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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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서 도통 무슨 내용일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책이다. 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라고? 나름의 비유인 것 같긴 한데 무엇을 빗대 이렇게 표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표지 디자인을 봐도 그렇다.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배달 가방을 맨 채 어딘가로 달려가는 듯한 여자의 모습에서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일까? 무언가 판타지적인 요소가 든 소설, 아니면 유쾌함이 넘치는 오락 소설? 도저히 모르겠다.

 

설마 하늘을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미녀 집배원의 이야기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읽는데, 이런 진짜로 날아다닌다.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조금 웃기긴 하지만 진짜로 하늘을 난다. 비키니를 입은 이유도 합리적이다. 하늘을 나는 무게를 줄이기 위한.

 

그냥 그렇게 판타지 요소가 듬뿍 담긴 소설인가 했는데 역시나 마지막 순간 소설은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며 다른 방향으로 선회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할만한 그런 이야기로(물론 그 속에 담긴 미용사와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부분이지만).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어 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여타의 이야기들은 모두 차치하고 프로비당스와 자헤라의 관계만으로도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저 남남으로 살아가던 두 사람이 모든 것을 뒤로 할 정도로 끈끈한 관계, 어쩌면 결코 떼어낼 수 없는 모녀 관계가 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이 되었는지를 살펴보면 말이다.

 

사랑, 희망이라는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이 이야기의 밑바탕에 깔려있다. 하늘을 나는 미녀 집배원의 이야기도, 점액과다증을 앓는 자헤라가 삶을 다시 찾는 이야기도, 미용사를 찾은 레오의 이야기도.

 

배꼽이 빠질 정도의 유머를 보여주는 것도,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될 정도로 감동적인 것도, 훈훈한 이야기에 세상이 온통 열탕으로 바뀔만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잔잔히 독자의 마음속에 온기를 전하는 이야기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바로 그런 조그마하지만 따스한 희망과 사랑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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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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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질나서 죽는 줄 알았다. 무언가 분위기상 상당한 사건이 터질 것 같은데(아니, 분명의 터졌다. 노라의 현재 상태를 보면), 터질 듯 말 듯 하면서 계속 이어져나가는 이야기에 속이 타서 죽을 것 같았다. 언제쯤 사건이 터질까,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 걸까? 궁금증에 궁금증이 더해지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결국 앉은 자리에서 책을 다보고 말았다.

 

이런 소설, 정말 정말 정말 좋다. 사건을 암시하는 복선에서부터 독자의 눈길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전체적인 분위기, 소설 속 인물들의 개성 넘치는 모습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들려주는 얽히고설킨 사건의 고리들. 게다가 얼핏 던진 이야기 속에 담긴 한 조각의 진실까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스릴러였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의 싱글 파티에 참석하는 노라. 딱 봐도 결혼하는 친구와 여기에 참석하는 친구 간에 모종의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이 분명 새로운 사건과 연결될 것이라는 추측하게 된다. 그런데 그 사건이 무엇인지가 쉽게 밝혀지지가 않아 독자의 마음을 애타게 만든다(당연히 작가의 의도겠지만).

 

밀실처럼 외따로 떨어진 장소에 모인 싱글 파티 참석자들. 이들의 면면이 또한 소설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클레어의 친구 플로, 무언가 숨기는 있는 듯한 동성애자 톰, 거리낌 없는 말투와 딱 부러지는 성격의 니나, 이들에 더해 소설을 풀어나가는 주된 인물인 클레어와 노라.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 쓰인다. 분명 이들에게서 무슨 일이 생기는데....

 

노라와 클레어, 그 둘과 관련을 맺고 있는 제임스. 여기서 또 다른 재미가 생긴다. 과연 노라와 제임스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둘 사이에 일어난 사건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독자의 마음을 애타게 만든다(이 작가, 아무래도 은근 사디스트인가보다. 독자들 복장 터져 죽을 지경으로 끌고 가는 걸 보니).

