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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해부학 - 누구도 말하지 못한 자살 유혹의 역사
포브스 윈슬로 지음, 유지훈 옮김 / 유아이북스 / 2016년 8월
평점 :
죽음에 대한 관심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 아니, 죽음에 관한 관심이라기보다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이었다.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이유는 아마 종교적인 영향 때문일 것이다. 현세보다는 다가올 다음의 삶이 더욱 크고 귀중했기에.
그런 내게 죽음은 그저 하나의 과정일 뿐이었다. 모두가 겪어야 하는, 그러면서 나와 같은 신앙인들은 기쁨으로 기대하고 기다리는 과정.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죽음의 형태에 관해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죽음의 과정을 거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종교적인 관점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죽음의 형태지만 수많이 이들이 자살을 선택한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을 죽음이라는,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길로 몰아간 것일까?
포브스 윈슬로의 <자살의 해부학>은 19세기에 출판된 책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자살의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저자는 자살의 해부학이라는 제목처럼 자살에 관해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자살의 탄생, 자살의 징후, 자살의 본색이라는 세 파트로 나누어 자살의 모든 것에 대해 설명한다. 그 옛날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한 이유는 심신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서 혹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뿐만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철학자들 중에는 자살을 미화하면서 이를 부추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저자는 자살의 다양한 이유를 설명한 후 자살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 저자는 자살을 질병의 일종으로 간주한다. 그렇기에 자살의 징후를 잘 살피면 이를 예방할 수도 있고 치료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자살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 내가 평생 행복한 삶을 살았기 때문은 아니다. 나 역시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든 삶을 살았다. 때로는 절망감에 빠져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던 적도 있다. 그렇지만 자살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처음에 설명했듯이 내게는 지금 현재의 삶보다 더 크고 중요한 죽음 이후의 삶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소망이 나를 지탱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저자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종교적인 부분은 아니더라도 건강하게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정신교육,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바로 그 주장 말이다.
자살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자살을 예방하자는 저자의 주장만큼은 모든 이들이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주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