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복수 발터 풀라스키 형사 시리즈 1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단숨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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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다. 장르의 특성상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가정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어떤 사건들을 우리의 생각을 넘어서는 끔찍함으로 다가온다. 이 책의 내용이 그렇다. 결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런 사건.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연쇄살인을 쫓는 왠지 조금은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형사와 미모의 여변호사. 사건을 쫓아가면서 드러나는 끔찍한 과거의 진실.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이어질 듯 말 듯한 사랑의 연결고리. 이 정도면 독자를 소설에 풍덩 빠뜨릴만한 모든 요소들이 갖춰지지 않았나 싶다.

 

사건의 내막이나 범인을 찾는 과정이 엄청 복잡하게 꼬여있는 소설이 아니라서 어느 정도 예상하였지만 마지막 순간 예상치 못했던 베일에 가려졌던 인물이나 연쇄 살인 사건을 일으킨 범인의 실체를 접했을 때 나름의 예상을 넘어서는 반전에 놀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매력은 두 명의 주인공이다. 부인과 사별한 후 딸아이를 위해 스스로 한직을 선택한 풀라스키. 어렸을 때 당한 사건의 기억 속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에블린. 무기력해 보이는 이 두 사람이 진실을 위해 끝까지 사건을 해결해가는 모습이 너무나 멋지다(아마 앞으로도 이 두 콤비에 관한 소설이 계속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이 소설에 빠져드는 또 다른 매력은 에블린이 당한 어렸을 때의 사건이다. 끝없이 반복되는 어렸을 때의 겪은 사건의 기억이 그녀의 삶을, 생각을 얼마나 잠식하고 있는지를 보면서 1998년 그 여름에 벌어진 사건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중반 이후로 사건의 전말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조금 남기는 했지만, 게다가 두 번 다시 입에 올리기도 싫은 사건의 전말에 역겨움, 불쾌함 감정이 가시질 않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엄청난 반전의 재미는 아니지만 마지막 결말을 읽지 않은 채 책을 덮을 수 없는 그런 아기자기한 스릴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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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도성 - 신국론 세계기독교고전 26
성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조호연.김종흡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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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뒤흔든 강대국들을 보면 모두 흥망성쇠의 과정이 있다. 이는 특정한 나라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모든 나라에 해당하는 진리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흥망성쇠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학문적인 답을 제시할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도 나름대로 한 나라의 역사가 흥하고 쇠하는 이유를 말할 것이다. 그들이 제시하는 답이 어느 면에서는 분명한 진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답은 결코 온전한 답이 될 수 있다. 그들의 답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하나님의 도성>을 읽으면 이에 대한 확고한 깨달음을 갖게 된다. 이 책에서는 저자는 로마가 이교도들에게 파괴된 책임이 그리스도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않은 로마인 자신에게 있고, 그 배후에는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가 413년에서 427년에 이르는 장장 14년에 걸쳐 쓴 대작인 만큼 책의 분량이 결코 만만치 않다. 인쇄된 분량은 1100페이지 정도지만 한 페이지에 수록된 글자수가 보통의 책보다 훨씬 많기에 실제 분량은 1500-1600페이지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어지간한 책으로 따진다면 거의 4권 정도의 분량이다.


책의 분량이 엄청난 것에 비해 읽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물론 시간은 많이 걸린다). 이 많은 분량에서 저자는 로마의 흥망성쇠를 역사적인 관점, 신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 저자는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삼았지만 온전한 하나님의 나라는 아니다. 로마인들 중에는 하나님의 백성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교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천상의 도성과 지상의 도성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를 설명하면서 모든 역사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예정하신 뜻에 따라 목표점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이루어진 모든 것은 완전하다.


이 책에서는 결코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진리를 찾을 수 있다. 바로 하나님의 뜻은 예정하신 그대로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진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견고해 보이는 그 어떠한 지상의 도성도 반드시 무너져 내린다. 인간이든, 나라이든지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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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의 기도
오노 마사쓰구 지음, 양억관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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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가장 먼저 이 문구가 눈에 띄었다. 평소 일본 작품들을 많이 보지 않기 때문에 사실 아쿠타가와상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래도 152회나 이어졌다면 상당한 권위를 가진 문학상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높아졌다(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아쿠타가와상은 일본의 천재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기리기 위해 일본 문예춘추사가 제정한 순수문학상이었다. 우리나라 이상 문학상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9년 전의 기도>는 오노 마사쓰구라는 작가의 9년 전의 기도, 바다거북의 밤, 문병, 악의 꽃으로 이어지는 소설 4편을 수록한 작품집이다. 각각 서로 다른 이야기를 펼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소설들은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다. 공간이라는 점에서, 사람이라는 점에서.

 

살다보면 힘겨운 일들을 만나는 경우가 한 번 두 번이 아니다. 때로는 온 몸을 내리누르는 무거움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무너져 내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눈을 들어 살펴보면 그런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보게 된다.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도대체 무엇일까?

