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안의 여자
윤정옥 지음 / 문이당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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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임종 시에 사랑을 베풀지 못하고 살았던 걸 가장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랑은 영혼의 본질이 아닌가. 명세진은 그것을 반대로 육신이 자신의 전부라고 믿었던 것 같다. 돌아보면 바람같이 사라지는 짧은 인생이 아닌가.(p.267)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 어느 것이 중요합니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대답할까? 육체적 사랑이 중요하다고 말할까(내 기억엔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정신적 사랑이 중요하다고 말할까(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은근히 많다)? 둘 다 중요하다고 말할까(아마 대부분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작가는 애정결핍증을 갖고 있는 여강과 육체적 장애를 앓고 있는 세진, 여강의 남편 민규를 통해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책에서 육체적인 사랑보다 정신적 사랑이 상위이다라고 주장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생각에 100%로 공감하지 않는다. 육체적 사랑만을 추구하는 것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정신적인 사랑만을 추구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까? 글쎄다. 작가는 영혼 이야기를 하면서 정신적 사랑을 더 중요시하지만 육체적 사랑이나 정신적 사랑이나 둘 다 중요하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순위를 매길 수 없을 듯 하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생각은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의 관계보다는 남자와 여자는 참 다르다는 것,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사람들은 각자가 다 다르다는 것이었다. 육체적, 정신적 사랑의 문제도 있지만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에 문제가 더 깊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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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해부학 - 누구도 말하지 못한 자살 유혹의 역사
포브스 윈슬로 지음, 유지훈 옮김 / 유아이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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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관심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 아니, 죽음에 관한 관심이라기보다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이었다.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이유는 아마 종교적인 영향 때문일 것이다. 현세보다는 다가올 다음의 삶이 더욱 크고 귀중했기에.

 

그런 내게 죽음은 그저 하나의 과정일 뿐이었다. 모두가 겪어야 하는, 그러면서 나와 같은 신앙인들은 기쁨으로 기대하고 기다리는 과정.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죽음의 형태에 관해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죽음의 과정을 거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종교적인 관점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죽음의 형태지만 수많이 이들이 자살을 선택한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을 죽음이라는,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길로 몰아간 것일까?

 

포브스 윈슬로의 <자살의 해부학>19세기에 출판된 책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자살의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저자는 자살의 해부학이라는 제목처럼 자살에 관해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자살의 탄생, 자살의 징후, 자살의 본색이라는 세 파트로 나누어 자살의 모든 것에 대해 설명한다. 그 옛날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한 이유는 심신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서 혹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뿐만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철학자들 중에는 자살을 미화하면서 이를 부추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저자는 자살의 다양한 이유를 설명한 후 자살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 저자는 자살을 질병의 일종으로 간주한다. 그렇기에 자살의 징후를 잘 살피면 이를 예방할 수도 있고 치료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자살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 내가 평생 행복한 삶을 살았기 때문은 아니다. 나 역시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든 삶을 살았다. 때로는 절망감에 빠져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던 적도 있다. 그렇지만 자살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처음에 설명했듯이 내게는 지금 현재의 삶보다 더 크고 중요한 죽음 이후의 삶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소망이 나를 지탱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저자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종교적인 부분은 아니더라도 건강하게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정신교육,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바로 그 주장 말이다.

 

자살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자살을 예방하자는 저자의 주장만큼은 모든 이들이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주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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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 프롬 진짜 삶을 말하다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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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 실패하고 친구라고 믿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하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졌다. 무엇을 할 힘도 없었다. 아니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이런 상태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무기력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무기력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친구에게서 배신을 당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이 하는 일에 흥미를 잃어서일까? 아니면 도달할 수 없는 목표가 내 목을 계속해서 조이기 때문일까?

 

<소유냐 존재냐>를 쓴 에리히 프롬의 글을 모아 엮은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는 이에 대한 답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200페이지의 짧은 분량이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만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그런 내용이다.

 

이 책은 첫 페이지의 차례만 읽어도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01 인간은 타인과 같아지고 싶어 한다.

03 자유는 진짜 인격의 실현이다.

04 자아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만큼 강하다.

 

내 생각을 완전히 뒤흔든 문구를 ‘7장 진짜와 허울의 차이를 보다에서 만났다.

 

태어날 준비는 용기와 믿음을 필요로 한다.

