 지음, 전미세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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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나 장기는 가끔씩 두지만 아직 체스는 해 본적이 없다. 장기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그 수가 장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는데 솔직히 진짜 그럴까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래서 <체스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받은 후 바로 체스 앱부터 깔았다. 도대체 체스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기에 말이다.

 

앱으로 체스를 두는 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규칙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데 이게 생각보다 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인공지능이라고 깔 본 마음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고. 여하튼 앱으로 체스를 둔 후 체스의 모든 것을 다 알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소설을 읽다보니 내가 진짜 제대로 체스에 대해 배운 게 맞나 싶다. 소설 속 노아와 국화가 체스의 규칙에 대해 말하는 걸 보면 이게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리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화가 잘못된 규칙을 말한 거였지만.

 

모든 것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는 나의 상태. 어쩌면 저자는 바로 그런 내 모습을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건 아닌가 싶다. 노아라는 선배를 안다고 생각한 나도, 서로를 알았다고 생각한 노아와 국화도 사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했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혹은 자신의 생각에 담긴 그 모습만을 진실이라고 생각하면서.

 

소설을 읽다보니 밀란 쿤데라의 <농담>의 내용이 떠오른다. 농담 한 마디로 인생의 뒤틀림을 겪었던 루드비크의 모습도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지만 그보다 더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내용은 서로에 대한 오해 속에서 서로를 알았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모습이었다.

 

이처럼 두 소설은 모든 것에 대해 말하지만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들춰낸다. 체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서로를 이해하고자 했던 노아와 국화도,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또 다른 생각에 빠졌던 나도.

 

K-Fiction Series는 이번 소설까지 모두 5권을 읽었다. 각 소설이 모두 매력적이다. 가벼운 듯 하면서도 툭툭 던지는 화두가 제법 무겁게 내 가슴을 내리 누른다.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영어 번역본 때문일지도 모르고^^

 

그래도 이 시리즈 참 마음에 든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이를 그려낸 작가의 창작노트와 소설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를 들려주는 해설 부분이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고 이 책에 꽉 붙들리게 만드는 매력 덩어리들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책이 나를 붙들까? 이 소설처럼 낯선 작가의 친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친숙한 작가의 낯선 작품일까? 어떤 식이든 기다림이 기쁨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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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이후로 다시 펼쳐보지 못한 안데르센 동화전집.

이번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 시리즈로 현대지성에서 나왔네요.

기대됩니다.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읽어볼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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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도 함께
존 아이언멍거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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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도 함께>라는 제목이 참 의미심장하다. 평상시에도 제목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터라 이 책의 제목이 과연 무슨 의미일지 읽기 전부터 궁금했다. ‘고래라는 대상이 의미하는 바, ‘라는 조사가 의미하는 바, ‘함께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다 남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을 처음 본 순간에는 자연을 대표하는 고래와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친화적 환경 소설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얼마 전에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 종에 관한 글을 읽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과 자연이라는 부분도 없지 않아 생각하기도 하였지만 그보다 더 크게는 지구 안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 즉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등을 모두 아우르는 이야기가 그 속에 담겨있음을 알게 되었다.

 

조 학이라는 낯선 남자가 세인트피란이라는 자그마한 마을에 알몸으로 떠밀려오면서 이야기가 이어져 간다. 조 학이라는 인물은 주가 예측 프로그램 캐시를 개발하였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회사가 망했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세상의 멸망을 예측하자 런던을 떠나 바다로 간다. 두려움에 빠져 있던 그는 고래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고, 다시 그가 마을사람들과 함께 고래를 구한다. 세상의 멸망에 마주친 조 학은 마을 사람들을 위해 전 재산을 털어 식료품을 비축해간다.

 

실제로 이 세상에 재앙이 몰아닥친다면 인류는 어떻게 대응할까? 다른 사람들을 희생해서라도 자신만 살겠다고 아등바등 거릴까? 아니면 서로의 공존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 걸음씩 서로 도우며 나아갈까?

 

고래도 함께, 라는 제목에서 살짝 엿볼 수 있듯이 재앙이 몰아닥쳤을 때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은 이기심과 두려움만이 아니다. 오히려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거기에 더해 이 소설에서는 고래도 인류가 살아남는 데 일조한다.

 

단 세 편의 소설만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는 이력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볍지 않은 내용의 이야기를 저자 나름의 위트와 유머로 덧입힌 채 부드럽게 이끌어가며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우리 옆에 희망이 있다고. 바로 당신이 그 희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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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 쟁탈의 한국사 - 한민족의 역사를 움직인 여섯 가지 쟁점들
김종성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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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 담긴 의미 중 하나는 우리가 배운 역사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만나게 되는 역사적 토대 중 하나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이다. 두 저자의 역사적 관점은 완전히 다르다. 물론 시대가 다르고 각자가 가진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 저자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본 것이냐, 아니면 무언가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냐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고조선에서부터 1910년에 이르는 시기의 우리나라 역사를 패권 쟁탈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는 기존의 관점들과는 상당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역사이다. 특히 고대 역사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했다.

 

고대 역사에 대한 논쟁은 상당하다. 고대 역사에 따라 이후의 역사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앞서 말한 김부식과 신채호의 차이가 상당하게 다가온다. 저자 역시 이런 점을 강조한다. 신라의 우월성을 높이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김부식 때문에 우리는 제대로 된 역사를 바라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역사적 왜곡으로 고조선이 어느 정도의 패권 국가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저 우리 민족의 시초가 되는 국가 정도로만 기억할 뿐이었다.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고구려, 백제 뿐 아니라 신라도 역시 중국을 지배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나도 이런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신라가 중국을 지배했다고. 그 기간이 길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김부식의 사관이 한반도 중심 사관이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설명에 놀라움을 넘어서 절망감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역사는 있는 그대로 기록되어야 한다. 사관의 관점에 의해 뒤바뀐 역사는 역사가 아니다. 패권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역사가 지금은 제대로 아는 이가 없는 역사가 되어버린 모습에서도 이런 폐단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써나가는 지금의 역사가 올바르게 기록되지 못한다면 또 다른 왜곡의 역사가 생기게 될 것이다. 역사가 없는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말하듯이 올바른 역사가 전해지지 않는 민족에게도 미래가 없다. 그렇기에 패권의 역사를 올바르게 들려준 저자의 노력처럼 수많은 묻혀버린 혹은 왜곡된 역사를 제대로 전달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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