 

세상을 이기는 힘은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다. 하지만 조금만 더 세밀히 살펴보면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이를 묵묵히 이겨내는 또 다른 누군가의 모습에서 힘을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나에가 밋짱 언니의 떠올리며 그러했던 것처럼.

 

슬픔에 꺾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이 전해지는 작품이라는 표지의 문구처럼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이 잔잔하게 그려진 소설이다. 나 또한 작품 속 인물들처럼 평범하게 애잔하게 살아가는 한 사람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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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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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서 도통 무슨 내용일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책이다. 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라고? 나름의 비유인 것 같긴 한데 무엇을 빗대 이렇게 표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표지 디자인을 봐도 그렇다.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배달 가방을 맨 채 어딘가로 달려가는 듯한 여자의 모습에서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일까? 무언가 판타지적인 요소가 든 소설, 아니면 유쾌함이 넘치는 오락 소설? 도저히 모르겠다.

 

설마 하늘을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미녀 집배원의 이야기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읽는데, 이런 진짜로 날아다닌다.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조금 웃기긴 하지만 진짜로 하늘을 난다. 비키니를 입은 이유도 합리적이다. 하늘을 나는 무게를 줄이기 위한.

 

그냥 그렇게 판타지 요소가 듬뿍 담긴 소설인가 했는데 역시나 마지막 순간 소설은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며 다른 방향으로 선회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할만한 그런 이야기로(물론 그 속에 담긴 미용사와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부분이지만).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어 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여타의 이야기들은 모두 차치하고 프로비당스와 자헤라의 관계만으로도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저 남남으로 살아가던 두 사람이 모든 것을 뒤로 할 정도로 끈끈한 관계, 어쩌면 결코 떼어낼 수 없는 모녀 관계가 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이 되었는지를 살펴보면 말이다.

 

사랑, 희망이라는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이 이야기의 밑바탕에 깔려있다. 하늘을 나는 미녀 집배원의 이야기도, 점액과다증을 앓는 자헤라가 삶을 다시 찾는 이야기도, 미용사를 찾은 레오의 이야기도.

 

배꼽이 빠질 정도의 유머를 보여주는 것도,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될 정도로 감동적인 것도, 훈훈한 이야기에 세상이 온통 열탕으로 바뀔만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잔잔히 독자의 마음속에 온기를 전하는 이야기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바로 그런 조그마하지만 따스한 희망과 사랑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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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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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질나서 죽는 줄 알았다. 무언가 분위기상 상당한 사건이 터질 것 같은데(아니, 분명의 터졌다. 노라의 현재 상태를 보면), 터질 듯 말 듯 하면서 계속 이어져나가는 이야기에 속이 타서 죽을 것 같았다. 언제쯤 사건이 터질까,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 걸까? 궁금증에 궁금증이 더해지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결국 앉은 자리에서 책을 다보고 말았다.

 

이런 소설, 정말 정말 정말 좋다. 사건을 암시하는 복선에서부터 독자의 눈길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전체적인 분위기, 소설 속 인물들의 개성 넘치는 모습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들려주는 얽히고설킨 사건의 고리들. 게다가 얼핏 던진 이야기 속에 담긴 한 조각의 진실까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스릴러였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의 싱글 파티에 참석하는 노라. 딱 봐도 결혼하는 친구와 여기에 참석하는 친구 간에 모종의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이 분명 새로운 사건과 연결될 것이라는 추측하게 된다. 그런데 그 사건이 무엇인지가 쉽게 밝혀지지가 않아 독자의 마음을 애타게 만든다(당연히 작가의 의도겠지만).

 

밀실처럼 외따로 떨어진 장소에 모인 싱글 파티 참석자들. 이들의 면면이 또한 소설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클레어의 친구 플로, 무언가 숨기는 있는 듯한 동성애자 톰, 거리낌 없는 말투와 딱 부러지는 성격의 니나, 이들에 더해 소설을 풀어나가는 주된 인물인 클레어와 노라.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 쓰인다. 분명 이들에게서 무슨 일이 생기는데....

 

노라와 클레어, 그 둘과 관련을 맺고 있는 제임스. 여기서 또 다른 재미가 생긴다. 과연 노라와 제임스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둘 사이에 일어난 사건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독자의 마음을 애타게 만든다(이 작가, 아무래도 은근 사디스트인가보다. 독자들 복장 터져 죽을 지경으로 끌고 가는 걸 보니).

 

여하튼 시간이 흐르면서 드디어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거 왠지 사건이라기보다 사고에 가까운 느낌이다. 게다가 사건 이후에 묘사된 노라의 상태가 영 아니다. 사건이 터지긴 했는데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처럼 소설은 끝까지 어둡다. 어두운 숲 속 한 가운데에 들어온 듯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없다. 이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쉽게 보여주지 않는 그런 재미. 다만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감춘 것에 비해 사건의 답은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아쉬웠다. 조금 더 복잡하게 엉켜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결론 부분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던 작품이다. 인간의, 사건의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드는 놀라운 경험과 함께 느꼈던.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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