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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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 2015년 대한민국의 독자들을 즐겁게 만들어준 작가 중 한 명이다.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라는 그의 작품들이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의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다. 두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겉으로는 까칠해 보이지만 그 내면은 누구보다 따뜻하다. 각박해져가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그런 인물들이 등장하기에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지 않나 싶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브릿마리 여기 있다>에서도 매력적인 등장인물이 나온다. 책표지에는 문 뒤에서 무언가를 보고 있는 모습의 아줌마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브릿마리다. 소설을 읽어보면 알게 되겠지만 아줌마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조금 많은 듯 하고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조금 적은 듯한 그녀. 그녀는 또 우리를 어떻게 웃고, 울게 만들까?

 

오직 남편과 아이들만을 바라보며 평생을 주부로 살아온 그녀는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에게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 남편의 외도에 충격을 받지 않을 아내는 없겠지만 오로지 남편 바라기로 살아온 그녀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결국 집을 나온 그녀는 고용센터를 찾아가 일자리를 구하려고 한다.

 

집안에만 있던 그녀가 세상으로 나와 새로운 도전으로 삶에 변화를 주는 과정이 이전 작품들처럼 유쾌하게 이어진다. 또한 그녀의 어린 시절 아픔이 드러나면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그녀의 모습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왜 그녀가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을 바랐는지, 왜 그녀가 그렇게 남편에게 의존하고 사랑받고 싶어 했는지.

 

이제 보르그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 시작한 그녀는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브릿마리로서 말이다. 과탄산소다로 집안을 청소하고 순서대로 커트러리를 정리해야 하는 그녀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툭툭 내던지는 그녀의 말에 사람들이 상처를 받으면서 결코 가까워지지 않을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서로를 보듬어 안아주는 관계로 나아간다.

 

전작들처럼 이 소설에도 저자의 사람들을 향한 따뜻함이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답답한 요즘, 까칠하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브릿마리를 만난 건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브릿마리, 그녀가 지금 내가 있는 여기에도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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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끄 라깡 왜! 예수 사랑을 욕망하는가? - 정신분석학이 사랑의 존재를 답하다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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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예수,  왜! 신의 사랑이 되었는가?, 정신분석학이 사랑의 존재를 답하다. 등 책 표지에 실린 문구들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굉장히 무거운 주제라는 생각이 들어 그 내용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적지않이 걱정되었다.

 

정신분석학은 문제의 본질을 분리시켜서 결여되고 소외된 자신을 발견하게 하기에 마음공부에 최적의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 서문에서 저자가 밝힌 정신분석학의 기능이다. 정신분석학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아닌가 싶다. 진정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공부. 그런 공부라면 누구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으면서 저자가 말하는 사랑의 이야기가 무엇일지 더욱 궁금해졌다.

 

저자는 낙원, 거세, 나르시시즘, 승화, 동일시, 초자아라는 제목 하에 인간으로 오신 예수님이 왜 신성의 예수님인지를 들려주고, 예수님의 죽음이 결국은 생명이라 말하면서 그 생명의 이름이 바로 ‘사랑’임을 증명한다.

 

저자는 각 꼭지별로 먼저 성경 말씀을 제시한 후 그 내용을 분석, 욕망, 성찰로 나누어 설명한 후 마지막으로 묵상이라는 글로 마무리한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도 더 어려운 내용들이었다. 한 번 읽어서는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한 꼭지, 한 꼭지 읽어가면서 저자가 말하는 사랑의 모습들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각 내용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랑의 모습을 정리해서 한 줄로 보여준 부분이 책 전반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저자의 설명이 성경적으로 옳은 것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뭐랄까 무언가가 빠진 듯한 느낌이랄까? 예수님의 사랑이 죽음 너머 주이상스를 향해 생명을 욕망한 영원한 사랑이라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지만 죽음 이후의 부활을 다루지 않아서 그런가, 무언가 가슴에 다가오는 느낌이 달랐다.

 

앞서 말했듯이, 한 번 읽고 바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책이다. 곱씹고 또 곱씹으며 인간 예수님의 사랑이 신의 사랑의 되었는지를 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그 사랑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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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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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작품은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일단 읽는다. 그의 작품은 이미 수많은 검증을 거쳤기에 읽을까 말까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탄탄한 스토리와 상상을 뛰어넘는 반전, 그 속에 담긴 문제의식 등 모든 요소들이 내 마음에 쏙 든다.<브루클린의 소녀>도 그런 마음으로 읽었다.

 

결혼을 얼마 남기지 않고 여행을 떠난 라파엘과 안나.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던 라파엘은 안나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한다. 그의 말에 안나는 숨기고 있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사진을 보여주는데, 사진을 본 라파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나를 떠나버린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라파엘은 안나가 있는 곳으로 바로 돌아오지만 안나는 벌써 파리로 떠나버린 상태이다. 파리로 돌아온 라파엘은 안나가 사라진 것을 알고 그녀를 찾아 나서고 그와 이웃사촌인 전직 형사 마르크도 그를 도와 안나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안나의 과거 이야기. 하인즈 키퍼 사건, 클레어 칼라일 사건, 조이스 칼라일 사건.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건들이 연이어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던 한 남자의 바람은 미국과 프랑스를 뒤흔들 정도의 굵직한 사건과 연결된다. 실제 이럴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 흘러가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든다.

 

라파엘과 마르크의 시선을 따라가는 이중 구조로 사건의 현실성을 높이고 , 클레어, 테드의 고백을 들려주며 사건의 개연성을 높인다. 뿐만 아니라 플로랑스 갈로의 이야기들을 덧붙이면서 사실성을 뛰어 넘기도 한다.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의 반전을 통해 독자의 허를 찌르기도 한다.