 

여하튼 시간이 흐르면서 드디어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거 왠지 사건이라기보다 사고에 가까운 느낌이다. 게다가 사건 이후에 묘사된 노라의 상태가 영 아니다. 사건이 터지긴 했는데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처럼 소설은 끝까지 어둡다. 어두운 숲 속 한 가운데에 들어온 듯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없다. 이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쉽게 보여주지 않는 그런 재미. 다만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감춘 것에 비해 사건의 답은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아쉬웠다. 조금 더 복잡하게 엉켜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결론 부분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던 작품이다. 인간의, 사건의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드는 놀라운 경험과 함께 느꼈던.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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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철학자의 살아 있는 위로
최훈 외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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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를 괴롭히는 고민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혹은 그녀는 정말로 행복한 사람일까? 글쎄다. 아마 정말로 행복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불행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답을 찾을 수 없어 삶을 포기한 경우를 생각한다면.

 

평범한 사람들은 누구나 한두 가지 정도의 고민을 안고 산다. 보통의 사람들은 고민의 무게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대부분은 가족이나 친구에게 말이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저 그런 위로로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때 내게 진정으로 필요한 조언을 할 만한 사람이 없을까?

 

이 책에서는 우리가 안고 있는 수많은 고민들의 답을 위대한 철학자들을 통해서 해결한다. 철학자가 들려주는 해결책이라서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정말 옆집 아저씨가 이야기하듯이 아주 쉬운 말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보통의 언어로 우리의 고민을 해결한다.

 

처음에는 23가지의 사례 모두가 나와 관련이 있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부 갈등과 같은 문제나 성형수술과 같은 고민은 나와는 관계가 없는 사례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나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지만 안사람이나 딸아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는 문제였다. 그렇기에 이 책에 나온 모든 사례는 직, 간접적으로 우리 모두와 관련이 있는 고민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각각의 사례는 먼저 사례자의 고민을 들려준 후 이에 대한 동·서양 철학자의 답장을 통해 각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그 후 사례와 관련 있는 철학자의 기본 사상과 철학자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마무리한다.

 

책의 의도 자체가 일상에서 느끼는 평범한 이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기에 철학적인 내용이 그렇게 많이 담겨있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깊은 철학적 사유를 바라는 독자에게는 적절하지 않은 책이다. 깊은 성찰보다는 간단한 사례를 통해 철학 혹은 특정 철학자의 사상을 간단하게 맛보고 싶은 독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입문서로 읽는다면 예상외로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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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 처음 읽는 허버트 스펜서의 '교육론'
허버트 스펜서 지음, 유지훈 옮김 / 유아이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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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스펜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의 이름이 눈길을 끈 이유는 다윈보다 앞서서 적자생존론을 펼친 인물로 다윈이 자신보다 몇 배나 뛰어난 위대한 학자라고 말했다는 소개 문구 때문이었다. 궁금함에 인터넷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았다.

 

그는 영국의 철학자로 장장 36년에 걸쳐 쓴 종합철학체계로 유명한 인물이다. 성운(星雲)의 생성에서부터 인간사회의 도덕원리 전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둔 그는 모든 것을 진화의 원리에 따라 설명하였다. 그의 사상이나 철학을 알지 못하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의 업적만으로도 대단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그가 교육에 관해 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는 평소 교육에 관심이 많은 내게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진화의 입장, 적자생존 등의 이론을 바탕으로 교육을 말한다면 자칫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인이 가졌던 민족 우월주의 사상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 150여 년 전에 제시한 교육 이론이 과연 오늘날의 교육에 적용할만할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Chapter 1. 가장 중요한 지식은 무엇인가에서 실제 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주 활동의 비중에 따라 지식의 우선순위를 정한 후 2-4장에서 지, , 체와 관련해 어떻게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다양한 이야기 중에서 가장 먼저 가슴에 다가온 이야기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주입식 교육의 병폐에 관한 내용이었다. 특히, 이 문구는 모든 교육자들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야 할 내용이 아닌가 싶다.

