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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대동여지도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6년 9월
평점 :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연속해서 김정호에 관한 소설을 두 권 읽었다. 우일문 작가의 <고산자 김정호>와 이재운 작가의 <김정호 대동여지도>이다. 우일문 작가의 책을 먼저 읽은 후 이재운 작가의 책을 읽었다.
두 작품 모두 김정호에 대해 쓴 소설이지만 두 작가가 그려낸 김정호의 모습은 상당히 다르다. 물론 우리나라 지도를 만들고자 하는 그의 열정은 두 작품 모두에서 뚜렷하게 그려지지만 김정호의 성품을 그려낸 부분이나 가상의 만남 등은 상당히 달랐다.
우일문 작가의 김정호는 고지식한 장인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이재운 작가의 김정호는 조금은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부각시켰고, 어린 시절 아버지의 모습도 상당히 다르게 묘사한다. 우일문 작가가 그린 김정호의 아버지는 별반 주목을 받을만한 존재로 그려지지 않는 반면 이재운 작가가 그린 김정호의 아버지는 아들에 헌신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가상의 만남이기는 하지만 우일문 작가는 김정호가 정약용과 그의 조카 정하상을 만나는 것으로 상상한 반면 이재우 작가는 홍경래와 추사 김정희와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재운 작가의 <김정호 대동여지도>가 소설적으로 더 재미있다. 어린 시절의 모습부터 일생의 벗 최한기를 만나는 과정, 남이와의 결혼, 청구도와 대동여지도를 그리는 과정, 첩자로 몰려 옥에 갇히는 모습 등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김정호에 대한 역사적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기에 이 소설 역시 많은 부분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실제로 김정호가 살았던 삶과 소설 속 김정호의 삶은 완전히 다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땅에서 사는 모든 이들을 위해 지도를 제작하고자 했던 그의 마음만큼은 분명하다.
그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그린 지도에는 우리 민족의 삶과 정신이 담겨있다. 우리 강산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이야기, 그림, 음악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가 지도를 그렸던 그의 정신을 반드시 이어받아야 한다.
눈을 감고 생각해본다. 지금 이 땅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떤지를. 과연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김정호, 그가 걸어갔던, 그가 후손들을 위해 열었던 그 길이 지금은 어떤지.
부끄럽다. 부끄러운 마음만이 온 가슴을 헤집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