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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휴버트 셀비 주니어 지음, 황소연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지금 기억해보면 1990년에 개봉한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라는 영화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영화였다. 누군가는 1950년대의 시대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을 남겼고, 누군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혐오스러운 영화라고 평했다. 모든 이들이 공통으로 좋아한 부분은 영화의 주제곡 정도였다.
이 영화와 관련해서 지금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은 여주인공의 연기가 정말 탁월했다는 것, 마지막 장면에서 울컥할 수밖에 없었던 것,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라는 궁금증 정도였다.
20년도 훌쩍 넘긴 세월이 흐른 후 원작으로 이 작품을 보니 또 다시 새롭다. 영화와는 다른 원작이 주는 색다른 재미랄까. 물론 처음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을 때는 상당히 힘들었다. 내용이야 이미 어느 정도 아는 부분이라 그렇다하더라도 오늘날의 작품들과는 달리 주인공들의 대화를 별도로 처리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다보니 가끔씩 누가 얘기하는 것인지 순간적으로 판단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만큼 읽는 게 쉽지는 않았다. 이 또한 책이 주는 색다른 매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이 작품이 주는 아픔은 여전하다. 영화를 보고도 울컥했지만 이 책을 보면서도 역시나 울컥했다. 우리 사회의 한 부분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때로는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무대로 펼쳐진 이야기는 아니다. 이 작품의 배경은 1950년대 미국 브루클린이다. 누군가 시대적으로, 지리적으로 다르기에 우리 사회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까. 왜 그 시대의 모습에 우리 사회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일까?
약물, 동성애, 폭력, 파업.... 이런 단어들이 풍기는 모든 이미지가 이 작품 속에 담겨있다. 비열하고, 더럽고, 잔인한, 그러면서도 애잔한 그런 분위기 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벗어나려고 애쓰며 찾은 마지막 탈출구가 브루클린이었던 그들의 삶이 너무나 안타깝다. 결코 내 삶이 그들과 다르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어쩌면 나도, 우리도 그들처럼 그 어딘가에서 벗어나고자 애쓰지만 결국은 브루클린으로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기에 말이다.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 비니, 해리, 토니, 조제트, 트랄랄라의 삶과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또 어디로 향한 탈출구를 찾아 나아가고 있을까?