 

정의, 원칙, 원리가 밝혀야 할 대상이 아니라, 교육해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p.48)

 

저자의 말처럼 정의, 원칙, 원리를 교육의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아무런 고민 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교육 현실이 되었다.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한 것이 아니기에 어느 순간 이 모든 정의, 원칙, 원리는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그런 아이들이 어떤 사회생활을 하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 , 체와 관련된 저자의 사상도 오늘날의 우리가 심사숙고해야 할 내용들이다. 과학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듯한 저자의 생각이 너무 한쪽으로 쏠렸다는 인상을 받기도 하지만 지, , 체로 요약한 저자의 교육 철학은 모든 교육의 토대를 이루는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교육에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각각의 아이마다 필요한 교육이 다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교육에서 정답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교육에 담긴 의미는 그 어떤 것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허버트 스펜서의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는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는 모든 이에게 유익한 열쇠임에는 분명하다. 어떤 문을 열게 될지는 각자가 다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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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잡히는 전쟁과 미술
최영진 지음 / 평화서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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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시작해보자. 책 제목에 한 손에 잡히는이라는 표현이 있다. 무슨 의미가 했더니 진짜로 한 손에 딱 들어맞는다. 여성에 손에는 좀 힘들겠지만 보통 신장의 남성이라면 아마 대부분 한 손에 들고 읽을 만한 책이다. 딱 좋다는 얘기다. 요즘 책들 중에는 크기가 커서 들고 다니며 읽기가 불편한 책들도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일단 백 점 만점에 백점이다.

 

이제 책 내용을 살펴보자. 제목에 나온 그대로 이 책에는 전쟁 이야기를 그리거나 조각으로 새긴 미술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미술과 전쟁, 자연스러운 조합은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전쟁 혹은 전투를 예술적 열정과 직관, 설명할 수 없는 요소가 작용하는 종합 예술로 설명한 저자의 설명을 읽은 후에는 둘의 관계가 그렇게 동떨어진 만남은 아님을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을 때 반드시 서문을 먼저 읽길 바란다. 물론 대부분의 독자가 그렇게 하시겠지만. 다른 이유라기보다 이 책에 서문에서 저자가 말하는 전쟁그림에 담긴 시대와 그림을 보는 시선을 먼저 배워야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전쟁그림에는 전쟁의 시대와 제작의 시대라는 두 개의 시대와 전쟁 당시의 시선, 현재 의뢰자, 화가의 시선이라는 세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저자가 설명하는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느낌 혹은 생각을 갖게 된다.

 

고대의 전투에서 현대의 전투에 해당하는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전쟁을 묘사한 미술작품들을 저자의 설명과 함께 들여다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단순한 사실적 묘사를 넘어서 작품 속에 그려진 대상들의 마음 상태나 바람, 각 전쟁의 의미 등에 이르기까지 다면체 기구를 보듯이 작품을 다양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특히 작품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을 번호를 매겨 설명한 부분이 인상 깊다. 굳이 저자의 설명을 읽지 않고 이 부분만 보아도 각 미술작품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가슴 깊이 다가온다. 다만 번호와 설명이 잘 못 연결된 부분이 있어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전쟁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두려움, 열정, 운명 등이 담긴 작품이라 그런지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치 한 편의 전쟁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에 흥분되는 마음이 점점 커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전쟁 역시 삶의 모습 중의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즐겁기만 한 삶의 모습은 아니지만.

 

삶에서 늘 승리만 하는 사람은 없다. 때로는 패배를 인지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삶이다. 그 때 기적처럼 놀라운 결과가 나타난다. 불굴의 의지로 패배를 승리로 이끄는. 마치 이 책에서 설명한 전쟁처럼 말이다. 삶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전쟁처럼 무언가 예상할 수 없는 결론이 담긴 종합예술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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