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내서 읽고, 쓴 인문학 독서레터 - 워킹맘 박대리의
박선영 지음 / 렛츠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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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라는 게 따로 시간을 내서 읽기가 쉽지 않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회사 업무로, 가정에서의 일로 독서는 늘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나 역시 책을 읽는 시간은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이나 잠들기 전 잠깐 정도이다.

 

<짬 내서 읽고 쓴 인문학 독서레터>는 제목 그대로 워킹맘으로 일하는 저자가 짬짬이 읽은 책에 관한 내용을 지인이나 거래처 사람 등에게 보낸 독서레터를 정리해 모아놓은 책이다. 실제 독서레터를 편집한 내용이기에 각각의 책에 대한 소개 혹은 평도 제각각이다. 어떤 책은 한 페이지에 걸쳐 책 이미지와 간략한 내용이 몇 줄로 소개가 끝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책은 몇 페이지에 걸쳐 다양한 책 소개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분야가 상당히 다양하다. 저자는 한 쪽에 치우친 책 이야기가 아니라 철학, 역사,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들을 소개한다. 물론 책 제목에 나온 것처럼 인문학 독서레터라 이공계쪽 도서 소개가 없어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말이다.

 

저자가 소개한 도서의 70-80% 정도는 대중적으로 상당히 유명한 책이라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적지 않아 소개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저자의 독서레터는 간략하면서도 평범한 이들의 관점에서 편하게 대할 수 있을 정도로 잘 풀어서 설명하고 있어서 상당히 유용한 자료가 아닌가 싶다.

 

기존의 독서 관련 책들과 다른 점은 저자가 평범한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독서 과정을 거치면서 작성한 독서레터이기에 전문적인 내용이 수록된 책들보다 고전을 훨씬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쉬웠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가 행한 독서과정이 모두가 쉽게 따라할만한 방법이기에 책을 읽고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유용한 책이다.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댄다. 이는 말 그대로 핑계다. 저자의 말처럼 출퇴근 시간에 읽고,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읽어도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을 읽을 수 있다. 또한 고전이 어려워서 읽지 못하겠다는 핑계도 벗어던져야겠다. 고전도 결국은 나와 같은 사람이 쓴 책이고, 나와 같은 사람이 읽는 책임을 분명하게 알았으니 말이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해 가장 적합한 길을 알려주는 앱처럼 이 책도 독서를 시작하는 첫 걸음부터 자신만의 발걸음을 만들어내는 도착지까지 어떻게 가야 알지를 독자에게 넌지시 알려주는 너무나 유용한 책이다. 지금 바로 짬을 내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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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불멸주의자 - 인류 문명을 움직여온 죽음의 사회심리학
셸던 솔로몬.제프 그린버그.톰 피진스키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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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이라는 단어와 ‘불멸주의자’라는 단어는 서로 어우러진다는 느낌보다는 무언가 반어적인 혹은 역설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알고 보면 한 없이 약한 상남자를 본 듯한 그런 기분 말이다.

 

이 책을 읽은 지금 기분이 딱 그렇다. 화려하고, 놀랍고, 경이로운 인류의 발전 뒤편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공포가 있다는 저자들의 주장에 그런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죽음 이후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기에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기독교인인 내게 죽음은 별반 두려움이 대상이 아니다. 물론 저자들이 주장하듯이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죽음의 의미를 생각했을 때에는 무척 두려웠다. 그냥 두려운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두려웠다. 저자들이 사례로 든 어린아이들처럼 말이다.

 

신앙은 그런 내게 죽음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하고, 아니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주는 또 다른 시작임을 알게 되었다. 저자들이 말하는 죽음을 극복하는 단계 중 하나인 종교를 통해서 말이다.

 

저자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인류가 걸어온 길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사례와 역사적 자료들을 제시한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영원히 늙지 않는 피터팬을 꿈꾸는 이들이나, 네버랜드를 짓고 그 속에서 아이이고 싶었던 마이클 잭슨, 실제적 혹은 상징적 불멸성을 추구한 진시황이나 키츠 등의 마음이 분명 내게도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물론 저자들도 종교를 통해 인류가 죽음의 공포를 이겨냈다고 말하지만 본질적인 부분에서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 하나님을 믿는 나는 인간의 의식(혹은 무의식) 속에 이미 영생에 대한 인식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진화적 관점에서 바라본 저자들의 주장에 100% 공감할 수 없음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분명 인류가 걸어오면서 만들어낸 수많은 문화, 과학, 경제, 예술적 산물들이 모두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기 위한 한 방편이었음을 학술적인 측면에서 쉽게 설명한다. 저자들이 직접 경험하거나 실험한 사례들을 충분히 제시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이어나가기에 죽음의 사회심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그렇게 낯설게 다가오지는 않는다(앞서 말했듯이 나와는 출발점이 달라 그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죽음이라는 많은 이들이 들여다보고 싶어 하지 않는 주제이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을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죽음은 분명 저자들의 말처럼 삶을 이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그렇기에 진정한 삶을 살기 원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야 할 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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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에 미래는 있는가 - 잃어버린 희망을 찾아가는 인문학 여정
로제 폴 드루아.모니크 아틀랑 지음, 김세은 옮김 / 미래의창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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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빗댄 용어를 보면 참으로 암담하다. 헬조선, 지옥불반도, 노답사회 등 모든 용어들에는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오로지 절망만이 보인다. 그뿐인가. 사회 지도층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행태에 절망은 이제 추정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기만 한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서 희망을 말하는 책이 있다. 바로 로제 폴 드루아와 모니크 아틀랑 공저의 <희망에 미래는 있는가>이다. 이 책의 부제는 잃어버린 희망을 찾아가는 인문학 여정으로 책의 내용을 조금 더 명확하게 밝혀주고 있다.

