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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감질나서 죽는 줄 알았다. 무언가 분위기상 상당한 사건이 터질 것 같은데(아니, 분명의 터졌다. 노라의 현재 상태를 보면), 터질 듯 말 듯 하면서 계속 이어져나가는 이야기에 속이 타서 죽을 것 같았다. 언제쯤 사건이 터질까,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 걸까? 궁금증에 궁금증이 더해지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결국 앉은 자리에서 책을 다보고 말았다.
이런 소설, 정말 정말 정말 좋다. 사건을 암시하는 복선에서부터 독자의 눈길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전체적인 분위기, 소설 속 인물들의 개성 넘치는 모습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들려주는 얽히고설킨 사건의 고리들. 게다가 얼핏 던진 이야기 속에 담긴 한 조각의 진실까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스릴러였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의 싱글 파티에 참석하는 노라. 딱 봐도 결혼하는 친구와 여기에 참석하는 친구 간에 모종의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이 분명 새로운 사건과 연결될 것이라는 추측하게 된다. 그런데 그 사건이 무엇인지가 쉽게 밝혀지지가 않아 독자의 마음을 애타게 만든다(당연히 작가의 의도겠지만).
밀실처럼 외따로 떨어진 장소에 모인 싱글 파티 참석자들. 이들의 면면이 또한 소설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클레어의 친구 플로, 무언가 숨기는 있는 듯한 동성애자 톰, 거리낌 없는 말투와 딱 부러지는 성격의 니나, 이들에 더해 소설을 풀어나가는 주된 인물인 클레어와 노라.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 쓰인다. 분명 이들에게서 무슨 일이 생기는데....
노라와 클레어, 그 둘과 관련을 맺고 있는 제임스. 여기서 또 다른 재미가 생긴다. 과연 노라와 제임스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둘 사이에 일어난 사건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독자의 마음을 애타게 만든다(이 작가, 아무래도 은근 사디스트인가보다. 독자들 복장 터져 죽을 지경으로 끌고 가는 걸 보니).
여하튼 시간이 흐르면서 드디어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거 왠지 사건이라기보다 사고에 가까운 느낌이다. 게다가 사건 이후에 묘사된 노라의 상태가 영 아니다. 사건이 터지긴 했는데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처럼 소설은 끝까지 어둡다. 어두운 숲 속 한 가운데에 들어온 듯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없다. 이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쉽게 보여주지 않는 그런 재미. 다만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감춘 것에 비해 사건의 답은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아쉬웠다. 조금 더 복잡하게 엉켜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결론 부분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던 작품이다. 인간의, 사건의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드는 놀라운 경험과 함께 느꼈던.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