안전을 포기할 용기, 타인과 달라지겠다는 용기,

고립을 참고 견디겠다는 용기다.

 

그래, 어쩌면 이런 용기가 없기에,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기에 우리는 무기력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홀로 설 수 있는 용기가 없어서 타인처럼 살아가야만 한다면,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아야 한다면 아무리 지금 내 모습이 만족스러워 보일지라도 어느 순간 그런 내 모습에 다시 실망하며 또 다시 무기력한 상태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내 자신의 자아를 강하게 키우고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 그때에야 비로소 모든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길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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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의 인간이해 - 세 가지 키워드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알프레드 아들러 지음, 홍혜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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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책들을 읽었는데 유독 알프레드 아들러의 책은 읽은 적이 없었다. 프로이트, 칼 융과 함께 세계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사상은 어떤 것일까?

 

아들러 심리학의 토대는 바로 아들러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명민한 형과는 달리 학교 성적이 부진했던 그는 신체적으로도 약해 상당한 열등감을 가졌는데, 이런 경험을 토대로 아들러는 유년기에 형성되는 열등감을 깊이 있게 연구했다.

 

아들러 심리학의 기본 개념은 열등감과 보상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알게 모르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유아기 때부터 갖게 된 이런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삶의 목표를 세우게 되면서 발달하는 것이 바로 인정 욕구이다.

 

개인적으로 열등감에 느꼈던 적이 언제였는지 돌아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열등감을 느꼈던 적이 그렇게 많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열등감을 느꼈던 적이 전혀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열등감 중 하나는 같은 반에 살던 친구가 워낙에 부자였기에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부자는 아니었던 집안에 대한 열등감을 가졌던 기억이다.

 

아들러의 주장처럼 그런 열등감이 지금의 내가 있게 만들었는지를 계속해서 생각해보았다. 다른 부분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보상 혹은 인정 욕구는 상당히 강하게 가지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들러의 말처럼 열등감은 우리의 편견처럼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살아온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결국 모든 것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다.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내 삶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할지, 내 삶을 파괴하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할지는.

 

아들러는 열등감을 표출하는 또 다른 방법의 하나로 공동체에의 헌신을 꼽는다. 그는 공동체 안에서 무언가를 기여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모습은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일처럼 공동체의 일에 열심을 내는 사람들 말이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들러가 첫 머리에서 말했듯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만과 자만을 버려야 한다. 모든 것을 알다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착각에서 깨어나 겸손한 자세로 상대방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해의 올바른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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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코의 날
미코 림미넨 지음, 박여명 옮김 / 리오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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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부터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저자 미코 림미넨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핀란드 작가로 2004올해의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빨간 코의 날>2010핀란디아상최고 작품상을 받았고 그 후 유럽 6개국 이상에서 출간되었다고 한다.

 

사실 북유럽 소설이 완전히 낯설지는 않다. 북유럽 스릴러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면서 많은 작품들이 출판되었다. 몇몇 작가들은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지만 장르 소설과는 달리 일반 문학 소설은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기에 어떤 작품일지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오호.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안타깝고 슬프다. 가벼운 톤으로 그려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가볍게 웃으며 넘길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기에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국적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아픔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에 이야기 속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직장도, 친구도 없는 50대 여성. 하나 있는 아들과도 소원하게 지낸다. 더 이상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던 그녀는 시장 연구소 직원으로 가장한 채 타인의 집을 방문하기 시작한다. 현실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설정이지만 그녀의 외로움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슴 깊이 다가온다.

 

언제부터 이렇게 사람들은 외로움에 젖어든 걸까? 혼술이니 혼밥이니 하는 말(물론 부정적인 의미만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지만)이 이 시대의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처럼 말 한마디 나눌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득 작년에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88’이 떠올랐다. 식사 때가 되면 반찬을 나르느라 바쁜 아이들, 평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던 어른들의 모습.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가족이 아픈 것처럼 옆에서 보살피던 그런 이웃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그런 장면들이 결코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던 삶의 모습이었다. 그런 삶에서 외로움이란 떠올릴 수조차 없는 낯선 단어일 뿐이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이웃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만, 내 가족만이 중요한 사회가 되었다. 다른 사람의 삶은 나 몰라라 외면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외로움이 나를 덮치기 시작했다. 함께 사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임을 잊어버린 그 순간부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학교에서 수없이 들었던 이 한 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시대에 필요한 해법이 그 속에 담겨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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