 

저자들은 고대 그리스 사상, 유대교, 기독교에 담긴 희망의 의미를 설명한 후 오늘날 희망이 사라져 간 이유로 희망과 시간, 희망과 행동과의 연계성을 제시한다. 그 후 마지막 5부에서 희망하는 법을 어떻게 배워야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여러 면에서 저자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판도라의 상자에서부터 비롯된 희망이 때로는 최선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최악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 희망은 결코 확실하게 알 수 없기에 그 속에 두려움과 걱정과 슬픔을 포함한다는 것, 무엇보다 가장 가슴 깊이 와 닿은 내용은 희망은 행동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예전에 오늘날의 일본인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교한 내용의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논문에서 주장한 내용 중 하나는 일본인들은 우리들처럼 불의나 부당함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의나 부당함에 행동으로 저항한다고 한다. 논문의 저자는 그렇기에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의 저자들이 주장한 것과 앞서 얘기한 논문의 저자가 말한 내용을 종합하면 결국 희망이 행동하게 만들고 그런 행동이 다시 희망을 갖게 한다는 순환적인 구조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저자들의 말처럼 희망에는 선의 모습도 악의 모습도 분명히 존재한다. 양면적인 희망의 모습이 낯설지만 또한 분명하게 이해하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자들의 주장처럼 희망하는 법을 제대로 배워야 할 것이다. 희망이라는 어쩌면 가장 큰 힘이 또 다른 내일로 우리를 데리고 갈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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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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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요시와라 유녀와 비밀의 히데요시>란 책을 읽고 지금 이 시대는 국가나 민족을 구분하는 것이 어쩌면 별다른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제목을 보고 일본인 작가를 생각했던 내게 이 책의 저자가 한국인이고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에도시대라는 사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안토니오 가리도의 <시체 읽는 남자>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는 책이다. 이 소설은 중국 송나라 시대의 법의학자이자 판관이었던 송자의 일대기를 스페인 사람인 안토니오 가리도가 써낸 팩션이다. 서양인이 쓴, 그것도 현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13세기 송나라 시대의 이야기라니. 일단 앞서 말한 책처럼 이 소설도 새로운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압도적 역사추리 소설이라는 소개말처럼 이 책은 송자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적인 내용과 황실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해가는 스릴러, 범죄, 추리 소설적 요소가 합쳐져 소설적 재미를 극대화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의 초반부는 송자라는 인물이 인생의 쓴 맛을 겪은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이 많아 조금은 지루한 느낌도 없지는 않다. 물론 소설 첫 장부터 살인 장면이 나오고 살인 사건의 범인이 송자의 형인 송루로 밝혀지면서 긴장감을 주기도 하지만 송자의 모습이 어떤 점에서는 우리가 기대하는 판관 포청천의 모습이 아니라 전형적인 모범생의 표본이지만 한편으론 어리바리한 루저의 모습으로 비쳐지면서 CSI 등에서 봐왔던 인물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조금은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소설의 후반부로 가면서 소설적 재미가 확실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밍학원 최고 권위자 밍교수와의 만남, 룸메이트 회유의 계략, 선황제 폐하의 애첩이었던 후디에 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점점 소설 속으로 빠져들다 마지막 반전을 통해 이 책의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에 사로잡히게 된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법의학적 소견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던 시대에 과학적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했던 송자와 그가 남긴 세원집록.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소설이라는 흥미로운 장르로 되살려낸 작가의 역량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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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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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스 요나손. 작년에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를 읽고 완전히 매료된 작가이다. 처음 읽을 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읽고 난 후에는 그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 유머와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이 준 강렬한 인상 때문에 그 이후로 유럽 지역의 소설들을 일부러 찾아 읽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신작이 나왔다.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 많은 분들처럼 처음에는 제목을 잘못 읽었다.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들이라고. 책을 읽고 난 후에야 제목을 잘못 봤다는 걸 깨달았다. 에공, 내가 이렇게 둔한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전작들에서 느꼈던 요나스 요나손의 매력이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우리와는 조금 다르지만 읽고 나면 유쾌한 기분이 들게 하는 그만의 유머.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이 조금씩 풀어가는 듯하다가 다시 얽히고설키기를 반복하는 구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들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는 점 등등.

 

전작들과 비교해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전작들은 한 명의 주인공을 내세워 이야기를 이끌어갔다면 이번 작품에는 주연이라고 할 만한 킬러 안데르스와 그에 버금가는 주연이라고 할 만한 페르와 요한나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점. 또한 전작들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 나오는 이들은 얼핏 봐도 선한 이라고 할 수 없는, 아니 악인이라고 보는 게 더 맞는다는 느낌이 드는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그 뿐 아니라 종교적인 이야기도 담겨 있어서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이미지를 느끼게 된다는 점도 전작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는 이유이다.

 

그래도 역시 요나스 요나손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웃다가, 웃다가, 웃다가, 따뜻해지면서 행복한 기분을 맛보게 한다는 그런 점에서 말이다. 킬러 안데르스의 변해가는 모습도 너무 좋고, 그를 이용해 돈벌이를 해보려는 페르와 요한나의 모습도 왠지 모르게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2016년이다. 아무리 돌아보아도 웃을 일도 보이지 않는 그런 고난의 시간. 삶에 지치고, 사람에 지친 그 때 이 책이 분명 모두에게 돌려주리라 믿는다. 잊고 있었던 행복하고 따뜻한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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