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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록 - 라틴어 원전 완역판 ㅣ 세계기독교고전 8
성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박문재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6년 9월
평점 :
오랜만에 성 아우구스티누수의 <고백록>을 다시 읽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종교에 대한 깊은 생각이 없이 그저 기계적으로 교회를 다닐 때였다. 모태신앙이었기에 주님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그래서 제대로 주를 찬양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그때 <고백록>은 내게 내 삶을 다시 돌아보며 주님을 찬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다시 읽은 고백록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수많은 세월이 흘렀기 때문일까? 성 아우구스티누스처럼 나도 수많은 방황과 고민을 했기 때문일까? 그가 들려준 삶의 여정이 얼마나 가슴 깊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처럼 다른 종교에 깊이 빠져든 적은 없지만 다양한 종교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한 적도 많고 여러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또한 이성적으로 과연 종교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보고자 했던 적도 있다.
지금 이 책을 읽으며 그 때를 회상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얄팍한 인간의 지식으로 하나님을 판단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교만한 그 모습에 지금도 엎드려 간절히 회개하고 싶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도 비슷한 여정을 거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모습을 모두 주님 앞에 내려놓는다.
여러 이야기들을 다루지만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울린 것은 자신의 지나온 과거를 이렇게 고백한 저자의 모습이다. 과연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특히 남들이 신앙적으로 인정하는 주교의 위치에 있다면?
물론 우리는 서로의 죄를 고백하면서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함께 나아가는 형제이자 자매이다. 하지만 나의 죄악된 모습을 고백하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구역예배에서 삶을 나누는 내 모습이 그렇다. 너무 적나라하지도 너무 가리지도 않은 어정쩡한 고백. 사람 앞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하나님 앞에서도 온전히 죄를 고백하지 못하는 내 모습은 어리석은 자의 표본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이 책은 그런 내 모습에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하나님 앞에 모두 내려놓으라고.
저자의 생각 중 가장 많이 공감했던 부분은 죽음과 심판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내용이었다. 저자처럼 나도 죽음과 심판에 대한 두려움을 끝없이 갖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두려움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그의 고백과 같은 깨달음을 얻었던 그 순간에.
주님은 우리 곁에 계셔서, 그릇된 길에서 방황하는 가련한 우리를 건져내어, 주님의 길 위에 세워 놓으시고는, 우리를 위로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 길로 달려가라. 내가 너를 안고 업어서 끝까지 데려다 주리라”(사 46:4)
책을 덮고 글을 쓰는 이 순간 나 역시 고백할 수밖에 없다. 나의 죄인됨과 나를 이끌어주는 하나님의 한없는 은혜를. 그리하여 죄에서 해방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바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