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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불멸주의자 - 인류 문명을 움직여온 죽음의 사회심리학
셸던 솔로몬.제프 그린버그.톰 피진스키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1월
평점 :
‘슬픈’이라는 단어와 ‘불멸주의자’라는 단어는 서로 어우러진다는 느낌보다는 무언가 반어적인 혹은 역설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알고 보면 한 없이 약한 상남자를 본 듯한 그런 기분 말이다.
이 책을 읽은 지금 기분이 딱 그렇다. 화려하고, 놀랍고, 경이로운 인류의 발전 뒤편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공포가 있다는 저자들의 주장에 그런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죽음 이후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기에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기독교인인 내게 죽음은 별반 두려움이 대상이 아니다. 물론 저자들이 주장하듯이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죽음의 의미를 생각했을 때에는 무척 두려웠다. 그냥 두려운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두려웠다. 저자들이 사례로 든 어린아이들처럼 말이다.
신앙은 그런 내게 죽음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하고, 아니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주는 또 다른 시작임을 알게 되었다. 저자들이 말하는 죽음을 극복하는 단계 중 하나인 종교를 통해서 말이다.
저자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인류가 걸어온 길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사례와 역사적 자료들을 제시한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영원히 늙지 않는 피터팬을 꿈꾸는 이들이나, 네버랜드를 짓고 그 속에서 아이이고 싶었던 마이클 잭슨, 실제적 혹은 상징적 불멸성을 추구한 진시황이나 키츠 등의 마음이 분명 내게도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물론 저자들도 종교를 통해 인류가 죽음의 공포를 이겨냈다고 말하지만 본질적인 부분에서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 하나님을 믿는 나는 인간의 의식(혹은 무의식) 속에 이미 영생에 대한 인식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진화적 관점에서 바라본 저자들의 주장에 100% 공감할 수 없음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분명 인류가 걸어오면서 만들어낸 수많은 문화, 과학, 경제, 예술적 산물들이 모두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기 위한 한 방편이었음을 학술적인 측면에서 쉽게 설명한다. 저자들이 직접 경험하거나 실험한 사례들을 충분히 제시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이어나가기에 죽음의 사회심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그렇게 낯설게 다가오지는 않는다(앞서 말했듯이 나와는 출발점이 달라 그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죽음이라는 많은 이들이 들여다보고 싶어 하지 않는 주제이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을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죽음은 분명 저자들의 말처럼 삶을 이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그렇기에 진정한 삶을 살기 원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야 할 책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