 

재미있는 내용 중 하나는 우리나라 독자를 의식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범죄 영화, 한국계 미국인 수사관 등을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소설을 이끌어 가는데 그렇게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는 평상시에 말했던 것처럼 이 소설에서도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의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과거가 그녀에 대한 사랑을 변하게 하는지, 다시 말해, 라파엘이 새롭게 알게 된 그녀를 예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것이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지만 너무 아쉬웠던 것은 아이들의 겪어야 했던 고통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테오에게도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너무 조마조마했다. 루이즈의 이야기에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고. 아이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이기에 이런 내용의 소설은 너무나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짜릿한 기쁨 속에 슬픔이 담긴 소설. 그러면서도 다시 행복을 이야기하는 소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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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 - 하루 끝에 펼친 철학의 위로
민이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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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철 100권 읽기 프로젝트처럼 현대인들이 즐겨 읽는 책들 중에는 소설, 역사에 관한 책들 외에 철학에 관한 책들도 적지 않다. 철학이라고 하면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게는 이런 현상이 참 신기하고도 놀라웠다. 요즘 철학 관련 책들이 철학을 조금이라도 쉽게 전달하기 위해 풀어서 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게는 철학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기 때문이다.

 

<밤에 읽은 소심한 철학책>은 철학을 어려워하는 내게 역시 철학은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책이다. 다섯 파트에 걸쳐 들려주는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에 대한 소개가 쉽지 않다. 솔직히 어렵다. 철학을 풀어쓴 책들에 익숙해져서 그럴지도 모르고 깊은 생각에 잠길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처럼 밤에 읽어보면 좀 달라질까 싶은 마음에 잠들기 전에 한 꼭지씩 읽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어렵다. 책만 피면 잠이 온다는 사람들의 말에 완전히 공감하게 될 정도였다. 한 꼭지 읽는 것조차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저자가 그렇게 어렵게 설명해서 그런 건가 생각해보면 결코 그렇지는 않다. 때때로 잘 알지 못하는 철학 용어들이 튀어나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근래에 읽은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책 내용 자체도 다른 입문서에 비해 무거운 편이지만 그보다는 요즘 내가 책을 읽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활자에만 빠져 넘어가는 식으로 책을 읽는데 어떻게 깊은 이해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독자에게 깊은 사색의 바다로 빠져들어야 할 화두들을 던진다. 그렇기에 제목에서 말하듯이 밤에 읽는 게 유익하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점심이나 저녁보다는 모든 것을 풀어헤치고 오롯이 저자가 말하는 내용에만 빠져들 수 있는 바로 밤 시간이 이 책을 깊이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다(물론 나처럼 처음에는 수면제 대용이 될 수도 있지만).

 

철학은 우리들이 지금 이 순간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깊이 들여다보는 학문이다. 그렇기에 어려울 때도 있지만 또한 너무나 친밀하게 다가오기도 하는 그런 학문이다. 저자와 함께 떠난 철학 여행은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 오지 여행이기도 하지만 밤하늘에 무수히 떠있는 별들을 보며 새로운 세상을 살짝 들여다본 시골 마을의 황홀한 여행 같기도 하다.

 

오늘 밤 어딘가로 떠나는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보기를 바란다. 자기 자신과 지금 이 순간을 깊이 헤아릴 수 있는 이성적이지만 또한 환상적인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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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의 모든 것 Everything About Chess K-픽션 16
김금희 지음, 전미세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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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나 장기는 가끔씩 두지만 아직 체스는 해 본적이 없다. 장기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그 수가 장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는데 솔직히 진짜 그럴까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래서 <체스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받은 후 바로 체스 앱부터 깔았다. 도대체 체스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기에 말이다.

 

앱으로 체스를 두는 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규칙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데 이게 생각보다 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인공지능이라고 깔 본 마음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고. 여하튼 앱으로 체스를 둔 후 체스의 모든 것을 다 알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소설을 읽다보니 내가 진짜 제대로 체스에 대해 배운 게 맞나 싶다. 소설 속 노아와 국화가 체스의 규칙에 대해 말하는 걸 보면 이게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리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화가 잘못된 규칙을 말한 거였지만.

 

모든 것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는 나의 상태. 어쩌면 저자는 바로 그런 내 모습을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건 아닌가 싶다. 노아라는 선배를 안다고 생각한 나도, 서로를 알았다고 생각한 노아와 국화도 사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했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혹은 자신의 생각에 담긴 그 모습만을 진실이라고 생각하면서.

 

소설을 읽다보니 밀란 쿤데라의 <농담>의 내용이 떠오른다. 농담 한 마디로 인생의 뒤틀림을 겪었던 루드비크의 모습도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지만 그보다 더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내용은 서로에 대한 오해 속에서 서로를 알았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모습이었다.

 

이처럼 두 소설은 모든 것에 대해 말하지만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들춰낸다. 체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서로를 이해하고자 했던 노아와 국화도,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또 다른 생각에 빠졌던 나도.

 

K-Fiction Series는 이번 소설까지 모두 5권을 읽었다. 각 소설이 모두 매력적이다. 가벼운 듯 하면서도 툭툭 던지는 화두가 제법 무겁게 내 가슴을 내리 누른다.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영어 번역본 때문일지도 모르고^^

 

그래도 이 시리즈 참 마음에 든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이를 그려낸 작가의 창작노트와 소설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를 들려주는 해설 부분이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고 이 책에 꽉 붙들리게 만드는 매력 덩어리들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책이 나를 붙들까? 이 소설처럼 낯선 작가의 친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친숙한 작가의 낯선 작품일까? 어떤 식이든 기다림이 기쁨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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